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인턴기자] 휴 잭맨이 울버린에게 작별을 고한다.
영화 ‘로건’의 라이브 컨퍼런스가 2월27일 오후 서울시 성동구 CGV 왕십리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휴 잭맨과 패트릭 스튜어트가 참석했다.
‘로건’은 능력을 잃어가는 로건/울버린(휴 잭맨)이 어린 소녀 로라(다프네 킨)를 지키기 위해 사투를 펼치는 액션 블록버스터로, 마초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울버린이 부성애에 가까운 사랑을 발휘하는 역설로 화제를 모으는 작품이다.
이번 라이브 컨퍼런스의 주인공은 물론 휴 잭맨이었다. 그는 지난 2000년 개봉했던 ‘엑스맨’을 시작으로 울버린 단독 작품들과 카메오를 포함 총 아홉 편의 ‘엑스맨’ 시리즈에 얼굴을 비쳤지만, 앞선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제 울버린 연기는 사양하겠다”고 밝혔던 바 있다.
인생의 삼분지일(三分之一)을 울버린으로서 살아온 휴 잭맨에게 울버린에 대한 소회를 들을 수 있는 국내의 마지막 자리였기에, 그런 그를 향해 영화관을 꽉 채운 취재진의 질문이 집중됐던 것은 매우 당연한 결과. 그는 스크린 너머 외국에 있었지만 물리적 거리를 무시하는 열띤 질문들이 지구 반대편과 취재석을 오갔다.
먼저 휴 잭맨은 “안녕하세요. 사랑합니다”라는 아주 자연스러운 한국말로 운을 떼며, “내한을 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이번 영화 ‘로건’이 저에게 개인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고, 더욱이 저는 서울 친선대사로 활동 중이기 때문에 더욱 한국에 가고 싶었지만 상황이 닿지 못했다”고 영화 ‘엑스맨: 아포칼립스’ 이후 약 1년 만의 첫 인사를 전달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로건’은 ‘울버린’ 시리즈의 종결점이자 휴 잭맨의 마지막 울버린 연기가 담긴 작품이다. 더불어 이번 영화는 기존 시리즈와 다른 울적하고 암울한 분위기가 작품 전체를 감싸고 있어, 작품성과 오락성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던 전작들보다 너무 철학적인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낳기도 했다.
이에 휴 잭맨은 “의도적으로 다르게 만든 것”이라며, “다른 ‘엑스맨’ 시리즈나 ‘울버린’ 프랜차이즈 그리고 원작 코믹 북에 영향을 받은 무엇과 비슷한 작품으로 만들고 싶진 않았다. 캐릭터에 집중하는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슈퍼 히어로가 아닌 인간적인 모습의 로건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더불어 나이 든 노년의 모습과 함께 지금까지 전투를 일삼았던 그가 맞는 대가를 그려내고 싶었다”며 자리에 동석하지 못한 제임스 맨골드 감독을 대신해 연출 의도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기존 ‘엑스맨’ 시리즈와 ‘로건’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은 휴 잭맨이 전부가 아니다. 패트릭 스튜어트 또한 휴 잭맨과 함께 전작들과 구분되는 영화의 낯선 분위기를 완화시키기 위해 열연을 펼치며, 더불어 패트릭 스튜어트는 이번 행사에서 ‘로건’이 프로페서 X를 연기하는 마지막 영화라는 소식을 전해 취재진의 안타까움을 불러 모았다.
이와 관련 휴 잭맨은 “제가 1999년도에 영화계를 데뷔했는데, 패트릭 스튜어트는 저보다 훨씬 더 긴 경력을 갖고 있다”며, “그와 함께 연기하는 것은 마치 꿈만 같았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제가 연기 학교에서 이분의 연기를 테이프로 수 번 반복해서 봤다. 그런 그와 저는 이제 형과 동생 같은 관계다. 촬영장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연기하면서 같은 DNA를 공유한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로서의 삶과 오프 스크린에서의 인생을 가르쳐주셨다”고 옆에 앉은 패트릭 스튜어트에게 진심이 느껴지는 감사 인사를 전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마지막으로 휴 잭맨은 ‘로건’은 자신에게 자부심을 안겨준 영화라며 눈에 보이진 않지만 그의 마음 속 엄지를 내밀었고, 영화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이른 시각에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내한을 못 해서 죄송하다. 저는 ‘로건’에 대해서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관객들은 화려한 액션을 자랑하는 울버린의 화난 모습과 질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더불어 그의 인간적인 면도 만날 수 있다. 울버린과 프로페서 X의 마지막이기 때문에 둘의 감정선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
아직도 기억난다. 지난 2006년 ‘엑스맨3: 최후의 전쟁’ 홍보차 서울시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를 방문했던 휴 잭맨은 갑자기 셔츠를 벗고 그 안에 감춰져 있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선보이며 “대한민국”을 외쳤던 바 있다. 자그마치 11년 전 일이다.
11년이 지났지만, 비록 화상으로 만났지만 휴 잭맨은 여전히 울버린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대한민국을 찾았다. 그의 마지막 울버린 연기가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산이 변하는 동안 한 캐릭터를 꾸준히 연기했던 배우의 종착점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이것은 행운이다.
한편 영화 ‘로건’은 3월1일 개봉하며, 2월28일 전 세계 최초 전야 개봉 또한 진행될 예정이다.(사진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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