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꿈 꿀 자격을 갖춘, 배우 한재석

입력 2016-07-04 16:52  


[박승현 기자] 성실한 이 배우, 이제 막 나이 26살이 되었다는 것이 무색하리만큼 성숙하고 진중한 모습을 보여준 배우 한재석은 꿈이 큰 배우 그리고 그 큰 꿈을 꿀만한 자격이 있는 젊은 배우였다.

이런 사람이라면 원대한 꿈 하나 가져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 정도로 그는 꿈 앞에 진지했고 또 진심이었다. 아직은 베테랑 연기자들 틈에서 어리고 젊은 배우로 통할 그는 짧다면 짧을 그 시간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을 만큼 배우라는 직업 앞에 당당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욕심이 많지만 그 욕심을 감당할 충분한 능력이 있는 그리고 그 능력을 더욱 키우기 위해 말 그대로 혼심의 힘을 다하고 있을 그의 연기 인생은 충분히 박수 받아 마땅했다. 한재석이란 배우가 보여줄 것들이 여전히 무궁하다는 것 그리고 그만큼 충분한 기대를 불러 온다는 것. 꿈을 꿀 자격을 가지고 있는 배우 한재석의 이야기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Q. 화보 촬영 소감 어땠나요.

제 인생에 첫 화보여서 긴장을 많이 했거든요. 근데 생각보다 재미있는 것 같아요. 연기하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와서 사진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돼요. 하하.

Q. 가장 기대되는 컷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 찍었던 콘셉트가 의상도 마음에 들었고 무드도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제가 평소 방송을 통해 보여드린 의상은 대게 깔끔한 것들이 많았는데 오늘은 의상도 잠옷 같은 느낌에 자유로운 분위기로 인형들 속에서 촬영 한 것이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첫 번째부터 너무 편하게 찍었더니 마음이 풀려서 나머지 촬영도 더 편해졌던 것 같아요(웃음).

Q. SNL 코리아 시즌5로 데뷔, 왜 SNL이었을까요.

모든 신인들은 똑같이 얘기하겠지만. 하하. 제가 선택한 것은 아니고 SNL에서 저를 선택을 해준 거죠. 제가 한국과 중국에서 아이돌 준비를 한 2년 정도 하다가 그게 잘 안되고 한국에 들어와서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오디션을 정말 많이 보러 다녔어요. 수도 없이 본 오디션 중 된 것이 SNL이었던 거에요.

사실 제가 SNL에 오디션 봤을 때도 서울예대를 졸업했다 보니까 장진 감독님 라인을 타고 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는데 제가 들어갔을 때에는 장진 감독님도 안 계셨고 공개오디션으로 진행됐었어요. 제가 알기로는 경쟁률도 높았다고 들었고요(웃음).

Q. 아이돌을 준비했었다니 놀랍네요.

한국에서 1년 그리고 중국에서 1년 정도 준비했어요. 중국어를 잘 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래도 살아봤으니까 어느 정도 생활은 가능하겠죠(웃음).

Q. 왜 연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했는지 묻고 싶어요.

원래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서 서울예대 연기과에 들어간 거에요.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마음먹었었는데 그 이유가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매직키드 마수리’라는 드라마를 촬영했거든요. 옆에서 보다 보니 재밌어 보이고 저도 저런 것을 하고 싶다 생각했죠.
SNL에 호스트로 홍기 형이 나오셔서 제가 말씀도 드렸어요. 축구하고 있던 꼬맹이었다고 하니까 기억난다고 얘기해주시더라고요. 하하.

그런 경험을 통해 연기라는 것을 하고 싶다고 느꼈는데 배우라는 것은 잘 몰랐어요. 그런 일을 하는 것은 다 연예인이라고 생각해서 초등학교 졸업 앨범에 보면 장래희망에 연예인이라고 적혀있어요.

