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브랜뉴뮤직 대표 라이머, 그가 걸어온 길

입력 2017-04-18 13:59   수정 2017-04-18 14:29


[허젬마 기자] “가진 게 없으니 잃을 것도 없었어요. 잃을 게 없으니 두려울 것도 없었죠. 그저 막연히 이쪽 힙합 문화에 대해서만큼은 자신 있으니까 집중해서 돌진하면 그래도 길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가수이자 ‘브랜뉴뮤직’의 수장 라이머가 스물 일곱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한 사업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현존하고 있는 음반 레이블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회사로 성장했다.

산이, 버벌진트, 범키 등 이 시대 최고의 매력적인 아티스트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이기도 한 브랜뉴뮤직은 곧 보이그룹 출범을 앞두고 있다. 힙합 R&B 전문 레이블에서 종합 엔터테인먼트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는 그를 만나 브랜뉴뮤직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화보 소감

이렇게 독특한 장소에서 촬영을 해본 건 처음이다. (라이머의 화보 촬영은 현재 ‘미켈란젤로전’이 열리고 있는 ‘헬로뮤지엄’에서 진행됐다.) 평소 좋아하는 콘셉트들이라 재미있고 즐거웠다.

Q. 어떻게 지내고 있나

여전히 바쁘게 지내고 있다. 올해 회사에 큰 움직임들이 있을 예정인데 가장 중요하게는 수년 전부터 준비해왔던 보이그룹을 가시화하고 있는 중이다. 몇 년 전부터 브랜뉴뮤직만의 보이그룹을 준비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는데 현재 어느 정도 세팅이 된 상황이다. 게다가 이 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멤버 네 명이 현재 ‘프로듀스 101’에 출연 중인데 특히 그 중에서도 이대휘 군이 얼마 전 101명 중 일등을 해서 센터로 무대에 서고 있을 정도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이 친구들을 통해서 브랜뉴뮤직이 만들었기 때문에 확실히 남다른 팀이 탄생할 수 있겠다라는 가능성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머지않아 완성된 팀으로 데뷔를 하게 됐을 때 많은 기대를 해도 좋을 만큼 이 친구들을 키워나가고 성장시켜나가는 게 최근 나에게 가장 큰 기쁨 중 하나다. 또한 이들의 데뷔는 지금껏 브랜뉴뮤직이라는 회사가 힙합 R&B를 전문으로 했던 레이블에서 종합 엔터테인먼트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나에겐 그만큼 이들에게 거는 기대가 큰 상태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서브 레이블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우리 회사에 속해있는 아티스트들이 총 열 아홉 팀이다. 이 친구들의 발전에 더욱 집중하면서도 또 다른 실력 있는 아티스트들을 도울 수 없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작년부터 서브 레이블 체계를 강화하게 됐다. 내가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인 유통, 마케팅, 프로모션, 자금 등 어느 일정 부분의 투자를 통해 그들에게 우리의 기획력과 프로덕션을 제공함으로써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으로 움직인다면 우리 회사 소속 아티스트들에게도 집중하면서도 또 다른 재미있는 음악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사업을 확장하게 됐다. 그리하여 현재는 다섯 개의 서브 레이블과 함께 파트너 레이블 개념으로 왕성하게 작업 중이다.

Q. 그렇다면 보이그룹의 데뷔는 언제쯤?

방송의 결과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 같다. 우리 회사의 연습생 중 네 명이 나가 있고 현재 굉장히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결과와 상황에 따라서 이 팀의 데뷔 시기들이 결정될듯하다.

Q. 스무 살에 가수로 데뷔해 스물 일곱 살에 직접 회사를 차렸다. 그 시작과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렇다. 당시에는 누구도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주지 않았다. 혹자는 말렸고 혹자는 비웃었다. 돈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럴만한 상황이 준비됐던 것도 아니었으니까. 웬 래퍼 하나가 회사를 만들어 누구를 키운다는 건 감히 상상도 못하는 일이었겠지.

그런데 사실 처음 회사를 차리게 된 이유는 내 음악을 직접 만들기 위해서였다. 당시 함께 음악을 하던 형과 함께 음반을 내기 위해 데모 테이프 하나 들고 여기저기 열심히 다녔는데 우리의 앨범을 만들어주겠다는 회사가 한 곳도 없었다. 결국 ‘이럴 거면 우리가 내지 뭐’ 하는 마음으로 회사를 차리게 된 거다. 용기가 있었다기 보다는 가진 게 없었기 때문에 잃을 것도 없으니 두려울 게 없었던 거다. 그저 막연하게 내가 이 언더그라운드 힙합 문화에 대해서만큼은 자신 있으니까 집중해서 돌진하면 그래도 길이 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렇게 14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힙합이라는 문화가 그때와는 전혀 다른 시대가 열렸고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된 게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Q. 14년 동안 하나의 레이블로 발전시켜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브랜뉴뮤직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현존하고 있는 흑인 음반 레이블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수많은 레이블들이 생겨나고 없어지는 요즘의 상황에서 14년 동안 브랜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왔다는 것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건 결코 나 혼자만의 힘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너무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정말 좋은 사람들과 일을 해올 수 있었고 그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사실 6~7년 전쯤 회사를 새로 개편하던 당시 사무실을 구할 보증금 조차 없었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 매형에게 돈을 빌려 보증금을 냈을 정도로 힘들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함께 일하고 있던 스탭들과 아티스트들은 끝까지 내게 강한 믿음과 신뢰를 줬다. 버벌진트 같은 경우에도 나와 함께 한지가 벌써 9년이다. 내가 버벌진트였다면 당시의 나를 믿고 따랐을 수 있었을까 싶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끝까지 내게 믿음을 보여주었고 이후 냈던 앨범인 ‘Go Easy’의 수록곡 중 ‘좋아보여’라는 노래가 빵 터졌다.

