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림 인턴기자 / 사진 조희선 기자] 위안부 문제에 관심 가져야 할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이다.
영화 ‘눈길’ 언론시사회가 2월13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이나정 감독, 류보라 작가, 배우 김새론, 김향기가 참석했다.
세계가 먼저 주목하고 인정해 우리 시대의 필람 영화로 자리할 ‘눈길’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제자리걸음 중이고 여전히 치유와 위안이 필요한 시대에, 위로하고 위로 받으며 버텼던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같은 비극을 사는 너무나도 다른 두 소녀 영애(김새론)와 종분(김향기)을 그리는 ‘눈길’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단순히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들의 아픔을 관객과 함께 느끼고 위로하고자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 이나정 감독은 영화 속 노골적인 묘사 없이 극적인 내러티브를 이끌어내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이에 대해 이나정 감독은 “위안부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다. 상처받은 분들이 아직 생존해 계신데, 영화적인 스펙터클이나 볼거리로 표현되는 것은 또 하나의 폭력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한 직접적인 장면 없이도 소녀들의 일상을 빼앗긴 것, 충분히 비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 당시 할머니들이 직접 남기신 수기를 읽을 때가 제일 마음에 와 닿았다. 소개하자면 ‘그런 일이 없었다면 엄마랑 이불 덮고 누워 있을 텐데’ ‘나는 선생님이, 가수가 되고 싶었는데’ ‘동생하고 놀았을 텐데’ 등 너무 소박한 평범한 사람들의 소망이 모두 비극 속에 묻혀버리는 걸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고 말하며 2015년 타결된 위안부 협상 문제를 언급했다.
“(위안부) 협상 부분도 할머니들과의 소통이나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 것이기 때문에 이 분들과는 전혀 거리가 먼 협상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에 덧붙여 류보라 작가는 “(위안부 문제가) 타결이 되었다곤 하는데 여전히 수요 집회는 진행되고 있고, 여전히 소녀상을 지키겠다고 추운 겨울에 학생들이 있는 걸 보면 사과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미안해’ 한 마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당한 사람이 받아들이는 게 사과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아직 생존해 계신 38분의 할머니, 한 분 한 분이 사과를 받았다고 생각하시기 전까지, (위안부 문제) 타결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처럼 영화 속 함께 아파하고, 서로가 살아낼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외롭고 힘든 순간을 견뎌낸 종분(김향기)과 영애(김새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자 했던 감독과 작가, 배우들의 노력이 더해져 ‘눈길’은 당시 어린 소녀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하는데 성공했다.
아직 어린 나이에, 스타로서 일본 팬들을 의식할 수도 있었을 두 어린 주연배우는 기특한 소감, 다짐, 그리고 당부를 전하며 용기를 내야했던 첫 마음을 밝혔다.
영애 역을 연기하며 주목할 만한 성인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김새론은 “처음에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과연 내가 이 사실을 연기로 표현 해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모두가 알아야하고 누군가 반드시 표현해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 용기를 내게 됐다”고 영화를 찍게 된 계기를 전했다.
이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향기는 극 중 종분을 연기하며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그는 “처음엔 쉽게 결정하지 못했는데 조금이나마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분들께 위로 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어 용기내서 결정했다. 촬영하면서 역사적 의식이 좀 더 깊어졌다”고 이야기했다.
차가운 분위기와 함께 영화는 시리도록 추운 겨울을 감정에 덧대어 넘치도록 실감나게 표현한다.
이에 대해 김새론은 “(촬영 중) 지방도 계속 왔다 갔다 해야 하고, 추운 날씨에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음에도 불구, 힘들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그 시대 분들은 우리랑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얼마나 힘드셨을까’란 생각이 들어 추울수록 더 힘들다는 말을 못하겠더라”고 기특한 에피소드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김향기는 “이 역사적 사실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모두가 기억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든 분들이 인정하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같은 마음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진심으로 그분들을 위로해줄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진심어린 바람을 전하며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또한 그는 “‘눈길’이라는 영화는 봐야하는 이유가 필요한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유가 있어서 이 영화를 봐달라기 보다는,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누구나 한 번쯤 관심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봐 주셨으면 좋겠다. 뜻 깊게도 삼일절에 개봉을 하게 됐는데, 관람하시는 모든 분들이 가슴 깊이 책임감을 느끼고 가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이며 작품을 대하는 진정성을 내비쳤다.
위안부 사안, 당신은 이 사건에 대해 얼마나 깊게, 또 얼마나 진심으로 생각해 보았는가. 남은 38명의 할머니, 이 사건에 대해 앞으로도 남겨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끊임없는 관심임을 ‘눈길’은 이야기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류보라 작가의 기획 의도처럼, 더 늦기 전에 우리 모두의 관심이 위안부 문제에 모아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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