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인터뷰①] 신랑 비보이 신부 무용가...‘댄싱9’ 하휘동-최수진 부부

입력 2017-09-23 09:30   수정 2017-09-24 17:38


[김영재 기자] 경계를 뛰어넘은 춤과 사랑.

결혼에 색깔이 있다면 그것은 무슨 색일까. 아마 만인이 떠올리는 것은 신부의 결혼복(服)인 웨딩 드레스로 대표되는 순백일 테다. 이런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반대로 검정 턱시도를 입은 신랑에게 하객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전달한다. “이제 두 사람은 하나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라고 외치는 주례의 말처럼 신부와 신랑은 이로써 정말 하나가 되어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또 남편이 된다.

하나가 된다는 것. 그 자체가 특별한 일이지만, 하나 되기 전의 두 사람이 특별하다면 그 과정은 타인에게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런 의미에서 비보이(B-boy) 하휘동과 현대 무용가 최수진의 결혼은 대중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Mnet ‘댄싱9’ 시즌1 우승과 더불어 시즌2와 시즌3에서도 활약한 하휘동. 그리고 같은 프로그램의 시즌2와 시즌3에서 활약한 수진 초이(Soojin Choi), 최수진.

‘댄싱9’에서의 소개를 빌리자면 최수진은 “뉴욕 ‘시더 레이크 컨템포러리 발레단(Cedar Lake Contemporary Ballet Company)’에서 4년 정도 활동하고,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무용단에 입단”한 무용계의 주목 받는 현대 무용가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현대 무용을 전공했고, 졸업과 동시에 뉴욕의 장학생으로 선발됐으며, 이어 300대 1 경쟁률을 뚫고 발레단의 단원이 된 것. 이후 1인자의 자리를 버리고 고국으로 돌아온 그는 현대 무용을 전도하는 이로서 보다 왕성한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국립현대무용단 신작 ‘제전악-장미의 잔상’을 무대에 올렸다.

하휘동은, 최수진의 말을 인용하자면 “어느 한 부분이 최고인 사람”이다. 그리고 그 한 부분은 바로 비보잉(B-boying)이다. 열네 살에 비보잉을 시작해 현재까지 비보이로서 살아가고 있는 그는 2001년 한국 최초로 세계 대회에 출전해 베스트 쇼(Best Show)상을 수상했다. 이는 한국 비보이의 세계 대회 최초 출전이자 수상이다. 더불어 그는 2002년 영국 대회에서 우승의 영광을 안기도. 대한민국 최초 우승 기록이다. ‘댄싱9’ 시리즈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비보이가 된 그는 현재 스트리트 댄스를 넘어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중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댄싱9’ 시즌2에서 마스터와 참가자로서 시작됐다. 당시 방송에서 ‘수진 초이’가 “선택은 레드윙즈”라고 말할 때 하휘동은 극도의 기쁨을 표출했다. 두 사람의 사랑을 책으로 쓰자면 복선인 순간이었다. 또한, 그는 최수진의 무대를 보고 “점프할 때 우주에 있는 줄 알았다”라는 말로 그때는 몰랐을 미래 인연의 그랑 점프(Grand Jump)를 칭찬하기도.

뮤지컬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가 현실로 옮겨진다면 주인공은 두 사람이 아닐까. 발레리나가 현대 무용가로 바뀌었을 뿐 하휘동과 최수진은 극적인 결혼을 준비 중이다. 이에 백년가약을 앞두고 있는 두 사람을 bnt뉴스가 만났다. 바쁜 일정 탓에 사진 촬영과 인터뷰는 서둘러 진행됐지만, 두 사람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바야흐로 결혼의 계절이다.


Q. 결혼을 축하한다.

“정신이 없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셔서 감사드릴 뿐이다.”(하휘동)

“결혼하신 분들이 모두 대단하게 느껴진다. 많은 축하를 받았지만, 모두를 모시고 식을 못 해서 죄송스럽다.”(최수진)

Q. 관계자들은 두 사람의 연애를 알고 있었다고. 하지만 대중은 상견례 후의 사진을 보고 크게 놀랐다. 하휘동과의 직격 인터뷰, 최수진과의 직격 인터뷰 그리고 수백 개의 축하 댓글들. 화제의 주인공이 된 심정이 궁금하다.

