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전히 반짝반짝 빛나는 가수 별

입력 2017-11-06 14:12  


[마채림 기자]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며 감정을 잘 살리기 위해 예전에 불렀던 내 곡을 다 들어봤다. 정말 불쌍하게 노래했더라. (웃음) 뭐가 그렇게 슬펐는지… 지금은 이렇게 행복한데, 그땐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정말 행복하기에 할 수 있는 말. 2002년 ‘12월 32일’이라는 곡으로 데뷔해 오랜 시간 대한민국 솔로 여가수로 활약하던 별이 어느덧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아픈 사랑 경험은 물론이거니와 든든한 남편과 토끼같이 사랑스러운 아이들까지 얻어 더 할 나위 없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 전보다 훨씬 깊고 여유로워진 마음으로 과거 팬들에게 받았던 사랑을 하나하나 갚아나갈 준비를 마친 가수 별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화보 촬영 소감

오랜만에 찍는 거라 너무 재미있었다. 예전에는 참 사진 많이 찍었는데… (웃음) 예전엔 일처럼 했다면 지금은 즐기면서 참여할 수 있어 좋았다.

Q. 근황

둘째 출산한지 7개월이 막 넘었다. 열심히 육아를 하다 8월 정도부터 오랜만에 미니 앨범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직 육아에 한창이라 집에 가자마자 이유식을 만들어야 한다. 가끔 스케줄이 있어서 밖에 나오면 ‘스케줄’, ‘일’이라는 느낌보다 나들이를 하러 나온 느낌이다. 진작 이런 마음으로 임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웃음)

Q. 컴백 계획

전부터 계속 앨범 작업을 하고 싶었지만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 쉽지 않았다. 감사하게도 이번에 좋은 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마음에 드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11월5일 공개되는 미니앨범, 기대해주셔도 좋다.

요즘 쟁쟁한 분들이 워낙 많지 않나. 이런 와중에 종신 오빠, 창정 오빠가 열심히 활동해주고 계신 덕에 용기가 나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순위 ‘광탈’만 안 했으면 좋겠다. (웃음) 오랜만의 작업이라 욕심 없이 임하면서도 노래가 마음에 드니 점점 욕심이 생기는 것 같다.

Q. 새 앨범 소개

멜로디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처지고 슬프지 않은 경쾌한 느낌인데 반해 노랫말에는 슬픔이 담겨있는 곡이다. 게다가 주노플로 씨가 참여해줘서 완성도가 높아졌다. 별이라는 가수가 가진 기존의 감성은 그대로 가져가되 곡의 분위기에 트렌디한 무드를 가미했달까. 아줌마, 아재 노래 같은 느낌이고 싶진 않더라. (웃음)

Q. 음악 장르에 변화를 준 건가

과거 별을 떠올렸을 때 ‘슬픈 발라드’가 생각날 정도로 슬픈 곡, 발라드 곡, 느린 곡 위주로 불러왔는데 이제는 그런 슬픈 발라드를 부르기에는 나의 생활이 많이 달라졌다. 가수로서 별의 이미지와 내 인생과 삶의 모습을 별개로 생각해주시면 참 좋겠는데, 그렇게 봐주길 바라는 게 내 욕심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다 갑자기 슬픈 발라드를 부르면 어색하게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그 적정선을 찾으려 노력한 것.

Q. 퍼포먼스를 기대해도?

특별한 퍼포먼스나 뚜렷한 활동 계획은 없다. 상황적인 제약이 있는 데다 아이들이 어려 예전처럼 3사 음악방송을 도는 건 어려울 것 같다. 이제는 보여주고, 드러내고, 알리는 쪽보다는 만드는 쪽에 집중하고 싶다.

Q. 예전에는 앨범 발매 이후 더 바빴다면, 지금은 앨범을 만드는 과정이 더 바쁘겠다.

그렇다. 예전에는 좋은 분들이 만들어주신 걸 표현하는 것에 집중을 했다면 지금은 제작 쪽에 에너지를 더 많이 쏟게 되는 것 같다. 제작자의 마인드가 더 강해졌달까. 그렇다고 앨범 발매 후 음원 성적에 쿨할 수 있게 된 건 아니다. 음원 순위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손발이 저릴 정도로 긴장되고 부담된다. (웃음)

Q. 큰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아도 플레이리스트에 별 씨의 곡을 넣어둔 사람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웃음)

얼마 전 앨범 소개를 쓰기 위해 음원 사이트에 ‘별’을 검색해봤다. 음악 리뷰와 댓글을 쭉 살펴보니 최근에도 댓글들을 남겨주신 분들이 있더라. 그 댓글을 보며 ‘나를 안 잊었네?’라는 생각에 감회가 남달랐다. 한창 관심을 받던 시기에는 잘 몰랐던 감정들을 느꼈다. 한 발짝 물러 있다가 다시 다가가려고 할 때 이런 댓글들을 확인하니 마음이 뭉클했다. 덕분에 다시 신인 가수가 된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Q. 앨범을 만드는 과정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행복했다. 예전엔 때가 되면 쫓겨서 내느라 어떤 게 좋은지 잘 몰랐는데, 이번에는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 계속 좋은 곡 나올 때마다 작업해서 들려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했다. 잘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내 목소리를 기다리는 팬들에게 선물 같은 곡이 될 수 있으니 앞으로 더욱 부지런 떨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팬들에게 미안하고 고맙고 뭉클한 마음뿐이다.