시간이 지나고 내가 뭘 하고 싶은 지 확실히 정해야겠다 싶어 고민하다가 배우란 직업을 정말 하고 싶다 생각해서 극단 막내로 들어가서 지내고 재수도 해보고 입시 학원도 다녀보면서 서울예대를 입학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연기를 하다가 집안이 조금 힘들어져서 마침 그 시기에 아이돌 그룹을 뽑는다는 얘기를 듣고 내가 빨리 성공해서 집안에 보탬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현실에 맞게 아이돌을 도전해보자, 춤을 좋아했으니까 또 하다 보면 언젠가 연기를 할 순간이 오겠지 란 생각을 했어요. 아이돌 준비하면서 연극도 보고 연기 공부도 계속 하면서 연기의 끈을 놓치는 않았어요. 절대.

아이돌은 어떻게 보면 가수를 원하는 친구들 말고 딱 제 입장에서만 봤을 때는 과정에 필요했던 것이지 그걸 하겠다고 목표하고 한 것은 아니었어요. 근데 확실한 것은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는 것이에요. 이것을 열심해서 잘 되야 연기를 할 수 있는 순간이 오겠다고 생각해서 어느 누구보다 춤도 열심히 추고 노래 열심히 하고 그랬죠. 제가 욕심이 많아요. 앞으로 하고 싶은 것도 많고요(웃음).

Q. SNL 코리아 시즌 5부터 크루로 벌써 세 번째 시즌을 함께 하고 있는데 어떤가요.

첫 1년 할 때에는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죠. 왜 내 딴에는 이렇게 하면 재미있을 것 같고 이렇게 하면 좋아할 것 같은데 왜 반응이 없지, 나에게 맞는 옷이 아닌가 이런 생각도 많이 했었어요. 또 당시에 회사 없이 혼자 다니며 힘도 많이 들었고요. 그랬는데 신동엽 선배님이 저한테 흘리듯이 해주셨던 말이 저한테 힘이 됐었죠.

그때 선배님이 저에게 잘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네가 했던 것에 반응을 해주지 못하는 것은 사람들이 너를 모르기 때문이다, 사람들도 한재석이라는 신인배우가 어떤 사람인지 인식이 되어야 네가 하는 말에 반응을 할 수 있는 건데 지금 사람들은 TV를 틀었을 때 너를 보면 쟤는 누구지 생각하느라 네가 하는 것을 보지 못할 뿐이다, 그러니 버텨봐라, 기다려라, 욕심이나 조바심을 너무 가지지 말고 여유 있게 기다리다 보면 웃을 때가 올 거다 라고 얘기해주셨어요.

근데 정확히 한 시즌이 넘어가고 다음 시즌을 하면서 제가 하는 것에 대중이 반응을 하기 시작하는 거에요. 첫 시즌 때는 제가 지나가도 어느 누구도 못 알아보셨는데 시즌 6가 되면서 조금씩 생기고 이번 시즌 7에 들어와서는 확실해진 거죠.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후배들이나 친구들에게도 조바심 가지지 말고 나라는 사람이 대중에게 인식이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지 않느냐, 친구끼리도 사귀는데 시간이 필요지 않냐 라는 얘기를 해주곤 해요. 그런 것을 배운 것 같아요. 선배님들이 정말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세요. 후배로서 정말 느끼는 것도 많고요.

Q. 워낙 출연진이 쟁쟁해서 재밌는 에피소드도 굉장히 많았을 것 같아요.

진짜 많죠. 하하. 저희끼리 MT도 가거든요. 정상훈 선배님이 요리사에요 완전. MT 가서 삼합을 만들어주시고 또 그거 먹다 보면 조개탕 끓여오시고 새벽 3시에 까르보나라 떡볶이 해주시고. 완전 행복하죠(웃음).

Q. 생방송이라 애드립도 정말 많겠네요.

촬영하다 보면 애드립이 나올 수 밖에 없어요. 그러면 그것에 대해서 서로가 너무 잘 아니까 받아줄 수 있는 거에요. 심지어 생방송 들어가기 전에 역할이 바뀐 경우도 있어요. 지난 번에 했던 I.O.I편에서 ‘가을동화’ 신을 찍을 때도 제가 하려던 것이 유세윤 선배님이 하신 ‘범죄와의 전쟁’에서 역할이었고 세윤 선배님이 ‘가을동화’ 였는데 들어가기 전에 갑자기 역할이 바뀐 거에요. 이렇게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소화를 할 수 있는 것이 저희 크루들의 장점인 것 같아요. 지난주에도 준현이 형 의상이 터져서 정말 너무 웃겼어요. 저도 너무 웃겨서 때렸잖아요. 그런 것처럼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가 너무 많아요.

