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과 연말연초는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면허시험장이나 학원으로 몰리는 시기다. 특히 방학을 맞아 여유가 생긴 대학생이나 휴가철을 앞둔 사회초년생이라면 드라이빙의 유혹에 흔들리기 십상이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쉬운 나라로로 손꼽힌다. 전국 수많은 면허학원들은 '쉽고 빠르게'란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미래 초보 운전자들을 위한 운전면허 취득 과정을 소개한다.
▲여행 가려고 면허를 땄는데, 밴을 몰 수 없다고?
생애 첫 자동차 운전면허를 따는 사람이라면 1종보통과 2종보통을 신청할 수 있다. 건설기계나 대형트럭 등을 몰 수 있는 1종 대형의 경우 자격 조건 중 '운전 경험 1년 이상'이란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2종보통면허 소지자는 일반 승용차와 정원 10인 이하의 승합차, 적재중량 4t이하 화물차와 총중량 3.5t 이하 특수자동차 등을 운전할 수 있다. 여기에 1종면허는 15인승 이하 승합차와 12인승 이하 긴급자동차, 적재중량 12t 미만 화물차, 건설기계(도로를 운행하는 3t 미만 지게차), 총중량 10t 미만 특수자동차(구난차 등 제외) 등이 추가된다.
예를 들어 쌍용차 코란도 투리스모의 경우 11인승과 9인승이 판매되는데, 2종면허 소지자라면 11인승을 운전할 수 없는 셈이다. 시험 난이도에 큰 차이가 없고, 이후 편의성 등을 고려해 1종 보통을 취득하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주행 및 도로 시험에서 1종은 1t 트럭, 2종은 소형 승용차를 이용하는데 트럭이 시동이 덜 꺼지고 전방 시야가 좋아 오히려 운전하기 더 편하다는 사람도 있다.
▲만 18세 이상이면 '도전 가능'
대한민국 공도에서 자신의 책임 아래 스티어링을 잡고 운전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만 19세 이상이어야 한다. 1종대형과 1종특수면허는 만 19세이상, 1종보통과 2종보통면허는 만 18세 이상부터 취득할 수 있다. 1종과 2종 장애인면허 역시 연령제한은 일반면허와 동일하다.
운전은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아니다. 당연히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신체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1종은 양안시력(두 눈으로 동시에 볼 때의 시력) 0.8 이상, 각안시력(각각의 눈으로 따로 잰 시력) 0.5 이상이어야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2종은 양안시력 0.5 이상이면 된다, 한쪽 시력이 없는 경우 다른 쪽 시력이 0.6 이상이면 2종 면허는 응시할 수 있다. 올해 11월부턴 한쪽 시력만 있어도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1종 보통면허를 딸 수 있다.
신호등이나 각종 교통신호를 알아보려면 색채식별도 가능해야 한다. 적/녹/황색의 색채를 구별할 수 있는지 간단한 검사가 필요하다. 청력의 경우 1종 대형 특수면허에 한해 55데시벨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보청기 사용자는 40데시벨의 소리를 식별해내야 한다.
이밖에 정신질환자나 뇌전증 환자, 양쪽 팔의 팔꿈치관절 이상을 잃었거나 양쪽 팔을 쓸 수 없는 사람, 의약품 또는 알코올 중독자 등은 면허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도로교통공단은 고시하고 있다.
▲학과-기능-도로 3단계면 끝
운전면허 시험은 크게 학과시험, 기능시험, 도로주행시험 등 3단계로 나뉜다. 학과시험은 운전자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도로교통 및 자동차 관련 지식을 확인하는 단계다. 전국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컴퓨터로 시험을 치른다. 시험에 응시하려면 면허시험장에서 안전교육을 1시간 이수해야 한다. 운전전문학원에 등록했다면 5시간 교육을 받게 된다.
