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김혜수의 독보적 변신이 시작된다.
영화 ‘미옥(감독 이안규)’의 제작보고회가 10월10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이안규 감독, 김혜수, 이선균, 이희준이 참석했다. 이와 관련 ‘미옥’은 김혜수의 또 다른 느와르 영화이기에 관심이 집중된다.
김혜수는 2015년 개봉작 ‘차이나타운’에서 이민자 출신의 차이나타운을 지배하는 조직의 보스 엄마를 연기했던 바 있다. 물론 연이은 느와르는 아니다. 코미디 장르의 영화 ‘굿바이 싱글’도 그의 영화였다. 그럼에도 홍보 자료에서 ‘지금껏 본 적 없는 독보적인 느와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미옥’의 존재는 과거와 현재가 혼동되는 기시감을 불러 모은다. 김혜수의 새 느와르는 ‘차이나타운’처럼 여성 느와르의 신(新) 접근을 관객에게 이해시킬까.
“제작보고회 일정이 하필 최장 연휴의 마지막이자 일상 복귀 첫날과 겹쳤다. 우리도 여러분과 새롭게”라는 가벼운 말로 행사의 분위기를 유하게 만든 김혜수. 제작보고회의 시작을 부드럽게 만든 그는 정반대의 색을 가진 인물 나현정을 ‘미옥’에서 연기한다. 나현정은 조직을 성장시키면서 기업으로 키워나가는 여자로, 비밀스럽고 음험한 일을 하는 차가운 인물이다. 그러나 속에는 불덩이 같은 욕망이 있기에 차가움과 뜨거움이 공존한다.
양면적인 캐릭터에 여성이 주역으로 나서는 느와르 영화라는 특성까지. 부담스러울 법한데 김혜수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안 했다고 밝혔다. “전체 느낌이 느와르라는 것은 시나리오에서 읽혔다. 하지만 ‘미옥’은 느와르 속에 등장하는 인물 간의 욕망과 목적, 그 사람들의 관계 영화였기 때문에 그것에 흥미를 느꼈다.”
제작보고회에서 공개된 1차 예고편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김혜수의 은발과, 장발과 단발이 대비되는 헤어 스타일이다. 이목을 끄는 확실한 변화지만 여성 느와르란 특징에 시각적 파격까지 더해지니 조금은 과하다는 걱정이 얼핏 기자의 머릿속을 스쳤다.
김혜수는 “시나리오를 보면서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오버랩 되긴 했다”라며, “하지만 역할을 특별하게 만들기 위한 것보다 은유된 면을 드러내는 장치라고 생각했다. 장르의 특성은 기술적 면에서도 가능하지만 사람에서부터 출발하면 어떨까 싶었다”라고 단순한 파격 아닌 이유 있는 스타일 변신을 강조했다.
이선균은 이런 나현정을 위해 칼을 든 조직의 해결사 임상훈을 스크린으로 옮긴다.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봉골레 하나’라는 대사가 귓가에 맴돌 정도로 이선균은 멜로의 대명사로 활약했던 바 있다. 그는 이번 영화를 하게 된 이유로 장르에 대한 목마름을 언급했다.
“이런 역할이나 장르가 나한테 안 주어졌다. 들어올 때 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항상 내가 억울하게 당하는 역을 맡았는데 이번에는 많이 때린다. 억울한 표정이 많이 없다.”
김혜수는 이선균의 연기를 보고 굉장히 놀랐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이선균 씨의 캐릭터가 짧게 소개가 됐는데 나중에 영화 보시면 아시겠지만 처음 봤다. 그런 얼굴은. 내가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 만나지 못한 그런 모습을 봐서 굉장히 놀랐다.” 덧붙여서 김혜수는 나현정과 임상훈은 뗄 수 없는 관계지만 극중에서 많이 만나지 못한다고 아쉬워했다.
이 가운데 이선균은 임상훈에 대해 “고아로 자라서 결핍이 있는 친구다. (나)현정이 베푼 호의를 혼자만의 사랑으로 키워간다. 외사랑이고 짝사랑이다”라는 말과 더불어, “엇갈린 관계와 감정에 어떻게 동기를 부여하고 표현할지 내면적인 것에 중점을 뒀다. 느와르지만 멜로라고 생각하고 촬영을 했다”라고 장르의 혼합과 연기 주안점을 소개했다.
연극 무대를 통해 데뷔했고 이제는 스크린과 브라운관 모두에서 그의 이름 석자를 모르는 이가 없는 이희준은 ‘미옥’에서 권력욕에 불타는 스타 검사 최대식을 대중에게 선보인다.
이희준은 “조직이 검사를 협박하지만, 나중에는 서로 싸우다 선악이 사라지게 된다. 검사 역할이지만 이 인물이 가진, 이 인물이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을 위해 싸우는 마음에 공감했다. 영화를 보면 그런 부분이 재밌게 느껴질 것 같다”라고 관람 요소를 안내했다.
김옥빈 주연의 ‘악녀’가 2017년 상반기를 수놓았다면, 하반기는 ‘미옥’이 관객 곁을 찾아온다. 작품의 구상 계기는 무엇일까. 이안규 감독은 느와르에서 팜므 파탈이나 톰 보이로 수식되는 여성 인물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장르 안에 있는 서브 플롯을 메인 플롯으로 가져오고 싶었다고 시나리오를 집필하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또한, 그는 “마초성으로 대표되는 장르 안에 여성 인물이 들어오면서 보이는 것들의 결이 섬세해지는 것 같다”라고 여성 느와르의 장점을 이야기했다.
제작기 영상에서 무대 위의 김혜수 대신 거대한 스크린 안의 김혜수는 “강렬한 여성 캐릭터를 확인해주시기 바란다”라며 취재진에게 나현정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김혜수의 여성 느와르 영화 ‘미옥’은 11월9일 개봉 예정이다.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