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기자] “한 98점에서 97점 정도?”
“시간이 주어진다면 생길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 시간이 안 나더라”(진영), “시기가 참 그렇다. 제이제이 프로젝트(JJ Project)로 데뷔한 지 2년이 지났을 때 갓세븐(GOT7)으로 재(再)데뷔했다. 신인 같은 마음으로 또 연애 금지령 3년이 내려졌다. (웃음) 제이제이 때도 3년, 갓세븐으로도 3년. 우리는 멤버들보다 2년 더 했다.”(JB)
이 가운데 “감옥 같은 생활이다”라는 누군가의 한마디가 취재진과 JB를 웃게 만들자 진영이 말을 보탰다. “약속이다.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된다.” 아이돌이 겪는 연애의 고충이 누군가에게는 해학적으로, 또 누군가에는 무척 진지하게 술회되는 이 공간. 남성 듀오 제이제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미니 앨범 ‘벌스(Verse) 2’의 이야기를 알리고, 또 공유하는 자리였다.
제이제이 프로젝트. ‘자 모두 여기 모여 / 나의 마이크로 폰 앞으로 와서 / 자 마음 속에 고여 / 있는 그 모든 걱정들 내려봐 / 내려놔’(‘바운스(Bounce)’ 中) 지난 2012년 5월20일 JYP엔터테인먼트가 야심차게 선보였던 듀오로, 당시 타이틀곡 ‘바운스’는 10대의 에너지를 한껏 담은 발랄함으로 인기를 모았다. 이후 두 멤버는 약 1년 반(半)이라는 공백기 후 갓세븐이 되었고, 추억 속의 듀오는 약 5년 만에 갓세븐 유닛 ‘제제프’로서 대중의 곁을 찾아왔다. ‘따로 또 같이’라는 가요계의 유닛 열풍이 이제는 갓세븐에게도 적용된 것.
“5년 만의 컴백이다. 정말 기쁘다. 일단 다른 멤버들보다 먼저 두 명이 유닛을 하게 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과 약간의 책임감이 있다. 앞으로 열심히 활동할 예정이다. 책임감이 많은 만큼, 제이제이 프로젝트도 제이제이 프로젝트지만 갓세븐을 위해서도 더 알릴 수 있게끔 열심히 활동하겠다.”(JB), “갓세븐을 대표해서 나온 만큼 부끄럽지 않은 활동하면서 많은 것들을 보여드리기 위해 준비 많이 했다. 기대 부탁드린다.”(진영)
무엇이 제이제이 프로젝트의 엔진이 다시금 압축과 폭발을 하도록 도왔을까. JB가 먼저 입을 열었다. JB는 이번 인터뷰에서 눈에 띌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취재진에게 전달했다. 아마 리더가 가지는 부담감 때문이었으리라. “갓세븐 회의를 하다가 이야기가 나왔다. ‘유닛을 했으면 좋겠는데, 그 유닛이 제이제이 프로젝트였으면 좋겠다’라고 단번에.” 모두가 이야기의 발단으로 ‘JYP’의 수장 가수 박진영을 의심하자 진영은 “회사 관계자 분께서”라며 호기심을 정정한 뒤, “우리도 사실 긴가민가했다. ‘갓세븐이 데뷔한 지 아직 3년 반 밖에 안 됐는데, 유닛이 괜찮을까요?’라고 조심스럽게 여쭤보기도 했다.”
진영은 “‘갓세븐이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는 부담감 속에 앨범을 작업했다. 그래서 다른 멤버들에게 정말 피해 안 가게, 갓세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앨범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 마음가짐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두 멤버는 신보 전곡의 작사, 작곡 작업에 참여하며 싱어송라이터의 재능을 뽐냈다.
