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레이'에서 달리는 즐거움의 '스팅어'로
-소비 고급화가 카셰어링 제2의 성장 이끌 것
10분 단위로 자동차를 빌려 쓰는 카셰어링이 등장한 지 5년여가 지났다. 지난 2012년 쏘카가 제주도에 첫 출범한 이후 신차 구입이 부담스러운 20~30대나 대중교통이 많지 않은 지역, 집에 차가 있어도 세컨드카가 필요한 경우 등 다양한 소비자들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 왔다. 덕분에 국내 카셰어링을 양분하는 쏘카와 그린카의 회원수만 500만명 이상에 달한다. 시장 진출 5년 만에 꽤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초기 카셰어링 서비스는 일반 렌터카와 달리 시간이 아니라 10분 단위로 자동차를 나눠탈 수 있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었다. 모바일의 기반의 이용이 쉽고, 영업시간 구애없이 24시간 대여가 가능하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혔다. 모바일에 친숙하고 주머니가 가벼운 2030대 젊은 소비층이 빠르게 늘어난 배경이다.
그러자 카셰어링 업체들도 젊은층을 타깃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대학가 주변에 공유차 거점을 확보하고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셀프이사에 공유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상품을 내놨다. 봄가을 나들이 시즌엔 요금을 할인하는 등 젊은층의 수요를 이끌어냈다. 카셰어링 이용자 대부분은 대여료가 저렴한 경차를 선택했고, 점차 경제적 소비를 위한 이동수단이란 인식이 고착화됐다.
하지만 카셰어링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최근 공유경제의 패러다임도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 '소비의 고급화'를 위한 가치가 대두되는 것. 이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요구, 용도에 맞춘 공유를 의미한다. 기아차가 출시한 카셰어링 서비스 위블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보다 여유있는 주말을 보낼 수 있도록 SUV와 미니밴을 공유차로 준비했고, 쏘카는 역동성에 목마른 운전자를 위해 스포츠세단 스팅어를 추가했다. 굳이 소유할 필요는 없지만 공유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셈이다.
하호선 한국카셰어링 대표이사는 지난해 본지와 진행한 2026년 자동차 시장 전망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는 카셰어링을 소형차, 값이 싼 차를 저렴하게 빌려 타는 정도로 인식하고 있지만 미국에서 카셰어링은 '고급차의 공유'에서 출발한다"며 "한 달에 몇 번 쓰지도 않을 리무진을 모두가 사서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고, 카셰어링 덕분에 더 많은 사람이 고급차를 경험할 수 있는 '소비의 고급화'가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 업계는 빠른 속도로 카셰어링 시대의 제2막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 완성차 브랜드가 카셰어링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기존 업체들은 풍요로운 삶을 위한 고급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단순히 차를 저렴하게 나눠 쓴다는 의미의 카셰어링에서 벗어나 개인 소유의 '자가용'이 줄 수 없는 만족감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러다보면 머지않은 시기에 공유차가 세워져있는 자가용을 위협하는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 한국서 열정 뿜은 로커, 알고 보니 자동차 전문가?
▶ 기아차, '주거형 카셰어링 서비스' 시작
▶ 람보르기니 '우루스', 벌써 국내 사전계약을?
▶ [하이빔]방아쇠 거머쥔 한국지엠, 방탄복 입은 미국 G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