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기자] ‘럽순이’가 올림픽공원에 나타났다.
걸그룹 러블리즈(Lovelyz)의 두 번째 콘서트인 ‘2017 러블리즈 콘서트 올웨이즈(LOVELYZ CONCERT Alwayz)’가 7월29일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개최됐다.
29일부터 30일까지 양일간의 이번 콘서트는 팬 클럽 대상 선(先)예매는 단 5분 만에, 일반 예매 또한 약 1분 만에 전 좌석이 매진되는 ‘완판’ 기록을 세웠던 바 있다. 팬덤을 구축하며 청순한 ‘소녀돌’의 중심에 선 8명의 인기를 입증한 것. 이와 관련 올림픽홀은 2,452석의 고정석을 포함 약 3,000석의 수용 인원을 자랑한다.
이 가운데 공연 첫날인 29일에는 프레스 초청이 이뤄지며 수천 명의 함성이 취재진에게 전달됐다. 이미 첫 콘서트 ‘겨울나라의 러블리즈’를 통해 사흘간 약 6,600명의 관객을 모았던 러블리즈. 하지만 여덟 요정은 수천의 관객을 마주하는 익숙함 대신 멤버 개개인의 사랑스러움을 전달하며 총 25곡을 약 3시간여 동안 열창했다. 리더 베이비소울(Babysoul)이 앞을 이끌고, 막내 정예인이 뒤를 책임지며, 팬덤 ‘러블리너스(Lovelinus)’는 환호했다.
시작을 알리는 인트로 영상에서 러블리즈는 순백의 드레스와 함께 관객들을 맞이했다. 곧이어 가림막이 사라지자 허공 위 구조물에 앉아 있는 여덟 멤버가 등장했고, 이에 러블리너스의 함성이 올림픽홀을 가득 채운 것은 당연한 일. 여덟 멤버는 구름과 달을 형상화한 구조물이 땅에 안전히 착지한 이후 정규 2집 앨범 타이틀곡 ‘와우(WoW)!’를 전달했다. 분홍 드레스를 입은 러블리즈와 더불어 노래를 열창하는 러블리너스의 조화는 가히 장관이었다.
“안녕하세요, 러블리즈입니다”라는 인사말과 함께 노래를 제외한 첫 육성을 전달한 러블리즈. 케이는 “‘겨울나라의 러블리즈’ 이후 6개월 만에 만났다”라며 반가움을 전했고, 베이비소울은 ‘올웨이즈(Alwayz)’의 알파벳 ‘제트(Z)’를 언급하며 ’여러분과 함께 한다’라는 속뜻을 소개했다. 진(JIN)은 콘서트에 처음 왔든 아니든 함께 놀자고 외쳤고, 케이(Kei)는 “밀면 안 돼요 여러분. 약속. 아이 착하다”라며 팬들을 조련했다.
정규 1집 앨범 수록곡 ‘비밀여행’이 이어졌다. 러블리즈를 사랑하는 팬뿐만 아니라 기자의 가슴마저 두드리는 드럼의 존재가 인상적이었다. 이와 관련 러블리즈는 이번 공연에서 ‘러블리즈 밴드’와 함께 라이브 연주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했다. 또한, 공연 종반 멤버들은 베이스부터 기타, 드럼, 키보드, 마지막으로 밴드 마스터까지 그들의 콘서트를 풍성하게 도와준 연주자들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팬들에게 그들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무대 위의 주인공은 오직 “나야 나”를 외칠 법했지만, 겸손을 표한 것.
정규 1집 리패키지 앨범 ‘비밀여행’ 이후 베이비소울은 “‘올웨이즈’를 시작으로 하반기는 열심히 달릴 예정”이라고 밝혔고, 정예인은 “저희가 쉴 틈이 없다는 것은 여러분도 쉴 틈이 없다는 것”이라며 러블리너스에게 미래의 호응을 소원했다. ‘와우!’ 이전 인트로 ‘아 유 레디(R U READY)?’까지 포함하면 이제까지 네 곡이 공연된 상황. 러블리즈도 관객들도 아직은 여유가 가득했다.
무대 위에 간이 문(門)이 등장한 정규 2집 앨범 수록곡 ‘똑똑’과, 미니 1집 앨범 ‘새콤달콤’이 계속됐다. 특히, ‘새콤달콤’ 무대에서는 멤버들이 처음으로 돌출 무대로 나와 팬들과 손을 잡아주거나, 시선을 마주치는 소통을 시도해 러블리너스를 열광케 했다. 이 와중에 밴드의 베이스가 전달하는 강렬함은 가사 ‘새콤달콤’ 중 ‘달’과 ‘콤’ 사이를 아주 쫄깃하게 만들었다.
