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경유가격, 올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입력 2017-02-16 13:36   수정 2017-02-1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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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뱃값이 오르면 흡연율이 낮아질 것이라며 시행한 박근혜 정부의 '금연정책'은 시행 2년만에 실패로 드러났다. 2016년 담배 판매량이 전년보다 9.3% 증가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담배세수 또한 2014년 7조 원에서 2016년 약 12조3,000억 원으로 2년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를 두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탁상행정의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흡연율을 낮추지는 못하고 흡연자의 부담만 키워서다.   

 자동차업계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경유세 인상이 거론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처음으로 경유가격과 미세먼지 배출량의 상관관계에 대한 실증분석이 발표됐다. 전남대 경제학부 배정환 교수팀이 발표한 '우리나라 대기오염배출원인과 저감정책 효과 분석' 보고서다. 

 연구에 따르면 경유가격이 1% 상승할 때 인체에 유해한 대기오염물질은 장기적으로 0.31~0.53% 감소한다. 따라서 대도시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환경개선부담금 형태로 경유가격을 인상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과세할 땐 뚜렷한 명분이 필요하다. 국내 경유차 소비자들은 이미 연 2회 환경개선부담금을 내고 있다. 따라서 경유가격 인상은 환경개선부담금의 이중과세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행법 상 환경개선부담금은 '대당 기본 부과금액×오염유발계수×차령계수×지역계수'의 계산식으로 산정한다. 예를 들어 서울에 살면서 2014년식 1,999㏄ SUV를 보유한 소비자는 반기에 3만982원, 연간 6만1,964원을 납부한다. 2010년형 1t 트럭(2,499㏄)으로 과일장사를 하는 서울의 자영업자는 연간 6만2,748원을 내고, 대구에 등록한 2015년형 1만㏄ 대형 카고트럭 소유자는 연간 17만2,124원을 지불한다. 

 환경개선에 대한 비용을 경유세 인상으로 일괄 처리하면 이들의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연간 주행거리가 1만㎞에 불과한 SUV 운전자는 복합효율 13.0㎞/ℓ를 가정했을 때 연간 7만6,923원을 부담해 이전과 약 1만5,000원 차이에 그치는 반면 1t 트럭 자영업자는 연간 3만㎞ 주행, 복합효율 9.0㎞/ℓ를 기준으로 부담금이 33만3,333원에 달해 현재보다 5배 이상 증가한다. 또 대형 카고트럭 소유자(연간 20만㎞ 주행, 복합효율 3.0㎞/ℓ)는 666만6,666원까지 치솟는다.  

 현행법 상 환경개선부담금은 경제적 약자로 분류되거나 경유차를 탈 수 밖에 없는 대상에게는 감면 또는 면제를 규정한다. 국가유공자나 장애인, 생계형 자영업자(운송업 제외)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를 경유세 인상처럼 소비자에 따라 일괄 부담을 지우면 역으로 서민 계층의 고통만 가중된다. 일반 경유 승용차 보유자는 비슷한 부담금을 내고, 영업용 화물차는 유류보조금을 통해 세액 인상분을 충당할 수 있지만 경유차 외에 대안이 없는 1t  자영업자들의 부담금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미세먼지 대책으로 환경부가 경유가격 인상을 주장했을 때 산업부가 반대한 것도 생계형 사업자의 가파른 부담 증가 때문이다.  

 경유가격 인상은 대당 대기오염에 대한 경중을 따지지 않아 친환경차 개발도 저해할 수 있다. 현재는 유로5, 유로6 등 배출가스가 현저히 줄어든다고 인정한 경유차는 개선부담금을 감면한다. 디젤 엔진임에도 매연여과장치를 부착하는 등 기술적 노력을 다하면 환경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의미다. 반면 경유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면 배출가스를 덜 내뿜는 유로6 엔진이든 차령이 10년 이상 된 노후 엔진이든 모두 동일한 가격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 친환경 디젤 엔진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을 막는 것이다. 

 물론 통계적으로 경유가격이 1% 오르면 수요가 약 0.98%, 대기오염물질은 최대 0.53%까지 줄어든다. 또 경유가격 인상으로 확보한 환경부담금을 친환경 연료 보급에 지원하면 대기오염 저감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대기오염은 흡연과 같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세대간 문제여서 모두가 나서야 한다는 게 연구자들의 목소리다.

 그러나 경유차 소비자들에겐 먼 나라 얘기다. 경유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매일 아침 청과물시장에서 과일을 떼와야 하는 상인도 있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물건을 운송해야 하는 기사도 있다. 담배야말로 주변인을 위해 끊을 요인이 생기지만 경유 이용은 생계를 위해 필수적이다. 이러한 현실적 문제들을 차치한 채 명목적 정책만 강요하는 건 '제2의 담배값 인상', 탁상행정, 서민 증세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오는 20일 국회에서 국가 전반의 에너지 정책을 재점검하는 토론회가 열린다. 물론 친환경쪽의 명분을 보다 높이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효율이 높은 경유의 현실적인 장벽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수송연료에 부과한 에너지세금을 조절할 때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애꿎은 서민 부담만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부담을 뛰어넘는 방법으로 새로운 동력장치 개발에 매진하는 게 낫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학기술의 한계를 과학기술로 극복하자는 움직임이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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