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기자] 1000: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뮤지컬 배우라면 누구나 한번쯤 무대에 서고 싶은 ‘아이다’ 주연에 당당히 합격, 묵묵히 맡겨진 캐릭터에만 집중하며 긴 호흡으로 걸어온 데뷔 13년차 배우 민우혁
10년이 넘는 오랜 기다림 속에 끊임없는 도전과 노력으로 큰 배우가 되기 위해 탄탄한 걸음걸음을 내딛고 있던 마음가짐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지금도 그는 주목받고 있다. 얼마 전 자신의 싱글앨범 ‘눈에 고인 말’을 발매하면서 가수로서의 면모까지 드러내 진정한 엔터테이너로 거듭날 수 있었다. 참아왔던 10년을 전부 보여주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그.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 민우혁과 만나봤다.
오늘 화보, 간단한 소감 한마디
약간 어색한 부분들도 있었지만 여유도 있어서 즐겁게 임했다. 그리고 콘셉트마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덕분에 정말 편안하게 촬영한 것 같다. 결과물이 너무 기대된다(웃음).
질문에 앞서 최근 근황에 대해
현재는 뮤지컬 ‘아이다’라는 작품을 공연하고 있고 최근에 싱글앨범 ‘눈에 고인 말’을 발매했다(웃음). 무대와 객석의 거리 차이가 있어서 멀리 계신 관객 분들에게는 섬세한 감정을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더라. 또 공연을 계속 하다 보니 노래와 연기에 대한 욕심이 점점 생긴 부분도 있어서 그런 감정들을 전달하기 위해 앨범을 발매했다. 많은 팬 분들이 좋아하시더라.
뮤지컬 ‘아이다’는 어떤 작품
예술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좋은 작품이다. 조명부터 무대 장치나 음향, 앙상블로 이루어진 퍼포먼스까지 다른 뮤지컬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것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1000:1 경쟁률, 뮤지컬 ‘아이다’ 라다메스 역
‘아이다’라는 작품 자체가 뮤지컬계에서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남자 배우라면 꼭 한번쯤은 맡고 싶은 역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뮤지컬을 시작했을 때는 감히 상상도 못했고 그 역할은 내가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단순하게 꿈의 무대였는데 조금씩 작품을 해나갈수록 잘하면 나도? 라는 희망을 가지게 되더라. 그래서 그 희망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웃음).
당시 합격할 줄 알았는가
합격은 생각도 못했었고 합격이 아니더라도 이곳에 민우혁이라는 배우가 있다는 것만 알려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웃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지원을 했는데 1차에 덜컥 합격이 되더라.
그런데 2차 오디션 때 내가 뮤지컬 ‘레 미제라블’ 공연에서 발목 인대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버린 것이다. 결국 고심 끝에 오디션을 볼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전화를 드렸는데 그쪽에서 안 움직여도 좋고 노래만 해도 좋으니 혹시 올 수 있으면 와달라고 말씀을 해주시더라.
그래서 성의라도 보이기 위해 목발을 지고 갔는데 그 현장에서 외국 스탭 분들이 어떻게 그 다리로 여기까지 올 생각을 했냐면서 감사하다고 말씀을 하셨다. 그 순간 갈지 말지 망설였던 내 자신이 부끄럽더라. 그렇게 3차, 4차까지 열심히 해서 최종 합격하고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합격 당시 심정은
믿기지 않았고 내가 동경했던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내 이름을 올릴 수 있던 것만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가슴이 벅차오르더라.
연습 기간이 짧았다고 들었다. 그 많은 대사를 소화하기에 부족함은 없었는지
아무래도 앙상블과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맞춰야하기 때문에 연습이 정말 힘들었다. 그리고 한 달 조금 넘는 연습기간이었기 때문에 잠자는 시간까지도 ‘아이다’를 생각해야 되는 고된 시간이더라. 스트레스도 많이 받긴 했지만 내가 이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연습했다.
공연 전에 불안하지 않았나, 주위 반응은
누구나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면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나. 나도 그렇다. 아무리 주변에서 괜찮다고 해도 내 성에 차지 않더라(웃음). 그래서 지금도 계속 공연을 하면서 매번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 그리고 주위 반응의 경우는 내가 35년 동안 살면서 인생을 잘 살았구나 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주위에서 나보다 더 좋아해주시고 축하한다면서 아낌없는 격려와 문자들을 많이 보내줬다. 이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 번 감사하는 말을 전하고 싶다.
첫 공연 생각나는가
(웃음)내가 무슨 정신으로 공연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배우들은 살얼음판을 걸어가는 기분으로 공연을 한다. 그래서 아무리 공연이 좋아도 혹시 했던 실수를 관객들이 아쉬웠다고 말하면 그 말이 너무 속상하더라. 그래도 무대가 참 좋은 것이 나 혼자 공연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과 같이 공연하지 않나. 동료들이 주는 기운이 있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확 몰입이 돼서 빨려 들어가는 순간이 있는데 그러면 나도 모르게 공연이 끝나있다(웃음). 그래서 무대가 좋다.
