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브이아이피’ 장동건, 모든 것이 톱(top)이었다

입력 2017-08-24 13:20  


[임현주 기자] 연기도, 성품도, 빼놓을 수 없는 외모까지. 

‘V.I.P.’는 ‘very important person’ 즉, 매우 중요한 인물이라는 약자다. 개인마다 다양한 기준에 따라 vip가 다르겠지만 기자는 충무로 배우 중 vip로 장동건을 꼽고 싶다. 

그간 ‘친구’ ‘태극기 휘날리며’ 등으로 한국영화 전성기를 이끌었던 최고의 스타 배우 장동건이 영화 ‘브이아이피(V.I.P.)’를 통해 3년 만에 스크린 컴백을 알린다. 18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원래 시나리오를 읽고 장고하는 편이에요. 근데 ‘브이아이피’는 신선하더라고요. 하나의 사건을 가지고 네 배우가 풀어가는 스토리가 영화로 완성되면 더 풍성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아서 읽자마자 하고 싶었어요.”

이어 그는 “연기할 때도 재밌었어요. 박재혁이 현장 요원과 사무직이라는 두 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잖아요. 외적으로도 확연한 구분이 있었고 감정의 굴곡도 있고 다채롭게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죠”라며 촬영 소감을 전했다.

영화 속 장동건은 냉철하고 이성적인 국정원 요원 박재혁으로 분해 조직에서 살아남으려 고군분투한다. 그 과정이 얄밉고 참 이기적이다. 선과 악 중, 악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관객들이 이분법 구도로 보는 성향이 있어요. 선과 악을 자꾸 그려내려고 하죠. 박재혁은 되게 현실적인 캐릭터예요. 정의를 누르고 살아남기 위해 회사에서 시키는 모든 일을 다해내니까. 회사 입장에서는 좋은 직원이죠. 예전에 찍었던 영화 ‘친구’의 결말에 대해서 논란이 있었던 적이 있어요. 출연한 배우 입장으로 (논란이) 신기하고 재밌어요. 그런 논란에 대해서 긍정적인 편이에요.”


장동건은 그간 해오던 역할들과 달리 이번 ‘브이아이피’에서는 ‘외모’를 감춰야만 했다. 평범한 회사원 캐릭터에 현실성을 부여하고자 철테 안경을 쓰고, 무채색 수트를 입으며 ‘멋’을 빼야했다. 그럼에도 영화에서 박재혁은 멋짐 그 자체였지만.

“노력해도 가려지지 않더라고요.(웃음) 한때 외모는 내가 극복해야할 숙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는 배우로서 욕심이 굉장히 심하게 있었죠. 내가 즐기면서 해야 보는 사람들도 재밌을 텐데 그때를 즐기지 못하고 잘하려고만 집착하듯이 매달렸어요. 너무 잘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시기에 불편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그러다가 연기할 때가 싫었던 적도 있었고... 근데 어느 순간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잘할 수 있는 건 더 잘하자는 생각과 함께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그렇다. 세기가 인정하는 완벽한 마스크는 배우에게 큰 재능이다. 이 때문에 배우로서의 삶이 쉽고 평탄했을 텐데 장동건은 그 완만한 길에 굴곡을 만들어갔다. 그는 2~30대에 반듯하고 착한 자신의 이미지를 깨고 싶었던 욕망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세기의 미남 이미지, 기분 좋아요. 요즘은 예전처럼 듣지 않아서 반갑기도 하고.(웃음) 얼마 전 박중훈 선배님이 하는 라디오에 나갔어요. 실시간으로 댓글들이 올라오는데 ‘마지막 승부’때부터 ‘우는 남자’까지 다양하더라고요. 나름 오랫동안 연기생활을 해왔던 게 감회가 새롭고 보람도 생겼어요.”

이 같은 길을 걸어왔기에 이번 영화를 자진해서 선택한 이종석이 처음엔 의아했지만 그 심정이 이해갔다고.

“(이)종석이를 보면서 ‘해안선’ 찍을 때의 저를 보는 것 같았어요. 본인의 약점들을 다 보이면서 도와달라고 하는 모습이 선배입장으로 봤을 때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더라고요. 나도 옛날에 그랬었는데 그 열정이 부럽기도 했고요.”


아울러 영화 촬영이 끝난 후 이종석에게 감사하고 존경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은 장동건은 실망시키지 않는 선배가 되겠다는 답변을 했다고. 그에게 있어서 이종석의 메시지는 자신을 돌아보게 된 계기였다고 고백했다.

“요즘 현장에 가면 대부분 저보다 후배예요. 그동안 후배들한테 살갑게 다가가지 못했었는데 내가 존경받을 자격이 되나 싶더라고요. (이)종석이를 마음으로는 항상 응원했지만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거든요. 그럴 시간도 부족했고 아쉬운 마음이 커요. 앞으로 후배들에게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다면 장동건이 생각하는 좋은 선배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이에 그는 “섣불리 충고를 하는 것보다 본인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존경하는 안성기 선배님을 보면 본인이 그렇게 하시니까 좋은 배우로 활동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선배님 덕분에 저도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계속 연기를 할 수 있고 이런 게 좋은 선배이자 좋은 배우이지 않을까 싶어요”라며 존경심을 표했다.


벌써 데뷔한지 25년차가 된 장동건. 그의 기준에서 ‘브이아이피’는 누구일까.

“뻔한 대답이지만 아이들이죠. 자연스러운 감정인 것 같아요. 하루 중에 기분 좋은 시간을 늘리는 게 행복이라 하더라고요. 저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데 제가 좋아하는 아이들을 찍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요. 30분정도 놀아주면 도망가고 싶긴 한데 나중에 사진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어요.”(사진제공: 위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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