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해 11월 출범한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국내에선 선방했지만 해외에선 고전하고 있다.
25일 현대차에 따르면 2015년 12월부터 본격 인도를 시작한 제네시스는 EQ900가 올해 9월까지 2만930대, G80(DH 포함)는 3만4,752대가 판매됐다. 제네시스 브랜드로만 5만5,682대다. 지난해 12월 성적을 제외한 올해 1~9월에만 4만9,180대를 기록해 연간 6만대 판매를 돌파할 전망이다. 이는 1세대 제네시스가 출시된 2008년 이후 제네시스와 에쿠스 합산으로 얻은 최고 실적이다. 특히 울산 공장 침수 피해, 노조 파업에 따른 조업 기간 단축 등 생산 차질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 안착을 위해 판매와 마케팅, 서비스 등 각 부문을 독립 운영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프리미엄 분위기를 강조한 판매 및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과정에 있다. 또 고급차 브랜드의 역량을 강화하고 현대차와 완전히 분리된 노선을 확립하기 위해 별도 브랜드 마케팅을 펼친다. 최근 글로벌 원(one) 아이덴티티, 원(one) 보이스를 위한 '온라인 프레스 센터(https://pr.genesis.com)'를 개설한 배경이다.
하지만 미국 사정은 좀 다르다. 올해 8월 제네시스 브랜드를 소개한 이후 G80는 첫 달 1,497대, 9월 1,201대에 그쳤다. DH제네시스(쿠페 포함)와 에쿠스를 더해도 8월 2,897대, 9월 2,046대에 머문다. 오히려 고급 브랜드 출범 이전 DH제네시스의 월간 판매보다 저조한 수준이다. DH제네시스는 7월 2,117대, 6월 2,395대, 5월 2,970대, 4월 3,374대, 3월 3,762대, 2월 2,976대, 1월 1,907대를 판매했다. 브랜드 런칭이나 G80의 신차 효과가 거의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는 최근 미국 시장에서 고급 대형차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2016년 상반기 미국 프리미엄 대형 세그먼트는 전년 동기대비 14% 판매가 줄었다. 전통적 강호인 렉서스 ES와 GS,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아우디 A6 등이 모두 부진했다. 이런 가운데 캐딜락은 XTS의 후속인 CT6로, 링컨은 14년 만에 부활한 컨티넨탈로 도전장을 던지며 경쟁을 더욱 가열시켰다.
따라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 여부를 속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게 완성차 업계의 시각이다. G90(국내명 EQ900)의 미국 진출이 이제 막 시작된 데다 중동과 러시아 등 세계 시장에 네트워크를 넓히고 있어서다. 신형 G80의 성적은 아니지만 DH제네시스가 올 상반기 미국에서 재규어 XF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DH제네시스는 프리미엄 대형 세그먼트가 평균 14%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전년대비 1% 성장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외 판매되는 제네시스가 전량 울산 공장에서 생산되는데 태풍과 노조 파업 등으로 원활치 못했다"며 "공장이 정상화되면서 판매 속도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시장 내 연간 3만5,000대 목표를 달성하고 중국과 유럽 시장으로 판로를 확장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 최근 별도 인력을 확충하는 등 브랜드 독립을 추진해 나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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