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끝판왕 배우, 정태우

입력 2016-08-18 10:33  


[김민수 기자] 배우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각이 진화하고 있다. ‘어떤 배우가 나올까’라는 단순한 자각이 아닌 ‘어떤 연기력을 보여줄까’라는 개념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배우 정태우가 보여준 30년 연기 속 가치는 남다른 가치가 올려져 큰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바로 배우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즉, 우리가 원하던 배우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그야말로 가슴에서 느낄 수 있는 배우라고 말할 수 있다. 더불어 육아 예능을 통해 자상한 아빠의 면모를 보여주며 배우의 모습뿐만 아니라 어엿한 가장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5살부터 시작한 연기가 벌써 30년째에 접어들지만 여전히 배우의 직업이 새롭다고 말하는 정태우. ‘지금부터가 시작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기다리는 그와 만남을 가져봤다.

Q. 화보 소감 간단히 부탁한다.

너무 편하게 잘 해주셔서 감사했고 생각보다 빨리 끝났더라. 소화하기 힘든 의상들이었는데 이런 화보 촬영이 아니면 언제 입겠는가(웃음). 오늘 즐거웠고 의상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마음에 들었다.

Q. 먼저 SBS 예능 육아 프로그램 ‘오! 마이 베이비’(이하 오마베)를 시작할 때 반응은 어땠는가.

일단 아내와 아이들에게 꽃가족이라는 반응이 있을 정도로 뜨거웠고 안 좋은 댓글보다 응원해주는 댓글이 더 많더라. 예쁘게 잘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Q. 많은 육아 프로그램 중에 ‘오마베’를 선택한 이유는.

3~4년 전 MBC 예능 ‘아빠! 어디가?’를 시작할 때부터 늘 출연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 이후에 KBS2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도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여러 가지 시기나 선택하는데 있어서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다가 KBS2 드라마 ‘장사의 신-객주 2015’가 끝날 때쯤 ‘오마베’와 연결이 됐다. 바쁜 일정 때문에 한두 번 집에 가는 정도였고 맨날 아내가 보내주는 아이들 동영상만 보다가 ‘오마베’ 출연 이후에는 다하지 못한 육아를 시작하게 됐다(웃음).

Q. ‘오마베’,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가족들 모두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카메라가 숨겨져 있고 카메라 감독님들이 따라 다니니깐 불편하고 그 상황에 얼마나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오겠나. 하지만 다행히도 아내와 아이들이 금방 적응을 하더라. 사실 나도 정말 부담스러웠는데 아내와 아이들은 얼마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카메라 앞에서 가식적인 부분이 없이 젖어든 것 같아 고맙더라. 그리고 우리 가족을 맡은 피디가 편안하게 해줘서 덕분에 이야기가 잘 진행이 된 것 같다. 비록 방송이 폐지된다는 기사가 났지만 일주일에 ‘오마베’ 촬영하는 날이 기다려지는 날이었다.

Q. 고마운 프로그램, ‘오마베’

방송에 나오는 부분들이 전부 보기 좋고 좋은 부분들만 나오지 않는가. 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우는 모습 등 여러 가지들이 있지만 그런 부분들을 비추게 되면 시청자들이 불편할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 그래서 이런 좋은 모습들이 방송에 나오면 하린이는 모르지만 하준이는 알더라(웃음). 어쨌든 즐거워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Q. 그렇다면 다른 아빠들보다 잘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다른 아빠들에 비해 젊은 아빠지 않나(웃음). 체력적으로 봐도 잘 놀아주는 것이다. 회사에 다니시는 직장인 아빠들은 매일 출, 퇴근에 시달리며 주말에는 누워서 자기만의 시간도 갖고 싶을 텐데 그런 부분들이 차이가 있는 것 같더라. 물론 나 같은 경우는 작품을 하고 있을 때 같은 기분이 들겠지만 작품이 없고 쉬고 있을 때에는 전적으로 놀아 줄 수 있지 않나. 평일에 학교 데려다 주고 데려 오는 것들이 백수 아빠가 아니고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첫째 아들 친구들이 부러워하더라.

