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자혜 “제2막 연기 인생 시작, 인정받는 배우 되고 싶다”

입력 2017-07-26 12:27  


[신연경 기자] “이제 제 연기 인생의 두 번째 막이 시작된 느낌이에요. 연기자로서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6년이라는 시간의 긴 공백을 깨고 제2막의 연기 인생을 시작한 배우 최자혜. 흘러간 시간 동안 자신을 다지고 다져 이제는 더욱 단단해진 모습으로 연기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을 내비쳤다.

2001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 큰 인기를 얻은 드라마 ‘대장금’에서 어리고 사랑스러운 먹보 상궁 캐릭터 창이 역을 맡아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며 ‘굳세어라 금순아’, ‘제빵왕 김탁구’까지 차츰차츰 연기 내공을 쌓아오던 그.

결혼과 동시에 브라운관에서 그를 볼 수 없었지만, 올해 상반기 ‘달콤함 원수’로 여전한 동안 미모를 뽐내며 나타났다.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그의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오늘 화보 촬영 어땠어요?

사실 거의 일반인으로 지냈잖아요. (웃음)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서게 되서 너무 재밌었고 잊었던 저를 찾을 수 있던 시간이었어요.

Q. 화보촬영을 위해 준비한 게 있나요?

준비를 했기 보단 원래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해요. 어릴 때 아버지가 사진작가셨거든요. 항상 카메라로 저를 찍어주시고 포즈나 시선처리에 대한 코칭도 많이 해주셔서 그런지 사진 찍히는 일은 저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Q. 가장 마음에 들었던 콘셉트가 있었나요?

제일 저다웠던 첫 번째 의상이 좋았어요. 저는 캐주얼한 티와 청바지가 가장 자연스럽고 편해요. 두 번째 여성스러운 모습은 사람들이 저를 생각해 주는 모습인 것 같아요. 사실 저는 그렇지 않거든요. (웃음)

Q. 그럼 평소 성격은 어때요?

전형적인 B형이에요. 쿨하지만 가끔 욱하기도 하죠. 활동하는 동안에는 제 안에 얌전하고 여성스러운 점이 더 부각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마지막 콘셉트처럼 도도, 섹시, 차가운 도시 여자 같은 이미지는 저에게 어려운 숙제 같아요.

Q. 요즘 근황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얼마 전 아침드라마 ‘달콤한 원수’에 특별출연해 촬영을 마쳤고 지금은 일상으로 돌아가 운동도 하면서 다음 작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Q. 6년 만에 복귀 작품으로 ‘달콤한 원수’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일단 제가 맡은 역할이 너무 사랑스러운 캐릭터였어요. 사실 10년 이상 활동을 하면서 제 옷에 딱 맞았던 역할을 받아본 적도 없고 로맨스를 해본 적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드라마 속에서 사랑하는 남자와 알콩달콩 하며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자신이 생기더라고요. 또 너무 오래 쉬었기 때문에 긴 호흡의 드라마를 시작하기에는 부담이 있었어요. 워밍업 삼아 잠깐 출연하면 좋을 것 같아 출연을 결심하게 됐죠.

Q. 다시 일을 시작한 기분은 어떤가요?

정말 너무 행복했어요. 무엇보다 이현직 감독님, 박은혜 언니, 유건 씨와는 친한 사람들을 오랜만에 다시 만난 것 같이 편했고 특히 5월에 촬영해서 날씨도 좋고 집 밖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너무 행복하게 촬영했죠. 사실 결혼 전에 일할 때는 촬영장 가는 게 힘들었어요. 낯가림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응하는 부분이 스트레스였거든요. 지금은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 나누는 시간이 너무 즐거워요.   

Q. 긴 편수에 비해 짧게 출연해서 아쉬움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정말 찍으면 찍을수록 아쉬웠어요. 팀워크가 너무 좋았거든요. 누구 하나 모난 사람 없이 회식도 자주 하면서 잘 지내고 너무 좋았는데 이제 여기서 이 사람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마음에 아쉬웠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죽어야 그 드라마의 다음 내용이 전개가 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죠.

