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현 기자] 배우다운 배우. 그래서 더 많은 이야기에 자꾸 귀 기울이게 만드는 배우. 생각이 많아 애늙은이라 불렸다는 이 배우는 여전히 머리 속 연기라는 것에 대해 담고 싶은 것들이 많지만 조금은 편하게 또 그저 즐겁게 살아보기로 하려 한다.
쉬는 해가 있었나 싶었을 정도로 배우 박기웅은 그야말로 ‘열일’을 했고 떠난 지도 모르게 군으로 향했다. 그리고 2016년 봄, 찬 기운을 품고 드라마 ‘몬스터’를 통해 누구나 가슴에 가지고 있을 슬픈 괴물을 보여줬다.
누군가는 그저 진지하다고 혹은 누군가는 너무 생각이 많다고 그를 이야기 할 지 모르지만 박기웅은 그저 배우로서, 또 한 사람의 사람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것 뿐. 조금씩 더 배우고 또 천천히 달라지고 새로움을 겪으며 여전히 길고 긴 인생에서 끊임없는 성장의 시간을 지내고 있는 그의 앞에 온기를 전하고 싶어만 진다.
Q. 전역하시면서 ‘몬스터’로 복귀하셨는데 힘들진 않으셨어요? 오랜만에 촬영이기도 하고 더군다나 50부작이라서 힘드셨을 것 같아요.
2월7일에 전역하고 전역하자마자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뒤에 ‘몬스터’ 첫 촬영이었어요. 촬영 전부터 준비하는 시간이 굉장히 빠듯하다 보니까 전역 하자마자 촬영을 진행하게 됐어요. 군대에 있을 때도 연기를 너무 하고 싶었기 때문에 전역하자마자 바로 드라마를 택하게 된 거 같아요.
근데 전역 후 드라마 촬영을 만으로 8개월 정도 하다 보니까 체력적으로도 좀 많이 소진된 건 사실이에요. 또 제 캐릭터 자체도 그렇지만 드라마에서도 감정이 많이 부딪히는 작품이다 보니까 힘들었던 것 같아요. 군 전역 직후 바로 촬영에 들어간 작품이라 그런지 드라마 끝난 지금이 전역한 기분이에요. 하하.
군대 갈 때도 저는 가기 전날까지 일하고 갔거든요. 전역 하자마자 그 기분을 느끼기도 전에 바로 일을 하게 됐어요. 드라마 마무리 짓고 휴가 차 LA하고 라스베가스로 미국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 휴가를 갔다 오니까 전역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Q. 입대 당시에도 ‘어? 박기웅 군대 갔대’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던 기억이 나요.
맞아요. 모르는 분들이 많았죠. 입대 후에도 제가 찍어놨던 영화나 예능이 방송되고 그랬어요. 영화 ‘메이드 인 차이나’ 라든가 SBS ‘심장이 뛴다’라는 프로그램을 촬영했었는데 입대 후에 개봉되거나 TV에서 한달 이상 방송되고 그랬었어요.
Q. ‘몬스터’는 제대 전 이미 이야기가 됐었던 건가요?
제가 말년 휴가 나왔을 때 감독님들하고 통화하고 미팅하면서 미리 얘기는 되어있었죠. 감독님이랑은 예전에 MBC 일일 드라마 ‘황금물고기’라는 작품을 통해서 같이 작업했었어요. 감독님과는 잘 알던 사이였지만 작가 선생님들이랑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작가 선생님들은 ‘기황후’나 ‘자이언트’등을 작업 하셔서 유명하신 분들이니까, 꼭 작업해보고 싶었던 분들이셨거든요.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전역할 때쯤에 꾸준히 작품이 많이 들어오기도 했지만 그 중에 ‘몬스터’를 가장 해보고 싶었고요.
