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패션] 하이힐을 신은 여자는 위험하다?

입력 2017-08-02 18:33  


[허젬마 기자]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마놀로 블라닉 슈즈를 빼놓을 수 없다. 그녀가 마놀로 블라닉 매장에 들어서서 마음에 드는 ‘신상’을 발견했을 때의 표정은 빅의 품 안에 안겨있을 때보다 더 행복해 보였다.

가수 서인영은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 안에 꽉 찬 자신의 구두를 소중히 매만지며 ‘우리 아가들’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일약 ‘슈어홀릭’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한낱 신발을 의인화한 그녀에게 비판이 쏟아질 것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이후 패션 아이템에 ‘아가’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오히려 유행어가 될 정도로 대중적인 공감을 샀다.
 
이 장면들을 보며 혀를 내두를 남자들과 달리 눈빛을 반짝이며 공감을 표했던 여성들에게 과연 구두란, 그리고 하이힐이란 어떤 존재일까? 어느 연구자료에서 주장하듯 정말 하이힐의 굽 높이와 여성의 자존심은 비례하는 것일까?


이 의문에 대해 조금이나마 궁금증을 풀어줄 영화가 여기 있다. 2013년 개봉한 영화 ‘하이힐을 신은 여자는 위험하다’는 줄리 베나스라(Julie Benasra) 감독이 여성과 구두와의 긴밀한 관계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접근한 패션 다큐멘터리이다.

영화에는 세계적인 하이힐 디자이너인 크리스찬 루부탱과 페라가모, 로저 비비에르 등이 등장하며 하이힐에 관한 깊고 심오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 속에서 하이힐은 단순한 패션 액세서리가 아닌 여성의 몸매를 보다 멋지게 가꿔주는 동시에 내면의 자존감까지 드높이는 마법의 존재로 승격된다.

영화 속에는 평생을 신어도 다 못 신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많은 하이힐을 소유한 일명 ‘슈어홀릭’들이 등장하는데 그녀들이 이토록 많은 슈즈를 갖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원초적 본능에 의한 ‘욕망’. 이들은 구두 한 켤레 값으로 선뜻 이해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가격을 ‘기꺼이’ 지불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 욕망의 대가는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아니, 얻기는 할 수 있는 걸까? 이에 아티스트인 니키 스키니로는 말한다. “저 구두가 나에게 꼭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필요하지 않음에도 가지고 싶은 것, 이것이 욕망이다”라고.

구두를 신었을 때 자연스레 곧은 자세가 만들어지고 매끈한 각선미가 살아나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것이 이 세상 여자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패션 특권인 것도. 그러나 우리는 하이힐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매우 위험한 신호인 것을 깨달아야 한다.

여성들에게 마치 금단의 열매와도 같은 하이힐에 대한 집착. 그것을 먹느냐 마느냐는 이브에게 남겨진 몫이다. (사진출처: 영화 ‘하이힐을 신은 여자는 위험하다’ 포스터&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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