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지루함은 배제되고 즐거움은 배가된 느와르 한 편 (종합)

입력 2017-05-02 19:56  


[김영재 기자 / 사진 조희선 기자] 작문법이 다른 느와르가 개봉한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이하 불한당)’의 언론시사회가 5월2일 오후 서울시 성동구 CGV 왕십리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변성현 감독, 설경구, 임시완, 김희원, 전혜진이 참석했다

‘불한당’은 모든 것을 갖기 위해 불한당이 된 남자가 더 잃을 것이 없기에 불한당이 된 남자에게 마음을 열고 서로 가까워지면서, 의리와 의심이 폭발하는 과정을 담은 범죄 액션 드라마.

설경구가 범죄 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재호를, 임시완이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를, 김희원이 현수를 의심하고 뒤를 쫓는 병갑을, 전혜진이 조직의 비리를 노리는 경찰 천팀장을 연기했다. 그 외에 이경영이 재호를 견제하는 고회장 역을, 김성오가 조직원 승필 역을, 허준호가 전라도 큰 손 김성한 역을 맡아 극에 힘을 보탰다.

영화 ’청춘 그루브’와 ’나의 PS 파트너’에서 각본과 연출을 도맡았던 것에 이어 다시 한번 펜과 메가폰을 손에 쥔 변성현 감독은 “네 명의 배우 분들 모두 개인적으로 팬이었다. 팬이었기에 같이 작업하면서 정말 즐거웠고, 오랫동안 쓴 시나리오가 배우 분들의 연기 속에 하나씩 완성되는 것을 보면서 굉장히 뿌듯하고 감회가 새로웠다”고 입을 열었다.

또한, 그는 “의례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좋은 배우 분들과, 이 자리에는 없지만 좋은 스태프 분들과 정말 재밌게 촬영했다. 크게 힘들다는 느낌 없이 즐겁게 찍었고, 좋은 에너지가 관객 분들에게도 전달됐으면 좋겠다”라고 연출 소감을 밝혔다.

‘불한당’은 ‘믿는 놈을 조심하라!’라는 광고 문구가 눈길을 끈다.

여기서 믿는 놈이란 재호의 시선에 놓인 현수 혹은 현수의 눈 앞에 서있는 재호를 의미하며, 예고편에서 재호는 “사람을 믿지 마라, 상황을 믿어야지, 상황을” 등의 대사를 전달하며 믿음이란 두 글자를 주지시킨다. 현수 또한 “아직도 나 의심하는 거예요?”라는 대사로써 두 사람 간의 믿음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어떤 결론으로 치닫을지 궁금증을 자극한다.

더불어 예고편 속 천팀장의 “여기서 네 기록 삭제하면 넌 그냥 전과자야”란 대사는 ‘불한당’이 영화 ‘무간도’ ‘신세계’에서 대중의 기호를 충족시켰던 바 있는 언더커버(Undercover) 장르라는 점을 유추케 한다. 하지만 언더커버는 이미 3월 개봉작 ‘프리즌’에서 이미 소모됐던 소재. 과연 어떤 특징이 ‘불한당’에 차별점을 부여할지 기대가 집중된다.

이 가운데 ‘불한당’은 이름 석 자만으로도 기대감을 한 데 모으는 설경구의 2017년 두 번째 주연작이라는 사실이 관심을 불러 모은다. 게다가 영화 ‘공공의 적’ ‘실미도’ ‘열혈남아’에서 수컷 향을 물씬 풍겼던 그가 이번에는 남자의 장르인 느와르에 도전한다는 점이 관전 포인트. 또한, 3월 개봉작 ‘원라인’에서 누적 관객수 43만 4,470명을 기록 중인 임시완이 이번만큼은 ‘변호인’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이목이 한 점에 쏠린다.

#임시완...’뽀송뽀송’ 대신 ’남자’를 연기하다


‘불한당’에서 임시완은 신참 현수를 연기한다. ‘해를 품은 달’ ’변호인’ ‘미생’ 등 그간 드라마가 강조되는 작품들과 인연이 닿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 그는 느와르의 단골 소재인 감옥, 조직, 마약이라는 키워드들을 가까이 한다. 언론시사회에서 그를 표현하는 수식어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부사 ‘뽀송뽀송’이었지만, 영화 속에서 임시완은 곧 현수였다. 배신, 배반, 모략이 판치는 어깨들의 세상에서 그는 자신만의 색으로 믿음을 이야기했다.

