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현 기자] 그저 밝기만 할 줄 알았던 사람의 깊은 내면을 알게 되는 일은 늘 새로움을 안겨준다.
편견을 지우고 바라본 모델 정혁은 완전하게 다른 사람이었다. 모델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정혁에게 사로 잡히는 이유가 결코 그의 밝음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어느샌가 깨닫게 되듯.
결코 가볍지 않았지만 또 그리 무겁게 가라 앉지도 않는, 정혁의 이야기를 전한다.
Q. bnt와 촬영 소감
재미있었어요. 모델 친구들이 자주 찍었고 또 인터뷰도 많이 해서 한번쯤 해보고 싶다고 기대하고 있었어요(웃음).
Q. 가장 기대되는 컷이 있다면
다 기대되죠(웃음). 키치한 것은 많이 하다 보니까 괜찮은데 아무래도 모던한 콘셉트나 러프한 모습은 아직은 부족한 것 같아요. 마지막 콘셉트를 하면서 눈에 힘 주느라 힘들었어요(웃음).
Q. 2015년 데뷔를 했잖아요. 모델로서 이른 출발은 아니란 얘기, 많이 들었죠.
네, 그래도 전 좋아요. 그것도 저에게 도전이었고 또 그걸로 인해 제가 언제라도 또 도전 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어요. 제가 지금의 나이에도 또 다른 것을 시작할 수 있는 거잖아요. 25살에 모델 데뷔를 했고 스스로 느끼기엔 분명 성공을 했으니까 더 나이가 들어서 다른 것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나이 때문에 망설이진 않을 것 같아요. 또 저로 인해 다른 모델 지망생들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여줄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해요.
Q. 모델을 꿈꾸게 된 계기를 들어보고 싶네요.
예전부터 선망하고 존경하는 직업이었어요. 제가 어렸을 땐 부모님이 바쁘시다 보니 옷도 제대로 챙겨 입고 다니기가 힘들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형 친구가 옷을 한번 입혀줬는데 애들 시선이 달라지더라고요. 그 때 감정이 아직도 안 잊혀져요.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고 느낄 정도였고요.
그때부터 옷에 관심이 정말 많아졌고 성인이 되어서는 옷 가게에서 일 했어요. 그러면서 87라인 모델들처럼 멋있게 옷을 입고 싶다고 생각했고요. 모델이란 직업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모델이 하고 싶었지만 그때 당시에 모델들은 잘생기고 멋있는 분들이 많았고 또 저는 모델치고는 키가 큰 편도 아니라 쉽사리 도전하기가 어려웠죠. 그래서 좀 더 어렸을 땐 개그맨을 준비했었어요(웃음). 다시 모델을 도전하려고 마음 먹었을 땐 그래도 운도 따른 것 같고 기회도 잘 온 것 같아요. 저는 저 혼자서 다 했다고 생각 안 하거든요. 잘 봐주셨으니까 잘 될 수 있었던 거죠.
Q. 그 옷 가게에서 꽤나 유명했었다고.
유니클로에서 일 할 때 유명해졌어요.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잘생겼다고 모델 해보라고 권유하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웃음). 실제로 그 후에 사정이 생겨 일도 그만두게 되었고 에스팀에 지원을 했어요. 근데 제가 부정교합이 심했거든요. 교정을 안 해서 처음엔 떨어졌다가 매니지먼트 팀 쪽에서 저를 좋게 보시고 다시 연락을 주셔서 SNS 통해 에스팀에 들어오게 되었죠.
잘 온 거죠.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이 이게 맞는 것 같아요. 늘 평범한 하루보다 지금 하는 일이 더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꿈을 이룬다는 것은 참 좋은 것 같아요.
Q. 모델로서의 정혁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각종 SNS 채널 등에서 비추는 정혁의 모습에 호감을 느끼는 팬들이 늘었잖아요.
지금은 조금 수그러든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저를 좀 많이 놓았던 것 같고 제가 하기 싫었던 일을 한 것 같기도 해요. 재미있고 귀엽고 가볍게 느껴진 것을 좋아해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제 전부는 아닌 것 같아서 그래서 최근에는 방향을 좀 바꿨어요. 그러다 보니 상승도 하락도 아닌 유지 중인 상태 같아요. 어느 정도 절 지키면서 활동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저를 보여주고 있는 중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도 절 좋아해주는 것은 축복이잖아요. 제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요. 물론 채널에서 보여지는 모습도 결국엔 제가 만든 이미지지만요.
오늘 같은 인터뷰나 사적인 자리가 아니면 저에 대해 잘 모르잖아요. 근데 방송이나 지금 이 곳에 있는 제 모습이나 똑같다고 생각해요. 보여지는 모습들이 저의 전부는 아니란 것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Q. 해외 진출에 대해
욕심이 있습니다(웃음). 일본에서 활동을 하고 싶어했어요. 그래서 회사에도 이번에 일본에 놀러 가면서 일본 활동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죠. 일본의 모델 에이전시와 계약 완료 했고 올 하반기에는 일본 서 활동할 계획 중이에요.
