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헬스보이 자연인도 반한 차, 짚 랭글러

입력 2016-10-07 08:00   수정 2016-10-07 11:14



 필자는 2012년부터 자연인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이 산 저 산 찾아다니다 보면 비포장도로를 자주 만나게 되는데, 내 자신의 승합차로는 한계에 부딪치곤 한다. 자동차 하부가 돌에 긁히는 소리를 들어야 하고, 경사가 급한 언덕을 만나면 바퀴가 헛돌고 진흙에 빠지는 등 난처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언제나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산을 오른다. 그리고 힘들게 오를 때마다 '아, 짚 랭글러 한 대 있었으면 좋겠다.'란 말을 버릇처럼 하곤 했다. 그런데 드디어 이번 시승차가 '짚 랭글러'라니 그 어떤 값 비싼 시승차를 받았을 때보다 훨씬 더 기대가 됐다.

 ▲디자인
 드디어 '2016 짚 랭글러 언리미티드 루비콘 3.6'이 내 눈 앞에 나타났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연두색이다. 짚에 이런 화려한 색이 있다니 지나가는 사람들도 잠시 멈춰 쳐다볼 정도다. 보통의 차가 형광 빛의 연두색이면 이상할 수 있겠지만 랭글러와는 제법 잘 어울린다. 외관을 보면 앞쪽으로 많이 돌출된 듬직한 범퍼와 각진 바디라인, 짚 고유의 7개로 구성된 라디에이터 그릴, 17인치 오프로드용 타이어, 내가 어릴 때부터 봐온 짚의 모습이다. 갈수록 첨단 기술이 적용되고 미래지향적 디자인이 나오는 이 시점에서 랭글러는 묵묵히 자신의 정체성을 끝까지 지키는 몇 안 되는 차 중 하나다. 

 그 이유는 도시와 자연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가 아닌 진짜 오프로드 전용차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센터페시아,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투박한 실내, 직물시트까지 마치 옛날 차를 탄 듯하지만 분명 2016년형이다.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기는 빈티지의 멋이 그대로 살아있다. 그래도 블루투스 기능과 후방 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어 다행이다. 뒷좌석 공간이 그리 편해보이지는 않지만 모두 5명이 탈 수 있고 적재 공간도 넉넉하다. 첨단 기능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고 오프로드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로망이 될 수 있다.

 ▲ 성능
 사실 짚이라는 단어는 자동차 회사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4WD를 일컫는 보통명사로 쓰이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짚차'가 바로 랭글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4WD를 대표하는 만큼 시승 목적지도 최근 자연인 촬영 때 다녀온 곳으로 정했다. 자연인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지인을 다시 만나러 가겠다는 약속도 있고, 가는 길 자체가 오프로드여서 성능을 시험하기에도 좋을 것 같아서다. 

 시동을 걸 때부터 투박한 감성이 살아난다. 시동버튼 따위는 없다. 열쇠를 꽂아 힘 있게 돌리면 차가 깨어난다. 사실 이 차는 내 마음 속 구매 목록에 있는 여러 자동차 중 하나지만 그럼에도 망설인 이유는 오프로드가 아닌 온로드에서 운전이 불편하고 답답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천천히 가속 페달을 밟아보았다. 움직임이 묵직하다. 그런데 웬걸? 생각했던 것보다 잘 나간다. 그리고 소음도 적다. 제원을 살펴보니 3.6ℓ 가솔린 싱글터보 엔진이 최고 284마력, 35.4㎏.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물론 속도를 높일수록 차의 특성상 민첩함도 떨어지고, 가속감이 인상적으로 다가오지 않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다. 내게는 이 정도면 '평상시 타고 다닐 만한데?'라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미국차라 그런지 팔이 짧은 나에게 기어레버가 조금 멀게 느껴져 당황스러웠다. '아마 나 같은 사람 많을 거야'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고속도로에 올랐다. 공기역학을 무시한 각진 디자인은 속도가 오를수록 풍절음을 유발한다. 물론 예상했던 부분이라 놀랍지는 않다. 오히려 바람들 거스르며 앞으로 나가는 터프가이가 된 느낌이다. 각진 앞유리에 부딪혀 장렬하게 전사하는 벌레들의 잔해가 나를 더 거친 사나이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 꾸준히 속도가 오르고 탄력을 받으니 제법 높은 속도로 무리없이 달려나간다. 앞에 있는 차를 1차선으로 달려 충분히 추월할 수 있을 정도의 속력은 나온다. 그런데 가속페달이 원래 무거운 것인지 다른 차보다 세게 밟아줘야 한다. 장시간 운전하니 발목에 약간의 피로감이 생긴다. 또 창문을 여는 버튼이 창가에 있는 게 아니라 센터페시아에 자리 잡고 있어 가끔 창문을 열 때 당황하게 된다.
 

