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우리, 레인보우가 아닌 배우로 일어서다

입력 2016-12-13 14:02  


[임미애 기자] 레인보우에서 연기자로 거듭난 고우리는 어느덧 천의 매력을 풍기며 안방 드라마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그는 새침한 이미지에 통통 튀는 목소리, 악녀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열연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다시 시작해’에서는 배우 박민지와 박선호, 김정훈과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다. 차가운 겉모습과는 다르게 속이 깊은 배역 ‘이예라’를 열연하며 진정한 배우에 한 발짝 다가섰다.

bnt 화보 촬영 현장에서 만난 고우리는 새침한 드라마 속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털털하고 솔직했다. 겸손하며 생각이 깊었다. 그의 인터뷰는 매우 유쾌하게 흘러갔지만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에는 가식 없는 진중함이 배어 있었다.

Q. 화보 촬영 소감.

오랜만에 화보 촬영을 했다. 의상이 마음에 들었고 모니터를 했을 때 얼굴도 예쁘게 나온 것 같더라. 그동안 강한 이미지 위주로 화보를 많이 찍었는데 이번에는 자연스럽고 여성스러운 모습이 담긴 것 같다.

Q. 실제 고우리 성격은 걸크러시와 여성스러움 중 어디에 더 가까운가요?

글쎄요. 저는 외유내강…? 하하. 사실 겉모습이 조금 강해 보이긴 한다. 예전에는 성격이 정말 낙천적이고 긍정적이었는데 어느덧 데뷔 7년 차가 되면서 연예계의 무서움을 느꼈다. 정신 똑바로 안 차리면 코 베어갈 것 같더라. 긴장감을 갖기 시작했고 내면적으로 단단해졌다.

Q. 데뷔 초창기와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많이 변한 것 같나요.

레인보우 멤버들이 모든 면에서 제일 많이 달라진 사람 일 순위로 저를 뽑는다. 데뷔 시절과 나이대가 달라지면서 보다 성숙해진 것 같다. 예전에는 말도 잘 못하고 소극적이었는데 지금은 분위기에 빨리 적응하면서 편하게 지낸다. 이야기도 잘 한다(웃음).

Q. 편해진 만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 보여줄 수 있는 매력도 많을 것 같아요.

리얼리티 예능을 꾸준히 해왔다. 할 때마다 늘 어렵다. 특히 겨울에 리얼리티 예능을 하면 날씨 때문에 많이 힘들다(웃음). 12월에 제주도 바다에서 해녀체험을 했었는데 정말 추웠지만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다. 언제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웃음). 귀한 추억이다.

Q. 다시 한 번 더 해녀 체험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12월만 아니라면 하하. 3월 정도만 돼도 너무 행복할 것 같다(웃음).

Q. 출연해보고 싶은 예능프로그램이 있다면.

tvN ‘삼시세끼’를 즐겨본다. 여행 프로그램도 좋을 것 같다. 요리는 어느 정도 하는 편이다. 국은 거의 끓일 수 있고(웃음). 매콤한 된장찌개 맛있게 만들 자신 있다 하하. 멤버들과 5년 정도 숙소 생활할 때도 요리를 가끔씩 했다. 다이어트 하는 멤버도 있고 서로 식사 시간대가 다르기도 해서 자주 하지는 않았다. 자취를 시작하면서 음식을 많이 만들어 먹고 있는 편.

Q. 일곱 명의 멤버들과 숙소 생활,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해요.

저희는 다른 분들의 도움 없이 당번을 정해서 멤버들끼리 가사 분담을 했다. 저희만의 룰을 만들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갓 엄마 품을 벗어난 아이들이 함께 생활을 꾸려가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5년 정도 꾸준히 하다 보니 익숙해지더라. “나중에 시집갈 때 어려움은 없겠다”며 멤버들과 우스갯소리를 나누기도 했다 하하.

Q. 가수가 된 계기가 궁금해요.

어릴 적부터 TV와 영화를 좋아해서 나중에 방송국 안에서 일하는 직업을 갖고 싶었지만 연예인이 될 줄 몰랐다. ‘감히 내가 연예인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아버지가 엄했기 때문에 연예계 직업은 상상하지 못 했다. 연예인이 되고 싶었지만 진짜 될 줄 몰랐다(웃음).

Q. 엄한 가정 환경,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내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가수가 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제가 당연히 안될 줄 알고 반대도 안 하셨다(웃음). 진짜 될 것 같았으면 아버지도 제 꿈에 반대했을 텐데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엉겁결에 허락하셨다 하하.

Q. 어릴 때부터 막연히 연예인을 꿈꿨다고. 어떤 가수처럼 되고 싶었는지 궁금해요.

엄정화 선배님은 정말 대단하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 멋있는 삶을 살아가고 계신 것 같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봉사활동 단체에서 처음으로 선배님을 뵀다. 짧게 인사를 나눈 것이 전부지만 영광이었다. 저도 선배님처럼 오랫동안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싶다.