Q. 군대 있을 당시는 어떻게 지내셨어요?
저는 서울지방경찰청 제2기동단에 802 전투경찰대라는 시위진압 중대에 있었어요. 2기동단 행사가 있을 때는 가족이니까 제가 대표로 진행을 보기도 하고 서울청에서 하는 행사를 몇 번 도와드리기는 했지만 홍보단 소속은 아니었어요.
Q. 시위 진압에 참여도 하시고 그래도 고된 군생활을 하셨을 것 같아요.
제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이 많았죠. 시위자 분들이 저를 알아보고 집중 공격을 한다거나, 얼굴에 침도 맞아보고 그랬어요. 처음에는 저도 함께 시위를 막다가 이런 문제들이 생기게 되면서 나중에는 전경대 무기고 장비 시설 담당을 했어요. 육군들이랑 합동 훈련을 하기도 하고 군장 매고 산도 뛰고 그랬어요.
군 입대 전에 제가 이 나이에 언제 20대 초반의 동생들하고 연기라는 것 이외의 일을 해보겠어 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렇게 생각하고 군복무를 마치니까 그런 경험들이 앞으로도 연기할 때나 제 인생에 있어서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더라고요. 처음 출동했을 때는 ‘엄청 힘들겠구나’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21개월은 저에게 득이 많이 남는 경험이었어요. 힘든 일도 많았지만 재미있었어요.
Q. 많은 남자분들이 군대 다시 가는 꿈을 꾼다고 하잖아요.
저도 많이 꿨어요. 어쩔 수 없나 봐요(웃음). ‘나도 그럴까’ 의아했었는데 그러더라고요.
Q. 입대 하시기 전까지 ‘열일’하셨잖아요, 쉬는걸 못 볼 정도로. 그래서 ‘이번에도 공백 없이 작품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웅씨처럼 팬을 위해 공백기를 줄여주는 스타가 또 어디 있을까요.
활동을 하면서 인기의 온도 차를 많이 겪어보게 되었고 예전보다는 팬들이 많이 줄기는 했어요. 지금까지 남아주신 분들은 굉장히 오래된 분들이라서 제가 이름까지 기억할 정도예요. 그런 팬 분들을 위해서도 그렇고 자연스럽게 활동하고 싶었어요. ‘나 군대 간다’하고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있는 듯이 오가고 싶었죠. 전역 후에도 최대한 공백을 줄이고 싶어서 복귀작은 영화보다는 드라마로 택하게 됐고요. 영화는 무엇보다도 사전 제작 준비나 촬영 기간이 공백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드라마는 찍으면서 방송되니까 공백 없이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단 생각이 들었죠.
Q. 8개월 동안 ‘몬스터’ 하나에만 매달리신 거네요?
다른 건 거의 못하죠. 주연 배우일 경우 다른 작품이나 다른 일 하기에는 사실 제작 과정 상 힘들고 쉽지가 않아요.
Q. 캐릭터 자체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서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확실히 캐릭터나 작품 성향에 따라서 소진되는 에너지의 차이가 있어요. 밝은 캐릭터나 작품을 촬영하다 보면 아무래도 현장 분위기 자체가 밝고 기분이 좋은데 그 반대의 캐릭터나 작품이면 연기할 때에 있어서 숙연해지는 게 있어요.
Q. 악인 것 같은데도 순수한 사랑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였어요.
그런 얘기들도 있었지만 저는 모든 캐릭터가 자기 입장을 고수하면서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모습을 통해 ‘모두가 몬스터였다’ 라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모두가 악인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Q. 그렇게 연기를 하고 나면 빠져 나오기가 힘들지 않나요?
저는 여태까지 연기하면서 가장 빠져 나오기 힘들었던 것이 ‘각시탈’의 기무라 슌지 역할이었어요. 사실 ‘몬스터’ 속 도건우는 악역이라고 하기가 애매했던 역할 같아요. 특히 강기탄과의 대척 점에 있어서 악역으로 받아들여졌지만 결국 제 입장에서 보면은 악역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각시탈’의 기무라 슌지는 누가 봐도 악역이었죠.
