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이스라엘 양국은 1950년 이후 견고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자동차 분야에서 양국 간 협업에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기술 솔루션을 가진 벤처 기업이 많습니다. 한국은 자동차 제조부문에서 뛰어난 역량을 갖추고 있죠. 양국은 서로 파트너십을 체결해야 할 최고의 대상입니다"
지난 주말 막을 내린 2017 서울모터쇼에서 만난 샤이 파일러 주한이스라엘대사관 경제무역대표부 대표는 한국과 이스라엘이 자동차 분야에서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정부 차원에서 글로벌 자동차 강국에 자신들의 기업을 알리는데 적극 협조하고 있다. 이들이 올해 서울모터쇼에 참여, 이스라엘 첨단자동차기술 컨퍼런스를 개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스라엘이 1950년대부터 자동차 생산을 시작했다고 이야기하면 고개를 갸웃거릴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2차 세계대전 이후 1951년 항구도시인 하이파에서 독일 카이저 프레이저가 생산 설비를 만들면서 자동차 산업이 시작됐다. 1960년대엔 유리섬유로 만든 자동차를 생산, 판매할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해 생산을 포기해야 했고, 현재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완성차 제조업에서 고배를 마신 이스라엘이지만 자동차의 전장화가 가속화되면서 다시 이스라엘 자동차 산업은 부흥기를 맞고 있다. 1,000개 이상의 벤처 기업이 IT기술을 기반으로 자동차 회사와 협업을 진행하는 것. 연초 153억달러(한화 약 17조5,668억원)이란 거액에 인텔에 인수된 전장기업 모빌아이는 성공적인 M&A의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이번 컨퍼런스에선 최근 자동차 전장분야에서 각광받는 이스라엘 기업들을 소개하고, 별도의 비즈니스 미팅 프로그램을 마련해 관련 업체들이 활발한 네트워킹 활동을 지원했다. 7개 참여사 중 V2X 기술을 선도하는 오토톡스(Autotalks),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와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인 센싱 분야를 이끌어가는 모빌아이(Mobileye) 등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램 샬롬(Ram Shallom) 오토톡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VP비즈니스&마케팅 담당
-V2X(Vehicle to X) 시장의 현황이 궁금하다.
"V2X는 자동차가 온갖 사물과 통신하며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주행환경을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풀 에코 시스템’을 조성하는 게 핵심이다. 오토톡스는 2008년 설립된 회사로 V2X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처음 시도되는 기술인 만큼 각국의 법률과 규제, 기술, 환경적 제약 등에 대한 솔루션도 깊이 고민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V2X 장착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흐름이 이어지리라 예상하나?
"지난해 12월 미 교통부(DOT)가 입법예고(NPRM)를 통해 2023년까지 미국 내 판매되는 모든 승용차에 V2X 기능 장착 의무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우선 차간 통신을 의미하는 ‘V2V’ 기반의 단거리 통신장비(DSRC) 의무화가 포함된다. 안전규정에 있어 미국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기준을 제시하고, 신기술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유럽은 기업 입장에선 도전적이다. 연합 내 많은 국가들이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는 전세계 어느 시장에도 운용할 수 있고, 자율주행차 수준에 대응 가능한 아키텍처를 보유하고 있다"
-V2X 기술의 핵심은 무엇인가?
"차와 차(V2V), 차와 인프라(V2I), 차와 오토바이 (V2M), 차와 보행자(V2P) 등 차가 주행 중 맞닿뜨리는 모든 대상과 환경과 정보를 주고 받는 걸 의미한다. 이를 통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주행이 가능하며, 자율주행차를 위한 핵심 기술이기도 하다. 센서로 인지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통신을 통해 길 위의 정보를 인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궁극적으론 길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다"
-길 위의 안전 만큼이나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도 중요하다. 내 위치정보나 스마트폰 등에 저장된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의견도 많다.
"오토톡스의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가 바로 사이버 보안이다.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가장 먼저 고려한 건 앞으로 많은 사이버 공격이 잇을 것이고, 점점 더 정밀하고 복잡한 통신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 겹의 구조로 시스템을 만들었다. 지금은 알 수 없는 미래의 위험에도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박성욱 모빌아이 한국지사장
-완성차 업체에서 모빌아이의 기술력에 높은 신뢰감을 나타낸다. 비결이 뭘까?
"밑천이 얕다면 많은 사람을 잠시 속일 순 있어도 오랜 시간 사업을 지속하긴 어렵다. 높은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만큼이나 고객사에서 보내주신 신뢰는 큰 자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OEM 공급을 넘어서 애프터마켓 시장까지 진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선 2008년부터 애프터마켓용 ADAS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선 2014년부터 애프터마켓 거래가 시작됐으니 조금 늦은 편이다. 택시와 물류회사 등을 중심으로 ADAS 패키지를 공급하고 있고,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는 피드백을 받고 있다"
-ADAS는 완성차 업계에서도 상당히 첨단기술로 통한다. 애프터마켓 제품에선 어떤 기능을 지원하는지 궁금하다.
"애프터마켓에 공급하는 첨단 충돌방지 시스템은 전방추돌 경고, 차간모니터링 경고, 보행자 추돌 경고, 차선이탈 경고 등의 기능을 지원한다. 주행 중 앞에 장애물을 발견하거나 앞서 가는 차의 속도가 늦어 충돌 위험이 감지될 경우, 주행 경로에 갑자기 보행자가 튀어나오거나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이동할 경우 운전자에게 시청각 경고를 보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위험상황에서 운전자에게 경고를 알리는 게 핵심으로 보인다. 실제 사고 예방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위험 상황을 정확히 알리는 것만 잘해도 사고 발생 50%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전방 충돌의 경우 80~90% 방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도 사고 발생을 줄이고 주행 효율을 높여 구매 비용의 두 배 정도 경제효과를 거뒀다는 실증 데이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여기에 도로환경 개선에 유의미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정 지역에서 차선이탈 경고가 자주 발생한다면 운전자 부주의보다 도로 환경이 좋지 않아서 안전운행이 어렵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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