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 세상을 바꾼 3월...이렇게 기가 막힌 타이밍이라니 (종합)

입력 2017-03-15 19:10  


[이후림 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시대를 관통하는 보통사람들이 온다.

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 언론시사회가 3월15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김봉한 감독, 배우 손현주, 장혁, 김상호, 조달환, 지승현이 참석했다.

‘보통사람’은 1980년대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 성진(손현주)이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는 80년대 시대상을 현실적으로 다루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영화는 80년대 중에서도 88서울올림픽을 1년 앞둔 1987년 봄을 배경으로 한다. 격동의 시기인 1987년은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거대한 몸살을 겪었던 과도기였다.

김봉한 감독은 “손현주 선배님이 2년 넘게 이 시나리오를 기다려주시고 버팀목이 돼 주셔서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다. ‘보통사람’이란 영화 제목은 원래 다른 제목이 있었는데 ‘역설적인 이야기를 해보는 게 어떻겠나’란 주위 의견과, 보통사람으로 사는 게 가장 힘들고 어렵지 않을까하는 의미에서 정하게 됐다. 1980년도에 모 대통령이 보통사람이란 캐치프레이즈로 대통령이 되셨다.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제목 선정의 의도를 전했다.


이와 같은 감독의 연출 의도처럼 ‘보통사람’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었던 1987년 세상을 바꿔나간 보통사람의 단면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재현했다. 그 중심에는 보통사람인 배우 손현주가 있었다.

그는 이번 영화 안에서 가족과 함께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싶었던, 그 시절 평범한 가장 성진 역을 맡아 연기한다. 그는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을 바탕으로 아버지로서 성진이 처한 상황과 선택, 결정에 공감을 더하며 캐릭터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그는 보통사람이란 무엇을 지칭하는 것인지 묻는 질문에 “얼굴로 말씀드리면 되나. 얼굴로 말씀 드릴 것 같으면 장혁 씨 빼고는 다 보통사람이다. 사실 장혁 씨 외에 김상호, 조달환, 지승현, 정만식, 나, 다 거기서 거기다”라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손현주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던 소감을 전하며 말문을 뗐다. “원래 처음에는 1980년도 이야기가 아니라 1970년도의 이야기였다. 정확히는 75년도의 이야기인데, 여러 회의와 의논을 거친 끝에 격동기인 80년도로 갔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은 ‘2017년도와 1980년도는 어떻게 다를까’였다.”

이어 그는 “과연 1980년도의 아버지와 2017년도의 아버지와 다른 점이 있을까. 환경, 경제, 모든 걸 떠나 그때나 지금이나 아버지가 가정, 아내, 아이를 지키는 마음은 똑같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손현주는 실제 1987년도 당시의 모습을 회상하며 “1980년대에 대학을 다녔기 때문에 그 시절을 뚜렷이 기억한다. 그렇게 먼 이야기 같지 않다. 연도로 따지면 꽤 오랜 세월이 지난 것 같은데 또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며 “오늘 너무 떨려서 영화를 못 봤다. 느끼는 바대로 연기하려 했고, 시나리오에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노력했다. 분명 모자란 부분이 있을 테지만 영화 찍는 내내 즐거웠다”고 전해 관심을 끌었다.


이어 “배역은 미워하되 배우는 미워하지 말아 달라”고 제 발 저린 말문을 뗀 장혁은 영화 속에서 국가를 위해 물불 안 가리는 냉혈한, 최연소 안기부 실장 최규남 역을 맡아 연기했다. 그는 극 중 특히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분노를 유발한다.

그는 매 신마다 마치 미묘한 대사톤의 변화를 준 듯한 지독한 악역 연기로 몰입감을 더했다. 이에 조금씩 다른 다양한 대사톤이 모두 계산, 의도된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샀다. 장혁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대사나 말투의 속도, 톤을 정하고 가진 않았다. 대부분 감정을 뺀 상태에서 대사를 던졌다”고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답을 내놨다.

또한 “속감정이 최대한 드러나지 않게 대사를 말했고, 벽에 잘못 그려진, 일그러진 태극기가 마음에 있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특히 영화 속 장혁의 말투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떠오르게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누군가를 모티브로 한 적은 없다. 이를테면 모든 시대에 소신과 신념을 가지고 있었지만 소통이 안됐던 사람들이 있지 않느냐. 그런 사람들이 감정이 나올 때, 어떻게 이야기 할 것인가 생각하다 보니 감정이 자연스레 빠지면서 편안하게 대사를 하게 됐다. 절대 성대모사가 아니다”라고 격하게 강조,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김봉한 감독 역시 “장혁 씨가 연기를 너무 잘한 것 뿐. 그런 부분에서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 내가 따로 주문했던 건 웃으면서 연기해달란 거였다. 그 웃음이 너무 잘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장혁의 완벽한 캐릭터 연기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감독은 현 시국이 아니었다면 굉장히 위험한 영화가 될 뻔했다는 안도 섞인 질문에 대해 “실제로 영화 투자가 잘 되지 않아서 죽을 둥 살 둥 끌고 나갔던 작품이다. 손현주 선배 덕분에 끌고 갔지 영화가 나오기까지 힘들었다. ‘지금 시국이 이러니까 이런 걸 해야지’라고 했던 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나리오가 언제 나왔는지 날짜는 정확히 보여드릴 수 있다. 하지만 우연치 않게 일치하는 부분들은 있더라”고 밝혔다.


특히 영화를 처음 본 배우들의 소감이 눈길을 끌었다. 장혁은 “영화를 처음 보는데 눈물이 차올랐다. 이 영화가 ‘보통사람이 무엇일까’의 의미를 한번 쯤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조달환은 “마지막에 제일 늦게 현장에 왔는데 혼자 앉아서 울었다. 소수의 힘이 모여 큰 힘이 되고, 그 힘으로 마음을 보탠다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지승현은 “영화가 끝나고 울고 있는 나를 보면서 민망했다. 감히 좋은 영화 한 편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울었던 이유를 생각해보니까 우리 아버지가 생각나서 그랬던 것 같다”며 “‘보통사람’은 가족을 잘 보살피고 싶은 한 아버지의 이야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1987년도에 내가 7살이었는데 그때의 아버지가 떠올라 눈물이 나왔던 것 같다. 가족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영화를 본 소감을 전했다.

1987년과 2017년,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까? 1987년, 세상을 바꿔나간 보통사람의 단면을 영화는 조명한다. 2017년, 보통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세상을 바꾼 3월, 봄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줄 영화 ‘보통사람’의 기가 막힌 타이밍이 놀랍다. 시대를 관통하는, 2017년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보통사람들에게 전하는 응원의 영화 한 편이다.

한편 영화 ‘보통사람’은 3월2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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