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신 기자] ‘바느질(Sewing)로 경계(Boundaries)를 잇다’
자신의 인생을 담아 스토리가 있는 옷을 만드는 기분은 어떨까. 또 누군가가 그 옷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함께 공감을 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의미 있는 디자인, 이유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소윙바운더리스의 디자이너 하동호의 이야기다.
디자이너 브랜드든 아니든 모두가 함께 현실적으로 입을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그. 그가 만드는 소윙바운더리스에는 그의 영혼과 향기가 묻어 있었다. 열정과 노력으로 만들어낸 그의 브랜드는 마치 인간 하동호와 같았다.
Q. 화보 촬영 소감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줘서 잘 나온 것 같다. 디자이너로서 새로운 경험을 해서 재미있었고 모델들의 고충을 알 것 같다. (웃음)
Q. 학창시절
어릴 때부터 옷을 좋아했다. 패션에 관해서 일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섬유디자인 과를 진학을 해서 대학에 갔고 군대를 다녀오니 섬유디자인학과와 패션디자인학과가 합쳐졌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패션디자인과로 복학을 하게 됐다. 패션디자인과는 졸업 작품을 만들어야 졸업할 수 있는데 졸업 작품을 준비하다가 옷 만드는 것에 흥미를 느꼈던 것 같다. 학창시절에 특별히 공부를 열심히 했던 것이 아니었고 까불던 학생이었는데 옷 만드는 것에 재미를 느껴서 여기까지 왔다.
Q. 소윙바운더리스가 탄생하기 까지
대학을 마치고 동대문시장에서 장사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올라왔다. 시장에서 4년 정도를 일을 하면서 기초적인 것들에 대해서 배웠다. 그리고 길옴므 서은길 디자이너와 인연이 되어서 컬렉션을 도와준 적이 있다. 백 스테이지에서 컬렉션을 준비하는 날 굉장히 많은 것을 느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컬렉션 장에서 희열을 느꼈다. 나도 내 이름으로 컬렉션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처음 생겼다. 그게 디자이너가 된 제일 큰 계기가 됐다. 컬럭션을 준비할 때 옷을 만들고 콘셉트를 잡는 과정들을 처음 경험해 보는데 한 달 동안 정말 열심히 힘들게 옷을 만들었고 서은길 디자이너랑 둘이 밤을 새가며 준비를 했다. 잠도 못 자면서 한 달을 지새우면서 만들었던 그 옷이 세상에 보일 때, 그 과정들이랑 그 옷이 모델들에게 입혀졌을 때 그런 부분들이 나에게 굉장히 크게 다가왔다. 이게 정말 멋있는 직업이고 작업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 후 2년 정도를 더 배웠고 디그낙 강동준 디자이너 밑에서 팀장으로 3년 정도 있었고 그 후 소윙바운더리스가 탄생하게 됐다.
Q. 소윙바운더리스 의미에 대해
유니섹스의 옷을 하고 싶었다. 더 발전해서 아기들 옷과 어른들 옷을 같이 입을 수 있는 것이 내 브랜드의 목적이고 목표이다. 그래서 이름을 짓기가 힘들었다. 그러던 중 ‘런던의 디자인산책’이라는 책을 선물 받아서 읽던 중에 한 챕터가 소윙바운더리스였다. 그게 나에게 굉장히 와 닿았다. 바느질로 경계를 잇는다는 슬로건을 만들었고 내 브랜드 방향성과 잘 맞는 이름인 것 같아서 하게 됐다.
Q. 디자인을 할 때 어떻게 영감을 얻는지
나는 배색의 느낌과 컬러 블로킹한 것을 좋아한다. 매번 컬렉션을 준비 할 때 제일 먼저 생각하는 부분인데 콘셉트를 정할 때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부분에 대해서 영감을 받고 스토리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항상 짧은 소설처럼 내 나름대로의 글을 만든다. 그 글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을 상상하면서 디자인을 하는 편이다. 옷에 그런 의미들이 담기는 것을 좋아한다.
Q. 이번 17FW콘셉트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지
이번 콘셉트는 i am a dreamer다. 꿈꾸는 소년인데 자동차가 주제이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했고 모든 남자들은 좋은 차, 슈퍼카를 타고 도로에서 질주해 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다. 나도 그런 꿈이 있었고 그 콘셉트를 옷에 담았다. 그래서 이번 소재개발을 카본으로 했다. 이게 자동차에 들어가는 탄성 섬유인데 아직 전 세계적으로 옷으로 이 소재를 풀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런데 제이제이인터내셔널이라는 업체를 알게 됐고 그 업체가 한국에서 유일하게 카본을 가공할 수 있는 업체였다. 그래서 그 업체와 협력해서 소재 개발을 하고 그 소재를 가지고 옷을 만들었다. 슈퍼카를 타고 아우토반을 달리는 느낌 그때 보이는 느낌과 시각적인 느낌을 옷을 담았는데 아직 100%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고민 중이고 구상 중이다.