가끔 농담조로 ‘너네 그때 나 아니었어도 별로 갈 데도 없었잖아’ 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사실 내가 그들이었더라면 나를 믿고 따라오기가 쉽지 않았을 상황이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너무 고맙고 지금과 같은 상황이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이렇게 서로를 끊임없이 신뢰하는 관계가 우리 레이블의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그들의 믿음에 나 역시 답하기 위해 무언가를 베풀려 노력하면서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

Q. 사람, 그리고 관계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거 같다

그렇다. 음악도 사람 간의 일이지 않나. 전혀 다른 사람이 쓴 가사를 듣고 내 얘기 같아 눈물을 흘리고.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다.

Q. 그래서 이렇게 좋은 아티스트들을 많이 데리고 있나 보다

그들이 나를 데리고 있어주는 거다(웃음). 나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 얼마 전 누군가 나에게 “산이 잘 하고 있지”라며 안부를 묻길래 내가 그랬다. “제가 산이 잘 모시고 있죠” 라고.


Q. 최근의 힙합문화의 흐름을 보면 20년 전과는 판이하게 다르지 않나. 이제는 힙합이 하나의 대중적인 콘텐츠로 자리잡았는데

내가 처음 힙합을 접할 당시만 하더라도 힙합 음악을 즐겨 듣는다는 것에 대한 편견이 심했다. 저급하다거나 혹은 사회 반항적인 음악이라든가. 힙합이라는 문화 자체가 관심도 없던 시절부터 시작해 수없이 왜곡되고 잘못 비춰지던 시기를 거쳐 이제는 오히려 과도하게 반향을 일으키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쭉 지켜봐 오면서 나로서는 이런 변화가 벅차게 느껴진다. 이제는 한국 시장에서도 하나의 굳건한 장르로서 완전히 뿌리 깊게 자리 잡힌 느낌이 든다. 이 모든 흐름을 지켜볼 수 있어서 뿌듯하고 벅차다.

Q. 브랜뉴뮤직에서 올해 기대해봐도 좋을 아티스트는 누가 있을까

우리 회사의 간판 아티스트들인 산이와 버벌진트, 범키 이 세 명의 아티스트들이 더욱 굳건히 자신들의 음악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일단 가장 첫 번째이고. 그 다음으로는 양다일, mc그리, 한해, 이루펀트, 챈슬러, 칸토 그리고 산체스 등 이 일곱 명의 아티스트들을 올해 안에 브랜뉴뮤직의 차기 대표 아티스트로 반드시 키워낼 예정이다.

Q. MC그리를 영입한 건 조금 의외였다

재능이 있는 친구임이 분명하다. 처음 대중에게 김구라의 아들로 널리 알려졌기 때문에 가수로 데뷔한다는 소식에 분란이 일기도 했지만 이제는 래퍼로서 대중들에게 어느 정도 각인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그의 음악이 좋냐 나쁘냐, 잘하냐 못하냐의 문제에 들어섰다. 그가 증명을 해 보일 때다. 본인 역시 이런 상황을 잘 인지하고 있다.

또 얼마 전 ‘고등래퍼’에 출연하면서 본인이 느끼고 배운 바가 크다. 사실 이건 처음 얘기하는 건데 얼마 전 ‘고등래퍼’가 끝나고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mc그리가 4-5월쯤 새 싱글 앨범을 낼 것이라고 발표했었는데 현재 전면 취소를 한 상태다. 이유인즉슨 mc그리 본인이 스스로에게 더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더 철저한 준비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 그런 생각이라면 나도 따라주고 싶어서 동의했다. 지금 정말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으로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니 이후에 나올 mc그리의 새로운 작품에 큰 기대를 걸어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Q. 브랜뉴뮤직에는 개성이 강한 아티스트들이 유달리 많이 모여있는 거 같다. 아티스트를 영입할 때 기준이 있다면