Q. 옆에서 본 배우 박은혜 씨는 어떤 사람인가요?

언니랑은 대장금 이후로 왕래가 없다가 이번에 정말 오랜만에 만났어요. 옆에서 본 은혜 언니는 정말 옆집 언니 같은 사람이에요.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잘 다가가고 잘 챙겨주거든요. 촬영장 분위기가 좋고 단합이 잘 되는 것도 언니의 몫이 큰 것 같아요. 밥도 잘 사고요. (웃음)

Q. 극 중 연인 유건 씨와 호흡은 어땠나요?

너무 좋았어요. 유건 씨가 저희 학과 후배에요. 그전에는 몰랐는데 사람들에게 잘 다가가고 편하게 대하는 성격이더라고요. 저는 학교 선배로서 이끌어주고 좀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너무 오랜만에 촬영장에 나온 거라 그럴 여유가 없었어요. 오히려 유건 씨가 더 많이 챙겨줘서 같이 편하게 촬영 한 것 같아요.

Q. 결혼 후 첫 연인역할, 남편분의 질투는 없었나요?

드라마 방영 시간이 출근 시간대 이기도하고 처음에 대본 몇 번 보더니 그다음부터 방송을 안 보더라고요. 그런데 어디서 뭘 보고 왔는지 지나가는 말로 “뽀뽀도 하고 그러더라” 하면서 질투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어요. 하지만 저희 남편은 제가 일하던 모습도 봐왔고 너무 오래 쉬었다는 걸 알아서 그 누구보다 많이 응원해줬죠.


Q. 촬영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있을까요?

결혼과 동시에 연애가 없잖아요. 결혼 생활을 하면서 많이 무뚝뚝해졌구나 싶었어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의 연애 감정을 연기해야 하는데 오랜만에 그런 감정을 표현하려니까 어색하더라고요. 시작하기 전에는 정말 자신 있었는데 유건 씨가 학교 후배고 막상 연기를 하려니 무뚝뚝하게 한 건 있어요. 내 연애 세포가 감이 많이 떨어졌구나 싶었죠. (웃음)

Q. 극 중 과거회상 장면을 위해 교복을 착용했어요. 아이 엄마인 줄 모르겠던데 동안 미모를 꾸준히 유지하는 비결이 뭔가요?

얼굴살이 빠지면 나이가 더 들어 보인다고 하잖아요. 저는 제일 안 빠지는 게 얼굴 살이에요. 예전에는 화면에 동글동글하게 나와 항상 이 볼살이 스트레스였는데 이젠 얼굴에 살이 좀 있는 게 동안 비결이 아닐까 생각해요. 또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드라마 들어가기 전에 열심히 운동을 했어요. 필라테스와 러닝머신을 같이 병행하면서 좋은 효과를 본 것 같아요.

Q. 배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제가 서울예대 연출 전공이에요. 연기전공은 아녔죠. 사실 연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탤런트 공채에 합격을 하면 월급을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험을 보게 됐어요. 그 당시 대학생에게 100만 원이면 큰 액수잖아요. 마지막 4차 시험까지 합격을 하게 됐고 그렇게 얼떨결에 연기를 시작하게 됐죠. 단역부터 시작해서 2년 공채 생활 중 마지막에 드라마 ‘대장금’을 만났고 이 작품을 통해 얼굴을 알리고 그 이후로 계속 활동을 하게 됐어요.

Q.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길을 걸어가고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부전공으로 편집을 배웠어요. 연출보다는 편집 쪽으로 가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런데 이 질문이 저에게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인 것 같아요. 다시 태어나도 방송 일은 꼭 할 것 같고 아나운서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주변에 아나운서 언니들이 많아서 보면 항상 공부하고 지식을 쌓으며 노력하는 삶이 저에게는 멋있어 보였어요. 여자로서 아나운서는 정말 멋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Q. 오랜 연기 생활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을까요?

물론 ‘대장금’이 제일 기억에 남고 그다음 ‘제빵왕 김탁구’가 기억에 남아요. 그때 가장 연기에 대한 딜레마가 왔었어요. 극 중 역할이 대사도 많지 않고 포스 있게 비치는 장면이 많았는데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저에겐 너무 어려웠어요. 도망가고 싶고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으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면 캐릭터를 누리지 못하고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는 게 제일 아쉬우면서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에요.

Q. 연기에 대한 슬럼프가 오신 거네요.

캐릭터를 소화하지 못했다는 것과 연기자가 되기에 부족한가에 대한 스트레스 속에 있을 때 결혼이 결정됐어요. 결혼과 동시에 연기에 대한 모든 걸 놓아 버렸던 것 같아요. 결혼생활을 누리면서 쉼을 가지게 됐죠. 그런데 쉼을 가지면서 드라마를 많이 봤어요. 아줌마가 되면 드라마가 정말 재밌거든요. (웃음) 결혼 전에는 드라마를 안 봤었는데 지금은 대사 하나하나에 공감하면서 보게 되더라고요. 또 이제는 감정을 알면서 보니까 어떻게 표현할지를 알아서 그런지 빨리 연기가 하고 싶었어요. 쉬는 동안 드라마를 보며 연기에 대한 갈망이 커졌죠.

