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전히 뜨거운 그대, 오나라

입력 2016-09-06 11:08  


[조원신 기자] 온화한 미소 속에 기품이 묻어난다. 꾸밈없이 자연스레 피어나는 온기에 ‘천상배우’임을 느꼈다. 20년 이라는 시간을 한 결 같이 뜨겁고 올곧게 연기해온 배우 오나라를 마주했다.

발레로써 기지개를 켜던 어린 소녀가 우연히 뮤지컬을 만났고 그렇게 10년의 세월 동안 자신을 정제해온 그는 뮤지컬계에 보석 같은 배우가 됐다. 연이은 수상의 쾌거에 자신의 황금기를 뒤로 한 채 그는 다시 브라운관으로 충무로로 신인의 발길을 내딛었다.

그렇게 또 10여년의 시간 동안 다양한 필모그래피로 자신의 연기력을 입증하고 있는 그. 여전히 아름다운 배우 오나라와 bnt가 패션 화보로 만났다. 밀도 있는 눈빛을 머금은 채 화보를 유려하게 마무리한 그는 이어진 인터뷰를 통해 수줍고도 뜨겁게 자신을 보여주었다.

화보 촬영 소감

너무 재밌었어요. 또 저도 몰랐던 저를 발견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거 같아요. 항상 발랄한 이미지만 하다가 고혹적인 느낌으로 표현해달라는 주문을 처음 들었거든요. 그 ‘고혹적’이라는 단어에 꽂혀서 해봤는데 ‘나도 되는구나, 고혹적인 게’ 이런 걸 느꼈어요.(웃음)

뮤지컬 배우가 된 계기에 대해 말해주세요.

어렸을 때부터 끼가 많다는 소리를 들어왔어요. 근데 제 끼를 분출할 수 있는 구멍 같은 게 없었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선택했던 게 발레였었는데 클래식을 하다 보니 제 안에 채워지지 않는 뭔가가 있더라고요.

그렇게 대학교에 진학 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뮤지컬을 접하게 됐고 그 매력에 빠져서 저도 모르게 운명처럼 끌렸어요. 근데 제가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뮤지컬이 활성화 되지 않았었거든요. 그래서 뮤지컬 배우 남경주 씨의 친형인 뮤지컬 1세대 배우 남경읍 씨를 무작정 찾아가서 도와달라고 한 거죠. 작업하시는 ‘사랑은 비를 타고’라는 작품에 찾아 가서 표도 팔고 청소도 하고 그러면서 공부를 했었어요.

그렇게 발레 이외에 뮤지컬에 필요한 다른 춤들 현대무용, 재즈, 텝 이런 것들을 다 연습하고 노래도 배우고 연기도 배웠어요. 이후 서울예술단 이라는 곳에 시험을 봐서 운 좋게 붙었고 그곳에서 데뷔하게 됐어요.

데뷔작에 대한 기억

데뷔작은 ‘심청이’였어요. 그 당시에는 연기자라기보다는 댄서의 개념이 컸었어요. 앙상블이라고 해서 주인공들 뒤에서 춤추는 것들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래도 꿈이었던 뮤지컬 무대에 섰다는 게 너무 감격스럽고 벅찼어요. 근데 그게 오래가지 않더라고요. 막 욕심이 생겼어요. 나도 그 사람들 뒤에서 춤추는 사람 말고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고 싶고 연기해보고 싶다 이런 욕심이 막 생겼어요.

일본 극단에 있었던 경력도 있어요.

극단 사계의 아사리 케이다 대표가 한국 배우들이 소스가 좋고 실력이 있다며 한국 배우에 대해 욕심을 냈고 제가 1호로 스카우트 돼서 뽑혀가게 됐어요.

거기서 몇 작품을 한 건가요.

두 작품을 했어요. 한 작품은 금방 끝났고 오래 했던 작품은 ‘맘마미아’ 라고 일본 초연 작품이었는데 2년 넘게 했어요.

그 경력들이 도움이 됐나요.