아직도 기억나는 최고의 에피소드를 하나 말씀 드리자면 ‘해적’이라는 꽁트를 했을 때였는데 영미 누나랑 동엽 선배님이랑 자물쇠가 묶여있는 상태에서 연기를 해야 하는데 카운트다운 들어가면서 조연출 분이 묶다가 시간이 모자라서 못 채우고 나온 거에요. 그래서 방송 오프닝 쪽을 자세히 보시면 동엽 선배님이 누군가를 막 부르다가 갑자기 잠드는 연기를 하셔요. 이 꽁트가 묶인 상태로 가는 꽁트이기 때문에 풀려버리면 ‘저희 망했어요’ 하고 보여지는 것이에요. 근데 두  분이 어떻게든 묶인 것을 연기로 보여 드리려고 하는데 그걸 보면서 저는 ‘진짜 대단하다’ 그렇게 느꼈죠. 그것 역시 능력인 거잖아요(웃음).

저 같은 경우도 ‘티파니’ 편에서 국장님이 생방송 들어가기 직전에 티파니 혼자 춤추는 부분이 너무 비니까 우리 크루 중 한 명이 나가서 춤을 춰주면 좋지 않느냐 그게 SNL다운 것 아니냐 하셔서 즉흥적으로 제가 들어가서 춤을 춘 거에요. 안무도 안 짠 거고 저 혼자 프리스타일로 춘 거죠.


Q. 기억에 남는 호스트

너무 많은데 임팩트가 컸던 분은 제가 첫 데뷔하자 만났던 정성화 선배님이었던 것 같아요. 서울예대 선배님이기도 하지만 그 정도의 선배님이 촬영하다 중간에 저한테 오셔서 같이 밥 먹자 하면서 챙겨주시는 것도 처음이었고요.
샤이니의 종현이 형도 SNL로 만났는데 지금은 정말 친해졌어요. 사소한 만남이지만 일주일 동안 함께 몰두해서 준비 하면서 서로 친해질 수 있는 것이 SNL의 매력인 것 같아요. 고생을 워낙 많이 해서(웃음). 홍석천 선배님, 이수근 선배님과 촬영도 정말 즐거웠고. 이수근 선배님은 주말에 만나서 같이 축구도 해요.

Q. 종현이 형이라 불러서 다들 놀라기도 했잖아요.

종현이 형이 샤이니라 아이돌의 이미지가 워낙 강했잖아요. 또 제가 어리게 보이는 외모는 아니죠. 저도 인정해요. 하하. 그래도 전 좋아요. 오히려 빨리 나이 들고 싶다고 생각도 하고 그랬으니까요. 서른은 넘어야 제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이 많아질 테니 나이 빨리 먹었음 좋겠다 했죠.

Q. 평소에 축구를 자주 하나 봐요.

FC어벤져스라고 저희 축구팀이 있어요. 단장이 SS501 김형준 형이고 에디킴, 유승우, 알베 형, 백성현 형, 송지호, 이현우도 있고요. 제가 축구를 좋아해서 즐기는 편이에요.

Q. 배우 한재석 분과 동명이잖아요. 오해 아닌 오해도 받았을 것 같은데.

나이대가 있으신 분들은 한재석 선배님을 먼저 아시죠. 오히려 혼난 적도 있어요. 왜 이름을 안 바꾸고 나왔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고(웃음). 데뷔를 하고 나니까 선배님과 언젠가는 만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거에요(웃음). 저는 너무 친해지고 싶죠. 같은 작품에서 만나서 더 재밌지 않을까요? 예명을 사용할까 고민은 했었는데 그냥 내 이름으로 하자 싶었어요.

Q. 지난 해 말 SBS 2부작 ‘너를 노린다’ 통해 정극 연기를 선보였어요.

정극 연기를 대중 분들에게 보여진 것은 처음이죠. 학교 다닐 때에는 연극을 통해 정극 연기를 계속 했었지만(웃음). 저는 오히려 편했어요. SNL보다. 하하.

