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선미가 새 둥지에서 돌아왔다.
가수 선미의 두 번째 싱글 ‘가시나’ 발매 기념 쇼케이스가 8월22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대유미디어 스튜디오A에서 개최됐다. 음원 발표는 정오(12시)지만, 취재진은 이보다 1시간 이른 오전 11시에 선미의 새 시작을 만날 수 있었다.
이날 선미는 이번 싱글의 타이틀곡이자 유일한 곡 ‘가시나’의 무대를 꾸몄다. ‘가시나’는 동양적 분위기의 신스 사운드가 주된 테마인 트랙이다. 감각적 베이스 라인에 세련된 멜로디 라인이 더해져 선미의 절제된 섹시미를 완성시킨다. 또한, 그의 다채로운 보컬은 솔로 가수로서 한층 더 성숙해지진 역량을 보여주기에 음악 팬들의 기대를 모은다.
선미는 “3년 만의 솔로로 돌아왔다”라며, 구름처럼 모여든 취재진을 향해 “이렇게 많이 오실 줄 몰랐다. ‘가시나’를 제일 처음으로 보여드린다. 감사하다”라고 첫 인사를 건넸다.
‘가시나’는 선미 개인으로서는 지난 2014년 발표한 첫 미니 앨범 ‘풀 문(Full Moon)’ 이후 약 3년 6개월 만의 새 음반이다. 더불어 그가 속했던 그룹 원더걸스(Wonder Girls) 마지막 활동곡 ‘와이 소 론리(Why So Lonely)’부터 셈하자면 약 1년 만의 기지개다. 이 가운데 선미의 컴백은 이정표로 기억될 분기점으로 주목 받았다.
선미는 2월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를 떠나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이하 메이크어스)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메이크어스는 혼성 그룹 어반자카파(URBAN ZAKAPA)가 속한 회사이자, 뮤지션의 음악적 활약에 힘을 보태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와 관련 메이크어스 측은 “뮤지션으로서 자리매김을 위한 음악적 환경을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던 바 있으며, 이번 신곡 공개와 관련 “선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음악으로 작업해왔다”라고 소개했다.
상업적이지만, 동시에 정반대의 비상업적 예술성을 겸비해야 대중은 “아티스트”라며 ‘엄지척’을 한다. 과연 선미는 어떤 음악으로 돌아올 것인가. 수십 개의 시선이 한 곳에 쏠렸다.
#이적
앞서 소개했듯 우선 눈길이 쏠리는 것은 그의 소속사 이적이다. 보통 그룹은 평균 7년간의 계약 기간이 끝난 후 멤버 개개인이 자리를 찾아 뿔뿔히 흩어진다. 개인의 역량을 더 높게, 멀리 펼칠 수 있는 새 회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미는 JYP에서 원더걸스의 선미뿐 아니라 솔로 선미로서도 인기를 모았다. 둥지를 이동한 이유가 궁금했다.
선미는 “서서 대답하겠다. 얼굴 보면서”라며 매무새를 다잡은 뒤, “사실 10년 동안 JYP에 있었다. 떠나는 것은 내게 어려운 일이었다. 바뀌고, 낯선 것을 두려워하는 성격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결심 계기는 ‘내가 너무 시각이 한정되지 않았나’라는 의문이었다. 또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음악이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정말 어렵게 내린 결정이었다”라고 메이크어스로의 이적을 설명했다.
JYP와 메이크어스의 차이점은 자유분방함이란다. “JYP는 오래된 회사다 보니까 체계적 시스템 안에서 활동했다. 메이크어스는 상대적으로 더 자유분방한 분위기다. 분위기 자체가 막 뭔가 탈색하고, 아이라인 여기까지 그리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을 하는.” 또한, 그는 “아티스트가 고집을 부릴 때가 있다. 그렇다고 그걸 들어주는 회사는 아니다. 많은 사람들과 회의를 하고 다수결을 존중한다”라고 현(現) 소속사를 소개했다.
또한, 선미는 메이크어스로의 이적을 걱정하는 이에게 다음을 이야기했다. “이적 기사가 나고 ‘뭐야 쟤? 선미가 메이크어스로 간다고?’라는 반응이 많더라. 사실 열려 있는 느낌의 회사니까 다양한 것을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원 오빠랑 ‘컬래버’를 할 수도 있고, 어반자카파랑 뭔가 더 할 수도 있고. 아니면 반대로 서로 곡을 주고 받을 수도 있고.”