전 키가 작고 살집도 좀 있잖아요. 그런데 일본 모델 시장에서 몸은 제가 딱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외모도 개성이 있잖아요. 그래서 도전해보려고요.
Q. 예능이나 드라마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도 진출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회사 쪽에서 감사하게도 제게 길을 많이 열어주시기 때문에, 예능도 그렇고 많은 분야에 나가서 잘 보여드리고 있는 것 같아요. 연기를 배운 적은 없는데 뮤직비디오에 나가서 자꾸 연기를 하라고 하셔서(웃음) 뮤직비디오에도 출연 했고요. 물론 뮤직비디오는 대사를 안 하니까 모델 일의 연장선 같아요. 연기를 하고 싶은 욕심은 없고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쇼 그리고 서고 싶은 쇼 있는지
첫 쇼였던 블라인드니스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못했으니까. 하하. 다시 하고 싶고 그래요. 엄청 아쉽거든요. 그때 잘 했으면 사람들에게 좀 더 빨리 알려지지 않았을까 생각도 하고요. 정말 못했어요(웃음). 긴장해서 아무것도 안 보였고 물론 지금은 누구보다 자신감 있게 표출 할 수 있어요. 직업에 대한 프라이드도 정말 강해졌고요. 즐기면서 워킹을 해야 잘 나오는 것 같아요. 그땐 너무 긴장을 했었어요.
지금은 쇼에 대한 욕심은 많이 없어요. 제가 쇼 모델은 아니라고 도장을 찍어주시기도 하셔서 이렇게 여러 쇼에 선 것 자체가 감사하다고 느껴요. 더 하고 싶은 쇼는 없지만 그래도 해외 쇼를 꼭 서고 싶죠.
Q. 그럼에도 불구하고 17 S/S 때는 13개 쇼에 섰잖아요.
조금만 서도 감사하겠다 생각했는데 많이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했죠. 제가 쇼에 설 때는 정식 워킹이 아니라 그 쇼의 무드에 맞춰서 이입을 하거든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실장님들이 다들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인연이 이어져서 룩북을 찍기도 하고요. 모델로서 멋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옷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모델로서의 자신감이기도 하고요. 내가 모델인 것을 제대로 보여줘야겠다는 자신감이 필요한 것 같아요.
Q. 이번 위크도 기대해볼만 할까요(웃음)?
이번에도 정말 기대 안 해요. 저는 매번 쇼 할 때 마다 찾아주시는 게 감사하다고 생각할 뿐이지 기대하거나 그러지 않았어요(웃음).
Q. 모델로서 정혁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제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개성 있게 생겼다는 말이고 잘 할 수 있는 것은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이에요. 어릴 때부터 친구들이랑 장난치고 재미있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레 친구들이랑 꽁트도 하게 되고 그런 꽁트가 일상화가 되어 버렸죠. 그러면서 개그를 시작했고요. 그래서 연기를 달고 산 것 같아요. 모델로서 제게 역할이 주어지면 소화를 잘 해내는 것 같아요. 그리고 카메라를 좋아하니까 구도를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제게 원하시는 느낌이나 그런 것을 잘 알아요. 그런 포즈도 잘 찾는 것 같고요.
또 덧붙이자면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요. 주어진 콘셉트를 하다 보면 싫은 것을 해야 하거나 망가지는 모습도 할 수 있잖아요. 근데 저는 이게 모델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인지 안 가리고 하니까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Q. 모델로서 롤모델이 있는지
처음에는 김원중 선배님을 좋아했는데 그 분만의 색과 그 분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있잖아요.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누구나 다 그런 부분들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서 많은 분들에게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Q. 정혁의 연관 검색어, 랜선남친
저도 보고 놀랐어요. 하하하.
제가 인터넷에서 가끔 제 이름을 검색하거든요. 왜냐면 인물 검색할 때 축구선수인 분 보다 제가 더 먼저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끔 해요(웃음). 근데 연관 검색어에 랜선남친이 있는 거에요. 그래서 ‘랜선남친이 뭐지?’ 싶어서 다시 검색해보니까 모델 정혁이 연관 검색어로 뜨더라고요.
좋은 것 같아요. SNS를 통해 제 모습을 재미있게 봐주시고 또 그걸 비글미라고 칭해주시면서 매력 있게 느껴 주시는 거잖아요. 친근한 오빠처럼 느껴주시는 거니까 감사하죠. 길 가다가도 저 보시면 엄청 편하게 사진 찍어달라고 하시고 친근하다고 하시고 그러시더라고요(웃음).
Q. 이성에게 어떤 스타일인지 궁금한데요.
애교가 정말 많고요. 심각하게 많아서(웃음) 상대방이 저를 닮아가게 되죠. 사랑하면 닮는다고 하잖아요. 하하하.