Q. 디자인에 대한 감각적인 끼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다. 나는 한 번도 내가 디자이너로서 유능하고 감각적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 그래서 스토리를 계속 만드는 것 같다. 제대로 패션을 공부해보지 않았고 실무적인 것은 경험만 많이 했다. 그래서 내가 옷을 만들면서 적어도 옷에 의미가 있어야 된다. 아무 생각 없이 만들어 내는 옷들은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효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의미를 담으려고 노력을 한다.
Q. 브랜드를 론칭 과정
8년간 시장에서부터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경험을 하고 생활을 하면서 모아놨던 돈으로 브랜드를 무작정 시작했다. 첫 시즌은 옷을 팔지도 않았다. 난 이런 옷을 할 거야 라는 피티쇼만 했다. 그 피티를 했던 것이 나에게 굉장히 컸다. 8년 동안 알게 됐던 사람들이 고맙게도 알아서 찾아서 와줬다. 그때 기프트로 스웻 셔츠를 만들어 고마웠던 분들에게 다 줬다. 그 스웻 셔츠가 반응이 좋았다. 첫 시즌의 모든 셀럽들과 패션에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입고 있으니까 문의가 들어왔다. 그때 그 옷은 판매용으로 만들어졌던 것이 아니었는데 W콘셉이라는 온라인 스토어 MD가 전화 와서 옷을 판매하자고 제안을 해서 판매가 시작됐다. 첫 시즌에 그 옷이 많이 팔려서 조금씩 잘 올라온 것 같다.
Q.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기본적인 실루엣은 가지고 가고 싶다. 넉넉한 핏을 고집하는데 그 실루엣 안에서 스토리에 중점을 많이 둔다. 그나마 잘 할 수 있고 재미를 가지는 부분이 새로운 소재를 찾고 개발하는 것이다. 시즌마다 두세 가지의 새로운 소재를 사용한다. 그런 부분이 나의 메리트 인 것 같다. 디자인적으로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새로운 소재들을 옷이랑 접목을 시키고 그걸 성공적으로 만들어 내는 게 재미있는 작업인 것 같다.
Q. 디자인에 대한 고충
미술을 전공하지 못했고 미술에 대단한 끼가 있지 않아서 가끔 머리로 생각한 디자인을 그려내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안타깝고 답답하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해보려고 하지만 완벽하게 나오지는 않는다. 그게 미술을 전공하고 천부적인 끼가 있는 사람들은 하겠지만 나는 그런 끼는 조금 덜한 것 같다.
Q. 특별한 브랜드와 협업을 한다고 들었다.
스트릿 브랜드인 라이풀과 협업하게 됐다. 대표님과 친해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대표님도 어렵게 혼자서 브랜드를 키워 오셨던 분이고 나도 시장에서 조금씩 올라왔던 케이스라 공감대 형성이 많이 됐다. 힘들게 브랜드를 만들었던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뭔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면 어떨까라는 제안을 해주셨다. 나도 반갑게 동참하게 됐고 라이풀에서 전체적인 기획과 생산을 하고 나는 디자인 참여를 하게 됐다.
Q. 어떤 디자인으로 참여를 했나
내 휴대폰의 배경화면으로 있는 그림으로 디자인 모티브를 만들었다. 이 그림은 나에게 의미가 굉장히 크다. 6년 전쯤 지금의 김우빈으로 활동하고 있는 현중이가 나랑 4년을 같이 살았다. 그때 나도 디자이너 브랜드를 고민하고 있었고 현중이도 모델에서 연기자가 되어갈 시점에 있었다. 서로 너무 힘들 때였다. 앞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보니 인상을 많이 쓰고 있었던 것 같다. 현중이가 이 그림을 직접 그려서 보내줬다. 웃으면서 살자고 얘기를 해줬고 그때 이 그림을 내 배경화면으로 해 놓고 6년 동안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나에게는 부적 같은 그림이다. 그 친구가 지금 유명해 져서가 아니라 그때 가장 힘들고 제일 가까이 있었던 친구가 해줬던 응원이 나에게 굉장한 큰 힘이 됐다. 결국은 그 친구도 잘됐고 나도 잘됐다. 그때 우스갯소리로 약속했던 것이 내가 브랜드를 만들면 1번 모델로 쇼를 같이 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했는데 그 꿈을 지금은 이루었다. 나에게는 의미가 크다. 그래서 이 그래픽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부적 같은 존재로 공유하고 싶었다. 티셔츠와 모자 그리고 핸드폰 케이스로 만들었다. 판매 수익금 일부를 우리와 같은 환경에 있는 친구들을 찾아서 후원해 줄 것이고 이 프로젝트가 잘 되어서 꾸준히 이어가 디자이너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
Q. 2017년의 또 다른 협업 계획에 대해
디자인 협업으로 라이풀이 먼저 나올 것 같고 스포츠 브랜드 르까프와 이번 컬렉션에서 모자만 콜라보를 진행했는데 이번에 헤리티지로고를 사용해서 콜라보를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아마 3월쯤 출시가 될 것 같다. 그 뒤에 로우로우(rawrow)라는 가방 브랜드와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브랜드는 정말 착한 브랜드다. 17SS에 발광 소재를 함께 개발 했다. 내가 비를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비 오는 날 가장 안전한 레인코트를 만들고 싶다’로 출발을 했고 로우로우에서는 가방을 만들고 있다. 아직 옷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구상 중이다. 4월이나 5월에 나올 계획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하고 있는 제이제이인터내셔널과 진행하고 있는 카본 소재로 여러 가지 옷과 소품이 나올 것 같다.