이와 관련 임시완은 “일단 액션이 많은 영화였다. 액션 스쿨 가서 연습하는 것 외에는 또 다른 준비는 없었지만, 액션이라는 것 자체가 어찌 되었든 다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는 것 아닌가. 항상 액션 신을 찍는 날이면 아침마다 자기 세뇌를 했다. ‘다치지 말자’ ‘할 수 있다’ 같은 생각들이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액션 신이 끝나고 나서 촬영이 종료되면 모르겠는데, 촬영이 한참 남았기 때문에 다음 신에 영향을 줄 것을 걱정하며 최대한 조심했다”라며, “사실 전례가 있었다. 영화 ‘오빠생각’ 때 부상이 생기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영화를 찍는 모든 스태프 분들에게 피해를 준 경험이 있었다. 때문에 최대한 안 다치고 잘 찍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변성현 감독은 “맨 처음 대화를 했을 때 (임)시완 씨가 준비했던 현수가 기억난다. 굉장히 무겁고 남성적인 역할이었다. 하지만 나는 시완 씨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이 영화는 어떤 의미로 현수의 성장기라고 생각한다. 앞부분에는 밝고 건강한 이미지를 쓰고, 뒷부분에는 느와르에 맞게 가자고 했다. 그래야 영화가 다채롭게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잘해주셨다. 덕분에 현수 캐릭터가 잘 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설경구...’구겨짐’ 대신 ‘빳빳함’을 공연하다


‘불한당’에서 설경구는 2인자 재호를 연기한다. 설경구와 느와르. 그저 배우의 이름과 장르명을 나열했을 뿐인데, 대중의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것을 보면 아직 그는 대배우고 티켓 파워의 주인공이다. 그간 배우 개인뿐 아니라 영화 ‘박하사탕’ 김영호, ‘공공의 적’ 시리즈 강철중 등 캐릭터 그 자체로 기억되던 설경구는 이번 영화를 통해 섹시한 중년 남자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또한, 언제부턴가 맥이 끊겼던 배우 설경구의 야생성을 되찾았다.

이에 관해 설경구는 “재호라는 인물은 현수를 정말 좋아했다. 이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유일하게 믿고 싶었던 사람이 현수고, 마음을 주고 싶었던 것이 현수고, 그래서 너무 믿는 나머지 정말 해서는 안 될 짓까지 했다”라며, “또 거기서 의심을 하게 되고, 이 사람이 날 배신할 거 같다는 불안에 휩싸인다. 그런 큰 틀 안에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 감독님이 ‘나의 PS 파트너’ 지성 씨에 관해 워낙 올곧은 이미지 탓에 그것을 구겨버리고 싶다고 표현하셨던 적이 있다. 그래서 나도 구기고 싶은지 여쭸더니, 워낙 구겨져 있어서 빳빳이 펴야겠다고 말씀하시더라. 이 영화를 위해서 따로 준비한 것은 없다. 다만 빳빳하게 펴자는 생각은 했다. 그냥 드리는 말씀이 아니고, 허리를 곧게 펴려고 애를 썼고, 그렇게 촬영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설경구는 “모든 배우들이 영화를 처음 볼 때는 자기 모습을 보면서 왜 저렇게 했을까 후회를 많이 한다. 오늘도 내 모습을 보면서 영화 상영 내내 자책의 시간이 있었다”라며, “단독 포스터도 그렇고, 감독님이 내 옆모습을 좋아하셨던 것 같다. 나는 옆모습을 잘 안 보여줬던 배우인데, 이번 영화는 계속 옆모습을 찍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에 변성현 감독은 “선배님 얼굴을 영화 찍기 전부터 정말 자세히 봤다. 옆모습에서 무슨 생각을 할지 모르는 인상을 받았다. 정면보다 복잡한 표정과 분위기를 갖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고, 콘티 때 앞모습이었던 것을 카메라를 옆으로 돌려서 찍기도 했다. 선배님의 이상한 아우라가 있다. 영화를 보시는 관객 분들이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원래 계획보다 프로필을 훨씬 더 많이 사용했다”라고 덧붙였다.