저도 그 캐릭터를 악인이라고 생각하는데도 그 악역을 온전히 이해를 해버리니까 캐릭터를 연기하는 그 자체에 대해서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내 행동에 스스로가 당위성이 생기니까요. 그때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저의 연기 인생에서 가장 빠져 나오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Q. 그런 캐릭터를 다시 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그 캐릭터에 대해서는 애증이 생겼죠. 캐릭터 자체가 안됐고 슬픈 캐릭터여서 헤어질 때 되게 슬펐던 것 같아요.
Q. 기웅씨 외모는 참 선하게 생겼지만 악인을 연기하는 역할들을 보면서 선과 악이 공존하는 신기한 배우인 것 같다고 느껴져요.
전 다 잘해요(웃음). 뭐든지 시켜만 주시면. 하하하.
Q. 기웅씨처럼 선과 악이 모두 가능한 분위기가 감독님들에게 호평을 받지 않나요?
그렇죠. 그런데 저는 사실 모든 배우가 선과 악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대중 예술이야 말로 보수적이기 보다는 진취적이야 하고 더 새로운 인물과 배우들을 발굴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예를 들어 굉장히 착한 역할만 할 수 있을 것 같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배우에게 막상 악역을 맡겨봤더니 잘하는 것처럼요.
늘 비슷한 이미지의 배우가 새로운 역의 도전을 했을 때, 그리고 그걸 잘 해냈을 때. 그럴 경우에는 대중의 피드백이 더 크게 오고 사람들이 그 배우의 연기에 대한 가치를 높이 평가해 주잖아요. 그래서 항상 도전이 필요한 것 같아요.
Q. 몬스터의 결말이 아쉽지 않은지 궁금했어요. 주인공들이 완벽하게 행복한 끝이 아니었기에 더욱 그런 의견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기웅씨 본인은 어떠셨어요?
드라마 전체로는 잘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작가 선생님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배우의 입장은 그 극을 잘 전달 해야 하는 매개체 역할을 갖고 있기에 결말은 작가 선생님들의 권한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것을 침범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어떤 작품을 어떤 작가 분이랑 하건 작업 중에는 소통을 잘 안 하는 편이에요.
정말 모르거나 이해가 안 될 때만 소통을 해요. 그렇지 않을 경우에 작가님의 큰 그림이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저는 그 부분을 절대 터치하지 않아요.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저랑 생각이 다른 거지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Q. 배우라는 입장과는 다르게 시청자란 입장으로 생각하면 어떨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참 슬프지만 좋았던 것 같아요.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촬영하며 오수연이라는 인물만 보고 살아왔던 저였기에 그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죽을 수 있다는 것은 슬프지만 나름 만족스러웠던 결말인 것 같아요.
Q. 연기를 하면서 본인 스스로도 납득이 되어야 그 캐릭터 속 감정이 묻어나올 수 있는 거겠죠.
그렇죠. 그래서 항상 이 작품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들도 캐릭터를 온전히 이해해야 해요. 내가 맡은 캐릭터는 나와는 다른 인물일 경우가 크고 많으니까요. 항상 나와 비슷한 캐릭터만 연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요. 그래서 완전히 나와 다른 가치관과 성격을 가진 캐릭터를 온전히 나에게 입혀서 이해하고 얘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응당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실험을 많이 해보기도 하고 테크닉을 키워보기도 했지만 진짜는 절대로 못 이기더라고요(웃음). 스스로의 연기를 봤을 때 진심으로 하는 연기는 어떤 것도 못 이기더라고요.
