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에서 ‘구름’을 지나 ‘바다’까지 왔다. ‘애틋’했으며 ‘질투’와 ‘낭만’이 있었고 ‘쓸쓸하고 찬란하기’까지 했던 2016년의 방송가. 평소 방송 좀 보는 bnt의 연예부 인턴기자들이 새해를 준비하며 올 한 해 방송가를 결산하는 시리즈를 준비했다. 뻔한 것 말고, 주인공 말고, 명대사 말고, ‘방송 좀 본’ 사람들이 스쳐 지나 보내기엔 아쉬운 포인트들이다. *편집자 주
[임현주 인턴기자] ‘카메오’라 쓰고 ‘신스틸러’라 읽는다.
올 한해 극의 주인공만큼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킨 카메오들이 있다. 그들의 짧지만 진한 존재감이 극의 전개를 이끌며 작품의 힘을 더한다. 이제 카메오는 작품에 없어서는 안 될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건축학개론’ 납득이 역의 조정석, ‘터널’ 속의 강아지 탱이, ‘밀정’ 정채산 역의 이병헌, ‘부산행’ 가출소녀 역의 심은경, ‘곡성’의 효진 역을 맡은 김환희, ‘아가씨’ 속의 문어까지. 위 작품들 중 이들이 없었다면 관객들에게 강렬하게 인상을 심어줄 만한 캐릭터가 또 있었을까.
이와 같이 영화에 이어 안방극장 속 등장과 동시에 극을 빛낸 ‘신스틸러’ 6인방을 모아봤다.
◆ 차태현(구르미 그린 달빛, 푸른 바다의 전설)
# “앞으로도 소인이 다 막을 것이어요” - 구르미 그린 달빛
# “기가 세시네. 세다 못해 엽기적인데” - 푸른 바다의 전설
호감 배우 중에서도 단연 호감인 차태현은 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극본 김민정 임예진, 연출 김성윤 백상훈/이하 구르미)’에서 첫 회의 카메오로 출연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조선시대 하인의 역할을 맡은 차태현은 의교(박철민)의 집에서 일하다 라온(김유정)의 도움으로 그 집안 며느리 은혜(조여정)와 위험한 사랑의 도피를 하는 인물로 깜짝 등장했다. 그는 라온에게 은혜에 대한 마음을 털어놨고, 라온은 그에게 “열흘만 눈에 띄지 않도록 해라”라고 지시를 했다.
이에 차태현은 반신반의했지만 라온의 충고를 따랐다. 그리고 이 방법은 통했다. 은혜는 눈시울을 붉히며 “열흘 동안 어디 갔었냐”며 그동안 애탔던 속마음을 드러냈다. 현대판 ‘밀고 당기기’ 수법으로 조선판 ‘그린라이트’를 켜게 된 셈이다.
더불어 ‘구르미’에 힘입어 SBS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극본 박지은, 연출 진혁/이하 푸른바다)’까지 카메오로 등장했다.
그는 2001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과 연인으로 열연한 이후 15년 만에 ‘푸른바다’에서 재회하게 되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날 차태현은 전지현에게 사이비 종교를 권유해 사기를 치려는 사기꾼으로 등장했다. 극 중 인어로 나오는 전지현은 너무 순수해서 오히려 차태현의 수법에 말려들지 않았고, 아무런 반응이 없는 전지현에게 그는 “기가 세시네. 세다 못해 엽기적인데”라고 말해 두 사람의 과거 인연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능청스러운 연기로 매끄러운 극의 흐름을 보여주었던 차태현은 라디오에 출연해, 이렇게 많은 분량으로 카메오 출연을 한 적이 없었다고 출연 소감을 전했다. 더불어 ‘엽기적인 그녀’ 이후에 전지현과 같이 촬영 할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는데, 15년 만에 한 앵글에 함께 나오게 되어 어색했었다고. 그러나 카메오치고 많은 대사를 받아 잠깐이었지만 오래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밝혔다.
올해 최고의 화제 드라마에 카메오 출연하며 특유의 코믹스러운 연기가 극의 재미를 더해 올해의 카메오는, 단연 차태현이다.
◆ 조정석(푸른 바다의 전설) # “굵게 울어라. 오열”
2016년은 ‘조정석의 해’라 부르기에 충분했다. 올 한 해 뮤지컬,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활약한 조정석. 그는 전지현과 같은 소속사의 식구로, ‘푸른 바다의 전설’의 카메오로 출연해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극중 조정석은 사랑을 찾기 위해 물생활을 시작한 남자 인어 유정훈 역을 맡았다. 그는 청이(전지현)보다 먼저 인간세계를 살아본 선배로서, 인어의 심장과 눈물의 기능에 대해 가르쳐주며 청이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 과정 속, 특유의 ‘조정석표 능청연기’가 더해지며 그만의 매력이 돋보이다 못해 넘쳤다고.
더불어 정훈은 심청과 허준재(이민호)의 사랑에 불씨를 당겼다. “남자는 다 ‘질투의 화신’이다”라는 대사로 자신의 전작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했다. 조정석은 카메오임에도 불구하고 2회 분량으로 출연하여 극을 더욱 빛냈으며, 화제성 또한 요즘 제일 ‘핫’한 배우임을 증명해 보였다.
작은 역할이라도 자신만의 색깔로 캐릭터를 만들어 늘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조정석. 내년에는 또 어떤 배역으로 우리를 설레게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 홍진경(푸른 바다의 전설) # “나도 한 때는 밀라노, 파리 누볐었지~”
홍진경은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극본 박지은, 연출 장태유)’에 이어 전지현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추게 되었다.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강남거지 역을 맡은 홍진경은 검은 칠을 한 지저분한 얼굴에 떡진 헤어스타일, 주워 입은 패셔너블한 의상 등 완벽하게 망가진 분장으로 매회 즐거운 에피소드를 선사한다.