제 대학 동기나 친구들은 제가 SNL할거라고는 아무도 상상 못했다라는 쪽이었거든요. 평소에도 진지한 스타일이고 동기들끼리 연기 얘기하고 그렇게 지내는 편이니까. 연기를 하며 지금 진지하게 몰두해야 나중에 조금 편할 수 있을거야 라는 생각을 하곤 하거든요. 지금 놀면서 편한 마음으로 연기하고 그러면 가벼워질 것만 같더라고요. 스스로의 연기에 깊이 있어지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웃음).

정극을 하며 정말 편했던 것이 나와 있는 대본에 제가 캐릭터를 입히는 거잖아요. 표현을 하는 것이지 대사와 상황까지 바꿀 필요는 없었으니까. 감정을 표현하면 되니까 심리적으로 압박감은 줄어드는 거에요. 그래서 좋았어요. 제가 그 연기를 잘 했는지에 대한 답은 모르겠지만 하는 것에 있어 어려움은 적었던 것 같아요.

Q. 류덕환, 권율, 장영남 배우 등 선배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잖아요. 배울 것도 많았을 것 같아요.

류덕환 선배랑은 따로 연락하고 지낼 정도로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제가 선배님 에쿠우스 연극도 보러 가고 그랬어요. 사실 제가 연극하는 이유가 류덕환 선배님의 자극도 있었어요. SNL이나 방송을 하는 중에 연극을 하려고 할 때 고민이 많이 됐는데 그 시기에 류덕환 선배님을 보고 배우라면 연극을 해야 하지 않을까, 20대 때는 많이 쌓아놔야겠구나 생각을 해서 연극을 하게 된 거죠. 나오시는 선배님들 모두 잘 하시니까 첫 리딩하러 가는 날부터 많이 배웠어요.

Q. 연극 ‘우리가 처음 사랑했던 소년’ 출연 중이시잖아요. 맡은 배역과 간단한 스토리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5월부터 시작해서 8월초까지 예정이었는데 지금 두 달 정도 연극이 쉬고 있어요. 6월부터 쉬기 시작했어요. 8월에 다시 시작할 예정이고요.

너무 순수하고 말괄량이 같은 캐릭터의 ‘진희복’이라는 여자 주인공이 사랑을 아직 잘 모르지만 사춘기의 2차 성징을 겪는 내용을 다룬 극이에요. 그 친구에게 사랑이라는 것을 깨워주는 역할이 제가 맡은 ‘정인형’이라는 역이고요. 전학을 와서 사랑이란 감정을 알려주고 ‘김성탄’이라는 ‘진희복’의 죽마고우로 등장하는 친구와 ‘진희복’ 사이에서 삼각관계가 이뤄지면서 사랑의 메신저가 되는 역할인 거죠.

8월에 파크 에비뉴 엔터 식스 한양대점 공연장에서 다시 만나 뵐 예정이에요. 주 4회 공연이고 저는 한 주에 두 번 나와요. 여름이다 보니 공연이 비수기라 아쉬워요. 소설 ‘이차성징’이 원작인데 희극성이 있고 젊은 감각이 있어서 어른들도 좋아하시고 어린 친구들도 좋아하는 공연이에요.

Q. 팬분들도 많이 찾아오겠네요. 아무래도 브라운관 보다는 실제로 배우를 만날 수 있는 것이 연극이기에 더욱 좋아할 것 같은데.

매회 와주는 팬들이 있어요. 너무 고맙죠. 그 친구들은 어떻게 보면 저를 만들어주는 사람이에요. 은비, 민경이, 진주. 민경이가 두 명인데(웃음). 학교 끝나고 야자 마치고 뛰어오는 친구들도 있고 너무 고맙죠. 그 친구들은 제가 앞으로 배우로서 인생을 살아가며 함께 갔으면 좋겠다 느끼는 팬들이에요.


Q. KBS 드라마 스페셜 ‘전설의 셔틀’에도 출연 예정이라 들었어요. 역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줄거리 들려주세요.

단막극 형식이고 아마 방송은 8월 즈음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촬영은 마쳤고요. 남자 고등학교에서 셔틀이란 안 좋은 문화가 있잖아요. 그것을 풍자, 비판해서 거기에 희극적인 요소를 담아 재미있게 풀어낸 드라마에요. 제가 맡은 역할은 주인공이 전학 가기 전 학교의 싸움 짱이고 주인공을 괴롭히는 역할이에요. 악랄하게 변했죠. 하하.

