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기자] “칸...정말 가고 싶다”
‘미소년 아닌 남자 임시완’.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이하 불한당)’에서 주인공으로 나오는 임시완(28)의 연기를 보면서 다음의 한 줄이 머릿속을 스쳤다. 보도 자료에서는 ‘더 잃을 것이 없기에 불한당이 된 남자’라고 소개되는 현수 역을 맡아 설경구의 ‘조폭’ 연기에 버금가는 거친 수컷의 향을 물씬 풍겼기 때문이다. 5월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차기작 밤샘 촬영의 피곤을 내색치 않은 채 밝은 얼굴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먼저 5월 연휴 사이에 열린 2일 언론시사회 관람 소감을 물었다. “나의 연기적 부분에 있어서 빈틈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영화 자체는 만족도가 굉장히 크다. 내가 출연한 영화는 항상 못 보겠더라. 부족한 연기가 보이는 바람에 다시 보는 것이 힘들었다. 그래서 다른 영화를 볼 때도 연기가 안 보이는 작품들을 주로 보려고 노력한다. 연기가 보이는 순간 너무 피곤해져서 스트레스도 받고, 강박도 생기곤 한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내 연기가 잘 안 보였다. 흠결이 안 보였다는 것이 아니라 관객 입장에서 재밌게 봤다. 여태껏 작품 중에서는 거의 처음이었다. 연기 고민 없이 마냥 영화 자체를 볼 수 있었다.”
‘불한당’은 모든 것을 갖기 위해 불한당이 된 남자 재호(설경구)가 더 잃을 것이 없기에 불한당이 된 남자 현수(임시완)에게 마음을 열고 서로 가까워지면서 의리와 의심이 폭발하는 과정의 범죄 액션 드라마. 이 가운데 임시완은 상부의 지시로 오세안 무역에 잠입한 경찰을 연기했다. 영화 ‘신세계’ ‘프리즌’에 이어 또 언더커버다.
“우선 이 영화 대본을 봤을 때 ‘진짜 재밌다. 이 영화가 나오면 무조건 볼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다. 감독님과 미팅을 했을 때 드렸던 말씀이 있다. ‘이 영화의 언더커버라는 소재는 이전부터 많이 봤던 소재다. 그렇기에 대중에게 이 영화는 완전히 색다르다고 어필할 자신이 없다. 다만 언더커버라도 충분히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라고 강조했을 때 감독님도 이견이 없으시더라. 그 부분이 명쾌해져서 부담감과 걱정은 많이 덜고 촬영에 임했다. 분명 소재는 다르지 않다. 그러나 연출 기법에서는 다른 영화다. 확실히.”
영화 ‘변호인’에서는 송강호와, tvN ‘미생’에서는 이성민과 호흡을 맞췄다. 이번에는 설경구와 연기 앙상블을 이뤘다. 긴장감은 없었을까.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선배님들이 나에게 잘해주시니까 자연스레 없어지더라. 이번 영화에서도 설경구 선배님이 워낙 잘해주셨기 때문에 연기하면서 딱히 긴장되는 점은 없었다. 돌이켜보면 ‘변호인’ 때는 정신이 없었다. 한 신, 한 신 그냥 정신없이 촬영했다.” 더불어 그는 자기 최면을 언급했다. “긴장감은 있더라도 일단 슛 들어가면 어찌 됐든 이 시간은 내가 스스로 풀어내야 하는 시간이니까 잘할 수 있다는 자기 최면을 건다.”
‘불한당’에서 관객들이 눈여겨볼 점으로 자신의 일상 연기를 꼽았다. “나쁜 모습이나 악한 모습 같은 지점이 아니라, 현수는 유일하게 이제까지 했던 작품들 중에서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캐릭터다. 그렇기 때문에 ‘숨통이 트여서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있었고, 그런 점을 대중이 알아봐주셨으면 좋겠다.”
‘일상’과의 연결 고리는 계속됐다. 제일 마음에 드는 장면을 묻자 “영화를 봤던 사람들이 기억조차 못 할 수 있는 신이다”라며, “재호한테 현수가 ‘형, 그냥 나 형이랑 같이 일할까봐’라고 이야기하는 신이 있다. 정말 일상적인 대화다. 일상적인 대화지만, 그런 연기를 해볼 기회가 많이 없었다. 그런 부분에서 숨통 트이는 느낌을 받았다. 기억에 남는다”라고 말했다.
임시완은 연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배우다. ‘불한당’ 언론시사회 및 설경구와의 인터뷰에서 공통으로 나왔던 화제는 그가 변성현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영화 속 캐릭터를 연구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문제였다. 모두가 잠든 오전 4시에 수화기 너머 감독에게 연기론을 펼쳤다.
“캐릭터를 잡기 위해서 초반에만 그랬다. (웃음) 내가 생각한 캐릭터의 질감과 감독님이 생각한 질감이 달랐기 때문에, 이 점을 이해를 해야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감독님이 언제든 전화하라고 말씀하셨다. 특히, 새벽이 좋다는 말도 같이 하셨다. 당황스럽다.”