Q. 캐릭터를 연기할 때 캐릭터가 내가 되도록 하는 것인지 아니면 캐릭터에 나를 녹여서 연기를 하는 것인지 궁금해요.
저는 캐릭터를 이해하되 100% 몰입을 하면 안 된다는 주의예요. 한 70%는 몰입을 하고 30%는 깨어 있어서 기술 스텝들과 소통하고 관객들과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100%를 몰입해서 연기할 테니 스텝들이 알아서 찍어주고 보여주세요’라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을 하죠. 몰입은 하되 어떻게 효과적으로 연기를 할지는 감독님들과 촬영 스텝분들과 고민해서 잘 전달하는 것이 전달자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Q. 차기작도 준비 중이겠죠. 워낙 부지런하시니(웃음).
아직 정해진 것은 없어요(웃음). 올해가 얼마 남지는 않았지만 원래 이번 작품 끝나고 완전히 바로 들어가는 작품들이 많이 들어왔었어요. 근데 죄송하게도 전부다 고사했거든요. 너무 힘들기도 하고 저도 소진된 것을 좀 채워야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몬스터가 끝날 때쯤 올해는 가능한 한 작품을 쉬고 싶다고 소속사 관계자 분들께 말씀 드렸어요.
11일간의 미국 여행도 고등학교 이후에 처음으로 여행 가본 거예요. 중간 중간에 스케줄로 팬미팅도 하고 다녀와서는 ‘MAMA’ 때문에 홍콩도 다녀오고 그래서 길게 여행하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라스베가스 가서 쇼를 꼭 보고 싶었는데 쇼도 2개나 보고 LA에는 친한 지인들과 지내면서 힐링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LA에는 한인 분들이 많이 계셔서 사진도 많이 찍어주고 그랬어요(웃음).
Q. LA 좋던가요(웃음).
날씨도 좋고 그래서 여유로웠던 것 같아요. 친구들 집에서 친구 가족들이랑 추수감사절도 보내보고 되게 재미있었어요. 라스베가스에서 술도 조금 먹고 그랬지만 겜블은 하지 못해서 쇼 보면서 11시에 꼭 잠드는 바른 생활을 하고 그랬어요(웃음).
LA에서는 천문대도 가고 해변도 가면서 되게 좋았어요. 시차 때문에라도 바른 생활을 하면서 힐링할 수 있었어요. 여행을 안 다녀 봤는데 가보니까 왜 가는지 알겠더라고요.
20대 때는 계속 일만 했었고 해외에는 팬미팅이나 촬영 때문에는 갔지만 온전히 저를 위해서 매니저 없이 갔던 여행은 처음이었어요. 이번 계기를 통해서 쌓여있던 게 희석도 되고 힐링도 되면서 생각도 많이 하게 됐어요.
Q. 일을 조금이라도 안 하면 불안하거나 그런 건 없으신가요?
그랬었죠. 솔직히 말해서 신인 때는 돈이 필요해서 불안했었죠. 제가 수입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신인 때는 미술 강사 하면서 연기를 했었어요. 그리고 나서 작품을 끊이지 않게끔 할 수 있을 때는 주인공을 하면서도 계속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어느새 보니 그게 습관이 돼서 그렇게 끊임없이 일을 하고 있었고요. 20대 때는 강박이 없지 않아 있어서 계속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은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부터 그런 마음이 좀 없어진 것 같아요.
Q. 최근에는 반갑게도 맷돌 춤을 다시 선보이셨어요.
저도 감회가 새로웠어요. 스카이가 다시 나오는데 저에게 연락을 주셔서 감사하게도 옛날 생각이 나면서 저도 기분 좋게 할 수 촬영할 수 있었어요.
Q. 맷돌 춤이 너무 강렬해서 기웅씨를 생각하면 그 춤이 딱 떠올라요.
드라마 촬영 도중에 밤을 새서 하루에 광고 두 편을 찍었었어요. 그래서 해가 뜨면서 목을 돌렸던 것처럼 이번 광고에서도 그럴 수 있었어요. 그래서 되게 기분 좋게 임했었어요.
