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로 하이브리드 미니밴 퍼시피카(Pacifica)를 내놨던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같은 차종에 100% 전기 동력 시스템을 탑재한 퍼시피카 EV를 내놓기로 결정했다. 내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Consumer Electric Show)에 공개될 퍼시피카 EV는 그간 EV에 부정적이었던 FCA의 전략 수정에 해당된다는 게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
10일 FCA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될 퍼시피카는 글로벌 최초 미니밴 EV로 등장하며, 나아가 자체 개발한 EV 시스템을 그룹 산하 마세라티 스포츠카에도 적용해 테슬라 제품을 뛰어넘는다는 방침이다. 또한 마세라티 EV는 포르쉐가 2017년 내놓을 미션E 스포츠 EV와도 경쟁하게 된다. 이른바 내연기관의 속도 경쟁이 EV로 옮겨 붙는 셈이다.
주목할 점은 FCA의 전략 수정이다. 그간 FCA 최고 경영자인 세르지오 마르치오네는 EV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미래 생존을 담보하는 자율주행과 달리 EV는 수익성이 거의 없는 반면 투자비가 많이 필요해 오히려 전통적인 완성차 기업에겐 생존력을 낮추는 요소로 여겨 왔던 것. 하지만 최근 내연기관 자동차의 배출규제가 강화되고, 미국 내에서 PHEV 및 HEV의 구매가 증가하자 EV의 필요성을 인식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그러나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는 것과 반대로 미국 내에선 내연기관 자동차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집권에 나서면 정유회사와 자동차 제조사의 '윈-윈(?)' 방안을 모색한다는 것. 실제 포드는 2020년까지 EV 분야에 45억 달러를 투자하기 위해선 내연기관 판매로 투자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한편, 최근 미국 내 EV는 시장이 조금씩 성장 중이다. 미국 빅3를 비롯해 BMW, 다임러그룹, 폭스바겐그룹 등이 지속적으로 제품을 내놓고 있어서다. 하지만 여전히 점유율이 2%에 머물러 미국 또한 EV 활성화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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