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스갯소리로 자동차에서 주목받으려면 현대기아차 이야기를 하면 된다는 말이 있다. 그것이 호평이든, 혹평이든 관계없이 현대기아차 관련 내용이면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런 주목도는 왜 생기는 걸까? 이유는 단 하나, 시장을 지배하는 사업자여서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연간 180만대의 신차 가운데 승용차의 60%, 전체의 70% 가량이 현대기아차다. 생산 규모도 월등해서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463만대 가운데 360만대 이상을 현대기아차가 제조했다. 한 마디로 현대기아차의 발걸음이 곧 한국 자동차의 현재인 셈이다.
-현대기아차, 국내 승용 시장 점유율 60%로 절대적
-그러나 시장 지배력 점차 약화될 수 있어
덩치가 큰 만큼 부품회사를 비롯해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도 절대적이다. 현대기아차에 오로지 밥벌이를 의지하는 협력사만 5,000여 곳이 넘고, 동반 해외 진출로 사업을 키워 나가는 곳도 부지기수다. 더불어 국내 판매망도 가장 광범위하고, 서비스센터도 촘촘하게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방대한 규모와 달리 최근 온라인 공간에선 현대기아차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 특히 제품 관련 내용은 불만이 대부분이고, 이 때문에 앞날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판매도 위기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잠시 주춤은 해도 현대기아차가 신차를 내놓으면 언제나 상승세로 돌아섰고, 경쟁사는 하향세를 나타냈다. 쏟아지는 비판의 대부분은 현대기아차를 향한 것이지만 여전히 소비층이 건재하다는 의미다. 물론 올해 1~4월 현대기아차의 국내 승용 점유율이 60.3%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3.9%보다 3.6% 줄었지만 현대차가 그랜저와 쏘나타 뉴라이즈로 체력을 회복하는 동안 기아차는 신차가 없었던 탓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견고한 판매 비결로 규모의 힘을 꼽는다. 규모의 힘이란 절대 시장 지배자인 현대기아차가 확보한 판매점과 서비스, 그리고 현대기아차를 구입할 수밖에 없는 콘크리트 소비층을 의미한다. 쉽게 보면 계열사이거나 협력사가 될 수도 있지만 직간접적으로 현대기아차와 연관된 모든 소비층을 의미한다. 이들 덕분에 승용 점유율 60%는 여전히 확고하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절대 지지율로 여겨지는 '승용 점유율 60%'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규모의 힘으로 비유되는 절대 소비층의 이탈 현상이 시작됐다는 것인데, 이는 제품 다양화를 원하는 여성과 젊은 소비층 증가와 무관치 않다.
-가구당 세컨드카 증가, 젊은 소비층 선택 받아야
-연간 30만대 외에 다품종 소량 생산 전략 중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995년 가구당 자동차 보유대수는 0.65대에 그쳤다. 하지만 2008년 가구당 1대를 넘었고, 지난해는 1.4대로 높아졌다. 그런데 한 가구에서 두 번째 구입 차종의 실질 구매자는 여성과 젊은 층의 비중이 높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인구 고령화에 따라 만 65세 이상의 자동차 소유자도 늘었지만 여성 비중은 21.2%로 463만대를 넘어섰다. 청년층(만 20~29세)의 경우 취업난 탓에 등록 비중이 2.6%에 머물렀지만 처음 진입하는 소비자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높다.
이런 사실은 세컨드카로 구입하는 제품 목록에 현대기아차 제품이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 두 대 가운데 한 대는 절대 소비층으로서 현대기아차를 구입하되 나머지 한 대는 다른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방증이다. 다시 말해 시장에서 판매되는 신차 가운데 세컨드카의 비중이 커질수록 주력 소비층은 여성과 젊은이들에게 집중되고, 이들이 가진 현대기아차 충성도가 높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현대기아차로선 소비 시장의 변화가 곧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자동차미래연구소 박재용 소장은 "아직은 괜찮다고 여길 수 있지만 지금의 20대가 30대가 되고, 30대가 40대가 되면 큰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절대적 시장 지배자로서 규모가 견뎌주는 힘이 아직은 든든하지만 약화될 때는 급격히 허물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지금의 내수 점유율을 유지하려면 보다 세분화 된 제품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과거처럼 한 대 개발해서 연간 30만대를 팔겠다는 생각보다 원가 부담을 줄여 10만대, 적게는 5만대를 팔아도 수익이 되는 다양한 틈새 제품으로 소비자 만족을 시켜야 한다고 말이다.
이런 행보는 이미 토요타가 오래 전부터 활용해 왔다. 다품종 소량 생산, 그리고 후속 차종의 빠른 교체로 젊은 소비층의 시선을 끌었고, 이를 통해 전체적인 시장 규모를 유지해왔다. 따라서 현대기아차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마지노선 내수 점유율 60% 지키기가 한층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거세게 공격하는 수입차를 막아내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올 수밖에 없어서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 [하이빔]금호타이어 매각, 국가 차원에서 관심 가져야
▶ [하이빔]금호타이어 매각, 국가 차원에서 관심 가져야
▶ [하이빔]휠 1인치와 BMW 연비과장의 진실
▶ [하이빔]자동차 리콜, 호재와 악재의 양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