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타임즈가 창간 13주년을 맞아 향후 전개될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미리 예측하는 미래 기획을 마련했다. 과거 10년이 내연기관의 정점이었다면 앞으로 전개될 10년은 다양한 에너지원과 소비 트렌드의 변화가 일어나는 만큼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단기적 미래를 진단, 예측하는 기획이다. 최근 봇물처럼 터지는 자동차와 IT의 융합, 그리고 새로운 에너지원의 등장이 과연 10년 후 한국 사회의 자동차 시대를 어떻게 바꿔 놓을 수 있을까? 본지는 2026년 자동차 미래기획을 위해 국민대학교 유지수 교수(자동차산업), 국민대학교 송인호 교수(자동차 디자인),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창업경영컨설팅과 이항영 특임교수(소비 트렌드), 그리고 한국카쉐어링 하호선 대표(자동차 소비 트렌드)를 찾아 '2026년 자동차의 미래'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그 결과 이들 전문가들의 답변을 통해 미래 자동차 사회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편집자 주>.
"자동차의 라이벌요? 바로 '컨텐츠'입니다. 운전하는 동안엔 SNS도 볼 수 없고 게임도 할 수 없어요. 구글이 왜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섰겠습니까? 운전은 자율주행차에 맡기고, 그 시간에 컨텐츠를 즐기라는 겁니다. 기계공학의 정수인 자동차가 무형의 컨텐츠와 경쟁하는 사회가 온 겁니다"
하호선 한국카쉐어링 대표이사는 현대사회의 변화를 '유형과 무형의 투쟁'으로 설명했다. 소프트웨어가 발달할수록 하드웨어에 대한 인간의 의존도는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점차 무형이 유형을 이겨나갈 것으로 하호선 대표는 진단했다. 전 세계에 수많은 호텔을 보유한 하야트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자기 건물 하나 없이 전 세계 여행자들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한 에어비엔비처럼 말이다.
하 대표는 우리나라 카셰어링 업계 1세대로 소비시장의 변화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유경제, 친환경, 저성장, 비대면 서비스, 사물인터넷 등이 최근 그의 화두다. 무엇보다 그가 주목하는 부분은 이동성이다. 최근 가장 각광받는 분야들의 공통점이 이동성이라는 것. 자동차에 IT 기술 접목이 확산되는 것, 즉 커넥티드카가 부상하는 것도 시대의 당연한 수순이라는 게 하 대표 설명이다. 여기서 그는 한 발 더 나아간다.
"이동성(모빌리티)을 중심으로 수직적인 연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동차에 통신 기술을 더한다던지, 여행과 숙박 정보를 스마트 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든지,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을 연계한 유통 채널을 마련하는 작업 등이 대표적이죠. 그러나 이젠 단순히 'A+B'란 사고방식으론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앞으론 '이동체'란 개념 아래 모든 것이 통합될 것입니다. '집=부동산'이란 개념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캠핑카처럼 움직이는 집에 살면서 자율주행차를 카셰어링으로 이용하고, 차 안에서 스마트 기기로 물건을 주문하고 여행 숙소를 예약하는 생활이 결코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에요"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기존 세대의 불안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카셰어링이 확산되면 자동차 소비가 줄어 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공유경제가 발전하면 자동차 산업을 위시한 제조업에 위기가 찾아올까? 그러나 하 대표의 의견은 다르다.
"개인 소비자가 차를 사지 않는다고 자동차 회사가 모두 망할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카셰어링의 확산은 자동차 회사들의 이익 구조를 개선할 가능성을 품고 있어요. 미국의 예를 들어봅시다. 우린 카셰어링을 소형차, 값이 싼 차를 저렴하게 빌려 타는 정도로 인식하고 있어요. 그러나 미국은 반대입니다. 미국에서 카셰어링은 '고급차의 공유'에서 출발합니다. 한 달에 몇 번 쓰지도 않을 리무진을 모두가 사서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데서 미국의 카셰어링이 시작됩니다. 말 그대로 거의 쓰지 않는, 그러나 필요한 물건을 함께 공유하자는 거죠. 덕분에 더 많은 사람이 고급차를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일견 이해가 되지 않는 설명이지만 공유경제가 '소비의 고급화'를 이끌어내는 사례는 생각보다 우리 주위에 많이 자리 잡고 있다. 여행지의 고급 펜션 이용권을 여러 사람이 공동 구매해 나눠서 이용하거나, 수도권 근교의 주말농장을 여러 집에서 공동으로 경작하는 건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하다. 재화와 이용자 간 일 대 다수의 연결이 소비할 수 있는 가치의 질을 높이고, 공급자에게도 이것이 이득이라는 것이다. 좋은 집과 차, 고급 서비스들이 일반인들에게 더 이상 '언감생심'인 시대가 아니라고 하 대표는 강조한다.
