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환경부의 행정권력과 폭스바겐의 제품력

입력 2016-08-03 14:48   수정 2016-08-20 23:59


 디젤 배출가스 조작 사안이 환경부와 아우디·폭스바겐 사이에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서류조작을 근거삼아 '인증 취소'라는 강력한 행정처분의 칼을 휘두른 환경부에 맞서 아우디·폭스바겐은 'EA 189 엔진의 배출가스 조작 혐의'만큼은 반드시 벗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증서류 조작은 위법을 인정할 수 있지만 환경부가 주장하는 '배출가스 조작'은 제품과 관련한 것이어서 도덕적 비난에도 여전히 '기계적인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법리적으로 판단받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9월 이후 전개된 미국 내 보상과 관련, 국내 소비자들의 '차별' 인식을 '차이'로 바꾸려면 법리적 판단에 근거할 수밖에 없고, 현재 위기상황을 돌파하는 방법 또한 법적 판단이 유일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이 법리적 판단에 집착하는 배경은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보다 화살의 방향을 돌려 놓기 위해서다. 미국과 한국은 디젤승용차의 배출가스 기준이 달랐던 만큼 한국 내 수입제품은 한국 기준을 따랐고, 이 과정에서 기계적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다. 다시 말해 아우디·폭스바겐 제품에 문제를 삼으려면 한국 내 배출가스 기준이 강화돼야 했지만 환경부의 제도 보완 미비는 놔둔 채 미국 내 보상 등을 비교하는 것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다.

 나아가 법적 판단으로 갈 경우 2007년 이후 수입한 아우디·폭스바겐 제품과 다른 제조사의 디젤차 배출가스를 공식 비교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배출가스가 적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아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방침이다. 인증서류 조작에 따른 기업의 도덕적 비난을 극복하는 길은 오로지 '제품'밖에 없다고 판단, 이 부분을 법정에 올리겠다는 얘기다.

 아우디·폭스바겐 관계자는 "환경부의 조작 주장이 옳은지, 배출가스 조작이 아니라는 우리의 주장이 잘못된 것인지 객관적인 판단을 받아보자는 게 기본입장"이라며 "소송에서 기계적 문제가 있다면 이후 보상절차를 밟을 것이고, 없다고 하면 제품에 씌워진 조작 굴레는 벗어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환경부도 소송에 이미 대비하고 있다. 내부 법률자문은 물론 외부 로펌을 통한 자문 결과 승소를 자신하고 있다. 일단 환경부는 인증 취소에 따른 아우디·폭스바겐의 행정소송에 대비하고 있다. 만약 법원이 판매중지라는 행정처분 집행을 중지시키면 즉각 항고할 태세다. 나아가 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승소하면 그 사이 판매한 차종에 대당 1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재인증 신청 때 서류검사뿐 아니라 확인검사까지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마디로 인증에 최대한 시간을 끌어 판매중지를 장기화시킨다는 계획이다. 기업이 판매할 제품이 없는 것처럼 무거운 압박이 없음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아우디·폭스바겐에 '기계적 문제'를 인정하라고 맞서는 중이다. 게다가 인정하면 판매를 재개할 수 있도록 재인증을 쉽게 내줄 수 있다는 점을 은근히 내비치고 있다.   

 행정소송은 아우디·폭스바겐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본질인 배출가스 조작과는 관련이 없어서다. 그러나 배출가스 조작에 관한 문제에선 여전히 물러서지 않고 법리적 판단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들로선 보상보다 제품에 대해 '문제없음'을 인정받는 것만이 자존심의 회복이고, 소비자 보상의 경우 법원에서 '문제없음'을 인정받은 후 해도 늦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지금의 사태가 여론에 밀린 환경부의 과도한 행정권 남용인지, 아니면 국내 배출가스제도의 허술함인지 따지는 게 우선이고, 그래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만신창이가 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는 길도 '제품' 외에는 없다는 확신을 반영했다. 

 결론적으로 환경부와 아우디·폭스바겐의 이번 갈등은 쉽게 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제품만큼은 인정받으려는 제조사와, 그들로부터 잘못을 시인받으려는 환경부의 자존심 싸움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목적을 위해 환경부는 '인증취소'라는 막강한 행정권력을 동원했고, 그 것이 강력한 조치임을 잘 아는 아우디·폭스바겐 또한 행정처분은 받되 제품 문제는 끝까지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그런데 양자 간 소송에서 누가 이기든 그 결과는 소비자와 판매사에게 미칠 수밖에 없다. 판매사는 당장 팔 차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소비자는 중고차가격이 떨어져 피해가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수입사 또한 적지 않은 피해를 입게 되고, 환경부도 인증과정의 불투명성이라는 약점을 노출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양측은 자존심을 건 소송전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송 결과에 따라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여기서 소송이란 현재 벌어진 환경부의 행정처분이 아닌 배출가스 조작 여부에 관한 법적 판단이다. 먼저 아우디·폭스바겐이 승소했을 때다. 기계적 문제가 없다는 점을 입증하면 통상법에 따라 환경부에 피해보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위법이 아니라면 상대 기업에게 불이익을 주면 안된다'는 통상규정에 근거해서다. 또 제품에 문제없음이 인정된 만큼 신뢰회복 차원에서 자발적 보상에 나설 수 있다.   

 반대로 환경부가 승소했을 때는 수입사가 '문제있음'을 인정하는 형국이고, 이에 따른 리콜 및 보상절차를 강제적으로 마련하게 된다. 또 법원의 판단결과는 검찰이 진행중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경부가 승소할 경우 변수가 하나 생긴다. 이른바 아우디·폭스바겐의 '한국시장 철수' 가능성이다. 어차피 한국 내에서 법원을 통한 소비자 신뢰회복에 실패한 만큼 기업활동을 이어 갈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수많은 소비자의 애프터서비스는 물론 판매사의 생존을 위협받는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아우디·폭스바겐의 유일한 돌파구가 소송이고, 환경부도 여론에 떠밀려 벼랑 끝에 섰다. 한 마디로 합의에 의한 후속절차를 논의할 시점은 지나버렸다는 뜻이다. 법원 판단에 따라 둘 중 하나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그래서 환경부는 현 상황에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다. 막강한 인증권한을 휘두르면 꼬리를 내릴 줄 알았는데 아우디·폭스바겐은 그렇지 않아서다. 이 회사엔 제품의 '문제 없음' 판단이 한국 내 사업의 지속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여서 물러설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극적인 타협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현재로선 타협을 해도 양측 모두 국민적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따라서 이제 판단의 몫은 법원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따라서 대기환경보전법 46조에 부속된 임의설정 규정을 언제부터 적용할 수 있는 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곧 이번 사안의 결론이 되는 셈이다. 그리고 법원 결정에 따라 아우디·폭스바겐의 운명도 결정된다. 행정처분에 관해서가 아닌, 배출가스 조작에 대해 아우디·폭스바겐이 법원의 문을 두드릴 기회를 엿보는 이유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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