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기자] ‘레벨’이 올림픽공원을 움직였다.
걸그룹 레드벨벳(Red Velvet)의 첫 단독 콘서트 ‘레드벨벳 퍼스트 콘서트 레드 룸(Red Velvet 1st Concert Red Room)’이 8월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개최됐다.
이번 공연은 당초 19일부터 20일까지 양일간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전석이 매진되는 호응에 힘입어 18일 공연이 더해졌던 바 있다. 물론 추가 공연 역시 매진된 것은 물론이다. 올림픽홀의 수용 가능 인원은 약 3,000석. 국내 주요 공연장을 소형과 대형으로 나눴을 때 올림픽홀은 규모의 허리를 차지한다. 2014년 데뷔해 4년 차에 접어든 레드벨벳에게 수천의 관객이 전하는 함성은 과연 어떤 의미일지.
공연의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프레스 초청이 이뤄졌다. 현장이 취재진에게 공개된 것. 걸그룹에게는 구호가 있다. 그리고 레드벨벳은 항상 행복이란 뜻의 단어 ‘해피니스(Happiness)’를 서두로 ‘안녕하세요, 레드벨벳입니다’를 외친다. 이날 다섯 소녀는 관객에게 행복을 전달했다. ‘덤 덤(Dumb Dumb)’ ‘러시안 룰렛(Russian Roulette)’ ‘루키(Rookie)’ 등 총 25곡을 약 2시간 30분 동안 크게 불렀다. 리더부터 ‘94 라인’ 그리고 현(現) 막내와 전(前) 막내까지. 다섯은 삼천과 공명했다.
콘서트는 모든 콘서트가 그러하듯 인트로 영상과 함께 시작됐다.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식사하고 있는 예리. 물론 가상의 가족이다. 이 가운데 테이블은 흔들리고 벽에 걸린 앨범에는 조이가 윙크하고 있다. 아버지 옆에는 아이린이, 웬디는 그릇을 들고 어머니를 쫓아다니고, 예리 앞의 음식은 슬기가 먹깨비처럼 먹고 있다. 무서움 속에 이불을 덮은 예리. 영상이 끝나자 침대 하나가 돌진하고, 첫 곡 ‘레드 드레스(Red Dress)’가 공연 시작을 알렸다.
‘겟 업(Get Up)’이라는 가사가 점층될 수록 팬들의 함성 또한 같이 쌓여갔다.
이어 ‘해필리 에버 애프터(Happily Ever After)’ ‘루키’ ‘허프 앤 퍼프(Huff n Puff)’가 이어졌다. 특히, ‘루키’의 무대가 이목을 끌었다. 레드벨벳이 공연 중인 무대 위에 설치된 두 대의 카메라가 다섯 요정을 비추는 화면이 무대 배경 스크린에 그대로 재생된 것. 이 가운데 레드벨벳은 연달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땀 한 방울 흘리는 모습 없이 무대를 이끌어갔다.
멤버들의 환복을 위한 영상이 재생됐다. 순서대로 아이린, 조이, 웬디, 슬기를 창 밖에서 그의 방으로 밧줄로 끌어당기는 예리. 파티 플랜이 적혀 있는 생활 계획표를 들고 다섯은 기뻐하지만, 즐거운 시간이 지나고 예리는 홀로 잠에서 깬다. 이후 ‘레이디스 룸(Lady’s Room)’이 공연됐다. 색색의 파자마를 입은 멤버들. 아이린은 보라색, 예리는 분홍색, 웬디는 하얀색, 슬기는 노란색 그리고 조이는 파란색 파자마를 입고 나타났다.