 드디어 자연인 형님이 계신 곳 근처에 도착했다. 이제부터 오프로드의 시작이다. 파트타임 4WD여서 변속 레버를 이용해 2H(2륜구동 하이 레인지), 4H(4륜구동 하이 레인지), N(중립,) 4L(4륜구동 로우 레인지)의 모드로 선택이 가능하다. 4H로 바꾸면 프런트 드라이브 샤프트와 리어 드라이브 샤프트가 연결돼 접지력이 향상되고, 앞바퀴와 뒷바퀴가 같은 속도로 회전하게 된다. 이 변속 레버는 수동식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움직일 때마다 각각의 모드에 '걸리는 맛'이 운전의 큰 재미를 선사한다. 돌이 깔려있는 언덕길이라 4L로 조절하고 서서히 운행을 해보았다. 정통 오프로드 차가 오프로드를 만났으니 '물 만난 고기'라는 표현이 딱 맞겠다. 승합차로 이곳을 갈 때처럼 자동차 하부가 긁히는 소리도 없고 장애물이 있어도 잘 헤쳐 나가고 바퀴도 헛돌지 않는다. 몇 백 미터 가지 않아 심장 박동 수가 올라가고 흥분이 된다. '이 길을 못가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 때문이 아니라 '이런 길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안정감에서 오는 짜릿함이다. 

 원래 힘이 좋은 차이기 때문에 웬만한 오프로드는 2WD로도 충분히 넘어간다. 이 차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더 험난한 길로 가야 할 것 같았다. 운전대 옆에는 '스웨이 바'와 '액슬 록'이라는 버튼이 있는데 지면의 높낮이가 심하게 불규칙할 때나 험로 탈출 때 쓰인다. 이 버튼을 제대로 이용하면 험로에서도 스릴 만점의 주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오프로드 초보인 나로서는 아직 이해력이 떨어져 이 기능을 제대로 사용하며 달릴 수는 없었다. 살짝 맛만 본 정도도 이렇게 흥분이 되는데 4WD 변속 레버와 이 기능을 능숙하게 다루면서 험로를 헤쳐갈 때의 기분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듯하다. 또 오프로드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 천장과 문을 다 떼어버릴 수도 있다. 물론 수동으로 작업해야 하는데 솔직히 탈착이 간편하다는 말은 못하겠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자연인 형님이 깜짝 놀라며 나를 반긴다. 나도 나지만 내가 타고 온 차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나도 이런 차 한 대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순박한 미소를 지으신다. 한참 동안 방송에서 못 다한 얘기를 나눈 후 집에 가기 위해 차에 올랐다. 형님이 작별인사와 함께 '차는 놓고 가라'는 농담을 던지신다. 나는 말했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내일 반납을 해야 돼서요'

 제원상 효율은 7.4㎞/ℓ(도심 6.7㎞, 고속도로 8.5㎞)다. 310㎞ 정도를 주행하고 실제 연비를 확인해본 결과 17.4㎞/ℓ가 나와 깜짝 놀랐는데 자세히 보니 MPG 즉, 미국식으로 표기가 된 것으로 1마일당 17.4갤런이다. 한국 기준으로는 7.4㎞ 정도 나온 것이다. 

 ▲총평
 그야말로 아날로그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차다. 투박하고 좀 불편할 수 있고 답답할 수도 있지만 오프로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짚 랭글러'란 이름만 있으면 될 것 같다. 비슷한 가격대에서 다른 대안도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아내에게 차를 보여주며 말해보았다. '터프한 이미지가 나랑 잘 어울리지 않아? 우리 차 이걸로 바꿀까? 아내는 온화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전세 대출금부터 갚으시죠. 이승윤 씨"

 시승=이승윤(방송인, 개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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