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한 대 주세요, 1TB(테라바이트)짜리로"

입력 2017-07-18 07:20   수정 2017-07-27 16:07


 자동차용 정보저장장치(스토리지)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자동차의 IT화가 가속화되면서 데이터 저장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2020년 자동차에 필요한 저장공간은 1TB로 전망된다. 1TB는 약 1,024GB로, HD급 영화파일을 400~500개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다. 스마트폰 등 휴대기기에선 아직 TB급 저장장치를 사용하는 예가 드물다. 데스크톱이나 자료백업용 저장장치 등을 중심으로 개인용이나 사무기기분야에서 최근들어 TB급의 대용량 저장장치 사용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자동차업계에서 대용량 저장장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건 자율주행차의 상용화와 연결성 강화 때문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오는 2030년엔 도로 위에서 매년 5ZB(제타바이트, 1ZB는 1TB의 10억 배)의 정보가 발생하고, 차 1대 당 하루 72GB의 정보를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IT 전문 리서치기업 가트너 역시 오는 2020년엔 자동차 자기진단장치(OBD) 포트를 활용해 연결성 기능을 갖춘 자동차가 세계에 2억2,000만 대 이상 보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V2X(자동차와 여러 대상 간 통신)이 본격화되면 도로 위를 오가는 정보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된다. V2X는 차와 차, 차와 사람, 차와 도로 등 교통환경과 연관된 모든 것의 연결을 의미한다. 자동차가 더 똑똑해질수록 차와 차 사이의 정보공유가 활발해지는 것. 앞서가는 차가 파악한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뒷차와 공유하고, 도로가 스스로 각종 교통정보를 만들어 차에 제공할 수도 있다. 보험사와 자동차회사는 자동차의 긴급신호를 받아 교통사고를 파악하고 앰뷸런스와 견인차를 보낼 수 있다.

 주행상황을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여야 하는 자율주행차는 보다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한다. 이에 따라 자동차 자체가 저장해야 할 데이터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금도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는 각각 지도정보와 녹화영상을 저장하기 위해 SD카드 등 별도의 저장장치를 사용한다. 그러나 자동차 전자장치가 확대될수록 OS(운영체제)를 비롯해 각종 프로그램을 저장할 공간이 필요하다. 차 내 전자장치들도 배선으로 연결하지 않고 캔(CAN) 통신을 통해 무선으로 정보를 주고 받는다.

 예전에 없던 수요가 발생하기도 한다. 디지털 클러스터가 대표적인 예다. 실제 계기판과 바늘을 LCD화면이 대체하면서 복잡하고 정교한 그래픽을 운전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많은 정보를 사전에 입력한다. 고화질 지도 역시 대용량 저장장치가 필수다. HD급 고화질 지도의 경우 차선정보나 교통표지판 정보 등 ㎠ 단위의 해상도를 지원하는 만큼 현재 내비게이션 지도보다 수천~수만 배의 정보가 필요하다.


 미국 정보통신회사 시스코에 따르면 오는 2020년 세계적으로 연결성 장치(커넥티드 디바이스)가 500억 개 이상 보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엔 휴대전화와 공장 기기, 각종 장비와 비행기, 자동차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런 이유로 스토리지시장의 대세는 기존 하드디스크에서 낸드플래시로 이동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플로팅 게이트에 전자를 저장하거나 빼는 방식으로 정보를 저장하거나 덮어쓴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자기장을 활용해 정보를 저장하고, 플래터라는 물리적인 장치가 필요한 하드디스크보다 더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으며, 처리속도도 훨씬 빠르다.

 자동차업계에선 온도 변화에 따른 안정성 문제로 낸드플래시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미국 자동차 전자부품회 인증 AEC-Q100의 경우 3등급조차 '-40~85도'에서 문제없이 작동해야 한다. 여기에 한국 자동차업계는 이 보다 더 가혹한 2등급을 요구했다. '-40~105도'로 범위를 강화한 것. 내비게이션 등 발열이 많은 기기에서도 신뢰성있게 장치가 작동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오토모티브 이노베이션데이(AID 2017)'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러셀 루빈 웨스턴디지털 오토모티브 솔루션 마케팅 총괄이사는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고 V2X가 발전할수록 생성·전달할 데이터의 양이 막대하게 증가하는 만큼 안정적인 고성능 저장장치에 대한 시장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며 "통신기술 발전과 함께 자율주행차는 운전에서 사람이 해방되는 만큼 차 안에서 즐길 고용량 엔터테인먼트 컨텐츠를 저장할 수 있는 스토리지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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