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받아야 최고 20만원 정도지만 제대로 한 대 날리면 1,000만원 벌이도 가능하거든요. 그러니 그 유혹을 쉽게 이겨낼 수 있겠어요? 게다가 중고차 사업하다보면 돈이 마를 때도 있잖아요. 이 때 허위매물은 빠른 위기 극복(?) 수단이 되는 것이지요. 중고차 허위매물 없어지려면 벌금 1,000만원씩 매기면 사라질 겁니다"
최근 만난 중고차 업계 관계자가 건넨 말이다. 허위매물이 끊이지 않는 이유로 남보다 저렴하게 사려는 소비 심리, 그리고 이 점을 악용해 쉬운 돈벌이를 원하는 사업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일반적인 허위매물 과정은 매우 간단하다. 돈이 필요한 중고차 사업자가 비싼 광고비를 내면서 다양한 인터넷 중고차 사이트에 매물을 보여준다. 값 비싼 좋은 자리일수록 문의전화가 많다는 점에서 비싼 광고비도 개의치 않는다. 시세보다 월등히 싸게 등장한 매물을 보고 구입자가 전화를 걸면 마치 행운이라도 잡은 듯 설명하면서 방문 일정을 잡는다. 하지만 정작 방문하면 통화를 했던 딜러 대신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른 차를 보여준다. 차종은 같지만 번호판이 다르고, 주행거리도 제각각이다.
이들의 수법은 집요하다. 일단 방문하면 소비자를 이리저리 안내하며 지치게 만든다. 그래도 계약하지 않으면 서서히 윽박을 지르고, 심지어는 욕설과 협박도 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비싼 값을 치루기 일쑤다. 실제 지난 6월 인천에선 허위매물 일당 108명이 입건됐는데, 이들이 125명의 소비자에게 챙긴 돈이 11억원에 달했다. 특히 피해자 중에선 값 싼 매물을 보고 멀리서 찾아 온 사람이 적지 않았다. 발품이라도 팔아 시세보다 저렴한 차를 찾아왔으니 갈 때는 자동차를 가지고 가려는 욕구를 이용했다.
이런 문제가 끊이지 않자 중고차업계 스스로 '허위매물 근절'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며 소비자를 유인하는 곳도 적지 않다. 그러나 단지에 소속된 매매업체가 언제든 허위매물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 최근 전산 관리 등을 앞세워 '허위매물 제로'를 선언한 업체 관계자는 "중고차 판매자 입장에서 허위매물은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하면서 단 기간에 자금을 회전시킬 수 있는 강력한 유혹"이라며 "허위매물 제로는 선언적 의미일 뿐 단지 내 일부 업체들의 음성적인 허위매물까지 근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라고 귀뜸한다.
그렇다고 허위매물 근절 방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 관계자는 "허위매물은 결국 부당한 방법으로 이익을 편취하는 것인 만큼 단속에 걸리면 이익보다 손실이 훨씬 크도록 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이어 "지금과 같은 가벼운(?) 처벌로 허위매물이 근절될 것으로 본다면 그건 정부의 착각일 뿐"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허위매물이 사라지지 않는 보다 근원적인 이유도 언급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찾지 않으면 사라지겠지만 남들보다 저렴하게 구입, 많은 이익을 보려는 인간의 심리가 남아 있는 한 허위매물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세보다 적게는 20%, 많게는 50% 싼 문구에 속아 전화를 걸고 방문 예약을 거는 사람이 있을테니 말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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