Q. 고우리의 학창시절이 궁금해요.

대학교 생활을 데뷔 후 마치긴 했지만 평범한 학교생활을 했다.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에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인기는 없었다 하하. 화장도 21살 때 배웠다. 친구들이 제가 연예인이 된 것을 정말 신기해할 정도로 저는 꾸미는데 소질이 없었다. 지금은 화장 정도는 스스로 거뜬히 할 수 있다.


Q. 레인보우 멤버 중 지숙, 재경 씨가 손재주 좋기로 유명하죠.

옆에서 보고 배웠다(웃음). 숙소 생활을 했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부분을 배울 수 있었다. 이전에도 스킨케어와 화장품에 관심 많았지만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지숙, 재경 씨에게 많이 물어봤다. 배우면서 응용도 하고(웃음).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조금씩 지식을 쌓으면서 FashionN ‘팔로우 미 7’ MC도 맡을 수 있었다. 모두 멤버들 덕분이다.

Q. 몸매 관리 비결이 궁금해요.

특별한 건 사실 없다. 운동이 최고다. 제일 좋은 다이어트는 짜지 않고 싱겁게 먹는 식습관이다. 야식은 피하고 아침에 먹고 싶은 걸 먹는 편. 데뷔 초에는 지독하게 다이어트를 했다. 두부, 닭 가슴살, 고구마 등으로 이루어진 다이어트 도시락을 들고 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렇게 자기관리를 했는지 새삼 신기하다 하하. 그 시절에 정말 날씬했지만 저는 지금의 제가 좋다(웃음).

Q. 데뷔 초 혹독하게 다이어트를 했던 이유가 있나요.

그때는 그렇게 다이어트를 해야만 하는 줄 알았고 아무리 살을 빼도 젖살 때문에 티가 안 났다. 아마도 후배 걸그룹들 중 저처럼 독하게 다이어트 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젖살은 정말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

Q. 걸그룹 레인보우로 7년간 활동했어요. 장수 그룹의 비결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스트레스를 줄이고 싶다면 멤버들과 잘 지내야 한다. 욕심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화합을 중요시하길. 욕심부리지 않아도 잘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점을 아직 모르는 친구들이 많다. 시기와 질투심이 생겨도 결국 나중에 남는 것은 주위 사람들이니까 그 순간을 잘 견디길 바란다.

Q. 7년 동안 함께 한 레인보우, 고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가족이다. 한창 빛날 시기를 같이 보내면서 다양한 추억을 쌓았다 하하.

Q.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가 있다면.

연말 시상식. 이곳에 가면 기분이 좋다. 매번 초대받는 가수도 있지만 저희는 활동을 워낙 길게 쉰 적이 있기 때문에 못 간 적도 있다. 연말 시상식은 결과를 떠나 모두가 한 해 동안 수고했다는 의미가 느껴지는 자리로 저에게는 매우 소중하다. 집에서 라면 먹으면서 동료들과 친구들이 나오는 시상식을 시청할 때면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

Q. 최근 ‘다시 시작해’에서 이예라를 열연했죠. 언제부터 배우를 꿈꿨나.

어릴 적부터 영화와 드라마를 많이 보면서 배우라는 직업에 관심이 많았다. 현재 제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시청자분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Q.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캐릭터를 연기할 때 가장 편하다고 하던데, 어떤 캐릭터가 고우리 씨와 비슷한지 궁금해요.

아무래도 외모가 새침해서 부잣집 딸 등 통통 튀는 캐릭터를 많이 맡았다. 한 번은 감독님께서 “고우리 씨 성격을 보면 이런 역할 외 착한 캐릭터도 충분히 어울릴 것 같다”고 하셨다. 기회가 된다면 기존에 해왔던 스타일 외 다른 캐릭터도 도전해보고 싶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시청자들에게 첫인상처럼 새침한 역할이 자연스레 받아들여질 것 같다 하하.

Q. 연기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대사 외우는 일이 제일 기본적인 부분이지만 정말 어렵다. 모든 배우분들이 존경스럽다.

Q. 춤이나 노래는 빨리 외우는 편이었나요.

네 하하. 춤은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외운다. 한 번 보면 바로 따라 할 수 있다. 춤 순서가 복잡한 발레를 전공하면서 동작을 익히는데 능숙해진 것 같다.

Q. MBC ‘여왕의 꽃’에 조연으로 출연했어요. 주연은 ‘다시 시작해’가 처음인지.

그렇다. 그래서 더욱 연기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꼈다. 박민지, 박선호, 김정훈과 함께 스토리를 이어갔다. 과거 주말 드라마를 두 번 하면서 현장 분위기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실수 없이 잘 해내고 싶었다. ‘여왕의 꽃’ 때 함께 했던 스태프분들이 이번 촬영장에도 있었기 때문에 심적으로 편했다(웃음).

Q. ‘다시 시작해’ 분위기 메이커는 누구?

고우리입니다 하하하. 제가 애교가 많은 타입은 아니지만 분위기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소질은 있다. 김정훈 선배님과 함께해서 오히려 편한 점도 있었다. 가요계 대선배님이기 때문에 저를 많이 이해해주셨다.


