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장서희가 푼수녀로 돌아온다.
SBS ‘언니는 살아있다’의 제작발표회가 4월13일 오후 서울시 양천구 SBS 본사 13층 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최영훈 PD, 장서희, 오윤아, 김주현, 다솜, 이지훈, 조윤우, 변정수, 손여은, 진지희가 참석했다.
‘언니는 살아있다’는 빽 없고, 돈 없고, 세상천지 의지할 데 없는 세 언니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워맨스(Womance) 드라마로, ‘끝에서 두 번째 사랑’을 연출했던 최형훈 PD와 ‘아내의 유혹’을 집필했던 김순옥 작가의 만남이 화제를 모은다.
장서희가 벼랑 끝에서 엄마의 원수와 마주서게 된 민들레 역을, 오윤아가 남편과 내연녀의 인생을 망가뜨리기 위해 자신의 삶을 버리는 김은향 역을, 김주현이 결혼식 당일 교통사고로 남편이 죽게 되면서 혼자가 된 강하리 역을 맡았다. 이 밖에 이지훈이 설기찬을, 시스타 다솜이 양달희를, 진지희가 강하세를 연기하며 극에 힘을 보탰다.
최영훈 PD는 “일명 ‘순옥킴’이라는 장르를 만드신 김순옥 작가님의 작품이다”라며, “여러분이 좋아하시는 친숙한 코드들과 업그레이드된 장치들로 극이 더욱 풍부해졌다. 한마디로 김순옥 작가의 종합선물세트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많이 기대하셔도 좋을 듯하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일단 외모도 되고 연기도 되는 훌륭하신 배우 분들과의 작업이기 때문에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 누가 될까봐 잠도 못 자고, 살도 빠지고, 머리도 빠지고 힘들어 죽겠다. 오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니 기대만큼 괜찮게 나온 것 같은데, 이대로 50부까지 쭉 갔으면 좋겠다. 좋은 배우 분들과 좋은 작가님이 만났다”고 성원을 당부했다.
현장의 주인공은 장서희였다. MBC ’인어 아가씨’, SBS ‘아내의 유혹’, KBS2 ‘뻐꾸기 둥지’를 통해 ‘복수 3부작’을 완성시켰던 그는 약 2년 만의 브라운관 복귀작으로 김순옥 작가의 신작을 택했다. 대중이 장서희에게 기대하는 것이 ‘#복수’라면, ‘아내의 유혹’의 중심이었던 작가와 주연이 재회한 상황. 취재진의 손가락이 바삐 움직였다.
이날 장서희는 “사실 ‘아내의 유혹’이 끝나고 9년의 시간이 흘렀다”라며, “김순옥 작가님과는 지인으로 계속 우정을 돈독히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우연한 기회에 김순옥 작가님이 ‘서희, 너 항상 변신하고 싶었잖아. 이번에 푼수 역할인데 같이 해보자’라고 말씀하셔서 출연하게 됐다”고 ‘언니는 살아있다’ 민들레를 연기하는 계기를 밝혔다.
더불어 그는 “즐겁게 촬영 중이다. 대중은 기존에 내가 연기했던 강한 모습을 많이 생각하신다. 아역부터 시작해서 많은 연기를 했건만, 이상하게 센 부분만이 각인됐던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여러분에게 편안한 장서희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소원했다.
앞서 이야기했듯 ‘언니는 살아있다’는 배우 장서희와 김은숙 작가의 두 번째 협연이다. 첫 번째 만남이었던 ‘아내의 유혹’은 최고 시청률 약 40%에 육박하며 대한민국을 점 찍고 다시 나타난 악녀 민소희 열풍에 휩싸이게 했던 바, 이번에는 또 어떤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대중을 놀라게 할지 관심이 모이는 것이 당연지사. 이에 장서희는 “매번 드라마 할 때마다 시청률 공약이 언급되지만, 나는 솔직히 기대를 안 한다”는 말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어 그는 “그래야 작품이 잘 된다. 기대를 많이 하면 오히려 잘 안 되더라”며, “기대 안 하고 열심히 하면 그냥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 시청률이라고 생각한다. 대진운도 중요하고, 그 밖의 운도 따라야 한다”고 섣부른 흥행 예상을 우려했다.
