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신 기자] 음악이 시작되고, 맑디맑은 침묵 속에서 휘황하게 빛을 내뿜는 달이 피어오른다. 스스로의 몸에 그러모은 듯한 넘치는 빛이 아득히 먼 곳에서 두 귓가를 요요(耀耀)하게 빛내고 있다. 명과 암(暗) 그 언저리에서 사무치게 노래하는, 하동균.
독보적인 음색과 자신만의 색채를 입힌 음악으로 대중은 물론 평단의 마음마저 사로잡은 하동균이 3년여 만에 미니앨범 ‘POLYGON’을 들고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흩어져 있던 조각들을 섬세하게 쌓아 올려 만들어낸 집합체는 듣는 이를 매료시킨다.
삶과 죽음, 그 사이에서 부유하는 자신의 존재를 찾고자 노래하는 그에게서 쓸쓸하지만 단단하게 뿌리내린 나무가 느껴진다. 결코 넘치지 않는 눈동자의 끝엔 어둠에 몰락하지 않을 빛이 찬연하게 어려 있다. 그렇게 그는 첫 번째 밤을 기다리며 지금 이곳에 피어나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록밴드를 하며 뮤지션의 꿈을 키웠다는 하동균. 밴드가 사라지고 보컬 팀을 준비하던 고등학교 후배 가수 이정의 권유로 ‘세븐데이즈(7Dayz)’라는 팀에 합류하게 돼 가수로서 데뷔하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2002년 데뷔해 당시 열렸던 한일 월드컵의 여파로 성적은 좋지 않았다고. 당시 데뷔해 잘된 가수는 휘성 정도였다며 동료 가수인 휘성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 ‘원티드’로 활동하게 된 그는 예기치 못한 안타까운 사고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방 일정을 마치고 다음 스케줄이 다음 날 아침이어서 고속도로를 타고 올라오다가 사고가 났다고. 충격적인 사고에 그 당시를 제외하고는 몇 년 정도는 기억이 별로 없다고 밝혔다.
사고 이후 많은 게 변화했다는 그. ‘그녀를 사랑해줘요’, ‘나비야’ 활동 당시는 기억이 별로 없다고 밝혔다. 또 곡이 흥행했지만 그 사실이 행복하지도 않았었다며 당시의 힘든 상황에 대해 전했다.
이후 세븐데이즈&원티드 앨범을 내기도 했었던 그에게 추후 원티드 활동 계획에 관해 묻자 생각은 하고 있지만 쉽게 되는 일은 아니라고 밝혔다. 또 기본적으로 좋은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데 질 좋은 음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해 계획을 세우고 있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한 곡 한 곡 만드는데 돈이 상당 부분 나가 수입 적인 부분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다는 말에 그는 안 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 이번에 나온 앨범의 경우 뮤직비디오까지 포함해 오천만 원 정도가 나갔다며 웃어 보였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욕심 탓에 아낄 수 없다고.
라디오 디제이로 활동하기도 했던 하동균. 새벽 4시 방송으로 1년 정도 진행했다고. 재밌게 했고 배울 것도 많았다며 섭외 제의가 오면 다시 한번 디제이를 할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에픽하이의 타블로와 넬의 김종완과 친밀한 사이라는 그. 친해진 이후로 거의 매일 같이 만나 술을 마셨다고. 타블로가 강혜정과 결혼 이후 조금은 뜸해졌지만 셋이 모인다고 하면 강혜정이 많이 봐주는 것 같다며 여전한 돈독함을 과시했다.
그 외에 친한 동료 뮤지션들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음악 활동을 한 이정과 거미, 린, 지영이 누나, 길구봉구, 유성은과 친하다고 전했다.
까마득한 후배였던 아이유에게 ‘구려’라고 말했던 게 화제가 됐었는데 어떤 상황이었는지 묻자 어렸던 아이유의 첫인상에 대해 밝지만은 않은 친구였다며 말문을 열었다.
함께 곡을 쓰는 이들과 같이 있던 작업실에 아이유가 함께 있었고, 동료들이 아이유의 발전을 위해 가수 선배였던 하동균이 쓴소리를 해줘야 한다며 시켜서 총대를 메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유는 너무 잘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새 앨범 타이틀곡의 코러스를 아이유에게 부탁한 그에게 피처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지 묻자 이제는 ‘대 아이유’인데 코러스라고 쓰는 게 미안해 ‘with 아이유’를 생각했지만, 아이유를 이용해서 홍보하려는 식으로 보일까 싶어 안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추후 함께 협업을 생각해본 뮤지션이 있는지 묻자 언젠가는 타블로와 넬의 김종완과 함께할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서로의 의견이 맞아야 하는 부분이라 정확하게 답은 할 수 없다고. 일단 자신이 좀 더 확실한 경지에 오르게 되면 그때 해보고 싶다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주목하는 뮤지션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혁오’를 꼽았다. 곡도 좋고 잘한다고. 또한 ‘아이엠낫’이라는 밴드가 잘한다며 최근 새로 나온 앨범을 추천했다.
‘Mark’ 앨범을 발표하며 음악적인 색깔이 바뀐 그에게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묻자 원래 그런 음악을 주로 듣고 록 밴드를 했던 영향이 컸다고 밝혔다.