제이제이 프로젝트의 새 앨범 ‘벌스 2’는 CD로만 들을 수 있는 진영의 ‘그날’과 JB의 ‘페이드 어웨이(Fade Away)’를 포함 총 8곡이 수록된 미니 앨범이다. 8곡이 수록됐는데 미니 앨범, 즉 EP(Extended Play)라니. 물론, 최근 들어 앨범의 짧은 재생 시간 대신 비정규 앨범이라는 뜻으로 통용되는 것이 현재의 ‘미니 앨범’이다. 그러나 과거 여덟 내지 아홉 트랙이 수록된 정규 앨범을 떠올려보면 미니 앨범 ‘벌스 2’의 여덟 트랙은 넘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또 이런 시도는 일명 ‘쪼개기’로 완성된 작품 대신 분절된 작품이 유통되는 현 가요계 유행과는 대척되는 시도다. 회사의 반대는 없었을까. 물론 음악 팬의 입장에서는 환영하고픈 의미 있는 고집이다. JB는 “처음에는 10곡을 그냥 다 넣으면 안 되는지 여쭤봤다. 회사 측에서는 ‘아무래도 미니 앨범인데’라고 만류하시더라. 8곡도 많다고. 이런 의견들이 많아서 8곡을 하게 됐다”라며 앨범의 분절은커녕 더 많은 트랙의 추가 여부가 관건이었다고 밝혔다.
다시 한번 그들의 첫 노래 ‘바운스’를 언급하자면, 당시 두 사람은 10대 특유의 에너지를 노래했던 바 있다. 하지만 신보 ‘벌스 2’를 관통하는 것은 담담함, 막연함, 쓸쓸함 등 개인적 감정과 메시지다. ‘커밍 홈(Coming Home)’에서는 이제야 돌아왔다고, 타이틀곡 ‘내일, 오늘’에서는 어디로 가야할지, ‘온앤온(On&On)’에서는 세상의 규칙을. ‘바운스’ 때는 10대였고, ‘그래, 오늘’은 20대로서 무대 위에 오른다지만 너무도 상반된 감정이다.
먼저 과거 스타일과 현재 사이의 괴리를 물어봤다. 먼저 JB가 “처음에는 있었다”라고 답하자, 진영 역시 돌림 노래처럼 “정말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우리가 생각해도 ‘바운스’의 이미지가 많이 강했다. 그래서 그렇게 밝고 에너지 넘치는 곡으로 가야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느꼈던, 겪었던, 고민했던 것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우리도 오케이를 했다.”(JB) “예전에는 재기발랄함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때만큼은 없더라. 지금 상태에서 ‘바운스’의 음악을 하는 것보다는 딱 우리에게 맞는 옷을 입고 나가는 것이 팬 분들께 보답하는 길이 아닐까 싶었다.”(진영)
이어 진영은 “타이틀곡 ‘내일, 오늘’ 자체가 내일을 알지 못하는데,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이게 정답인지 아닌지 고민하는 선택과 결정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 누구나 생각하고 겪을 수 있는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선택이라는 것은 누구나 하는 일이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짧아 보이지만, 긴 시간이다. 많은 걸 겪지 않아도 그 시간 동안 그런 고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바뀐 것이 지금의 우리의 모습인 듯하다. 5년 동안 느낀 고민을 앨범에 적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내일, 오늘’은 앨범의 전체 구성에서 유독 개성을 발휘한다. “튄다”라는 말과 함께 물음을 건네자 진영은 “춤을 가미할 수 있는 음악이 타이틀곡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운을 뗐다. “노래도 좋았고, 비트가 있는 요인이 컸다. 다른 곡들은 춤을 추기에는 조금 약한 노래라서 그렇게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그래, 오늘’에는 ‘디 아시안소울(The Asiansoul)’ 박진영이 작사에 참여했다. “박진영 PD님께서 그러셨다. ‘나도 겪었던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잘 이해할 수 있고,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나이 차이를 느낀 적은 아직 없었다. 워낙 젊게 사셔서.”(진영)
아끼는 곡을 묻자 JB는 두 곡을 소개했다. 4번 트랙 ‘이카루스(Icarus)’와 5번 트랙 ‘돈 워너 노우(Don’t Wanna Know)’다. “‘이카루스’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 눈을 감고 들었는데, 꿈을 향해 달려가는 내용이 떠올랐다. 이카루스 신화 이야기가 잘 맞을 것 같았다. ‘돈 워너 노우’는 내가 느낀 고민과 청춘에 대한 이야기다.”