Q. 효자 하준이, 유난히 정이 많은 이유가 있다고.

하준이가 17~18개월 때 아내가 복직을 했다. 직업이 승무원이다 보니 해외에 3~4일정도 있다가 오는데 그 시간에는 하준이와 같이 있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래서 더욱 정이 들었던 것 같다. 아이가 아빠에게 칭찬받거나 인정받는 것을 정말 좋아하고 아빠를 많이 배려한다. 잘 때 침대에서도 어른스러운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웃음). 예를 든다면 지금도 종종 나누곤 하는데 ‘여자들은 왜 그러는지’ 이런 남자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하준이가 3~4살 때 자다가 침대에 지도를 그린 적이 있었다. 감기 걸릴까봐 옷을 갈아입히려고 깨웠다. 그런데 보통 아이들은 놀랄 텐데 하준이는 벌떡 일어나더니 ‘아빠 내가 피곤했나봐’라고 하더라(웃음). 고작 4살인 아이가 그런 말을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었는데 아이들은 말을 배워 나갈 때가 가장 예쁜 것 같다.

Q. 설리 닮은 아내, 어떤 모습을 보고 반했는가.

어렸을 때 제복 입은 여자에 대한 환상이 있지 않나. 아내가 스튜어디스다. 처음 만났을 때 신선하더라. 확 마음에 든다거나 한눈에 반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차근차근 몇 번 만나다보니 순수함을 느껴 점점 정이 든 것 같았다.

당시 내가 군대를 갔다 오지 않은 상태에서 3년 반을 연애했었다. 그런데 고민이 되더라. 결혼을 하고 군대를 가야하는지, 아니면 군대를 갔다 오고 결혼을 해야 하는지 말이다. 하지만 이 순간을 놓치면 결국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더라. 그래서 결혼을 하고 군대를 간 것인데 오히려 아내가 기다리는 부분이 더 힘들 것 같던지 먼저 결혼을 하자고(?) 그러더라(웃음).

Q. 유독 다른 부부들에 비해 가족사진이 많다. 행복한 부부가 될 수 있는 본인만의 비결이 있다면.

만 3년 반 정도 연애를 했는데 아내가 국제선을 타고 3~4일 정도 밖에 나가있을 때 또는 내가 촬영이 있을 때는 만나지 못했었다. 오히려 이런 리듬들이 더 보고 싶게 만들었고 연애를 할 수 있게끔 만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서로의 다른 모습들을 잘 알고 이해해주기 때문에 부딪힐 일이 없더라. 물론 티격태격하는 것은 있지만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화를 내도 오히려 아내가 말을 걸어오고 한다.

Q. 하준이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반가웠다. 잘 몰랐지만 반갑더라(웃음). 새 생명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반가웠지만 아내로서는 부담이었을 것이다. 직업도 있고 계획을 했던 임신도 아니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니깐 본인도 좋아하더라. 남자 분들은 혹시 기대하지 않았거나 계획하지 않았던 아이가 생겼더라도 무조건 기뻐해주면 좋은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Q. 데뷔 30년, 기분이 어떤가.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잘 모르겠고 오히려 주변 분들이 그러니깐 ‘이게 왜?’라는 생각도 들고 그냥 오래 한 것에 대해서 늘 새롭다. 만약 회사에 30년 있었으면 지겹겠지만 우리는 늘 드라마가 시작될 때마다 새로운 스텝들과 배우들이 만나서 작업을 하고 새로운 내용으로 어떤 배역이냐에 따라서 늘 새롭기 때문에 긴장되는 것 같다. 그런 힘으로 지금까지 해온 것 같다.

Q. 그만 두고 싶었을 때는 없었는가.

나라고 싫거나 힘들 때가 있었는데 그만두고 싶었을 때가 왜 없었겠나. 지금이야 드라마들이 굉장히 많아졌지만 예전에는 그렇게 다양하지 않았다. 당시 아역 연기자들이 담당하고 있는 역은 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다. 시청자들의 눈물을 담당하고 있는데 그래서 늘 우는 장면들이 많다. 브라운관에서 한두 번 우는 장면들이 촬영 현장에서는 얼마나 많은 NG가 났겠는가. 그런 것들이 노이로제가 걸린 것이다. 이 때문에 하기 싫어졌었다. 그때가 사춘기 오기 전쯤이었는데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할 때 또 찾는 감독님들이 많았다. 그런 것들을 잘 버티고 이겨내서 지금까지 왔다는 것이 한편으로 자랑스럽다.