Q. 기웅씨가 먼저 연락을 취했다는 얘기도 있었다는데
제가 먼저 하지 않았는데, 주변에서 ‘너가 먼저 연락했다는데 진짜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더라고요.(웃음)
Q. 인상에 많이 남는 역할들을 하셨던 것 같아요. 특히나 ‘남자이야기’에서 자폐증 천재 역할을 하시기도 했고. 작품 선정을 하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저도 최근에 깨달았어요.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학교나 전공에 따라서 몇몇 감독님들이 은근히 무시하는 게 없지 않아 있었어요. 저도 연기 전공이 아니었었고. 그래서 이제와 생각해 보니 연기 전공자가 아니고 우연찮게 연기를 시작했으니까 인정받고 싶어서 그런 역할들을 택했던 것 같아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커서 은연 중에 멋있지 않은 캐릭터에 더 많이 도전하고 시도했던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이 든 지가 얼마 안됐어요. 시간이 지나니까 ‘내가 그랬었던 것 같구나’ 라는 깨달음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자격지심이었겠죠.
지금도 배우가 연기를 못하면 잘못됐다고 생각을 해요. 끊임없이 전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제가 뭔가 있어 보이려고 하는 것 같아서 부끄럽기도 하지만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대중 예술은 항상 도전적이고 진취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출신 학교나 역할에 따른 선입견도 없어야 하고 대중 예술에 대해서는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요즘에는 작품 내에서 구성원으로서 역할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요. 축구 경기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작품 안에서 모든 배우들이 큰 역할, 작은 역할을 떠나 구성원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그런 많은 생각과 고민들을 하는 만큼 해보고 싶은 연기도 있을 것 같아요.
일상적인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이전 작품이 캐릭터도 장르도 극 연기를 해야 하는 작품이었기에 이번에는 술렁술렁하고 애드리브인지 대사인지 모르겠다 싶은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런 연기를 잘하기도 하고(웃음) 힘도 좀 빼고 일상적인 연기를 하고 싶어요.
Q. 너무 많은 캐릭터를 연기해서 기억도 많이 안 나시겠지만(웃음). 나랑 정말 닮았다 라고 하는 캐릭터가 있었나요?
녹아 들었다는 캐릭터는 ‘각시탈’의 슌지에요. 그리고 참 닮았다라고 생각 드는 캐릭터는 잘 모르겠지만 저랑 굉장히 다르다고 느꼈던 캐릭터는 ‘풀하우스 테이크2’의 원강휘 역할이었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케이블에서 방송됐고 일본에서는 굉장히 잘된 작품이었거든요. 일본의 tbs에서 방송되면서 일본 팬이 많이 생겼는데 제 팬분들은 그 캐릭터를 가장 좋아해주셨어요.
당시 작가님께서 GD와 김희철을 섞어 놓은 것 같은 연기를 해달라고 하셨어요. 스스로를 ‘나님’이라고 부르는 독특하고 밝은 캐릭터였어요. 아시아 최고의 인기가수 역할이었기 때문에 목소리 톤도 한 톤 높게 하면서 초반에는 굉장히 힘들었어요(웃음).
그런데 그 캐릭터를 지금까지 좋아하는 이유가 그 캐릭터 이후에 굉장히 외향적이고 밝아졌어요. 그래서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예요. 애늙은이 같은 저를 많이 변화시켜줬죠.
Q. 평소 생각이 많으셔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에요. ‘easy going’ 하려고 많이 노력해요. 제가 고민을 많이 해서 완벽하게 스스로의 마음에 들게 하는 것과 즐기면서 작품을 하면 결과는 후자 쪽이 좋은 것들이 더 많더라고요. 그 점을 이제야 안 거죠(웃음).
Q. SNS를 보니까 인터스텔라를 참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좋아하시나봐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좋아하죠. 좋아하는 이유가 제가 메이킹 보는 것을 즐겨하는데 그분 메이킹이 굉장히 재미있어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메이킹처럼 가능한 한 실사로 찍는 메이킹도 재미있고 혹은 아예 피터 잭슨 감독처럼 어지간한 것들을 CG로 하는, 기술력을 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Q. 연출 쪽에도 관심이 있으신 건가요.