#변성현 감독...’전형성’ 대신 ‘차별성’을 연출하다


‘불한당’의 포스터는 두 주연 배우가 공간을 가득 채우는 기존 방식에도 불구 정의할 수 없는 어떤 느낌이 깔끔함을 전달한다. 뿐만 아니라 예고편 또한 그간 한국 느와르 영화들이 전달했던 것 이상의 세련미를 선사한다. 본편이 공개되기 이전 대중과의 접점이었던 두 가지는 마치 전초였던 듯, 영화는 느와르지만 기존과 다른 결을 제공한다. 변성현 감독은 마치 “나 변성현이야”를 외치는 듯 미장센, 메시지 등 모두에서 영화에 차별성을 부여했다.

먼저 변성현 감독은 “미장센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이런 남성 투 탑 범죄 영화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라며, “1년에 몇 편씩 나오고, 앞으로도 나올 것이다. 그렇기에 차별점을 스타일에 두고 싶었다. 미술 감독님이 굉장히 잘해주셨다. 보통은 감독은 촬영 감독님과 같이 콘티 짜는 것이 보통인데, 이번에는 미술 감독님도 콘티에 참여하셨다. 이런 공간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면 디벨롭(Develop)해서 가져다 주셨다”라고 입을 열었다.

더불어 그는 “메시지 같은 것을 크게 생각해 봤던 적은 없다. 그냥 이번 영화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며, “믿는 타이밍이 어긋나버리면서 파국으로 가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로미오와 줄리엣’도 생각했다. 멜로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내가 여자친구에게 느꼈던 죄책감들에 주안을 뒀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변성현 감독은 “이런 언더커버 영화를 끌고 가는 방식은 늘 똑같다. 걸릴지 말지 추리하는 쫄깃함이다. 하지만 이번에 그 부분은 아예 생략했다. 현수가 재호한테 정체를 들킬까 말까 고민하는 부분을 빼고 오로지 감정이 쌓이고, 감정이 파괴되는 것에 집중했다. 그렇기 때문에 결말이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출연진의 맺음말이 이어졌다. 먼저 김희원은 “배우는 연기할 때 늘 신선하게 다가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불한당’은 영화 자체도 관객 분들에게 신선함을 전달하는 작품이 될 것 같다”라고 흥행을 소원했다.

또한, 전혜진은 “개인적으로 재밌게 잘 봤다. ‘불한당’은 오락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두 가지 모두를 충족시키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라고 관람을 당부했다.


‘불한당’은 이번 언론시사회뿐 아니라 제작보고회 때도 유독 ‘제70회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이라는 점이 부각됐던 영화다. 이에 관해 설경구는 “사실 어제 이창동 감독님을 만나서 칸 이야기를 했다. 그때 당시에는 잘 몰랐다. 칸을 즐기지도 못했고, 그냥 다 오는 영화제인 줄 알았다. 때문에 분위기를 잘 몰랐는데, 이번에는 눈에 많은 것을 담고 오려고 한다. 기대도 된다”라고 이야기했던 바 있다.

하지만 유명 영화제의 명성에 기대지 않더라도 ‘불한당’은 범죄 드라마로서 준수한 완성도를 지닌 작품이다. 설경구와 임시완은 배우 개인의 눈에는 흠이되 관객 개개의 눈에는 열연으로 정의되는 연기로써 극을 풍성하게 만든다. 또한, 변성현 감독의 연출은 느와르의 지루함은 배제시키고 즐거움은 배가시킨다. 물론 정통 느와르가 아니라는 아쉬움도 있으나, 정통이 아니라고 모두가 가벼움을 추구하는 퓨전은 아닌 법. 평가는 관객의 몫일 테다.

과연 ‘불한당’은 어떤 영화, 어떤 느와르로 한국 영화계에 기록될까. 이 가운데 임시완이 이번 영화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 단락이 있어 기사의 말미에 소개한다. 그는 ‘불한당’을 만화에 비유했다. 아마 색다름과 재미를 동시에 보장한다는 뜻이리라.

“이번 ‘불한당’이라는 영화에 대해서 항상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있다. ‘불한당’은 어른들이 보는 만화의 실사판이다. 만화를 보듯이, 일상에 치여서 지쳐 있을 때 스트레스 푸는 해소용 영화로 손색없는, 충분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한편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5월18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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