또한, 장서희는 “우리 작품은 베이스인 대본이 참 재밌다. 김순옥 작가님이 부담이 클 것이다. 계속 히트작을 만드셨던 작가님이기 때문에 대중의 기대가 클 것 아닌가”라며, “과거 ‘아내의 유혹’이나 여타 작품들과 달리 나는 이번에 푼수를 연기한다. 대신 오윤아 씨나 김주현 씨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그렇기에 이번 작품에서는 동생들을 옆에서 서포트하는 것에 매진할 것 같다. 정말 악녀 아닌 푼수다. (웃음)”고 전작들과의 선을 그었다.
주말드라마는 레드 오션이다. ‘언니는 살아있다’가 방송되는 토요일 오후 8시 45분도 마찬가지로, 리모컨 단추를 몇 번만 누르면 MBC에서는 약 3년 만의 브라운관 복귀를 선언했던 엄정화 주연의 ‘당신은 너무합니다’가 방영되는 상황. 이 가운데 여기에는 묘한 인연이 존재한다.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장서희는 배우를, ‘당신은 너무합니다’에서 엄정화는 가수를 연기하는 것. 두 작품 모두 현실이 극중에 투영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이에 장서희는 “MBC ’당신은 너무합니다’의 경우 엄정화 언니도 실제 가수시고, 저도 또 배우다. 각자의 캐릭터와 각자의 직업이 똑같은 셈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아, 각자 똑같은 직업으로 나오고 있구나’라는 생각만 가졌지 중복되는 느낌은 못 받았다.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됐다. 각자 화이팅했으면 좋겠다”고 경쟁 아닌 공생을 희망했다.
이번 작품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김순옥 작가와 배우 장서희의 변화다. 먼저 평소 자신의 작품을 막장이라고 부르는 것에 관해 부정적 의사와 속상한 마음을 견지했던 김순옥 작가는 극중 ‘언니의 유혹’이라는 가상의 작품을 등장시키는 등 자기 파괴와 패러디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장서희는 복수의 화신 대신 모든 것을 엄마에게 의존하는 푼수 여배우를 연기한다. 예술은 변화로서 완성되는 것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는 두 사람이다.
먼저 장서희는 “이번에 촬영을 하면서 느꼈던 것은 김순옥 작가님이 강해지셨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센 드라마를 향한 댓글이나 사람들의 질타에 많은 상처를 받으셨지만, 이제는 극복에 성공하신 것 같더라. ‘나 이런 막장 드라마 안 해!’ 같은 대사도 나오고, ‘아내의 유혹’을 패러디한 ‘언니의 유혹’도 나온다. 이제는 작가님이 벽을 넘어서 스스로 즐기신다는 생각이 드니까 내 마음도 편해지더라”고 자신이 체감했던 김순옥 작가의 변화를 언급했다.
더불어 그는 “어떻게 저한테 이런 푼수 역할을 주셨는지 모르겠다”며, “아마 민들레 역은 배우 장서희의 변신을 작가님의 배려 같다. 민들레는 엄마한테 못됐다. 3, 4부에서는 시청자들에게 돌 맞을 각오까지 하는 중이다. 극중 민들레의 엄마가 계단에서 주먹밥을 먹는 장면이 있다. 들레가 엄마한테 못 되게 구는데 그거 찍고 나서 마음이 안 좋더라. 그런데 그렇게 못되게 해야 후반부가 사니까 어쩔 수가 없더라”고 본인의 연기 변신을 소개했다.
제작발표회 중간 장서희는 “그간 배우로서 어떠한 장르를 따지지 전에 내 캐릭터를 열심히 해왔을 뿐이다”며, “그랬더니 결과도 좋았고, 큰 상도 받았다. 배우에게 장르는 중요하지 않다. 연기를 열심히 해야 하고, 그랬을 때 박수 받는다. 그렇기에 이번 작품의 선택에 망설임이 없었다”고 자신을 따라다니는 ‘#센 드라마’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이번 작품을 선택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다는 말은 역으로 생각하면 아마 장서희에게는 복수극이 최고라는 것을 본인도 잘 알고 있다는 이야기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악녀나 복수녀 대신 푼수녀를 택한 그를 보니 배우는 장르에 대한 고민 대신 연기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이 새삼 더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한편 SBS 새 주말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는 ‘우리 갑순이’ 후속으로 15일 오후 8시 45분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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