극의 조미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홍진경. 그의 사회를 이미 꿰뚫은 냉철한 표정연기와 아직 모든 것이 신기한 세상물정 모르는 전지현과 대비되는 모습이 어우러져 특급 케미를 선보이고 있다. 이제는 그가 없는 전지현이 어색할 정도.
다른 누가 따라한다 해도 홍진경만의 특유의 찰진 대사와 유머감각은 따라오지 못할 것이다. 그만의 뛰어난 예능감과 캐릭터 분석력으로 만들어진 강남거지. 전지현과의 다음 케미는 어떨지 기대된다.
◆ 이광수(화랑) # “왕경 별 거 없네!”
특별 출연의 좋은 예인 이광수. KBS2 월화드라마 ‘화랑(극본 박은영, 연출 윤성식 김영조)’을 시청하는데 있어서 결코 놓쳐선 안될 인물이 바로, 이광수가 연기한 막문이다.
막문은 본래 안지공의 아들이자 아로(고아라)의 친오빠이다. 그러나 어떤 사연으로 인해 홀로 천인촌에서 자랐고, 그 곳에서 이름조차 없는 사내 무명(박서준)과 막역한 벗이 됐다. ‘화랑’은 무명과 막문이 천인으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 ‘왕경’을 넘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즉, 이야기의 시발점에 막문이 있다는 것.
그만큼 이광수의 연기력과 존재감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극에 화제성을 불러오는 카메오가 아닌 것. 그는 ‘화랑’을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했다. 대본 리딩에 참여한 것은 물론 여러 차례 촬영을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철두철미한 캐릭터 분석과 노력으로 특별출연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그의 연기는 열정적이고 완벽했다는 후문.
앞서 ‘2016 SAF SBS 연예대상’에서 버라이어티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광수. 예능에서도 그의 열정은 돋보였다. 연기와 예능을 넘나들며 매력을 뽐내는 그, 2017년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지 기대된다.
◆ 이태임(안투라지) # “아쉽다~ 우리 참 잘 맞는데”
미국드라마 ‘안투라지’를 리메이크한 tvN 금토드라마 ‘안투라지(극본 서재원 권소라, 연출 장영우)’에는 조진웅, 서강준, 이광수, 이동휘 등 대세들이 모인 라인업에 하정우, 김태리, 오달수, 강하늘 등 무려 67인의 카메오가 출연해 기대감이 높았다. 이 가운데 1회에 카메오 출연을 한 이태임은 서강준과의 뜨거운 키스신과 야릇한 눈빛으로 핫한 관심을 받았다.
이태임만의 매혹적인 눈빛과 완벽한 몸매를 드러낸 섹시한 드레스는 첫 회임에도 화제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다소 살짝 어색했던 연기는 아쉬웠지만 섹시한 이미지를 살린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다.
이태임의 섹시한 이미지가 앞으로의 연기생활에서 제약을 받을지, 시청자들의 사랑으로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하여 만날 수 있을지 향후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
◆ 이종석(역도요정 김복주) # “만화 주인공처럼 생겨가지고~”
MBC 수목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극본 양희승 김수진, 연출 오현종 남성우)’에 이종석이 진상손님 역할로 카메오 출연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치킨집에서 강냉이만 리필 해먹는 손님으로 등장하여 김복주(이성경)의 삼촌 김대호(강기영)에게 “어휴 저 진상들”이라며 욕을 먹었다.
반면 복주는 청량한 미소를 지으며 “저런 사람들이 많이 와야 장사가 잘되는 거야”라며 “어휴~ 내 꺼 같이 생겨가지고”라며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방송에서 이종석은 ‘사격 국가대표’ ‘만화 주인공처럼 생겼다’ 등의 대사들로 묘사됐다. 이에 이종석이 출연해 사격 국가대표이자 만화 주인공 강철 역을 맡은 MBC 수목드라마 ‘W(극본 송재정, 연출 정대윤 박승우)’를 연상시켰다.
그의 귀여운 눈빛과 윙크 등 잔망스러운 애교로 시청자들을 녹였던 카메오 출연에 시청률은 3.3%로, 아쉽게도 첫 회와 같은 수치였다. 이종석이라는 특급 찬스를 썼음에도 안타까운 결과였다.
올해의 카메오는 바로 차태현, 조정석, 홍진경, 이광수, 이태임 그리고 이종석이다. 기존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맛있게 비벼놓은 비빔밥에 계란후라이 같은 이들의 존재로 극은 더욱 빛을 발했던 고마운 ‘신스틸러’였다.
극중 카메오출연은 극의 분위기를 전환하거나 개연성이 떨어질 때 화제성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당히 효과적인 보약 같은 존재다. 하지만 장점이 있다면 단점도 있는 법. 맥락 없는 카메오의 남발은 극의 몰입도를 방해하고, 집중력을 떨어트릴 수 있기에 주의해야한다.
아울러 올해의 카메오들은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한 기존 카메오의 역할을 넘어 다채로운 활약을 선보여 장르를 불문한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의 섭외는 기본이고, 각종 광고, 스크린까지 섭렵하여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행복한 한 해를 보냈다.
2016년을 빛낸 차태현, 조정석 등 뒤를 이어 또 어떤 스타가 2017년을 살리는 하드캐리가 될지 기대가 모아진다.(사진제공: bnt뉴스 DB, KBS2 ‘구르미 그린 달빛’ ‘화랑’, SBS ‘푸른 바다의 전설’, tvN ‘안투라지’, MBC ‘역도요정 김복주’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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