“여러분도 함께 불러주셨으면 좋겠다”라는 진의 말과 함께 미니 2집 앨범 수록곡 ‘책갈피’가 울려 퍼졌다. 계단 위에 ‘하트(♥)’ 대형으로 앉은 멤버들이 각자의 파트를 부를 때마다 러블리너스는 해당 멤버의 이름을 합창했고, 특히 베이비소울의 랩이 눈길을 끌었다.
‘올웨이즈’만의 콘텐츠는 공연 중간 러블리너스를 환호케 했다. 콘서트 팬들만을 위해 ‘러블리즈 다이어리(Lovelyz Diary)’의 시즌 4.5가 상영된 것. 멤버들은 과거 ‘러블리즈 다이어리’의 재생 속에서 자신들의 초안(初顔)을 마주하며 절규했고, 이 가운데 유난히 어려보이는 정예인의 모습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후 공연 중간 재생된 ‘러블리즈 다이어리’ 2부에서 러블리즈는 문제의 소개팅 카페를 재방문하기도. 치즈 케이크가 맛있다는 케이의 말에 밀폐 용기를 가져왔다고 가방을 만지작거린 베이비소울의 유머는 영상의 백미였다.
유닛 무대가 시작됐다. 먼저 정규 2집 앨범 ‘나의 연인’을 위해 서지수와 유지애가 뭉쳤다. 그랜드 피아노 위에 앉은 서지수와 피아노 연주를 선보인 유지애. 마치 중세 시대에나 볼 법한 램프와 무대의 파란 조명은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또한, 배경 스크린에는 장미꽃이 피어났고, 보라색과 핑크색 조명이 어우러져 노래의 보사노바 리듬을 배가시켰다.
베이비소울과 케이 그리고 진은 정규 2집 리패키지 앨범 수록곡 ‘새벽별’을 꾸몄다. 살랑거리면서 떨어지는 핀 조명과 전구로 장식된 두 개의 계단 그리고 스크린 속 칠흑처럼 어두운 우주까지. 또한, 눈을 감은 채 노래를 부르는 진의 모습은 관심을 집중시켰고, 감정에 젖은 그의 모습은 ‘새벽별’의 가사인 ‘잊지 말아요 / 늘 내가 여기 있다는 걸’을 돋보이게 했다.
‘더(The)’는 이미주, 류수정, 정예인의 차지였다. 수업을 알리는 벨이 흐르고, 고등학생으로 변신한 세 여자. 멤버들은 책걸상에 앉아 마치 뮤지컬을 보는 듯한 동작을 펼쳤고, 어느 순간 캐비닛에서 물총을 꺼내며 러블리너스에게 난사했다. 체감형 콘서트에 관객들의 호응은 최고조에 다다른 상태. 이 가운데 “끝난 줄 알았지?”라는 어느 멤버의 외침과 함께 공연은 다시 시작됐고, 현장은 록 페스티벌을 방불케 하는 열기에 휩싸였다. 밴드의 합주 덕이었다.
러블리너스를 위한 무대가 이어졌다. 여덟 멤버가 분홍색 의사 가운과 청진기를 장착한 ‘아야(Aya)’, 돌출 무대에서 관객들과 적극 호흡한 ‘카메오(Cameo)’, 빙글빙글 도는 것뿐 아니라 하늘로 솟구친 엘리베이터 무대가 시선을 붙잡은 ‘서클(Circle)’, 본 무대와 돌출 무대를 모두 감싸는 대형을 이룬 ‘나잇 앤드 데이(Night And Day)’, 정규 2집 앨범 수록곡 ‘이모션(Emotion)’이 그것. 공연 중간 하늘로 쏘아진 금빛 가루와 셔츠 선물은 모두를 웃게 했다.
첫 번째 싱글 수록곡 ‘그대에게’와 미니 2집 앨범 수록곡 ‘마음(*취급주의)’ 그리고 ‘1cm’도 팬들을 기쁘게 했다. 이 가운데 진은 검지와 중지로 만든 알파벳 ‘브이(V)’로 팬과 자신의 두 눈을 가리키며 ‘지켜보고 있다’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했고, 멤버들은 아이스크림을 러블리너스를 향해 던지며 여름 콘서트를 만끽하게끔 도왔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이 필요한 이는 바로 러블리즈였다. 실제로 러브리즈는 간이 선풍기와 부채를 공연 중간마다 애용했다.
멤버들의 환복을 도울 또 하나의 영상 ‘러블리즈 진실토크’가 재생됐다. 여기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두 가지. 하나는 진의 과일 가게 포기 발언, 다른 하나는 베이비소울의 정예인 편애 발언이었다. 특히, 진은 “22살이니까 현실감 있게 생각해봤는데,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과일 가게랑”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죄송하다”라며,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오므라이스 가게를 할 것이다. 그냥 오므라이스가 아닌 오므바그 집을”이라고 후술했다.
