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전기차가 KTX 만큼의 속도를 내려는 이유

입력 2017-06-06 10:46   수정 2017-06-22 22:19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은 '녹색지옥'이라 불릴 정도로 악명이 높다. 20㎞가 넘는 서킷 길이도 압도적이거니와 극상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수많은 코너가 진을 치고 있어서다. 그래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자신들의 기술력을 과시할 때 뉘르부르크링 서킷 코스 기록을 전면에 내세우곤 한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제조사 넥스트EV는 전기 스포츠카 '니오 EP9'로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7분5초12에 주파하며 양산차 코스기록을 경신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기차'가 유수의 스포츠카 브랜드의 콧대를 꺾어 놓은 일대 사건이었다. 올해초 람보르기니 신형 스포츠카 우라칸 퍼포먼테가 6분52초01을 기록하며 설욕하는 듯 했지만 니오 EP9은 곧바로 기록을 6분45초90으로 앞당기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 타이틀을 되찾아왔다.


 니오 EP9의 최고출력은 1,341마력에 달한다. 4개의 바퀴에 각각 장착한 전기모터가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0→100㎞/h 도달시간은 2.7초. 0→200㎞/h까지 7.1초면 충분하다. 최고시속은 313㎞, 급속충전기로 45분만 충전하면 최장 427㎞까지 달릴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계 전기차제조사 루시드모터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첫 번째 양산차 루시드 에어를 공개했다. 최고 1,000마력, 0→100㎞/h 도달시간 2.5초, 1회 충전 후 최장 주행거리 640㎞ 이상을 자랑한다. 삼성SDI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해 한국에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루시드는 모터스포츠를 통해 기술 경쟁력 증명에 나섰다. '전기차의 F1'으로 불리는 포뮬러E에 2018~2019시즌부터 독점으로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한다. 맥라렌 및 소니와 협업,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경주차용 배터리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포뮬러E 규정에 따르면 배터리팩 무게는 250㎏ 이하, 용량은 54㎾h, 최고 전력 공급능력 25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최근 전기차 전문 제조사는 물론 내연기관차 제작사까지 잇따라 고성능 전기차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8월 테슬라가 주력 세단 모델S의 최상위 트림을 공개하며 0→96㎞(60마일)/h 2.5초를 달성했다고 밝힌 뒤 고성능 경쟁에 속도가 붙었다.


 전기차가 아직 충전시간과 주행거리 제약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이런 움직임은 일종의 기술력 과시를 위한 퍼포먼스가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일반 공도에선 성능의 반의 반도 내지 못하는 내연기관 스포츠카의 예를 들면서, 고성능 전기차 역시 지금보다 차를 더 비싸게 팔기 위한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라고 폄하하는 얘기가 업계에서 흘러나온다.

 그러나 전기차 제조사들은 고성능 전기차야말로 가까운 미래에 실제 도로 위에서 만날 현실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자율주행기술, 완전히 통제한 지능형 교통망(ITS)이 결합한 미래 자동차생활을 염두에 두고 고성능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힌다. 결국 전기차 제조사들은 자율주행차가 양산화 단계를 넘어 도로 위를 점령할 시점을 내다보고 고성능 전기차 개발에 집중하는 셈이다. 



 사람의 실수를 배제하고 차와 차, 차와 도로가 통신하며 차 스스로 운전하는 환경이 현실화되면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교통생활에 필요한 건 지금보다 더 빠르고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차, 내연기관차보다 우월한 친환경성과 성능을 갖춘 고성능 전기차라고 이들은 전망하고 있다. KTX만큼 빠른 차로 내 집 앞에서 목적지까지 움직이는 세상을 전기차업체들은 꿈꾸고 있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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