이후 멤버들은 ‘톡 투 미(Talk To Me)’ ‘돈 유 웨이트 노 모어(Don’t U Wait More)’ ‘오 보이(Oh Boy)’ ‘덤 덤’을 연달아 불렀다. 레드벨벳의 노래 중 대중도가 높은 것으로 손꼽히는 히트곡 ‘덤 덤’을 부를 때 관객은 파스텔 코랄 색의 응원봉을 더 열심히 흔들었다. 마침 배경에서는 현대 미술을 보는 듯한 중첩과 과장으로 점철된 영상이 나왔고, 레드벨벳이 갖고 있는 특유 감성은 덕분에 배가되며 관객에게 전달됐다.
“해피니스! 안녕하세요, 레드벨벳입니다”라는 단체 인사와 함께 드디어 숨을 돌린 레드벨벳. 조이, 예리, 아이린, 슬기, 웬디 순으로 개인 인사가 이어졌다. 이 가운데 웬디는 멤버 개개인이 저마다의 우아함을 뽐내며 관객에게 인사를 전하자 “다 그렇게 하는 건가요?”라는 말과 함께 머리를 뒤로 넘기며 환영을 전했다. “레드 룸은 예리의 방이었네요?”라는 말처럼 이번 콘서트는 예리의 방에 방문한 나머지 멤버들의 하루라는 콘셉트로 진행됐다. “예리 방에 예리 부모님 몰래 놀러왔어요.”(아이린) 이 가운데 슬기는 “부모님 몰래 노는데 여기 보는 분들이 너무 너무 많아요”라는 말로 웃음을 모았다.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영화 ‘죠스’의 사운드트랙과 함께 멤버들은 동요 ‘상어 가족’을 불렀다. ‘뚜 루룻 뚜루’ 가사를 멤버들과 레베럽이 부르는 상황.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음곡인 ‘바다가 들려(Hear The Sea)’가 이어졌다. “우리 캠프파이어 하자”라는 선언과 함께 ‘캠프파이어(Campfire)’ 차례에서 다섯 멤버는 전면 무대에서 내려와 관객으로 향했다.
1층과 2층 관객석 전체를 아우르며 하이파이브까지 마친 후 공연장 한 가운데의 무대로 발길을 옮긴 레드벨벳. 돌출 무대 아닌 중앙 무대에서 노래를 마친 다섯은 이후 ‘주(Zoo)’를 부르며 공연장의 분위기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가사에 ‘주’가 들어갈 때마다 관객 모두가 하나 되어 단음절을 외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또한, ‘주’는 이날 공연에서 가장 뜨거운 무대였다. 관객의 가슴을 두드리는. 웬디가 “신비하고도 아름다워 눈을 뗄 수가 없어”라고 부를 때 그것은 마치 레드벨벳을 지칭하는 듯했고, 영어 단어 ‘주’는 마치 우리나라 전통극의 추임새 ‘얼쑤’처럼 들리면서 중앙 무대를 마당놀이로 탈바꿈시켰다. 게다가 전면 무대와 달리 중앙 무대는 레드벨벳을 360도로 둘러싼 관객들이 한 점을 바라보기에 구조적으로도 더더욱 뜨거운 무대였다.
‘주’는 세트 리스트 중 제일 늦게 들어간 곡이라고. “마지막 공연이라서 얘기하자면 세트 리스트 중에 제일 늦게 들어갔던 곡이에요. 우리가 꼭 하고 싶다고 해서 들어간 곡인데, 이렇게 좋아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예리)
‘리틀 리틀(Little Little)’ ‘마지막 사랑(Last Love)’ ‘비 내추럴(Be Natural)’ ‘쿨 핫 스위트 러브(Cool Hot Sweet Love)’ ‘오토매틱(Automatic)’이 계속됐다. ‘마지막 사랑’은 웬디의 독무대로 꾸며졌다. 웬디는 “역시 멤버들이랑 함께 안 하고 혼자서 하니까 떨림이 더한 것 같아요. 다섯 배. 정말 너무 떨렸어요”라고 이후 첨언하기도. ‘비 내추럴’ 무대에서 멤버들은 슬기, 조이, 예리, 아이린 순으로 독무를 펼쳤다. 관객들이 아이린의 본명인 배주현처럼 각 멤버의 본명을 환호하는 가운데 그들의 안무를 지켜보는 것은 여기 ‘레드벨벳 퍼스트 콘서트 레드 룸’에서만 가능한 지금이었다.