“너무 기쁘다. (최)수진이와 함께라서 관심을 주신 듯하다. 우리가 부부가 되는 것을 기뻐해 주시고 축복해 주셔서 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하휘동)

“이렇게 화제가 되고, 축하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다들 축복해 주셔서 몇 배는 더 행복했다.”(최수진)

Q. 만남의 시작이 이채롭다. Mnet ‘댄싱9’ 시즌2에서 마스터와 참가자로서 인연이 시작됐다. 인연의 시작은 모두가 아는데, 연인(戀人)의 시작은 언제부터였는가?

“‘댄싱9’ 시즌2가 끝난 이후에 (최)수진이가 밥을 먹자고 연락했다. 그날 좋아한다는 표현을 먼저 했다. 그 이후로 자연스럽게 만남이 시작됐다.”(하휘동)

“오해다. 사실 모든 마스터 분들에게 감사 문자를 드렸다. (웃음) 오빠를 이성적으로 생각했던 적이 없어서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오빠가 적극적으로 참 잘 챙겨주고, 원하는 대로 다 들어줬다. 그래서 연애를 시작됐다.”(최수진)


Q. 서로의 첫인상은 어땠는가? 두 사람 모두 춤에 몸을 담고 있지만, 비보잉과 현대 무용이라는 차이가 존재한다.

“‘댄싱9’ 시즌1 현대 무용 댄서들을 통해 (최)수진이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워낙 잘하고 유명한 친구였다. 그래서 영상도 미리 봤고, 공연도 자연스럽게 볼 기회가 있었다. 그때는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웃음) 하지만 ‘댄싱9’ 시즌2 첫 무대에서 (최)수진이를 봤을 때는 ‘참 잘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하휘동)

“오빠는 성격이 새초롬하고 몸의 제스처가 너무 얌전했던 기억이 난다. 비보잉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춤 출 때는 정말 남자다웠다.”(최수진)

Q. 둘이 있을 때 주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하다. 춤의 1인자와 또 다른 춤의 1인자가 만났다. 연애 때의 주제도 결국 춤이었나? 아니면 다를 것 없이 평범했는가? 시시콜콜한 이야기라도 결국 춤으로 귀결됐는지 알고 싶다.

“우린 너무 다르다. 춤을 생각하는 방향성, 목적, 목표 등. 춤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나는 ‘현대 무용은 이래’라고 하고, 오빠는 ‘스트리트 댄스는 이래’라고 강조한다. 각 장르의 대변자가 된다. 그러다가 의견이 안 맞으면 삐치기도 하고. 그러면서 ‘둘이 합치면 좋을 텐데’라며 긍정적으로 협업을 꿈꿔보기도 한다. 오빠가 주로 내 공연을 많이 보러 온다. 현대 무용의 장단점을 관객으로서 혹은 춤을 추는 사람으로서 아는 사람이니까 조언을 잘 해준다. 답을 이야기하자면 보통의 나는 내 무용 이야기를 많이 한다.”(최수진)

“춤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하지만 나머지는 다른 연인과 똑같다.”(하휘동)

Q. ‘댄싱9’을 통해 접한 하휘동과 최수진, 최수진과 하휘동은 댄서였다. 사적인 질문이지만, 감히 물어보건대 하휘동만이 아는 개인 최수진, 최수진만이 아는 개인 하휘동은 어떤 사람인가? 연애할 때는 개인의 숨겨진 면이 발휘되곤 한다.