또한 결혼과 육아의 삶을 경험하면서 감정의 폭이 상상이상으로 넓어진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상대방의 감정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연기에 대한 시선과 임하는 자세가 예전과는 완전히 바뀌었어요. 감정의 폭이 넓어진 만큼 자신감도 높아져서 빨리 저를 테스트하듯이 많은 작품에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Q. 큰 변화 없이 비슷한 이미지의 역할들을 맡아왔는데 파격변신을 해볼 생각은 없었나요?

어렸을 때는 늘 변화하고 싶었어요. 저에게 주어진 역할이 비슷해서 흥미를 잃기도 했었죠. 촬영하면서 섹시하게 보이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다양한 콘셉트로 프로필 촬영도 찍었어요. 그때는 서구적으로 생긴 다른 친구들과 달리 동글동글하고 밋밋하게 생긴 외모에 대한 불만이 많았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이제는 저의 모습이 좋아요. 그전에는 틀을 깨고 싶었다면 지금은 저의 이미지가 좋고 저에게 오는 역할이 좋아서 장점을 충분히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다음에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려도 충분하다 싶어요.

Q. 머지않아 새로운 이미지의 역할이 주어진다면 도전해보지 않으실 건가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도전할 거예요. 어릴 땐 저의 모습을 버리고 도도한 여자의 역할을 했어요. 그래서 어려웠어요. 하지만 이제는 제 모습이면서 그 안에 있는 도도한 여자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생각해요. 그게 보는 시청자분들도 편할 것 같아요. 쉬는 동안 저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알아가면서 저를 많이 좋아하게 됐어요. 사랑하는 내 모습 안에서 변화를 더하면 자연스러운 연기와 함께 시너지 효과가 더해질 거라 믿어요. 

Q. 그러면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요?

얼마 전에 이선균-송지효 주연의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라는 작품을 재밌게 봤어요. 꼭 예쁜 사랑이 아닌 슬픈 사랑처럼 현실성 있는 사랑 이야기를 담은 폭이 깊은 로맨스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Q. 함께 호흡을 맞추고 싶은 배우도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강하늘 씨와 함께 해보고 싶어요. 어린 나이에도 깊이감이 있는 사람인 것 같아서 멋있더라고요. 남자답게 시원시원하게 생기셨고 연기도 잘 하시니까 같이 호흡을 맞춰보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Q. 예능에 도전한다면 어떤 분야의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으세요?

‘배틀 트립’과 같은 여행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어요. 제가 스케줄을 직접 계획하고 자유여행하는 걸 너무 좋아하거든요. 저는 한 주제를 계속 소개하는 것보다 주어진 상황마다 재밌게 소개하고 표현할 수 있고 자신이 있어요.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나였으면 이렇게 표현했을 텐데 라고 따라 하면 남편이 혼자 보기 아깝다고 말해요. (웃음)

Q. SNS를 보니 배우 유선 씨와 친하게 지내시더라고요.

네 유선 언니뿐만 아니라 성은이, 혜진이 와도 친하게 지내요. 시간 될 때 커피도 마시고 자주 만나요. 항상 서로서로 의지가 되는 존재인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한 조언도 많이 구하고 육아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면서 응원해주는 든든한 동료 이자 친구예요.

Q.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요?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마음껏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이 주어진다면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할 거예요. 또 아직 영화 작품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해서 영화에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이제 제 연기 인생의 두 번째 막이 시작된 느낌이에요. 연기자로서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그전의 저의 이미지를 좋아해 주신 분들도 너무 감사하고 이제는 그 이미지 안에 더욱 깊이 있는 연기로 인사드릴 것 같아요. 앞으로 이전보다 플러스알파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까 계속 지켜봐 주세요.

에디터: 신연경
포토: 곽효민
의상: 맘누리, 레미떼
슈즈: 수페르가
주얼리: 티아도라(TEDORA)
백: 볼드리니 셀레리아
시계: 망고스틴
선글라스: 블랙피하트 by 모다루네쯔
헤어: 제니하우스 청담힐 이은 디자이너
메이크업: 제니하우스 청담힐 한별 디자이너, 홍다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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