‘7월 7일 (One Of These Nights)’ 이후 레드벨벳은 그야말로 ‘달렸다’. ‘아이스 크림 케이크(Ice Cream Cake)’ ‘러시안 룰렛’ ‘유 배러 노우(You Better Know)’ ‘빨간 맛(Red Flavor)’. 멤버들은 ‘러시안 룰렛’을 부르면서 “여러분 즐거우세요? 앉아 계실 거예요?”라며 기립을 종용했고, 분위기는 점차 고조됐다. 종이 폭죽이 다시 한번 터지고, 댄서들과 멤버들이 일렬로 서서 전면 무대를 가득 채우는 광경이 눈을 즐겁게 했다.
‘유 배러 노우’의 가사가 기자의 귀에 들어왔다. ‘이 순간을 놓치지 마 / 시간이 흘러가잖아 / 틱 톡 틱 톡(Tick Tock Tick Tock)’ “여러분 너무 예뻐요”라는 레드벨벳의 외침처럼 개인의 가능성을 다독이는 노래와 가사지만, 기자에게는 레드벨벳과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는 듯 들렸던 것은 왜일까.
‘빨간 맛’이 끝나고 무대 뒤로 사라진 레드 벨벳.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여러분”이라고 마지막 가사를 개사한 웬디 때문인지, 레베럽은 ‘마이 디어(My Dear)’의 합창 속에 앙코르를 목 놓아 외치며 다섯 멤버를 기다렸다. ‘쿨 월드(Cool World)’ 그리고 마침 기자 뒤에 앉은 한 남성 관객이 “해피니스, 해피니스”라며 간절히 바란 ‘행복(Happiness)’이 이어졌다.
공연의 마지막곡 ‘사탕(Candy)’ 이전에 멤버들은 각자의 첫 콘서트 소감을 밝혔다. “이번에 콘서트를 하면서 행복하다고 느낀 것 같아요. 팬들로 꽉 찬 이런 큰 공연장에서 무대를 하니까 정말 무대 위에서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웬디), “3일 동안 ‘열심히 살았구나’라는 느낌을 받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굉장히 행복한 날인 것 같아요. 고마워요.”(슬기), “레드벨벳 콘서트 하도록 도와주신 분들 모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고, 감사합니다.”(아이린),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했거든요. 주마등처럼 지나쳐가면서. (울먹) 앞으로도 좋아하는 여러분 모습을 많이 같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예리), “이번 콘서트를 하면서 인연들이, 욕 아니에요, 인연들이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했어요.”(조이)
슬기는 “여러분 즐거우셨어요? 어떤 곡들이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라며 레베럽에게 한 순간을 부탁했다. 하지만 처음이지 않은가. 처음의 사랑은 첫 사랑으로 띄어쓰기 하는 것이 아니라 ‘첫사랑’으로 아예 단어 하나가 규정된 것처럼 레드 룸을 통과한 레드벨벳의 순간은 한 순간에 묶일 수 없는 시간이었다. 노래와 노래 사이의 텀은 미숙할지라도 처음 아닌가. 관객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남기던 레드벨벳이 바라보고 있던 ‘퍼스트 콘서트(First Concert)’라는 문구. 처음은 특별하다. 데뷔곡 ‘행복’이 그랬고, 첫 콘서트가 그랬다.
한편, 레드벨벳은 20일 오후 4시 첫 번째 단독 콘서트 ‘레드벨벳 퍼스트 콘서트 레드 룸(Red Velvet 1st Concert Red Room)’을 공연했다. 또한, 26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에이-네이션(a-nation) 2017’에 참석해 무대를 펼친다.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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