촬영장에서 욕 정말 많이 먹었어요. 진짜 성격이 그러냐고 그러시더라고요(웃음). 진짜 연기를 잘하거나 정말 성격이 나쁘거나 둘 중 하나라고 하실 정도로 몰두해서 보여드렸어요.

Q. 아직은 많은 무대 혹은 방송에서 만나지는 못한 것이 아쉬워요. 연기를 해오며 꼭 맡고 싶은 캐릭터 혹은 영화나 드라마 속 탐나는 역할 있었을까요.

지금 제 나이의 배우들은 똑같이 생각할 거에요.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모든 역할을 다 해보고 싶죠. 내가 하면 어땠을까, 저만큼 할 수 있었을까 하면서 현실적인 부분들을 생각하게 되죠. 또 제가 이제는 촬영장 경험을 조금이나마 해봤기 때문에 이 현장에서 저 정도 깊이의 연기를 지금의 내가 맡는다면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도 하게 되고요. 그러면서 지금부터 맡고 있는 작은 역할들을 잘 쌓아 나가야 저에게 그런 역할이 주어졌을 때 정말 씹어먹을 정도로 잘 하겠다 그런 각오 있잖아요. 그런 것이 생겨요. 그래서 저 역할을 내가 하고 싶어 라기 보다는 언젠가 나에게 그런 배역이 주어졌을 때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 라는 생각을 많이 하죠. 누군가가 잘 해놓은 것 말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뭘까 생각을 하게 되요.

가령 오디션을 볼 때에도 연기는 잘 하는데 캐릭터가 좀 불분명하네 그런 얘기들을 하시면 저는 당당히 얘기해요. ‘당연히 불분명하죠. 감독님, 제가 이제 데뷔한 지 3년 됐는데 벌써 캐릭터가 있는다는 것이 무리이지 않을까요. 그러니 캐릭터를 만들어주세요. 그러면 그대로 제가 빨아들여서 하겠습니다’고 하죠. SNL에서 제가 맡은 역할이 100개는 넘어요. 수 많은 역을 다 해봤다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제가 그런 역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 생각해요. 저 스스로 모든 배역을 알기 전까지는 다 해봐야 한다 생각해요(웃음).

Q. 서울예대 출신, 쟁쟁한 선배들 많을텐데 가깝게 지내는 분들 누가 있나요.

지금 SNL 같이 하는 신동엽 선배님, 정성호 선배님, 김민교 선배님, 정성화 선배님 또 제일 가깝게는 권혁수 선배님이 계시죠. 워낙 돈독하게 지낼 수 밖에 없는 프로그램이기도 하고 크루라는 말을 쓰는 유일한 프로그램이 바로 SNL이잖아요.

아이돌하고 있는 마이 네임의 세용이라는 친구랑 크레용 팝의 초아도 모두 서울예대 친구들이에요. 이경이 형이랑은 대학 동기고요. 박서준 선배님도 학교 다닐 때 같이 다녔어요. 선배님은 그때에도 너무 멋있으셨죠.

Q. 연기자를 준비하며 힘든 시간도 많았을 것 같아요.

연기를 하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부터 힘든 것이 찾아온 것 같아요. 연기 배울 때 선생님께서도 ‘넌 어느 학교를 갈지가 문제지 학교는 갈 거야’ 그러셨는데 제가 입시에서 싹 다 떨어졌어요. 그래서 나는 연기를 하면 안되나, 나랑 안 맞는 길인가 그런 고민도 했었죠. 근데 버텨보자는 마음을 가졌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이건데 그래도 끝까지 가봐야 하지 않겠냐 그렇게 마음먹고 해보다 보니까 서울예대에 들어가게 된 거죠. 그 후로 아이돌 준비를 하다가 팀이 해체되면서 나머지 멤버 4명은 이쪽 일은 안 하겠다 하더라고요. 나가면서 저에게 같이 나가자고 권유를 해줬는데 저는 배우가 꿈이니까 연기 할래 라고 하고 거절했죠. 그 후로는 한 달에 60만원 정도 받는 카페 아르바이트를 다니면서 말 그대로 ‘미친 사람’처럼 돌아 다녔던 것 같아요.