시험 범위는 현재 문제은행 방식으로 730문제가 공개돼 있는데,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1,000문제로 확대될 예정이다, 합격점수는 1종 70점, 2종 60점 이상으로, 일반적인 상식을 갖추고 컴퓨터 사용이 익숙한 사람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다. 그러나 통과가 쉽다 해도 전문가들은 시험 전 교육수업을 꼼꼼히 듣고 단 몇시간이라도 교재를 풀어보는 걸 추천한다. 의외로 기본적인 자동차 조작 요령이나 교통 신호, 도로 상에서 통용되는 예절 등을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학과시험을 통과했다면 다음은 장내 기능시험 차례다. 운전전문학원을 이용하는 경우 2시간 의무교육을 이수한 뒤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학원에 등록하지 않고 스스로 운전면허시험장에 등록한 경우 하루에 안전교육부터 기능시험까지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현재 기능시험은 50m를 주행하면서 기본적인 조작 능력과 차로 준수, 급정지 등만 평가할 정도로 평이하다. 그러나 처음 운전대를 잡았다는 긴장감 때문에 안전띠를 매지 않거나 시험관의 간단한 지시를 알아보지 못하는 등 다소 황당한(?) 이유로 출발도 하지 못하고 실격 처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능시험에 탈락하면 3일 후 재응시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장내 기능시험이 강화될 예정이다. 주행거리가 300m 이상으로 길어지고 좌·우회전, 신호교차로, 경사로, 전진(가속), 직각주차(T자 코스) 등 5개 항목을 추가한다. 이중 T자 코스는 예전보다 도로폭을 좁혀 실질적인 주차 능력을 검증하게 된다. 현행 기준으로 장내기능시험 합격점수는 1종과 2종보통 모두 80점 이상이다.
장내기능시험에 합격하면 연습면허증이 발급된다. 연습면허증이 있다면 동종 이상 면허증을 취득한 지 2년 이상 지난 사람이 함께 차에 탄 경우에 한해 스스로 도로 위를 달릴 수 있다. 도로주행교육을 6시간 이수했다면 이제 마지막 관문인 도로주행시험에 도전할 차례다.
도로주행시험은 각 면허시험장 주변 일반 도로에서 이뤄진다. 사전에 정해진 총 주행거리 5㎞ 이상의 여러 코스 중 매 시험 별로 임의 선택해 시험이 이뤄진다. 시험항목은 운전자세, 제동장치와 조향장치 조작, 직진 및 회전, 진로변경, 평행주차 등 87개 항목이다. 동승한 시험관이 채점표의 의해 감점 방식으로 점수를 매긴다. 여기서 70점 이상을 받아야 면허를 받을 수 있다.
수험자가 공도 위에서 차를 모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3회 이상 출발하지 못하는 경우, 클러치를 제대로 조작하지 못해 5회 이상 시동이 꺼지는 경우, 급브레이크를 밟는 경우, 교통사고 발생, 안전띠 미착용,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등이 대표적인 실격 사유다. 기능시험과 마찬가지로 실격 시 3일 이후 다시 응시 가능하다.
▲면허는 최소 기준일 뿐...많은 연습이 필요
도로주행시험까지 합격했다면 즉시 본 면허를 발급받을 수 있다. 이제 스스로 운전할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대부분의 초보운전자들은 냉혹한 도로 위의 현실 앞에 좌절하게 된다. 조금의 주저함에도 '선배'들은 관용을 베풀지 않고 거친 몸놀림과 시끄러운 크랙션 소리로 위협을 가한다. 방향지시등을 켜도 도무지 끼어들 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면허를 딴 뒤엔 집 근처 익숙한 도로에서부터 조금씩 운전 연습을 하는 게 좋다. 내 차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운전 중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조금씩 체득할 시간이 필요하다. 익숙지 않은 곳에서 길을 헤매거나, 출퇴근 시간대에 막히는 도심에 들어서면 조급함이 앞서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 출퇴근이나 통학이 목적이라면 전문학원의 연수 프로그램도 도움이 된다. 정해진 길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이나 헷갈리기 쉬운 길 등을 전문 강사가 꼼꼼히 가르쳐줘 빠르게 운전에 적응할 수 있어서다.
흔히들 운전자가 가장 위험한 시기가 면허를 따고 1년 전후라고 말한다. 운전에 어느 정도 자신이 생기는 시기여서다. 20년 이상 무사고를 달성한 모범 택시 운전사도 아침에 길에 나서면서 항상 조심하자고 기도한다고 한다. 운전의 즐거움을 오롯이 즐기려면 무엇보다 초심을 잃지 않고 안전을 중요시 생각하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 쌍용자동차, 2016 상반기 '9년 만에 흑자'
▶ [시승]길이와 고급감 모두 늘린 BMW 740Li x드라이브
▶ [시승]재규어의 자존심, 뉴 XJL 3.0D 프리미엄 력셔리
▶ 테슬라 게 섰거라, 패러데이퓨처 나가신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