당시 한국에서 신인배우로서 조금 각광을 받기 시작할 때 갔었기 때문에 많이 아쉬워했었어요. 왜 그렇게 좋은 자리를 버리고 일본을 가냐, 왜 아무도 모르는데 가서 고생을 하냐며 많이들 말렸는데 결론적으론 많은 공부가 됐던 거 같아요. 또 ‘사계’하면 세계적으로 견주어도 그 시스템이 완벽하거든요. 그런 좋은 무대에 섰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 같은 것도 생겼어요.

많은 뮤지컬 작품을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뭔가요.

‘김종욱 찾기’. 제게 여우주연상이라는 큰 상을 줬던 작품이고 연기자로 데뷔할 수 있도록 발판이 됐던 작품이에요.

여우주연상을 받았을 때 어땠어요.

처음 상을 받았던 건 뮤지컬 ‘페임’으로 받은 앙상블 상이었어요. 그때는 큰 감흥이 없었고 ‘아이러브유’로 신인상을 탔을 때 까지만 해도 그런가보다 했었는데 여우주연상을 탔을 땐 제 스스로도 굉장히 뿌듯하고 대견한 느낌이었어요. 10년 동안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구나, 열심히 노력 했구나, 그런 성과를 보는구나, 그런 느낌을 받았죠. 우리나라에서 여우주연상을 탄 사람들이 20명도 안될 거예요. 그 다음 해에 인기스타상과 여자인기상까지 수상했어요. 그때가 제 황금기였죠.(웃음)


그 이후 브라운관으로 데뷔했어요.

2008년도에 ‘달콤한 나의 도시’ 라는 작품으로 브라운관에 데뷔했어요.

뮤지컬 배우로서 황금기를 누리던 때였는데, 고민이 많이 되지는 않았나요.

뮤지컬배우가 수명이 짧아요. 무대에서 몸을 혹사해야 하는 장르이다 보니 여자배우들이 서른 중반 이후로는 많이 도태가 되더라고요. 그걸 염려하고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그래서 배우 생활을 오래 지속하려면 연기자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 와중에 캐스팅 제의가 왔고 제겐 고민할 필요가 없었어요. 정말 운이 좋았던 거 같아요.

저는 이상하게 옛날부터 도전하는 걸 좋아했어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것도 좋아해서 그런 걸 두려워하지 않았고요. 한창 뮤지컬 활동을 할 때 아무도 없던 일본에 무작정 갔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고요. 거기서 정말 신인 아닌 신인 취급을 받으면서도 행복했어요.

방송도 마찬가지였어요. 뮤지컬에서 이뤄낸 화려한 것들을 내려놓고 넘어왔을 때도 똑같은 신인으로 왔거든요. 그것도 또 즐겁더라고요. 저는 지금도 신인병이 걸려서 10년차가 됐는데도 아직도 먼저 인사하고 가장 먼저 가있고 그래요. 아직도 여전히 신인병이 남아있는 거 같아요.(웃음) 저는 근데 그게 좋아요.

그런 에너지는 어떻게 생겨나는 건가요.

사랑하니까, 행복하니까.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 같아요. 억지로 하면 안 되거든요.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게 정말 좋은 거 같아요. 그러면 지치지 않죠.

브라운관 데뷔 이후 많은 작품을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뭔가요.

모든 작품이 기억에 남는데 그 중 한 작품을 꼽는다면 ‘용팔이’요. 이 작품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했어요. 그전까지는 철없는 며느리라던가 철없는 시누이, 푼수 같은 역할을 주로 맡아오다가 ‘용팔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약간은 지적인 이미지로 살짝 변했던 거 같아요.

그 이후에 ‘리멤버’라는 작품을 만나서 검사 역할도 해보고 대기업 회장님의 비서 같은 전문직종의 역할도 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최고의 전문직인 기생까지 왔어요.(웃음) 제 연기 인생에 있어서 ‘용팔이’가 전환점이 된 거 같아요.

현재 ‘옥중화’에 출연 중인데, 줄곧 현대극을 찍어오다가 사극을 찍게 됐는데 느낌이 어떤가요.