프로필 인쇄해서 가방 속에 두껍게 챙겨 다니면서 알바 마치면 오후에 강남으로 넘어 와서 광고 에이전시 회사 같은 곳 돌아다니면서 들어가서 오디션 진행하시는 것 없느냐, 신인 배우인데 써달라고 하고 매일을 그렇게 보냈죠.

그러다가 어느 날은 작은 아버지 덕에 ‘부산 국제 영화제’ 리셉션하는 장소에 갈 수 있게 되었어요. 양복 단벌로 입고 가서 박찬욱 감독님, 봉준호 감독님한테 명함 사이즈로 만든 제 프로필 드리면서 나중에 꼭 한번 써달라고 번호 받아오고 그랬어요. 송강호, 김윤석 선배님은 저에게 연기 가르쳐주신 이민섭 선생님과 함께 연극을 하신 패밀리에요. 그래서 선생님 얘기하면서 제자라고 인사 드리고 술 한잔 얻어 마시고 그랬죠.

Q. 패기가 정말 대단하네요.

그때는 정말 미쳐있었던 것 같아요. 연기가 너무 하고 싶은데 도대체 어떻게 하면 되지 싶은 마음에 두드려보자 그런 생각을 품고 여기저기 두드리고 다녔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어요(웃음). 당연히 떨렸지만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제가 너무 목 마르고 배고프니까.

또 기억나는 것이 그 자리에 박서준 선배님이 계셨는데 막 인기가 오르셨을 때였는데도 불구하고 먼저 인사 해주시는 거에요. 선배님도 정신 없으실 자리였는데 바쁜 와중에도 후배라고 인사 해주시고 너무 감사했죠.

Q. 그 후 어떤 효과가 보였던가요.

일 적인 효과가 오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에 자신감이 차더라고요. 이렇게 까지 했는데 못할게 뭐 있어 싶은 자신감이요. 하하. 마음 가짐이 달라지는 거죠.

Q. 살면서 혹은 연기를 해오며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은 언제였을지

아무래도 SNL 시즌5 첫 날이겠죠. 첫 방송, 잊을 수 없는 것 같아요.
리딩하러 갔는데 신동엽 선배님을 비롯해서 엄청난 분들이 함께 앉아계시니까 진짜 떨리더라고요.

제가 그날 맡은 역이 윤형빈 형님 매니저 역할이었는데. 첫 역할이 맞아 죽는 역할이었거든요. 하하. 방송 마치고 선배님들이 ‘신인 배우로서 첫 데뷔가 생방송이었는데 그 정도면 잘 한 거다’ 라는 칭찬을 해주셔서 더 잊을 수 없었던 것 같아요.

Q. 혹 연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한재석은 무얼 하고 있었을까요.

저는 운동했을 것 같아요. 아마 축구선수? 하하. 어렸을 때 제일 하고 싶었던 것은 스케이트 선수였어요. 어렸을 때 남들이 너 뭐 잘하냐고 물어보면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었던 것이 축구랑 스케이팅 두 가지였거든요. 따로 배운 적은 없었지만 3살 때부터 롤러블레이드를 탔고 아이스 링크장에 던져두면 날아다녔죠. 하하. 도 대회에도 나갔을 정도로 너무 좋아했어요.

Q. 의외의 장기네요. 그런 모습을 배역으로 보여주시게 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웃음).

맞아요. 그런 역할을 하면 완전 자신 있죠. 하하. 선수이지 않는 이상 웬만한 분들보다 제가 잘 할 자신 있어요(웃음).


Q. 플스방에도 자주 출몰(?)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중학교, 고등학교 때 정말 친했던 친구들이랑 플스방을 좋아해서 자주 다녔어요. 근데 성인이 되고 서로의 삶이 너무 바빠지니까 그런 것을 못했죠. 작년부터 플스방에 자주 가게 된 거에요. 친구들끼리 오랜만에 모였는데 이야기가 나와서 갔더니 중학교 때로 돌아간 느낌을 받았죠. 어렸을 때는 우리가 이렇게 놀았는데 지금은 왜 마치 정말 어른이 된 것 마냥 만나면 술 먹으러 가고 그럴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친구들과 플스방에서 자주 어울렸던 것 같아요. 하하. 게임하다보면 진짜 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하하.

