브렉시트 '쇼크'? 자동차업계는 관망중

입력 2016-06-24 17:31   수정 2016-07-2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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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하면서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산차의 수출 둔화, 수입차의 가격 인상 등의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업계는 당장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2년이라는 FTA 유예기간이 있어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브렉시트 사태와 관련해 국산차 및 수입차업계의 이슈와 전망을 살펴 본다.


 ▲국산차업계-"걱정할 만큼 큰 충격은 없다"
 업계는 바짝 긴장하면서도 해외 판매에서 영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2년의 유예기간이 남아 있어 당장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게 지배적인 반응이다. 실제 현대·기아자동차가 지난해 영국에 수출한 완성차는 16만6,852대로, 유럽 전체 판매대수의 약 20%를 차지한다. 올 1~5월 수출도 4만7,000여대로 전년과 비슷하다. 쌍용자동차는 지난해 영국에 약 6,000대를 내보냈다. 유럽 수출분의 30% 정도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는 수출물량이 없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유럽 수출분의 20~30%를 영국에서 소화하지만 크게 걱정할만한 규모는 아니다"라며 "2년의 유예기간동안 영국과 관세협정을 어떻게 맺을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영국이 유예기간 이후 타 유럽지역에서 생산하는 물량에 10%의 관세를 매기면 국내업체의 영국 내 가격경쟁력은 떨어지지만 여타 유럽에선 오히려 경쟁력 확보에 유리해진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체코와 슬로바키아공장에서 유럽 물량을 생산하지만 일본차 브랜드인 혼다와 토요타, 닛산 등은 영국 내 공장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엔화 강세, 원화 가치 하락 측면에서 수출 중심인 국산차업체들에게 더욱 유리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건 유럽시장의 전반적인 소비위축이다. 특히 영국과 유럽에서 시작한 경기침체가 신흥국 및 아시아 등 세계시장 전반으로 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최중혁 자동차 칼럼니스트(前 신한투자증권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영국이 빠진 게 중요한 게 아니라 EU가 붕괴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며 "유럽이 아시아뿐 아니라 중동 등과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세계 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동차의 경우 경기에 민감한 소비재여서 체감이 더욱 확실할 것"이라며 "교체주기가 늘어난다거나 신차 수요가 줄어드는 등의 판매감소를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수입차-"일단은 지켜 보자"
 브렉시트 결정에 따른 급격한 환율변동 속에 수입차는 향후 행보에 관심을 두고 있다. 결제 수단인 외화의 가치 변동에 따라 각 회사가 부담해야 할 수입가격이 요동치고, 나아가 국내 판매가격 인상까지 이를 수 있어서다. 일단 국내에 진출한 수입 브랜드들은 현 사태를 관망하는 가운데 당장 직접적인 가격조정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24일 현재 미 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31.20원 상승한 1,177.50원, 일본 엔화는 65.86원이나 급증한 1,149.06원을 기록했다. 유로화는 4.29원 하락한 1,302.43원에 머물렀다. 그러나 현재 다수의 수입 브랜드는 내부 결제수단으로 달러화를 이용하는 만큼 부담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달러의 경우 추가 급등 가능성도 예견되고 있어서다.

 당장 영국산 차를 들여와야 하는 재규어·랜드로버, 닛산, 롤스로이스, 벤틀리, 애스턴마틴 등은 브렉시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영국이 EU에서 분리되면 한-EU FTA에 따른 무관세 혜택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EU 탈퇴까지 남은 기간동안 영국과 EU, 영국과 각국의 추후 협상에 따라 해당 브랜드에 미칠 영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지금 당장 어떤 전망을 내놓기엔 이르다는 게 각 브랜드 입장이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관계자는 "브렉시트 결정으로 관세혜택 등이 사라질 전망이지만 2년 이상의 유예기간이 남아 있어 당분간 가격정책이나 국내 영업에 큰 변화는 없다"며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떠한 피해도 가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시장 일부에서는 엔화 환율 급등에 따른 일본 브랜드의 가격인상이나 한국 내 임포터가 짊어질 부담이 커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본 브랜드들은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국토요타자동차와 혼다코리아의 경우 자동차와 부품 등 본사와 내부 결제 시 거래수단을 달러와 엔을 혼용한다. 토요타 캠리와 혼다 어코드 등 북미산 수입차 판매가 늘어나면서 달러 결제 비중이 커진 것. 거래수단 이원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환해지가 이뤄졌다는 게 각사 설명이다. 한국닛산의 경우 내부 결제를 원화로 진행해 단기적인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브렉시트가 글로벌 경기에 큰 영향을 끼칠 건 자명하지만 당장 수입차업계에 변화를 주진 않을 것"이라며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은 오랜 시간 환율 변화를 겪으며 학습효과를 통해 나름의 안전장치들을 마련한 만큼 '지각변동급' 변화가 일어나리라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요동치는 영국 자동차업계
 영국도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시장분석업체 바클레이즈는 EU 탈퇴로 영국 내 완성차공장이 동유럽과 같은 인건비가 저렴한 지역으로 이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80만 명의 일자리가 감소할 전망이다. 또 영국에서 생산하는 연간 150만 대의 완성차 가운데 80%에 해당하는 EU 수출물량에 관세 10%와 4.5%의 부품관세를 적용하면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빅3가 받을 영향도 분석했다. 제조사별로는 FCA를 제외한 GM의 영국 내수 감소를 전망했다. GM의 영국 브랜드인 복스홀의 수출물량이 지금의 연간 8만5,000대에서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포드 또한 파워트레인공장 2곳에서 3,900명의 생산직과 1만4,000명의 사무직 중 일부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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