음악을 하는 이들에게 아쉬운 부분 중 하나가 한국의 음악 환경인 것 같다는 말에 그는 한국에서 태어난 게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음악선진국에서 활동했더라면 조금 더 나을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한다며 국내 음악 환경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드라마 OST를 부르기도 했던 그는 가창 제의가 많이 들어오지만 다른 이가 써준 곡을 부르는 게 쉽지 않아 자신의 곡을 쓰고 그 곡이 아니면 응하지 않아 많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드라마를 보며 OST에 참여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냐고 묻자 그는 최근 큰 인기를 구가했던 ‘도깨비’를 재밌게 봤다고 답했다. 또 영화 ‘이터널 선샤인’과 같이 스토리도 영상도 완벽한 작품에 참여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가 좋아하는 뮤지션이라고 밝힌 이승열은 ‘유앤미 블루’ 때부터 지금까지 나온 앨범들 모두 좋아한다고 답했다. 독특한 음색이 세계적인 록밴드 U2의 보컬리스트 보노와 비슷하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그런 대가들이 국내에서 더 크게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며 그런 이들이 외국에서 태어나 음악 활동을 했다면 소위 록스타와 같이 대우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의외의 예능 출연에 대해 언급하자 그는 원티드 사고 이후 힘들었던 시절 의지와 상관없이 출연하게 됐었다며 좋지 않은 기억들로 남아있다고 전했다.
‘불후의 명곡’ 들국화 편에 출연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던 그. 특히 ‘들국화 편’에서 불렀던 곡들의 동영상 중 가장 조회 수가 높았다고 언급하자 한 번 하고 기록에 남는 걸 다시 보진 않는다고 답했다. 들국화는 존경하는 뮤지션이라며 한국에서 다신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다시 ‘불후’ 유재하 편에 출연해 우승하기도 했던 그. 제일 마지막에 해서라고 생각한다며 웃어 보이며 지고 이기고는 큰 상관이 없다고 답했다.
‘나는 가수다’ 출연으로 이슈가 됐던 그는 죽어도 하지 않으려고 했었다고 전했다. 방송에 나가 노래하는 걸 싫어하기도 했지만 남의 노래를 불러야 하는 부분과 이기고 지고를 정해야 했던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나가수를 하게 된 건 두 번 정도 자신의 앨범에 있는 노래를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얘기와 그가 함께하는 밴드 팀을 데리고 들어가겠다는 것 그리고 선곡, 편곡을 건드리지 않는 조건을 맞춰준다고 하여 출연했고 감사하게도 잘 지켜줬다고 전했다.
하지만 ‘나가수’ 출연이 돈이 되진 않았다는 그에게 이유를 묻자 MR로 행사하기를 꺼려 어쿠스틱 밴드 셋이 아니거나 라이브 밴드 셋이 아니면 행사에 나가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음악 페스티벌 출연 계획에 관해 묻자 출연하게 된다면 너무 좋지만 자신을 부르기는 애매할 거라고 답했다. 음악 색깔이 변했다는 걸 알리는 게 더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또 록페스티벌에서 타 장르 가수가 나오는 경우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런 음악이 나쁘다는 측면은 아니고 록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부분은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근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그를 보며 ‘이정재가 노래도 잘하네’라는 반응이 있었다고 전하자 그는 크게 웃으며 분명 많지 않은 자신의 팬 중 하나일 거라고 답했다. 어릴 적부터 이정재의 팬이어서 더더욱 감사드린다며 겸연쩍어했다.
출연해보고 싶은 예능이 있는지 묻자 그는 예능 출연이 무섭다고 답했다. 하지만 뮤지션을 존중해주는 ‘무도가요제’는 섭외가 들어온다면 좋다는 그. 출연하게 된다면 함께 공익 근무를 했던 하하와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고 전했다.
자신의 곡에 사랑 얘기 같지만 사랑 얘기가 아닌 부분들이 많다는 그. 사랑이라고 들리게 써놓기는 했는데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쓴 가사도 있다며 이번 앨범에 수록된 ‘BLOOMS’를 언급했다.
타이틀곡 ‘지금 그리고 우린’을 어떻게 쓰게 된 건지 묻자 자신이 항상 가진 가장 큰 고민에서 비롯된 곡이라고 답했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가 어느 정도쯤에 있을까, 라는 식의 고민을 해오다 쓴 곡이라고 밝혔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유치할 수 있지만 우리는 살아가는 건지 죽어가는 건지를 정확히 얘기할 순 없잖아요. 그런 게 항상 머릿속에 많아요. 그래서 그런지 가사를 쓰다 보면 지금은 어디로- 과연 그때는 달랐을까- 이렇게 끝나는 가사들이 많아요. 그 고민이 아직도 많은 데다 괴팍한 단어들을 써버리면 애매해질 것 같아서 듣기에 낯설지 않도록 조금씩 풀어내는 거죠.”
항상 가사가 그렇게 된다는 그는 사랑이나 이별에 관해서 쓰더라도 결국엔 생각이 그쪽으로 가게 된다고. 그래도 타이틀곡은 어느 정도 어렵지 않게 풀려고 생각하고 곡을 쓴다고 전했다.
그런 그에게 결혼에 대한 생각을 묻자 1도 없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언젠가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올 수도 있지 않으냐고 말하자 그는 육십이나 칠십이 넘었는데 때마침 같이 늙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고 덧붙였다.
6월 3~4일 양일간 콘서트를 계획 중인 하동균. 콘서트를 앞두고 긴장되거나 하지는 않냐는 질문에 일주일 전쯤 되면 조금씩 긴장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걱정하지는 않는다며 뮤지션으로서 자신의 음악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 보였다.
끝으로 그에게 어떤 사람, 어떤 가수로 남고 싶은지 묻자 꾸준히 음악을 해나갈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또한, 음악 하는 사람이라고 자신도 그렇고 누군가도 그에 대해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기획 진행: 조원신
포토: 차케이
영상 촬영, 편집: 이재엽
재킷: 암위
셔츠: 에디터 소장품
헤어: 루미오뷰티하우스 헤어 원장 우제
메이크업: 루미오뷰티하우스 메이크업 원장 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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