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치를 빌미로 전기차 먹으려는 중국

입력 2017-01-08 17:51  


 "정치적 문제 외에는 그 어떤 이유도 없어요. 오로지 정치적 문제일 뿐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해결이 안됩니다. 제 아무리 글로벌 시대라도 막무가내로 막으면 기업도 어쩔 수 없어요." 

 지난달 말,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우리로 보면 친환경차에 해당되는 신에너지자동차추천 목록을 발표했다. 중국 내 95개사 498종의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는 추천 대상에 올랐다. 보조금 대상에 포함돼야 판매가 가능한 만큼 목록은 중국 완성차업체도 비상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발표된 지 5시간 후 일부 차종이 목록에서 빠졌다. 둥펑자동차의 4t 전기트럭과 상하이GM의 캐딜락 하이브리드 및 상하이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로웨가 생산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그리고 산시자동차의 6t 전기트럭이다. 겉만 보면 중국산 전기차이고, 내부의 결정이니 별 문제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 5종 전기차의 공통점은 모두 한국기업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사실이다. LG화학과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한 차종만 보조금 대상에서 배제된 것이다. 한국 브랜드 제품만 핀셋으로 집어내듯 빼냈으니 이를 두고 정치적 이슈에 따른 결과로 보는 시각은 어쩔 수 없다. 앞서 한국 배터리 기업 관계자의 하소연처럼 말이다.  

 표면적인 한국기업 배제 이유는 리튬 삼원계 배터리의 안정성이다. 지난 2015년 12월 홍콩에서 리튬 삼원계 배터리 폭발 사고로 전기버스가 타버리자 중국 정부는 리튬 삼원계 배터리의 안정성이 확보될 때까지 버스 탑재를 금지했다. 삼원계는 리튬배터리 종류 가운데 하나인데, 양극 소재로 니켈, 코발트, 망간을 사용해 붙여진 명칭이다. 같은 리튬배터리에 인산과 철을 양극재로 사용하는 중국 제품 대비 에너지밀도가 높은 게 장점이다. 전기차가 1회 충전 후 달릴 때 인산철 소재보다 멀리 간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중국은 삼원계를 쓰지 않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중국 내 전기승용차 생산은 3만1,000대로, 이 가운데 76%에 삼원계 배터리가 탑재됐다. 또한 연간 2만1,000대 가량 생산된 전기버스에도 삼원계 비중은 26%를 차지한다. 다시 말해 중국 또한 삼원계 개발이 한창이며, 기술 수준 향상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기업 배터리가 탑재된 승용차만 목록에서, 그것도 반나절만에 제외시켰으니 기업 입장에선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중국의 이런 불공정한 조치 이면에는 정치적 이슈 외에 중국 내 기업 보호 및 구조조정 측면도 고려됐다. 현재 중국 내에는 배터리 제조사만 150여 곳에 달하고, 전기차 제조사는 200곳이 넘는다. 하지만 이 가운데 규모와 경쟁력을 갖춘 곳은 많지 않다. 이외는 오로지 정부 보조금을 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사업에 뛰어든 곳이다. 실제 지난해 9월 진룽(金龍)과 치루이(奇瑞)자동차 등 5개 전기차 제조사가 생산하지도 않은 전기 버스를 판매했다고 신고해 편법 취득한 보조금만 1,700억원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규모와 경쟁력을 갖춘 일부 업체만 육성, 전기차로 글로벌 완성차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중국으로선 난립하는 전기차 기업의 정리가 필요한 형국이다. 

 동시에 중국이 노리는 것은 내수 업체의 삼원계 배터리 기술 개발 시간이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이 모두 전기차에 삼원계 배터리를 쓴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어서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 등에 대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그간 중국 토종 배터리 업체들이 한국 기업의 중국 내 성장을 막아달라고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의 활동을 방해할 수 있는 정치적 이슈가 만들어졌으니 중국으로선 오히려 부담을 벗어버리는 셈이다.  

 물론 이번 위기가 전화위복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 또한 글로벌 대세로 자리한 삼원계 적용이 반드시 필요해서다. 그러자면 난립한 관련 기업의 구조조정이 선결돼야 하는데, 이번 조치가 바로 출발점에 있다는 해석이다. 다시 말해 배터리 및 전기차 제조업의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삼원계가 득세하게 되고, 이 때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은 만큼 오히려 성장 촉진의 기회가 된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현재 벌어지는 일만 보면 항의해도 소용이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그리고 이제 판단의 공은 경제권력에서 정치권력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여기에는 국가 간 힘의 논리도 들어갈 것이고, 나아가 지구촌 정세도 반영될 것이다. 배터리에서 비롯된 불공정 보조금 논란이 단순히 경제 문제에 그치지 않는 배경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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