Q. 가수에서 배우로 전향한 선배를 드라마 현장에서 만나면 느낌이 새로울 것 같아요.

이해가 남다른 만큼 조언을 정말 많이 해준다. 저는 아이돌로 데뷔해 연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주위 반응을 신경 쓰곤 한다. 더욱 잘하고 싶고 실수 없이 맡은 역할을 해내고 싶다. 가수에서 배우로 활동 중인 김정훈 선배님에게는 비슷한 경험이 있는 만큼 제가 노력하는 모습이 보다 확실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한 번은 제가 너무 긴장해서 NG를 많이 냈다. 김정훈 선배님과 함께하는 장면이었는데 저 때문에 촬영이 계속 지연됐다. 이때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마음을 다잡으라고 다독여주셨다. 감동받았다.
 
Q. 여자 주인공으로 함께 출연한 배우 박민지 첫인상은 어땠는가.

진짜 강아지처럼 귀엽다. 생각이 깊고 성숙한 배우다. 현장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줬다. 서로 시기나 질투도 전혀 하지 않았고 정말 화목하게 촬영했다. 행복했다.

Q. 이예라는 고우리 씨에게 어떤 캐릭터로 남았나.

‘여왕의 꽃’과 마찬가지로 저는 시간이 지날수록 착해지고 결국 해결사가 된다(웃음). 흔히 말하는 ‘츤데레’ 스타일이다. 실제 성격도 츤데레다 하하. 이예라는 바람둥이처럼 생겼지만 순애보다.

Q. 배우로서 고우리의 매력은?

아직까지는 통통 튀는 점이 제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첫인상이 발랄하고 유쾌한 편. 얌전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웃음). 특히 중장년층이 저를 좋아해 주신다.

Q. 실제로 밖에서 어머님들이 많이 알아보는 편인가요.

엄청 많았다. 오히려 애들은 모른다. ‘여왕의 꽃’ 방송 후부터 딸과 어머님이 함께 있으면 딸은 저를 모르는데 어머님이 알아봐 주신다(웃음). 너무 좋다. 밥집에 가면 실제로 이예라 왔다고 서비스 받은 적도 있다.

Q. 배우 활동보다 가수 생활을 오래 했어요. 가수라는 직업의 매력은?

무대를 통해서 다양한 변신을 할 수 있다는 점. 매번 콘셉트에 맞춰 스타일을 바꾸면서 활동할 수 있다. 저는 단발도 해봤고 금발로 탈색도 했다.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일을 할 수 있어 좋았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스타일은 금발 헤어. 은근 저랑 어울리더라 하하. 그때는 머리를 자를 생각으로 탈색을 서스럼 없이 했다. 그때 인기 많았다(웃음). SNS에 사진을 올리면 한동안 연락이 안 왔던 분들에게 예쁘다고 메시지가 오더라 하하. 남성분들에게 많이 어필됐다(웃음). 나에게 이런 매력도 있구나 깨달았다.

Q. 기회가 되면 다시 금발에 도전해볼 의향은?

금발은 다시 해도 괜찮을 것 같다(웃음).

Q. 다음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서현진 선배님. 연기를 너무 잘하신다. 실제로 뵙고 연기하는 모습을 배우고 싶다. 선배님은 어떤 분이실지 궁금하다. 가수에서 배우로 전업하신 만큼 더욱 대단하게 느껴진다. 내공이 부럽다. 저도 언젠가 연기자로서 인정받고 싶다. 존경스럽다.

Q.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

액션물 해보고 싶다. 액션 하면 잘 할 것 같다.

Q. 슬럼프는 없었는지.

있었다. 제가 가수, 연기, 예능을 조금씩 한 번에 하고 있을 때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은 연기를 했고 다음 날은 예능에서 웃겨야 하고, 어느 순간에는 가수로서 무대를 장악해야 했다. 일이 많아서 행복했지만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머릿속이 복잡했다.

다양하게 했던 일들의 결과가 좋지 않았고 내 길이 무엇인가에 대해 심오하게 생각했다. 한 가지에 집중하고 싶었다. 레인보우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만큼 부담감도 컸다. 멤버들과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다.

Q. 힘들 때, 연예인을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있을 것 같아요.

있었다. 하지만 막상 그만두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웃음). 만약 연예인이 안됐다면 발레를 계속 전공했을 것 같다.

Q. 이상형이 궁금해요.

동물상이 좋다. 고양이던 공룡이던 동물상 하하. 예전에는 고양이 스타일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강아지 스타일도 좋다.

Q. 앞으로 10년 뒤 어떤 배우가 되어있고 싶은가.

차태현 선배님처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기분 좋아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 최대한 유쾌한 역할을 많이 하고 싶다. 더욱 열심히 분발해서 다양한 연기로 인정 받고 싶다.

기획 진행: 임미애
포토: bnt포토그래퍼 김태양
영상 촬영, 편집: 정도진 PD
의상: 스타일난다, KKXX, 로스틸레
슈즈: 아키클래식, 라니아로즈
선글라스: 캘빈클라인
시계: 오바쿠
헤어: RUE710 서진이 부원장
메이크업: RUE710 문주영 부원장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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