Q. 재석씨의 이상형도 안 들어볼 수 없겠어요.

내적인 부분은 대화가 통하는 것이 중요해요. 굳이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아도 같이 있으면 편안한 사람이 좋아요. 함께 있을 때는 저를 눌러줄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분. 제 직업이 늘 상 들떠있고 업 되어 있는 일이 많으니까 저를 차분하게 해줄 수 있는 분을 만나고 싶죠. 또 저 역시 상대방이 사회 생활을 하고 돌아왔을 때 안식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고요.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또 보살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좋아요.

Q. 연애할 때 어떤 스타일인가요.

저는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달려가요. 좋아할수록 스킨십도 많아지고 같이 있고 싶고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만큼 표현을 해줘야지 안다고 느끼기 때문에 더 많이 표현하려고 해요. 사람은 말을 하지 않으면 잘 모르잖아요. 연인 사이엔 더욱 그렇다고 생각하거든요. 하하. 근데 저희 아버지도 무뚝뚝하셔서 보고 자란 것이 무뚝뚝한 거라 마음은 그러고 싶은데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마음은 다 해주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서 헤매기도 했던 것 같아요(웃음).

친구들보다는 여자친구랑 시간을 보내고 싶어지고 그렇죠. 다만 일에 좀 더 몰두하는 편이라 그게 좀 단점이기는 할 것 같아요. 그래도 제 나름대로는 일 잘하는 남자친구가 되고 싶어 그러는 부분도 있지만요. 하하.

Q. 앞으로 어떤 연기자를 꿈꾸는지

늘 말씀 드리지만 제가 연기를 잘하고 실력이 좋아서 이렇게 살아남는 것은 아니라 생각해요. 지금까지 잘 버티고 살아 남다 보니까 배우로서 잘 온 것이라고 느끼거든요. 연기도 그렇다고 생각하고요. 지금 당장 엄청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는 아니지만 계속 버티고 해오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범접할 수 없는 나만의 연기를 하고 있지 않을까 또 그러기 위해 앞으로 다가 올 힘든 시간들도 버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 그런 배우가 되고 싶은 거에요. 어느 순간 하늘에서 뚝 떨어져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아니라 충분히 쌓아와서 마땅한 자리에 갔을 때에도 잘 유지하고 더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과거가 있는 배우, 살아온 인생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요.

제 아버지께 감사 드리는 것이 중학교, 고등학교 당시 제가 배우하고 싶다고 했을 때 ‘학생은 학생답게 지금 삶을 누리고 고3 입시 때 연기를 하면 좋겠다.’ 그러셨거든요. 그렇기에 오히려 지금 학생 연기 할 때 더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는 것 같다 느꼈어요. 다 때에 맞는 게 있다 생각하기 때문에 여유 있게 생각하고 싶어요.

잘 버티고 살아남아서 오랜 시간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 그리고 속도는 느리더라도 잘못된 길로 가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Q. 한재석의 한마디

저를 아시는 대부분의 팬들이나 대중들은 저를 SNL 속의 이미지로 생각을 많이 해주실 거에요. 하지만 SNL의 코믹한 이미지보다는 정극 속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드릴 수 있는 부분이 정말 많거든요. 이런 부분은 저의 숙제이기도 할 테지만 다른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테니 그런 모습을 마음을 열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SNL의 한재석은 절대 뗄 수 없고 또 감사한 저의 명찰이지만 제가 이것뿐 아니라 다른 모습도 보여드릴 수 있게 넓은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만큼 열심히 연기하고 노력하고 진지하게 할 것이니 질책도 해주시고 칭찬도 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기획 진행: 박승현, 이주신
포토: bnt포토그래퍼 김연중
의상: 트렁크 프로젝트, 코모도 스퀘어, MUNSOO KWON, MSKN2ND
슈즈: 로버스, 닥터마틴
헤어: 크로체나인 지윤 실장
메이크업: 크로체나인 서이 실장
장소: 아이니드 카페, 이브자리 코디센 삼성점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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