미니 2집 앨범 타이틀곡 ‘Destiny(나의 지구)’ 무대 이후 신곡이 이어졌다. 신곡의 제목은 ‘폴링(Fallin’)’. ‘서로의 눈에 담긴 채로 폴링 / 하루의 모든 순간에 아임 폴링’이라는 가사가 돋보이는 러브리즈 표 발라드였다. 베이비소울은 “이 곡은 사랑에 빠진 연인 사이를 아름답지만 담담하게 풀어낸 그런 곡”이라고 노래를 소개했다. 진은 “러블리즈와 러블리너스가 사랑에 빠진 것처럼 말이죠?”라는 말로 관객들을 웃게 했다.
엔딩을 장식하는 ‘안녕(Hi~)’ ‘아-츄(Ah-Choo)’ ‘지금, 우리’ 콤보는 러블리너스와 취재진 모두를 감정적으로 녹다운(Knockdown)시켰다. 각각 정규 1집 리패키지 앨범, 미니 1집 앨범, 정규 2집 리패키지 앨범 타이틀곡만을 엄선했기에, 함성이 함성에 다시 묻히는 장관이 펼쳐진 것. 더불어 ‘아-츄’에서 유지애의 가사인 ‘소중한 너의 친구란 그 말이 / 나는 그 말이 참 싫다’를 따라부르는 러블리너스의 열창, 무대의 폭죽, 심장을 뛰게 하는 드럼, 폭죽의 연기, 핀 조명은 한 공간의 모두를 걸그룹 러블리즈에게 동화시켰다.
이미 약 2시간 30분이 지난 상황. 팬들은 앙코르를 연신 외쳤다. 의례적 아닌 필수적 앙코르였다. 약 6분간의 앙코르 요청 후 여덟 멤버들은 다시 무대 위에 올라 데뷔 앨범 타이틀곡 ‘캔디 젤리 러브(Candy Jelly Love)’를 열창했고, 콘서트 소감을 팬들에게 전달했다.
눈에 띄는 것은 유지애의 눈물 섞인 소감이었다. 전문을 소개한다.
“앞에서 안 울었는데, 내가 울면 바보 같다. 열심히 살라고 자주 말한다. 자기 일 열심히 하면서 살라고 말한다. 자기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지나고 지나고, 많이 지나면 여러분도 한 자식의 부모님이 될 수도 있고, 열심히 꿈을 향해서 뛰어갈 수도 있고, 그 꿈을 이뤄낸 분들도 많다. 그러면 당연히 날이 지나면 러블리너스의 팬을 그만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그것이 나쁜 것이 아니다. ‘내가 왜 그 시간을 러블리즈 (유)지애한테 투자했지?’ 이런 생각이 안 들도록 나는 이제 잘할 것이다. 러블리너스한테. 그냥 쉬는 동안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직캠’을 많이 찾아본다. 여러분 ‘직캠’ 많이 찾아보는데, 함성 소리가 그냥 나한테는 힘이었다. 감사하다. 오늘 와주셔서 진짜 고맙고, 사랑한다.”
막내 정예인의 소감을 끝으로 여덟 멤버가 ‘어제처럼 굿나잇’을 부르면서 러블리즈의 두 번째 콘서트, 엄밀히 말하면 두 번째 콘서트의 첫날 공연은 막을 내렸다. 성료(盛了)라는 표현에 적합한 하얀 꽃가루가 올림픽홀을 가득 메운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올림픽공원을 벗어나 여느 관객들과 같이 집으로 귀가하는 기자의 머릿속을 채우는 것은 유지애의 진심이었다.
‘내가 왜 그 시간을 아무개한테 투자했지?’ 1990년대 후반 1세대 아이돌의 등장 이후 이제는 몇 세대인지 가늠할 수 없는 수많은 아이돌들이 피고, 또 지었다. 그리고 기자를 감쌌던 감정은 바로 실망이었다. 유년 시절의 전부였던 아이돌이 더 이상 꿈꾸던 존재가 아닌 것을 알게 된 순간 바로 유지애가 언급한 그 한 줄은 이미 오래전에 기자를 괴롭혔다.
팬들에게 속마음을 전달한 유지애의 자신(自信)과 약속은 과연 지켜질 것인가.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돌출 무대를 감싸는 스탠딩석의 한 관객이 갑자기 떠오른다. 멤버 베이비소울의 영문명과 그의 탄생년도 92를 등에 새긴 한 10대 팬. 아마 그에게 러블리즈는 정성을 쏟아 마땅한 세상의 전부일 테다. 약속이 지켜지든, 무(無)로 돌아가든 러블리너스는 복 받은 팬덤이다. 유지애의 눈물이 그것을 증명한다.
한편, 러블리즈(Lovelyz)는 금일(30일)까지 ‘2017 러블리즈 콘서트 올웨이즈(LOVELYZ CONCERT Alwayz)’를 이어간다.(사진제공: 울림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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