Q. 아역출신 배우, 이젠 듣고 싶지 않겠다.

물론 그럴 때도 있다. 어렸을 때 나의 모습들을 기억해 주시는 것들이 감사한 일이지만 그것에 얽매어 있을 순 없지 않나. 하물며 어렸을 때 역할까지도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더라. 그런 것들 때문에 아역연기자 출신이라고 말은 해도 ‘쟤 아역이잖아?’라는 말을 하면 어떤 부분으로는 예의가 없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만 어렸을 때 내가 사극을 많이 했었고 긴 호흡들을 가지고 가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뇌리에 남거나 기억을 해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Q. 아역 데뷔 당시 또래 친구들과 놀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을 텐데, 그리고 어린 마음에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았던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아니다. 놀만큼 놀았었고 연기를 하기 싫었던 마음은 없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만두고 싶었던 부분이 있었지만 연기에 대해서 다시 알게 해준 작품이 KBS1 드라마 ‘왕과 비’라는 작품이었다. 그때 임동진 선생님이 많은 힘이 되었고 좋은 역량을 많이 주셨다.

그리고 내 파트너로 출연했던 배우 김민정 씨와 함께 학업, 연기 등 앞으로 졸업했을 때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서로 의지했고 그 때문에 많이 성숙해졌던 것 같다. 정말 좋은 선배님과 동료를 만나서 눌려져있던 스트레스에 대해 풀 수 있었다.

Q. 연기 생활 30년 동안 기억에 남거나 아쉬운 작품이 있다면.

늘 아쉽다. 시청률이 잘 나온 드라마라서 애정이가거나 잘 나오지 않아서 애정이 없진 않다. 하나하나 내가 맡은 역할들이 소중하고 모든 드라마나 현장이 힘들고 고생스럽기 때문이다.

Q.  얼마 전 게재된 ‘논스톱’ 멤버들과의 사진 한 장, 많은 이슈가 되었다.

굉장히 설레였던 만남이었고 사실 그때 당시 10년 뒤에 또 모이자고 말했었다. 그렇게 되기에는 쉽지 않지만 그만큼 소중하고 재미있었다. 그래서 만남이 더욱 즐겁더라. 간혹 만나기도 했지만 2년 동안 매일 같이 보내면서 지냈던 동료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에 대한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예전과 다르게 결혼도 했고 그때도 본인들이 전부 계산하겠다고(웃음) 그래서 유부남은 빠진다고 했다. 한두 살 차이가 나서 막내이기도 하고 유부남이기도 해서 말이다.

Q. 평소에는.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데 이번 ‘오마베’를 통해서 수상스키에 푹 빠지게 됐다.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경험을 시켜줘야 하는데 내가 가서 푹 빠진 것이다(웃음). 그래서 이번에는 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준비 중이다.

Q. 교단 위에 선 정태우.

지금 세한대학교 뮤지컬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지난 1학기에 소극장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었다. 이 학생들이 뮤지컬과지만 거기에 따로 방송 연기과가 있어 연기가 메인이 아닌 춤과 노래가 메인인 학생들이다. 그래서 연기를 경험한 친구들이 얼마 있지 않은데 우리 과 친구들이 골고루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좋은 작품을 알게 되었었다. 총 8장으로 구성된 2인극, 16역할들이 얽히고 얽힌 재미난 작품인데 그것들을 과 친구들이 모두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말 너무나도 잘 해내줘서 고마웠고 만족감과 성취감이 있더라.

Q. 계획과 목표는.

이 목표는 지키고 해내기가 어려운 것 같다. 석사 논문을 쓰는 것인데 그럴 때마다 일이 들어오더라. 행복한 일이지만 집중을 하지 못하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시작한 연기를 몸으로 직접 체험을 하고 배운 것들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체계적으로 이론화한 것들을 논문으로 쓰고 싶다.

기획 진행: 김민수
포토: bnt포토그래퍼 이규현
의상: 235연구소, 비아바이이정기
시계: 잉거솔
아이웨어: 림락
슈즈: 아키클래식, 로버스
헤어: joy.187 천일 원장
메이크업: joy.187 경화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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