저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니까 궁금한 거예요. 그 감독은 어떻게 찍는지, 어떤 연출력을 갖고 있는지 라는 생각들과 함께 영화 같은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더 궁금하게 되는 거죠. 배우라는 직업이 일반인들보다는 어떻게 찍는지 많이 알고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이 더 궁금해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선배 연기자들이 어떻게 연기하고 집중했는지도 보이고.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DVD를 많이 가지고 있어요. 도움도 되고 재미도 있어요.
Q. 놀란 감독 외에도 메이킹까지 봐야 한다라고 하는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있나요?
너무 많아서 하나를 꼽기도 힘들어요. 군입대 전에 ‘금요일엔 수다다’라는 프로그램 출연했을 때도 영화 한편 추천해달라고 하셔서 너무 힘들었지만 ‘칼리토’라는 영화를 꼽았어요. 알파치노가 나오는 영화인데 그 분을 너무 좋아해서 저도 그분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서 그 영화를 꼽기도 했어요. 알파치노 장점은 깊은 눈 속에서 선과 악이 묻어 나오는 거잖아요. 그런 연기를 ‘칼리토’에서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 전 작품들 속에서의 알파치노 연기와는 조금은 달라요. 그래서 알파치노의 작품 중에서 ‘여인의 향기’랑 ‘칼리토’를 가장 좋아해요. 알파치노의 건달 연기는 작품마다 다른 것 같아요.
Q. 연기 잘하는 사람들 보면 질투 나지 않나요?
질투라기 보다는 너무 대단한 연기자들 보면서 ‘내가 저 역할이면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Q. 결혼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으셨을 것 같아요. 때가 때이니 만큼(웃음).
되레 많이 안받았던 것 같아요(웃음). 아직까지는 아무래도 생각이 없어요. 군 전역한지도 얼마 안됐고 그런 생각을 하기보다는 일을 생각하고 있고 또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아직까지 없어요. 사실 일이 정말 고프긴 해요(웃음).
Q. 이상형도 궁금하네요.
이상형은 나이가 들면서 달라지는 것 같아요. 지금은 무조건 밝은 사람, 기운이 밝은 분이 좋아요. 제가 심각해져도 ‘그게 뭐야’ 라고 하면서 넘어가서 저 스스로가 ‘과하게 생각했나’ 라고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부모님께서도 매사에 밝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좋다고 말씀하세요. 굳이 연인 뿐 아니라 주변 친구들도 밝은 사람들이랑 있으면 좋은 것 같아요. 저도 밝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연기에 대해서 고민해온 시간이 너무 오래돼서 이렇게 살아온 지도 되게 오래된 것 같아요. 일 외적인 부분에서는 안 그런데 일할 때는 정말 진지해지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고민한다고 잘나오는 것도 아닌데도 스스로를 못살게 굴면서 완벽주의를 보였거든요. 요즘에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는 것을 알게 되니까 그 이외의 것들을 더 생각하고 주변 사람들을 덜 힘들게 하면서 일하게 되더라고요.
Q. 화보 진행하면서 어둡다는 느낌은 전혀 못 받았어요(웃음).
예전에는 안 그랬어요.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웃음). 이제는 놓고 살고 있지만 예전에는 그게 안되더라고요. 저는 강박도 되게 심해서 오랜 활동기간 동안 촬영 전날에 술을 마셨던 게 딱 두 번밖에 없어요. 그것도 드라마 회식에서 마셨던 그런 거 말고는 없어요. 하하. 그래도 요즘은 조금 놓고 살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Q. 고교 시절엔 ‘크리스탈’이란 밴드 활동도 하셨잖아요. 다방면에 관심이 있으신 거 같아요.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도 있을 것 같아요.