연기할 때는 시나리오에만 집중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작품 선택에서 시나리오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소개했다. 또한, 잔상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그것이 답이라고 이야기했다.
“영화에서 어떤 소재가 중요한 지를 정해보고자, 가치관 정립을 시켜보고자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딱히 해답은 나오지 않더라. 시각이 시시각각 바뀌는 것이 이유였다. 지금 현재로서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잔상이 남는 것. 그게 답인 것 같다.”
그룹 제국의 아이들 멤버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지만, 사실 가수로서의 활동은 미진했던 것이 사실. 그러나 배우로서의 활동은 그야말로 성공가도다. 성공의 연속에 대한 부담감이 생길 법도 하다.
“일단 장기적으로 봐야 될 것 같다. 초반에 운을 다 써버렸다. 그래서 뒤에 쓸 운이 남아 있을지 걱정이 있다. 사실 초반에는 나의 실제 모습보다 대중 분들이 고평가를 해주시면 ‘어? 그걸 어떻게 따라가지? 저 가상의 임시완은 무슨 수로 따라가지?’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가치관이 바뀌어서 즐기는 중이다. ‘칸 영화제’ 초청을 받았다. 좋게 봐주셨으니까 즐겨야 된다는 생각이다.”
“모범 답변만 말씀하시니까 질문도 함께 길어진다”라는 어떤 기자의 장난 섞인 푸념처럼 인터뷰에서 임시완은 정제된 답변만을 취재진에게 선보였다. 이에 그의 학창 시절이 궁금해졌다. “되게 조용했다. 정말 조용했다. 이과였는데, 그다지 활발한 성격도 아니었고, 거의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만한 존재였다. 반장은 꾸준히 했다. 하지만 존재감 없는 반장이었다. ‘먹튀’ 기질이 있었다. (웃음) 반장은 솔선수범해서 학급의 문제 사항을 캐치해야 하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 소극적이었다. 요즘 시대와 맞물려서 이야기하자면 그때 학급 친구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불한당’은 ‘제70회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Midnight Screenings)’ 초청작이다. 언론시사회에서 임시완은 영화관 전체가 울릴 만큼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꼭 가고 싶습니다”라고 외쳤던 바 있다.
“아직 잘 모르겠다. 병무청 허가까지 받았지만, 지금 드라마라는 같이 협업하는 일을 하는 중이다. 나만의 목적 때문에 전체에 해를 끼치면 안 되기 때문에 칸에 가는 것은 아직 조율이 필요할 것 같다. 그렇지만 정말 가고 싶다. 계획은 없지만 할 것은 정해져 있다. 해외를 가는 것 아닌가. 햇살이 비치는 테라스에서 낮에 맥주 한 잔 딱 하고 싶다. 그런 여유가 간절하다.”
사실 이번 영화는 누적 관객수 43만 4,777명이라는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던 ‘원라인’에 이은 2017년 임시완 두 번째 주연작이다. 이에 ‘불한당’에 거는 흥행 기대를 묻자 그는 “물론 흥행은 잘 되면 모두가 좋지만, 소수가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 ‘원라인’은 처음으로 기존의 스타일을 바꾼 작품이었다. 유의미했다”라며, “이번 영화는 손익분기점만 넘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기에 ‘불한당’을 기다렸던 미성년자 분들에게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청소년 분들이 성인이 되자마자 제일 먼저 해야 할 버킷 리스트로 ‘불한당’ 관람을 추천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정제된 답변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위트가 넘치는 인터뷰 시간이었다.
인터뷰 중간 영화에 대한 메시지를 물었다. 물론, 출연진 모두가 단순한 범죄 액션 드라마라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작품에 재미 외의 의미를 묻는 것이 틀릴 수도 있지만, 언론시사회에서 만났던 ‘불한당’은 액션 속에서도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임시완은 메시지 대신 “일상 속에서 치열하게 삶을 살고 계신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후회없는 선택이라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힘주어 전했다. 오락. 쉬는 시간에 기분을 즐겁게 하는 일을 뜻하는 명사다. 과연 ‘불한당’은 대중의 오락이 될 수 있을까. 영화는 5월17일 개봉 예정이다. 120분. 청소년 관람불가. 손익분기점 230만 명. 제작비 60억 원.
+α.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 중 한국 영화는?
해당 부분은 흥행성 및 작품성을 모두 겸비한 작품을 초청하는 경우가 많다. 2005년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 2008년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가 초청됐던 바 있다. 2015년 홍원찬 감독의 ‘오피스’ 또한 그 주인공. 지난해 ‘부산행’ 역시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의 입장으로 포스터에 ‘칸 영화제’의 로고를 심었다. 이와 관련 한때 ‘칸 영화제’의 초청 사실이 작품의 흥행을 견인하는 시절이 존재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현재는 오히려 이 점이 홍보에 어려움을 초래한다는 부정적 인식도 존재한다. 관객들이 작가주의 성향의 영화일 것이라고 지레 오해할 수 있다는 것.(사진제공: 호호호비치)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