Q. 여성 브랜드도 론칭했다.
16FW부터 2nd SWBD로 여성복이 출시가 됐고 여성복은 강성도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하고 있다. 총 디자인을 하고 있고 내가 디렉팅 하는 구조로 여성복을 론칭했다. 첫 시즌을 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다. 앞으로도 계속 여성복을 진행하려고 하고 있다.
Q. 하동호의 브랜드 철학
요즘 많이 깨지긴 했지만 디자이너 브랜드는 한계점이 있다. 너무 컨템포러리(Contemporary)해지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하이엔드(high-end)가 되고 싶지도 않다. 누구나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어른들도 함께 입을 수 있는 디자인과 사이즈로 발전시키고 싶다. 디자이너 브랜드든 아니든 보통사람들이 현실적으로 입을 수 있는 가격대와 브랜드로 만들어 가고 싶은데 그게 쉽지는 않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셀럽은
김우빈이 내 옷을 입는 것이 제일 좋다. 뭔가 보면 뿌듯하다. 이번 코트를 처음으로 마음에 들어 했다. 영화 '마스터' 시사회 때 입었었는데 너무 좋았다.
Q. 친한 연예인
김우빈과 이성경이다. 내가 디자이너 팀장으로 있을 때 그들은 신인 모델이었다. 그때부터 친해졌다. 이 친구들이 너무 잘 되어서 기분이 좋다. 성경이와 우빈이는 높은 자리에 올라갔는데도 변하지 않는 모습이 너무 좋다. 우빈이는 주변에서 칭찬을 너무 많이 해줘서 형으로서 기분이 좋다. 실제로 너무 잘 배웠다. 우빈이 부모님들도 너무 좋으신 분들이라 그 친구는 오래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Q. 하동호의 꿈
지금 찾고 있다. 원래는 컬렉션 이였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이뤘다. 13FW로 시작을 했는데 15FW에 쇼를 진행했다. 쇼를 마치고 나니 꿈이 없었다. 그때 난 뭐하지 라는 딜레마에 빠져있었다. 그런데 지금 런던 런웨이를 하는 것을 또 다른 목표로 잡고 있고 최종적은 꿈은 아닌 것 같다. 그것에 대해서 찾고 있다. 내가 어떤 것을 하고 어떤 것에서 만족을 하는지 생각하고 있다.
Q. 하동호가 생각하는 디자인이란?
내 이야기를 가지고 사람들과 공감을 할 수 있는 매개체. 그렇게 되고 싶다.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옷에 담았고 그 옷을 사는 사람들이 그 이야기에 공감을 해준다면 사실 디자이너로서 그것보다 기쁜 것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잘 통해서 장사가 잘되면 너무 좋은 결과지만 한 두 명이라도 내가 만든 옷에 의미를 알고 옷을 입는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이 한 번씩 연락이 온다. 옷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 그런 이야기를 해주면 그때 힘을 많이 받는다. 그게 내가 디자인을 하는 목적이다. 그것이 장사와 디자인이 조금 달라질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Q. 디자이너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한마디
학교에 강의를 나가는데 졸업하는 친구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나 같은 경우는 경험을 많이 하고 브랜드를 시작을 했는데 지금 보면 대학교를 졸업하고 브랜드를 바로 시작하는 친구들이 있다. 온라인이 생기면서 브랜드를 하기가 너무 쉬워졌다. 그런 친구들 중에 잘되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제대로 된 경험을 조금 하고 나서 브랜드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시작하고 없어지는 브랜드를 너무 많이 봤다. 나는 어렸을 때 서은길, 최범석, 고태용 디자이너가 우상이었다. 너무 큰사람들 이었고 너무 존경했다. 저 사람들처럼 되고 싶다가 항상 마음속에 있었다. 그래서 디자이너라는 타이틀 자체가 너무 멋있어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나 디자이너다. 그게 마음이 아프다. 내가 존경했던 사람들은 노력을 해서 멋진 결과물을 얻었다. 디자이너의 타이틀이 좀 더 멋있어 질 수 있게 패션을 배우는 사람들이 그걸 지켜줬으면 좋겠다.
Q. 소윙바운더리스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항상 SNS응원도 많이 해주고 있고 TV에 우리 옷을 입고 나오면 제보가 많이 온다. 너무 좋다. 관심을 가져져 주는 사람들이 더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새로운 컬렉션을 많이 보여주겠다. 열심히 노력할 테니 지켜봐 달라.
기획 진행: 이주신
포토: bnt포토그래퍼 차케이
의상: 소윙바운더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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