공연할 때는 정신이 없겠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을 만한 것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대단한 배우가 있다. 스윙 역할을 해주는 배우들인데 앙상블 무대에 서는 배우가 혹시라도 다치거나 사정이 생겼을 때 대신하는 배우이다. 남자 2명, 여자 2명이 대기하면서 본인들이 올라갈지도 모르는 무대 옆에 똑같이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우리와 같은 호흡을 한다. 항상 준비하는 배우들이더라. 정말 멋있고 대단하다.
13년간 무명시절, 오랜 기다림이었다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에는 단기간 안에 대극장 주연을 어떻게 할 수 있었느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20살에 데뷔해서 남들에게 보이지 않은 무명생활이 꽤 길었다. 고생도 많았고 여기까지 올라오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했다. 물론 지금도 계속 노력을 하고 있고 말이다. 그런 시간들을 잘 참고 인내하면서 버텼던 것이 지금의 좋은 결과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배우의 꿈을 키웠던 계기는
중학교 2학년 때 꿈이 가수였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좋아했는데 당시 야구를 하고 있어서 마냥 생각만했었다. 그래서 운동을 열심히 안 했던 것도 있고, 사춘기 시절 내 꿈은 야구 선수가 아니라 무대에 서서 사람들 앞에 보여주는 직업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이후 20살까지 운동을 하다가 부상으로 인해 과감하게 그만두고 배우의 길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어려운 결정이었다.
운동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는가
포기를 한 것이기 때문에 미련은 남는다. 만약에 지금 과거로 돌아간다면 정말 후회 없이 한번 해보고 싶기는 하다. 열심히 하다가 안 돼서 그만둔 것이라면 미련을 갖지 않겠지만 나는 정말 열심히 안 했다(웃음). 남들 스윙 연습할 때 야구배트를 거꾸로 들어서 노래 연습하고 했으니 말이다. 또 남들보다 신체적 조건도 워낙 좋았고 재능은 있었지만 연습은 하지 않았다. 아마 그때부터 온통 머릿속은 연예인으로 주목받고 싶었던 것 같다.
야구 10년, 무명 10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겠다
솔직히 부모님이 거는 기대도 있었는데 그 기대를 저버리고 어려운 결정을 하지 않았나. 내가 만약 야구를 할 때처럼 안일한 생각으로 무명생활 때 포기를 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다. 어떻게든 해야 했었고 여기서 포기한다면 또 10년을 기다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계속 준비하고 노력했다.
기억에 남는 배우
나는 전부 좋은 배우들과 무대에 올랐다. 현재 뮤지컬 ‘아이다’에서 같이 공연하고 있는 윤공주 배우는 내가 워낙 팬이고 개인적으로 공연도 많이 봤었다. 그래서 나중에 같이 무대에 서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현재 같이 공연하고 있어서 영광스럽고 ‘위키드’에서 차지연 배우도 내가 정말 팬이다. 이 두 분은 내가 유일한 팬인 여자 배우다. 남자 배우는 정성화 형, 양준모 선배, 또 친형처럼 생각하는 김우형 형이다. 이 형은 뮤지컬 하면서 나에게 큰 힘이 되어준 분이다.
방송 욕심도 있을 것이다
아주 많다. 뮤지컬과 느낌이 좀 다른데 영화나 드라마는 배우의 표정, 눈빛까지 디테일하게 표현을 해내지 않나. 그런데 사실 공연장에는 그런 것들을 느낄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가진 연기력과 감성적인 것들을 전달하고 싶기도 하고 또 그것들을 얼마나 잘 전달될 수 있는지 도전하고 싶다.
2017년을 시작하면서
작년에 연달아 대작을 맡게 되면서 어깨가 무거운 날들이 많았다. 그만큼 공연만 생각한 것 같은데 지금까지 달려온 것처럼 올해 남은 공연,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보여드릴 것을 약속하고 다른 콘텐츠로도 찾아 뵐 것 같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욱 기대가 되니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bnt독자들에게
아직 뮤지컬을 좋아하지 않은 분들은 민우혁이라는 이름이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배우로서 여러분에게 더 기억되도록 현재 많은 것들을 시도하고 있고 준비하고 있다. 지켜봐 주시고 새해 복 많이 받고 행복한 기운을 받으면서 항상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기획 진행: 김민수
포토: bnt포토그래퍼 이관형
의상: 보놉, 지프, 비슬로우, 트렁크프로젝트, 브루노바피
슈즈: 팀버랜드
시계: 오바쿠
선글라스: 라코스테
헤어: 정샘물 이스트 차차 실장, 백설 디자이너
메이크업: 정샘물 이스트 정미영 실장, 장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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