#더 블랙 레이블
이번 현장은 해프닝이 잦았다. 좁은 공간에 많은 취재진이 몰린 탓에 다수가 쇼케이스를 관람하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결국 선미는 쇼케이스 최초로 가수가 같은 노래를 두 번 반복하는, 앵콜곡을 부르게 됐다. 기자는 앵콜곡이 되서야 그의 무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 가인의 ‘피어나’ 무대처럼 테이블이 무대 중앙에 놓여있고, 선미는 ‘가시나’를 불렀다. ‘24시간이 모자라’와 ‘보름달’과는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적어도 동어 반복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더 블랙 레이블’이 있다. 프로듀서 테디가 설립한 YG엔터테인먼트 산하 레이블로, 프로듀서가 중심이라는 것이 특징인 곳이다. 선미는 “3월에 이적을 하면서 기획 회의를 했다. 기획 회의 중에 ‘더 블랙 레이블’에게 곡을 받아보면 어떨지 이야기가 나왔고, 연줄이, 연락이 닿아서 만남이 성사됐다”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직접 가서 인사를 드리고, 습작을 들려드렸다.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내가 가고 싶은 방향성을 전달했다. 서로 생각하는 것이 잘 맞더라. 그리고 내 노래, 내가 만든 곡이 마음에 드셨나 보더라. 공동 작업을 먼저 제안해주셔서 같이 하게 됐다. 얼떨떨했다. 원더걸스 앨범에서도 곡을 작곡 및 작사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듀서 아닌가. 내 음악을 듣고 흥미를 가져주셨다는 것이 놀라웠다.”
음악 작업 방식도 소개했다. ‘뚱땅뚱땅’과 허밍이 시발점이라고. “놀면서 작업하는 느낌이다. 그냥 앉아서 비트 뚱땅뚱땅 거리다가 멜로디 허밍 하다가 ‘어? 이렇게 해보자!’. 녹음실 딱 들어가서 말도 안 되는 영어 가이드도 부르고, 정말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엄청나게 다양한 장르를 작업한다. 다들 분야가 다르다. 그래서 음악이 다채롭게 나오는 것 같다.”
#경쟁
8월은 경쟁의 달이다. 게다가 경쟁의 주체가 아이돌 그룹을 모태로 하는 솔로 가수라는 점이 음악 팬들의 구미를 당긴다. 먼저 시작은 그룹 빅뱅의 태양이었다. 그는 16일 새 앨범 ‘화이트 나이트(WHITE NIGHT)’와 함께 컴백했다. 그룹 샤이니의 태민도 8월 중 돌아올 예정. 가수 현아는 29일 새 음악을 선보인다. 본격적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선미는 현아를 언급했다. 연락을 지속적으로 나눈다고. “현아랑 연락을 했다. 어떻게 보면 같이 데뷔를 했다. 현아랑 나랑. 그런데 솔로로서는 현아가 선배다. 현아가 솔로 앨범을 먼저 냈고, 사실 나보다 솔로 경험이 많고. 이러다 보니까 현아가 많은 조언을 해준다. ‘너가 너무 맘이 여려서 걱정이다’라고 말해줬다.”
도전이라는 단어를 선미는 언급했다. 그는 “도전이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시작이고, 그래서 더 중요한 시점이다”라며, “안주하고 싶지 않고, 다채로운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궁극적인 목표는 믿고 듣는 선미가 되는 것이다. 조금 더 여러 장르와 다양한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퍼포먼스가 아니더라도 음악적으로 감동을 주고 싶다.” 사회자가 ‘믿고 듣는 선미’를 줄여 ‘믿듣 선미’라고 덧붙이자 선미는 ‘믿듣 선미’를 따라 반복했다.
선미는 퍼포먼스 형(型) 가수다. 분홍색 단발과 맨발로 꾸미는 ‘24시간이 모자라’는 그를 솔로 가수로 각인시켰고, ‘보름달’에서는 소파라는 장치와 연이은 맨발 투혼이 과거 성공이 허성이 아님을 증명했다. 이번 ‘가시나’에서도 테이블 위에서 시작하는 그의 춤과 노래는 퍼포먼스라는 네 글자를 보는 이의 머릿속에 깊게 새긴다. 하지만 그는 퍼포먼스가 아니라도 감동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믿듣 선미’가 되고 싶다고도 했다. 이번 싱글 ‘가시나’만으로는 소망의 현실화를 가늠할 수 없는 것이 사실. 그럼에도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가시나’ 정도면 배부를 첫 술이 아닐까 싶다. 물론 선택은 대중 몫이다.
한편, 3년 만의 솔로 컴백을 알리는 선미의 ‘가시나’는 금일(22일) 정오(12시) 공개됐다. 그의 다양한 매력을 담아낸 포토 북과 싱글 CD가 함께 구성된 패키지는 23일부터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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