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가 시장 전반에 걸쳐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는 추세다. 자동차 분야도 마찬가지다. 특히 교통체증이 심하고 주차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국내 여건을 감안해 카셰어링이 최근 각광받고 있다. 정부도 카셰어링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교통체증 해소와 배출가스 저감에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서다. 미국과 유럽 등에선 1990년대 후반부터 이 분야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카셰어링 한 대가 자가용 10대를 대체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카셰어링은 차를 대여해 이용한다는 점에서 렌터카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국내에서 롯데렌터카 등 대형 렌터카 업체들이 카셰어링 사업에 진출하게 된 배경이다. 카셰어링과 렌터카의 가장 큰 차이는 이용시간과 대여방식이다. 최근엔 3시간 단위의 초단기 렌터카 상품도 출시됐지만 기본적으로 렌터카는 단기 이용이라 해도 하루 단위 대여가 대부분이다. 반면 카셰어링은 30분 단위로 차를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카셰어링 이용자는 지점별 사무실에 찾아가 서류를 작성할 필요도 없다. 간단한 가입절차를 거치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언제든 근처 무인 차고지를 방문, 차를 이용하면 된다. 카셰어링 업체들이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이나 대학교 주변, 기업체들이 몰려 있는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거점 확보에 나서는 배경이다. 업무 중 갑자기 차가 필요한 상황에서 간편하게 차를 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카셰어링의 핵심은 대인업무를 배제하고 스마트 기기를 매개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IT기기 사용에 익숙한 젊은 소비층이 카셰어링의 주 이용자로 자리 잡는 것도 이용 방식 때문이다. 국내 카셰어링 사업을 주도하는 쏘카와 그린카 등 역시 이용자 연령대 조사 결과 20~30대 남성층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일부 카셰어링 업체의 경우 20~30대 남성이 전체 이용자의 89%에 달한다는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이들에게 카셰어링은 필요할 때 합리적인 가격에 원하는 만큼만 차를 이용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그런데 최근 논란은 카셰어링 이용자의 사고율이다. 이용자가 젊은 층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사고발생률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만 26~28세 이하 운전자에겐 높은 보험료를 요구한다. 통계적으로 이들이 자동차 사고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근거다. 2015년 한국교통연구원은 2011~2013년 교통사고 66만여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자동차보험 가입 자동차 10만대 당 사고건수를 분석한 결과 20대는 연 평균 184.2건의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평균 69.6건, 50대 66.8건, 60대 73.0건 등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 카셰어링만 사고 건수를 집계하거나 별도로 보험상품을 구성한 경우는 없다. 사고 집계와 보험 가입은 대여용 자동차로 일괄 처리한다. 보험개발원 보험통계조회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대여용 승용자동차(렌터카)의 보험손해액과 사망자 수, 부상자 수와 분손건수 등은 2014년 이후 유지 또는 감소 추세다. 전체 대여용 승용차 부문에서 카셰어링이 더 많은 사고 원인이라는 눈에 띄는 증거는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카셰어링 이용 현장에선 보다 체계적이고 엄격한 사고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란 이야기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각 업체들은 카셰어링 사고율이 눈에 띌 정도로 높진 않다고 해명하면서도 기존 단기 렌터카와 비교했을 때 사고 비중이 높다는 점은 시인한다. 특히 주차 사고 등 조작 미숙에 따른 사고 발생이 잦다는 점을 인정한다.
지난해말 기준 카셰어링 서비스에 투입된 자동차는 1만2,000~1만3,000대로 추정된다. 본격적으로 카셰어링이 논의되기 시작한 2012년과 비교해 30배 이상 급증했다.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카셰어링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폭발적인 성장세를 고려했을 때 시장 초기에 확실히 사고를 줄이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교통량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 카셰어링이 자칫 더 많은 사고를 일으켜 교통체증의 원인이 되면 취지가 반감해서다. 게다가 최근 카셰어링이 범죄에 이용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면서 경각심이 커져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최근 카셰어링 업체들이 속속 자구책을 마련한다는 소식은 무척 반갑다. 이용자가 안전운전 규약에 서명하고 이를 지킬 경우 이용 요금을 할인해주거나 밀착형 교통안전 캠페인을 전개하는 식이다. 여기에 첨단 운전자보조장치(ADAS)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다시 말해 시장이 젊다는 건 바뀔 여지가 많다는 걸 의미한다. 그래서 카셰어링이 자동차 이용 행태뿐만 아니라 교통문화의 변화를 주도할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걸 현장에서 직접 보여주길 기대한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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