"자동차란 제품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SF영화처럼 순간이동기가 보편화되지 않는 이상 이동 수요는 유지됩니다. 자동차의 속도가 주는 쾌감도 강력하죠. 또 지금까진 비싸고 좋은 차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도 중요했습니다. 여기서 변화가 일어납니다. '소유'에서 '경험'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지면서 소비의 고급화, 민주화가 일어납니다. '나 비싼 차 샀다'며 으스대기엔 '어, 나도 그 차 타봤는데'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단 거죠. SNS에 매일 올라오는 화려한 사진들을 보세요. 낭비와 허영이 팽배한 풍토라고 누군가는 혀를 차지만, 전 오히려 이게 보통 사람들의 삶이라고 봐요, 그만큼 우리가 누리는 것들의 질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단 겁니다. 기성세대들이 보기에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요"
소비의 민주화는 탈권위로 이어진다. 아무나 못 사는 것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으로 변한다. 생산 측면에서도 권위의 담장이 허물어진다. 대형 업체만 자동차를 만들어 팔 수 있는 건 아니다. 3D 프린터로 차체를 만들고 모터를 달아 차를 만들어 탈 시대가 올 수도 있다. 가구와 의류업계를 중심으로 DIY 문화가 자리 잡은 것처럼 말이다. 또 정부가 권위와 규제로 붙잡고 있는 영역들도 점차 해소될 것이다. 다만 변화의 가속도만큼이나 기존 체제의 반발 역시 강하다는 게 문제다. 하 대표는 10년 뒤 자동차 생태계에 탈권위의 흐름으로 인한 혼란이 찾아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우버가 진출한 나라에선 반드시 택시업계 및 운송업계의 반발이 발생합니다. 먹거리가 줄어드니 당연할 수밖에요. 여기에 기존 법률론 새로운 서비스를 통제할 수 없는 정부 역시 기존 체제의 손을 들어주는 게 다반사입니다. 10년 뒤 자동차 생태계 변화가 어디까지 진행됐을지 예측하긴 어렵습니다. 어쩌면 기존 생산과 소비체계가 흔들리며 큰 사회적 갈등을 겪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변화의 과정 속에 갈등이 벌어지는 건 피할 수 없다고 봅니다. 중요한 건 시대의 흐름을 역행할 순 없단 점입니다"
제품 측면에서도 탈권위는 이뤄질 것으로 하 대표는 전망했다. 저성장 기조 속에 전체 자동차 시장의 외형 확장엔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의 점유율을 잠식해 들어갈 것이란 것. 그러나 10년 뒤 온 도로 위를 전기차가 뒤덮을 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내연기관차의 전망을 물었다.
"지금까진 기대했던 것보다 더디긴 했지만 전기차의 성장은 자명하다고 봅니다. 다만, 내연기관차가 더 이상 발전할 여지가 없다고 보는 것도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기술력으론 내연기관의 열효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왔다고들 말합니다. 그러나 소재와 설계의 혁신으로 엔진 경량화가 성공한다면 내연기관차의 발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호선 한국카쉐어링 대표이사 프로필
진주고, 동국대 공업경영학과 졸업
미 텍사스주립대학교(Arlington) 산업공학 석사
KAIST 최고벤처경영자(AVM) 과정 수료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보통신방송(AIC) 정책과정 수료
前 삼성SDS, 오토웨어시스템(주)/(주)칸홀딩스, 재영솔루텍(주) 상임상사
前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사업화 전문가 역임
前 강원도 투자유치 자문역
現 동국대 기술지주 자회사 (주)한국카쉐어링 대표이사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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