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차 값은 소비자가 정한다

입력 2016-07-05 08:20   수정 2016-07-05 10:22


 "벤츠의 차 값은 순전히 소비자가 정한다고 생각합니다. 제품에 충분한 가치를 느꼈기 때문에 소비자가 할인에 상관없이 제 값을 지불하고 차를 구입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있었던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신차 출시 행사에서 회사의 고위 관계자가 한 말이다. 경쟁 브랜드 대비 할인에 인색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이런 대답을 내놓은 것이다. 한 마디로 할인하지 않아도 잘 팔리니 할인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애써 돌려 표현한 셈이다. 실제 가격과 상관없이 E클래스의 현재 계약은 폭발적인 수준이다. 벤츠코리아는 물량만 뒷받침된다면 E클래스만 연간 2만대 이상 판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이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은 벤츠의 승용차 부문에서 세계 8번째 큰 시장으로 올라선 지 오래다. 게다가 E클래스는 3번째, S클래스 판매는 5번째로 많은 국가다. 말 그대로 국내 소비자들의 벤츠 사랑(?)이 끊이지 않고, 덕분에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한국법인 설립 이후 가장 많은 3조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 또한 할인이 없으니 유통마진도 높아 판매사 수익도 쏠쏠하다. 국내 유명 대기업이 어떻게든 벤츠 판매권을 따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배경이다. 한 마디로 소비자의 사랑(?)이 벤츠의 높은 가격을 유지해주는 원동력이다.

 그런데 소비자가 가격을 결정한 사례는 폭스바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디젤스캔들을 겪은 폭스바겐이 국내 판매 활성화 방안을 찾다 '대폭 할인'을 내건 바 있다. 결과는 대성공. 해당 프로모션을 내걸었던 달에만 월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할인이 소비자 마음을 돌렸고, 기업의 도덕성과 달리 제품에 대한 신뢰도는 판매 증가로 연결됐다. 

 벤츠와 폭스바겐의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은 소비자가 기업의 제품 가격 결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벤츠는 인기가 많아 무할인, 폭스바겐은 판매 위축에 따른 파격 할인이 소비의 촉매제로 활용됐으니 말이다.   

 그런데 일부 소비자들은 국내 수입차 가격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불만을 제기한다. 그럴때 마다 여론은 '다국적기업이 국내 시장을 봉으로 보는 처사'라며 들끓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판매 성적을 보면 여론의 비판과는 거리가 멀다. 높은 가격이라고 비판 받는 제품은 보란듯 잘 팔리고, 합리적 가격으로 평가받는 제품은 고전을 면치 못하기도 한다. 이를보면 '여론=판매'라는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제품 가격 결정은 누가 하는 것일까. 바로 소비자다. 이익에 관해서라면 기업 뿐 아니라 소비자 또한 철저해서다. 할인하지 않는 벤츠를 앞다퉈 사려는 소비자는 기업의 제품 가격을 높여주는 것이고, 폭스바겐을 보다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소비자는 구매비를 줄이는 것이어서 이익이다. 그래서 벤츠와 폭스바겐을 보면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설명하기에 딱 좋은 사례다. 수요가 많되 공급이 부족한 벤츠이고, 수요가 줄어 공급을 늘리려는 곳은 폭스바겐이니 말이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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