나는 자기 색깔이 분명한 사람이 좋다. ‘우리 회사는 이런 회사니까 이런 걸 잘 하는 애면 좋아’ 이런 게 없다. 소속 아티스트 대부분이 싱어송라이터고 각 아티스트마다 그들이 하는 음악이 굉장히 다르다. 보통 레이블을 보면 어떤 프로듀서가 그 정권을 잡고 있든지 아니면 레이블 자체가 어떤 스타일이나 장르를 구분 지어서 비슷한 아티스트들이 모여있는 레이블이 대부분인데 우리는 아티스트들이 나올 때마다 이들이 한 회사 소속이 맞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다른 음악들을 내놓는다. 나는 이렇게 전혀 다른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끼리 함께 모여 더 큰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이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기도 한다. 특히 힙합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의 이런 생각이나 회사의 색깔로 하여금 ‘저들은 가짜’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그런 인식에 크게 개의치 않는 건 나에게는 그저 ‘좋은 음악은 좋은 음악’이라는 단순한 명제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반드시 어떤 틀을 갖추거나 그 기준에서 벗어나면 아니다라는 제한된 룰보다는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Q. 한동근의 ‘그대라는 사치’ 앨범을 프로듀싱 했다고

그렇다. 이게 참 힙합 레이블에서 했다고 하기엔 의외일 수 있다. 우리 회사에 나 포함 프로듀서가 총 10명이 있는데 이들은 우리 회사 아티스트들의 앨범을 만드는 것 외에도 외주 프로덕션 일을 많이 하고 있다. 그 중 ‘제피’라는 프로듀서가 있는데 이 친구는 흑인 음악도 너무 잘 하지만 정통 발라드 류의 음악에도 강하다. 이 친구와 내가 ‘그대라는 사치’의 가사 작업을 함께 했다.

Q. 제목이 참 인상적이다. 제목도 직접 지은 건지?

원 제목은 ‘너란 사치’였다. 그런데 이 노래는 좀 더 감동이 짙게 묻어나면서 그 여자를 위한 헌정의 느낌을 살려야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가사 속 장치를 조금씩 바꾸고 단어를 교체하면서 제목도 ‘그대라는 사치’로 바꾸게 됐다.

Q. 그렇게 잘 될 거라 예상했는지

무조건 잘 될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만들었다. 또 녹음을 마쳤을 때 ‘아 이거 되겠다’ 싶은 생각이 딱 들었다. 노래가 정말 마음에 들게 나온 거지. 마침 오늘 인터뷰 마치고 저녁에 동근이의 새 앨범 타이틀을 녹음하러 간다. 여러 번 수정 끝에 마지막 수정 작업을 하러 간다.


Q. 사적인 질문으로 넘어가보자. 슬슬 가정을 꾸리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은데

당연히 그런 마음이 있다.

Q. 지금 연애는 혹시?

너무 하고 싶다. 그럴 만한 사람이 나타난다면 시간을 끌진 않을 것 같다. 사람에 대한 확신은 오래 지켜본다고 해서 생기는 게 아닌 거 같다. 그 사람의 성향이나 생활 패턴을 더 자세히 알게 될 뿐이지 없던 확신이 생기거나 그런 건 아니더라.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그렇다. 내가 가정을 꾸리고 같이 살아도 정말 행복하겠다,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생기는 여자가 나타난다면 빨리 함께 미래를 꾸려나가고 싶다.

Q. 연애할 때는 어떤 스타일?

나는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있을 때의 내 모습을 안다. 그런 내 모습이 또 나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있으면 불도저처럼 그 사람을 향해 달리는 스타일이다. 그 사람에게 내가 느끼고 있는 확신을 전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일하는 시간 외에 모든 시간을 그 사람과 보내려고 하는 편이다. 또 그 사람이 원하는 나의 모습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 한다.

Q. 확고한 이상형이 있을 거 같은데

정신과 육체가 건강한 사람. 이게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는데 살면서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다. 정신과 육체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올바른 가정에서 자라야 되더라. 부유하고 빈곤한 문제가 아니라 얼마만큼 화목한 가정에서 올바른 교육 아래 사랑을 받고 자라왔는지가 중요한 거 같다. 그리고 같이 있으면 재미있고 즐거운 센스 있는 여자면 좋겠다. 내가 의외로 재미 없는 인간이라(웃음). 그래서 나를 가지고 마구 장난 치면서 웃음을 주는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여자를 좋아한다.

Q. 현재 브랜뉴뮤직에서 준비 중인 앨범은?

현재 이루펀트와 피타입이 새로운 신곡을 준비하고 있다. 또 버벌진트의 새 미니앨범이 현재 거의 완성단계에 와 있는 상태고. 산이 같은 경우에는 아주 특별한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관심을 가지고 기대해주길 바란다.

Q. 끝으로 한마디

여기까지 오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앞으로 뭘 더 하겠다는 공언보다는 지금까지 겪어왔던 경험을 밑거름 삼아 더 좋은 음악으로 보답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고 싶다. 올해도 정말 좋은 음악들을 들려드릴 자신이 있으니 관심 있게 지켜봐 주면 감사하겠다.

기획 진행: 허젬마
포토: 차케이
의상: 엘라이비, 포튼가먼트, 트렁크, 블랙후디
슈즈: 에이레네, 하티스
액세서리: 엘라이비
헤어: Blacklip 한주영 실장
메이크업: Blacklip 민지연 디자이너
장소: 헬로뮤지엄 (헬로미켈란젤로전)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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