제 옷을 입은 것 같이 잘 맞는 거 같아요. 한복도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듣고 쪽머리가 어울리기 어렵다고 하는데 저한테는 잘 맞는 거 같아요. 또 그전에 들어보지 못한 얘기들을 많이 들어요. 절세미인? 이런 얘기도 듣고.(웃음)

또 많은 분들이 기존의 기생과 같이 연기하지 않아서 좋다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세요. 보통 기생이라고 하면 약간은 헤픈 느낌에 섹시해 보이려고 노력하는 게 많았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해석했거든요. 당대의 기생들을 예술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측면으로 연구해서 조금 더 지적이고 고급스럽게 표현하고자 했더니 반응이 좋더라고요.

출연 중인 배우들과는 친하게 지내나요.

너무 친하게 잘 지내요. 아까도 함께 출연 중인 허지은 이라는 친구가 촬영 현장에 응원 왔었어요. 또 김윤경 이라는 친구 랑도 친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그 외에도 두루두루 친하게 잘 지내는 것 같아요. 정준호 선배, 이세창 선배, 같은 뮤지컬 배우였던 최민철, 쇼리 다. 고수 씨하고도 친하게 잘 지내는데 워낙에 바쁘시니까 촬영 붙을 때 외에는 만날 시간이 없어요. 그래도 같이 연기할 때는 농담도 많이 하고 재밌게 촬영하고 있어요.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동료 배우는 누가 있나요.

김빈우 씨랑 아까 얘기했던 김윤경 씨. 또 ‘오마베’에 나오는 시아랑 친해요. 셋 다 각각 작품에 함께 출연하며 친해졌어요. 또 드라마 ‘사랑해서 남 주나’ 촬영할 때 제 남편 역할이었고 최근에 ‘우리동네 예체능’에 출연 중인 서동원 씨하고도 친해요.

드라마나 영화를 해오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댄싱퀸’ 했을 때 정말 아이돌 들 연습하는 것처럼 석 달 동안 특훈을 했어요. 빠글빠글 파마머리를 하고 콜로라도 출신인데 알고 보니 전라도에서 왔던.(웃음) 요즘도 tv에서 심심치 않게 틀어주더라고요. 보고 있으면 그때 킬힐 신고 춤추던 게 생각나요.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왔던 거 같아요. 그 작품으로 백상후보에도 올랐었어요. 당시에 수지 씨가 수상 했었는데 후보로 올라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았어요.

특별한 롤모델은 있는지.

최정원 선배님. 저의 롤모델 이기도 하고 제가 정말 존경하는 분이에요. 지금까지도 식지 않는 에너지를 보면 대단하신 것 같아요. 여전히 이십대들 못지않게 활발하게 활동 하시고 무대에서 열정적인 모습이 너무 멋있어요.


다시 뮤지컬 무대로 돌아갈 계획이 있나요.

금방 있는 건 아닌데 제 고향 같은 곳이기 때문에 버릴 수는 없고요. 언젠간 좋은 작품과 제가 잘할 수 있는 배역이 주어지면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함께 연기하고 싶은 배우는 누가 있나요.

영화 ‘김종욱 찾기’로 인연이 닿았던 공유 씨. 그때 잠깐 뵙고 공유 씨가 군대에서 국방부 라디오 DJ를 했을 때 제가 게스트로 나가서 또 한 번 만났었어요. 상대 역할은 아니더라도 공유의 친누나라던가 공유를 후원하는 이모 역할?(웃음) 그가 지닌 특유의 에너지 때문에 함께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작업해보고 싶은 감독

저는 ‘대장금’의 이병훈 감독님과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옥중화’로 함께 하고 있으니 소원을 풀었네요. 제 이름이 오나라기도 하고 만나야 될 운명이었고.(웃음) 처음엔 제 이름이 가명인 줄 아시더라고요. 절 보자마자 미팅 때 미소를 지으시며 너 ‘대장금’ 보고 감동 받아서 가명을 오나라로 지은 거냐고 물으셨다가 본명인 걸 알고 살짝 실망하시던 모습이 떠오르네요.(웃음)

‘오나라’ 라는 이름이 어떻게 지어진 건가요.

저희 아버지께서 절 낳자마자 우리나라 만세를 외쳤대요. 그래서 나라.(웃음)

사실 ‘오나라’ 라는 게 대명사처럼 존재하는 것들이 많아요.