“오빠는 애교가 정말 많다. 밖에서는 말도 별로 없고, 행동도 크지 않은 사람이다. 하지만 둘이 있을 때는 다른 사람이 된다. (웃음) 오빠 덕분에 많이 웃는다.”(최수진)


Q. 프로포즈는 누가 먼저 했는지?

“내가 먼저 했다!”(최수진)

“맞다. 수진이가 먼저 하자고 했다.”(하휘동)

Q. 사랑은 쉽지만, 결혼은 어렵다. 어려운 것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뭔가?

“3년간 만나면서 오빠는 나에 대한 마음이나 행동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한결 같았다. ‘결혼을 해도, 아기가 생겨도 정말 잘 해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오빠에게 프로포즈한 결정적 이유는 내가 춤추는 것을 응원해 주는 부분이었다.”(최수진)

Q. 한 사람이 적극적이라면, 다른 한 사람은 소극적이 된다. 프로포즈를 받아들이는 것에 망설임은 없었는가?

“망설였다. 처음에는 결혼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당황했다. 그것 때문에 1년간 많이 다퉜고, 잠시 헤어져 각자의 시간도 가졌다. 하지만 결국은 (최)수진이와 헤어질 자신이 없었다. 수진이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하휘동)


Q. 이 가운데 두 사람의 평소 결혼을 보는 시각과 결혼관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결혼을 빨리 하고 싶었다. 평소 외로움을 잘 타는 성격이다. 마음이 안정적일 수 있다는 생각에 평생 함께할 동반자를 만나고 싶었다. 꿈꿨다.”(최수진)

“이렇게 저렇게 항상 바뀐 것 같다. 결혼을 생각한 때도 있었고, 혼자가 편하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최)수진이와 만나는 시기에는 결혼이 인생에 꼭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시기였다. (웃음)”(하휘동)

Q. 14일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이 전해졌을 때 모두 이구동성으로 뮤지컬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를 언급했다. 뮤지컬의 가상이 현재의 사실이 된 셈이다. 뮤지컬에서는 비보이 썬을 위해 발레리나 이안이 발레를 포기하고 브레이크 댄스를 춘다. 두 사람은 사랑은 어땠는가? 극단적으로 꿈을 포기하는 일은 없었겠지만,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하나가 되기로 결정하기까지 뭔가를 포기하는 것이 있었다면 그것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포기한 것은 없었다. 오히려 도움이 됐다. 현대 무용은 많은 것을 작품의 소재로 삼을 수 있다. 때문에 오빠의 도움으로 춤을 보는 시각과 개념의 폭이 넓어졌다. 스트리트 댄스를 내 안무에 사용할 만큼 여러 도전도 해봤고, 춤을 다루는 스킬도 생겼다.”(최수진)

“돌이켜보면 나 역시 얻은 것이 많다. (최)수진이를 통해 현대 무용 공연을 많이 관람했다. 보면서 춤을 다양한 시점에서 이해하고 즐길 수 있게 됐다.”(하휘동)

Q. 예비 배우자가 옆에 있기에 솔직하지 못할 수 있지만, 최수진과 하휘동에게 서로는 이상형에 부합되는 사람인지 알고 싶다. 이상형과 사랑은 별개의 개념이다.

“내 이상형은 내 기준에서 어느 한 부분이 최고인 사람이다. 오빠는 스트리트 댄서로서 한국 최초로 세계 대회에서 우승한 사람이다. ‘댄싱9’ 시즌1 우승도 이뤄냈다. 자기 분야에서 워낙 잘하는 사람이다. 그 점이 매력 있게 다가왔다.”(최수진)

“연예인처럼 예쁜 외모를 지닌 미인이 많다. 하지만 (최)수진이는 그런 것을 뛰어 넘는 사람이다. 춤을 추고 있는 수진이는 나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하휘동)

▶[기획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기획인터뷰①] 신랑 비보이 신부 무용가...‘댄싱9’ 하휘동-최수진 부부
[기획인터뷰②] 하휘동-최수진 부부, 10년 후에게 보내는 편지 한 통

기획/진행: 김강유
인터뷰: 김영재 기자
촬영: 윤호준 bnt포토그래퍼
스타일링: 유어툴즈 최미선 디렉터, 이슬기 디렉터
의상: 타우컴퍼니, 타우테일러(턱시도), 모스트 드레스 스튜디오(드레스, 화관)
헤어: 박호준헤어 최철중 원장(하휘동), 나미에 원장(최수진)
메이크업: 뷰티르샤 문하나 아티스트
장소: bnt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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