‘CD 온리(ONLY)’ 트랙에 대한 홍보도 빠지지 않았다. 진영은 “다른 스타일로 곡이 들어가 있다. 형은 알앤비 느낌의 곡을, 나는 잔잔한 발라드 곡을 불렀다. 다채롭게 들으실 수 있을 것”이라며, “온리 개인의 목소리만 들어갔기 때문에 아마도 형의 목소리만 듣고 싶으면 ‘페이드 어웨이’를, 내 목소리가 듣고 싶으면 ‘그날’을 들으면 된다”라고 소개했다. 또한, 세상 수줍은 듯한 목소리로 “많이 많이 들어주세요”라고 말하는 그의 부끄러움에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냉정하게 지금 앨범을 평가하자면?”이라는 질문에 JB는 “한 98점에서 97점 정도?”라며 만족을, 진영은 “나도 높은 점수를 줄 것 같다”라는 말로 공감을 표현했다. 이 가운데 제이제이 프로젝트가 생각하는 이번 ‘벌스 2’ 활동 목표는 무엇일까. “일단 많은 사람들이 우리 앨범 자체, 타이틀곡뿐만 아니라 앨범 자체를 많이 듣고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 공감하셨으면 좋겠다. 우리의 고민을 이야기하지만, 우리만의 고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분들의 고민을 대변할 수 있는 노래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 그랬었지’라며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노래가 되었으면 한다.”(JB)
인터뷰 중간 JB와 진영에게 신보 ‘벌스 2’와 그들의 데뷔 싱글 ‘바운스’ 중 어느 쪽이 더 무거운지 질문했다. 싱글 ‘바운스’를 생(生)신인의 마음으로 손에 쥐었다면, 갓세븐 활동 이후의 ‘벌스 2’는 어떤 무게감으로 다가오는지 궁금했기 때문.
“지금이 더 무겁다. ‘벌스 2’가. 우리의 많은 이야기를 넣었고, 심경이 담겼다. 솔직히 ‘바운스’ 때보다 신경을 더 썼다. 우리가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배우고 겪은 것들이 자연스레 많이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일부러 넣은 것은 아니지만, 경험하고 배운 것들이 몸에 묻어나서 더 디테일하게 들어갔다.”(JB), “아무래도 새 앨범 발매 때마다 그것이 더 무겁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완성도 있는 앨범을 위해서는 계속해서 더 마음이 무거워지지 않을까 싶다.”(진영)
이대로 끝날 줄 알았던 제이제이 프로젝트는 불사조처럼 다시 피어올랐다. 그리고 이제는 JB와 진영만의 ‘제제프’가 아닌, 갓세븐의 유닛인 ‘제제프’가 되려고 한다. 진영은 “멤버들이 조언을 많이 해줬다. 특히, 마크(Mark) 형 같은 경우에는 ‘니들이 열심히 해야지 우리가 할 수 있다’라고. 기분 좋은 부담감을 가졌다”라고 밝혔다.
갓세븐의 모태는 아니었을지라도, 이제는 갓세븐의 시작이자 미래가 된 제이제이 프로젝트. 마크의 걱정과 바람은 아마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가수는 절창을 하는 가창자도 맞지만, 개인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는 전달자로서 더 큰 힘을 갖는다. 그래서 싱어송라이터의 노래는 청자로 하여금 가사와 멜로디를 한 번 더 곱씹어 보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다. 심경이 담기고, 신경을 쓰고. 제이제이 프로젝트의 이번 노래가 매력적인 이유가 여기 있다.
한편 제이제이 프로젝트(JJ Project)는 7월31일 정오(12시) 타이틀곡 ‘내일, 오늘’이 포함된 첫 번째 미니 앨범 ‘벌스(Verse) 2’를 발표하며 본격적 활동을 시작했다.(사진제공: JYP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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