제가 열심히 일을 해야 포털 사이트에 제 이름 ‘오나라’로 기사가 올라가는데 그게 이틀 이상을 못 버티더라고요. 삼국지의 ‘오나라’ 하고 대장금의 ‘오나라’가 자꾸 치고 올라와서 언제나 보면서 자극을 받아요.(웃음) 근데 이길 수가 없어요...삼국지 오나라하고 대장금 오나라는.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요.(웃음)

다른 작품의 역할을 보며 도전해보고 싶었던 역할이 있었나요.

최근에 있었어요. 그동안에 제가 정적인 역할만 1년간 해오다 보니 제 특기였던 로맨틱 코미디 장르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와중에 드라마 ‘또 오해영’을 봤는데 예지원 씨가 맡았던 엉뚱하면서 카리스마 있는 역할을 보고 비슷한 배역을 맡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예지원 씨가 너무 잘 살리셔서 정말 재밌게 봤었어요.

대학로에서 ‘로코퀸’이라고 불리던 시절이 있었는데 서현진 씨가 맡았던 역할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웃음)아직도 멜로를 꿈꾸고 있어요.

오랜 기간 만난 연인분이 있다고.

17년째 만나고 있어요. 지금도 설레요. 그래서 오래 갈 수가 있나 봐요. 지금도 만나러 가는 시간이 설레고 빨리 가서 만나고 싶고 그래요. 불타는 사랑과는 다르지만 만나면 편안하고 행복해요. 빨리 가서 오늘 있었던 일들을 쏟아 내고 싶고. 주위에서 결혼에 대한 얘길 하곤 하지만 아직은 지금 이 감정을 좀 더 누리고 싶어요.

백석예대 겸임교수직도 맡고 계세요.

제가 스포츠조선에서 주최한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여우주연상을 탔을 때  스포츠조선 사장님께서 백석예대 총장님이었는데 상을 주시면서 백석예대에 뮤지컬과가 생긴다며 교수직을 부탁하셔서 하게 됐어요. 그게 벌써 8년차가 됐고 지금은 단국대학교에도 나가고 있어요. 이게 가르친다기보다는 연기에 대해서 같이 토론하고 얘기하고 선배로서 조언해주는 느낌이라 이런 시간들이 너무나 즐거워요. 그렇게 가르친 아이들을 현장에서 만나기도 해요. 이번에 ‘옥중화’에서도 만났었고 ‘용팔이’ 때도 만났었고. 현장에서 교수와 제자가 아닌 선배와 후배로 만나니까 그게 또 보람이 있더라고요.

평소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특별한 해소법이 있는지.

평소에 스트레스를 잘 안 받는 편이고 받아도 금방 푸는 편이에요. 특별한 해소법이라고 한다면 그냥 집에서 청소 깨끗하게 하고 향초 딱 켜놓고 침대에 예쁘게 누워있으면 완전 행복해요.(웃음)

평소 취미는.

tv나 영화를 즐겨 봐요. 또 예능은 안보는 게 없을 정도로 좋아해요. ‘아는 형님’, ‘삼시세끼’, ‘판타스틱듀오’, ‘듀엣가요제’, ‘복면가왕’, ‘우리동네 예체능’ 진짜 안보는 게 없어요.

출연해보고 싶은 예능 프로가 있나요.

토크쇼보다는 다큐멘터리나 리얼리티 같은 예능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저희 회사나 제 주변에서는 저를 군대나 정글에 못 보내서 안달이에요.(웃음) 저는 맛집 투어 같은 걸 하면 재밌을 거 같아요.

올해의 계획과 목표는.

‘옥중화’를 잘 마무리 짓는 것, 그리고 저희 부모님하고 해외여행 가보는 것. 사실 제가 부모님과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촬영 마치면 가볼 생각이에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지금처럼 즐기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거창하게 연기에 철학이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제가 좋아하고 즐거워서 하는 일이니까 제가 즐겁게 하다 보면 보는 분들도 즐겁고 행복하지 않을까요. 지금처럼 계속 즐기면서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기획 진행: 조원신
포토: bnt포토그래퍼 김태양
의상: 레미떼, 플러스마이너스제로
슈즈: 팀버랜드, 푼크트
아이웨어: 블랙피하트 Black Pirate
시계: 자스페로 벨라
헤어: 고원 설영 원장
메이크업: 재클린 수진 부원장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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