저는 이벤트도 많이 해주는 편이고 또 지낸다면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연애하면 여자친구 밖에 안 봐요. 다른 사람에게 흔들리는 건 이해를 못 하겠어요.
Q. 일이 없을 때는 뭐 하며 지내는 편이에요?
모델이란 직업의 특성상 이 일이 오래 가기가 힘들잖아요. 롱런하는 것은 예외인 경우가 많고요. 다음 것을 준비하기 위해서 늘 노력해요. 또 그러려면 내게 맞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고민하게 되고 그래서 여러 가지를 배우고 있어요.
제 SNS 아이디가 artistboy_(아티스트 보이)잖아요. 예술 하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에 그렇게 만들었거든요. 모델로서의 예술은 많은 분들께 알려진 것 같고 그 다음의 예술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노력하고 있어요.
Q. 최근에는 어떤 것을 배우고 있어요?
힙합 배우고 있어요. 힙합 마인드를 정말 좋아하고 힙합이란 장르를 정말 좋아해요.
처음에 입문했을 때는 랩을 하면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던질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가 어렸을 때는 내성적이었기 때문에 솔직하지 못했거든요. 학생이니까 내가 무슨 말을 해서 내 친구들이 날 떠나지 않을까를 생각하고 염려했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더라고요. 물론 그때는 학생이니까 소속되어있는 느낌이 있어야 하잖아요. 근데 결국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고 진정으로 저와 맞는 사람이 한, 두 명이라도 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쉽게 말해서 남들 눈치를 보면서 살 필요 없는 것 같아요. 이 정답을 찾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Q. 몸매 관리 비결도 따로 있을지 궁금해요. 마냥 운동을 하면 몸이 커지니까 적당히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는 모델들만의 비결이 있을 것 같은데
몸매 관리라는 건 모델로서 잘 생각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먹든 안 먹든 몸이 예쁜 사람이 있고 먹어도 안 먹어도 찌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런 부분을 잘 생각하고 운동을 맞춰서 해야 하죠. 저는 먹든 안 먹든 살이 찌는 스타일이거든요. 모델 하기 전에는 80kg이 넘게 나갔는데 모델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65kg까지 뺐어요. 그때는 정말 굶어서 뺐죠. 바쁜 일을 하다 보니까 한 끼 안 먹어도 쭉 빠지더라고요. 이게 당연한 건 줄 알고 모델 시작해서도 그렇게 체중 감량을 했어요. 밥 안 먹고 물만 마시고 커피만 마셨더니 오히려 몸이 더 안 좋아지더라고요.
살 빼는 방법은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근육 량을 키운 다음에 줄이면 되는 거니까요. 열심히 운동 하다가 그때 살짝 감량해서 살도 빼고 근육도 줄이는 거죠. 운동해서 허벅지 같은 곳이 두꺼워진 상태라 해도 안 먹으면 오히려 더 잘빠져요. 한 끼 안 먹는 사람은 한 끼 안 먹어도 안 빠지지만 세끼 꼬박 먹던 사람이 한끼 만 먹으면 오히려 더 잘 빠지거든요. 전 책 보면서 공부도 했어요. 지금은 탄수화물, 지방도 잘 먹어요. 예전엔 토마토나 커피도 못 먹었는데 모델 한다고 둘 다 열심히 먹었죠. 그래도 아직 큰 토마토는 못 먹지만(웃음).
지금은 벌크업 중이에요. 열심히 해요. 그것도 모델로서 지켜야 하는 것이니까. 하루가 24시간이잖아요. 많이 자서 하루에 10시간을 잔다고 생각하면 14시간이 남잖아요. 14시간 중 적어도 한 시간은 스스로에게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있지 않나 생각해요. 꾸준히 한 시간씩 운동하면 몸이 바뀌어요. 일주일 하면 지친 몸이 건강해지고 2주 하면 하고 싶은 의지가 생기고 3주 하면 몸이 바뀌고 4주 하면 완벽해지는데, 나중에 해야지 하고 미루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죠.
Q. 요 근래 꽂힌 패션 스타일도 궁금한데
요즘은 너드룩에 꽂혀서 괴짜 같은 스타일로 입고 다녀요. 항상 도전하는 편인 것 같아요.
Q. 2017년 모델 정혁의 계획
저의 목표는 저의 재미난 모습과 다양한 모습을 꾸준히 보여드리는 것, 그리고 항상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죠.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드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2017년에는 지금의 저보다 멋진 정혁이 되겠습니다. 제가 보여드린 모습들 보다 고쳐야 하는 모습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의 저를 넘을 수 있는 모델 정혁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기획 진행: 박승현, 마채림
포토: 김연중
의상: FRJ Jeans, 플랙, 스컬홍, 홀리넘버세븐, 살롱 드 서울, 235연구소
슈즈: 엄브로, 닥터마틴
모자: 배드테이스트
헤어: 작은차이 제레미 영 실장, 어시스턴트 쇼우
메이크업: 작은차이 김연주 실장, 어시스턴트 다희
장소: 상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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