(웃음) 저희 선배들이 지은 이름이에요. 예체능에만 관심이 있는데(웃음)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인테리어도 셀프가 재미있더라고요. 그런 취미도 좋고 다시 유화를 그려보고도 싶고 군대 가기 전에만 그렸었는데 다시 그리고 싶어요.
미대 입시 실패하고 제 나름대로 인생 첫 실패라고 생각해서 길거리 캐스팅 된 후에 홧김에 연기를 시작했거든요(웃음). 자존심에 상처 난 것 살리려면 유명한 연예인 되는 것 밖에 없다라고 생각해서 아무것도 모른 채 연기를 시작했었네요(웃음).
Q. 안동에서 인기 정말 많으셨다면서요.
진짜 인기 많았어요. 지금보다 그때가 훨씬 더 많았어요. ‘라디오 스타’에서 얼굴로 안동왕이었다고 한 것 농담으로 한 줄 아시는데 실제 인기가 많았어요. 하하. 그때부터 되게 오빠 같은 비주얼 이기도 했고 조숙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Q. 맷돌 춤으로 처음 보고 되게 잘생겼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요? 다들 외국인 같이 나왔다고 하던데(웃음). 그 광고가 2006년 1월에 나와서 만으로 10년이 넘었죠. 그게 2005년에 찍고 2006년 설에 나왔거든요. 만으로 11년이 되었어요. 하하.
Q. 2016년도 거의 지났잖아요. 올 해 계획했던 건 이루셨나요?
목표했던 게 안전한 전역이랑 좋은 작품으로 연착륙을 하는 것이었는데 모두 이룬 것 같아요. 또 저와 제 주변 사람들 모두 건강한 것도 이뤘어요. 성공적인 한 해를 이룬 것 같아요. 더불어 10년 전에 했던 광고를 다시 하게 돼서 의미를 새기기도 했네요. 한 해를 잘 흘려 보낸 것 같아요.
Q. 내년에 하고 싶은 것 있으신가요?
그냥 늘 그렇듯이 주변 사람들이 행복하고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전 지금 정말 좋거든요. 참 감사하고 좋아요. 어떤 분들은 ‘기웅씨는 가지고 있는 게 많아서 지금보다 더 잘 되야 하는데’라는 말을 해주시는데 저는 지금도 너무 감사하고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게 살고 있거든요. 주변의 친한 사람들 밥 한끼 사줄 수 있고 친한 동생들 용돈도 줄 수 있고 살고 싶은 집에서 살고 타고 싶은 차도 타고 그렇게 살잖아요. 이 모든 것들이 너무너무 감사해요.
확률적으로 본다면 연기란 분야에서 이렇게 된다는 것이 참 힘들다고 생각이 들어요. 의사가 되는 일보다도 힘들다고 생각들만큼 이쪽 일은 운도 따라야 하고 사람들의 관심도 가져야 하는 만큼, 말도 안 되는 확률을 뚫고 이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고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너무 감사해요.
그래서 지금만 같이 내년에도 늘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너무 좋아요. 작품을 다할 수 없으니까 거절할 수도 있고 절 찾아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요.
Q.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이름만 들어도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박기웅 나오면 재미있잖아, 연기 잘하잖아’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더 열심히 해야 될 것 같아요. 그게 제가 가장 되고 싶은 모습이에요.
기획 진행: 박승현, 마채림, 배아름
포토: bnt포토그래퍼 차케이
영상 촬영, 편집: 박승민, 이미리
의상: FRJ Jeans, 루이스클럽, Hartford by 루이스클럽, SUITABLE by 루이스클럽, 더 스튜디오 케이, STCO, 에잇세컨즈
슈즈: 아키클래식, 에이레네, 닥터마틴
시계: 에테르노
선글라스: 림락
헤어: 김활란뮤제네프 청담 부띠끄점 유진 실장
메이크업: 김활란뮤제네프 청담 부띠끄점 이영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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