Q. 출산 후 관리 비법

사실은 촬영 전날 저녁부터 굶었다. (웃음) 20대 때 먹고 싶은 거 다 먹을 때와는 정말 다르다. 인터뷰 기사를 보시는 젊은 여성분들… 젊고 예쁠 때 관리 잘 하셨으면. (웃음) 당시 웬만한 남자보다 잘 먹던 아이였는데 이제는 그렇게 먹으면 안 되는 처지가 됐다. 딱 서른에 결혼하고 서른하나에 출산을 했다. 나는 내가 마음만 먹으면 아가씨 때처럼 살을 쫙 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다이어트를 혹독하게 해본 경험이 없을 정도로 먹는 거에 비해 관리가 쉬웠던 체질이었는데 체질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저녁에 먹으면 다음날 그대로 붓는다. 이제는 정말 덜먹고 열심히 운동해야 회복이 된다. 내 또래의 독자분들이 이 인터뷰 기사를 읽는다면 공감을 하실 것 같은데, 미적인 관리뿐만 아니라 건강관리도 참 중요한 나이가 됐다. 최대한 건강한 음식을 먹고 휴식을 충분히 취하는 게 중요하다. 몸에 좋은 음식을 수시로 챙겨 먹는 것을 추천한다. 큰 애를 낳고 몸조리를 잘 못했는데 건강이 안 좋으니 삶의 질이 떨어져 힘들었다.

Q. 엄청난 조언을 해주고 계신다. (웃음)

사진만 보고서는 많은 분들이 ‘애를 둘 낳았는데 어떻게 이래’라는 반응을 보여주실 수 있지만, 사실 사진작가님의 손길로 다시 태어난 거라는 사실을 전해드리고 싶다. (웃음) 20대에는 타고난 체질로 보완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면 30대 때는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만큼 표가 나는 것 같다.

Q. 아이 둘의 아빠가 된 하하 씨의 반응

아이가 하나일 때보다 더 편안해졌다. 첫아이 때는 경험이 없어 걱정이 많았다면 둘째는 수월하고 편안하게 키울 수 있게 된 것 같다. 둘째는 너무 예쁘다. 첫째 때는 첫사랑이라 소중하고 어쩔 줄 몰라 맘 편히 예뻐하지 못했다면 둘째는 바라보는 것 자체가 기쁨이다.

남편이나 나나 어떤 면에서는 여유가 생겼고, 어느 면에서는 책임감이 더 무거워졌다. 나보다도 남편이 더 변한 것 같다. 어느덧 결혼 5년 찬데 결혼 초에는 남편이 별다를 게 없었다면 첫아이가 생겼을 때 달라지고, 둘째가 생기면서 더 달라졌다. 이제는 한 가족의 리더고 가장이란 생각에 듬직해 보일 때가 많다.

Q. 혹시 딸 욕심은?

딸을 원하긴 했다. 주변에서도 딸과 관련된 태몽을 꿔줘서 잠깐 기대했는데 아들이더라. 오히려 아들인 게 첫째 드림이에겐 더 좋은 일인 것 같다. 집에서 아빠, 아들 둘이 앉아 있는 일상 모습을 사진으로 찍을 때면 부자가 된 것 같은 든든한 마음이 들어 행복하다. 아들이 클수록 아빠가 해줄 일이 더 많기 때문에 내가 더 편할 수 있겠단 생각도 들고, 내가 이 집안의 공주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만족하고 있다. (웃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일은 내 인생에 있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다.

Q. 결혼을 기점으로 패션 스타일이 달라졌다. 하하 씨의 영향?

그 얘길 너무 많이 듣는데 들을 때마다 순간순간 발끈한다. 내가 뭘 할 때마다 남편이 자꾸 내가 자기를 따라 한다며 ‘너 내 팬이니?’라는 말로 약을 올린다. (웃음) 원래부터 캐주얼이나 스포티한 스타일을 좋아했다. 여성스러운 스타일은 무대에서나 활동할 때만 입었을 정도였으니까. 찢어졌거나 징이 박혔거나, 페인트가 묻어있거나 어디 한 곳이 구멍 나지 않은 옷은 사지 않을 정도로 센 스타일을 좋아했다. 나 자체가 세게 생긴 스타일이 아니라 옷으로서 그런 무드를 연출하려는 마음이었을지도.

남편 또한 워낙 자유분방하고 센 패션 스타일을 잘 소화하는 사람이라 결혼 이후 남편과 함께 그런 스타일을 매치할 수 있어 좋다. 서로 영향을 받은 것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실 남편도 결혼 전에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웃음) 결혼하고 이미지가 많이 좋아진 사람이라며 감사하게 생각하란 말을 농담 삼아 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나를 볼 때 정적이고 여성스럽게 봤었다. 결혼 이후에는 조금 더 개구지고 활발한 모습을 보여줬을 때 어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편하다. 사실은 여성스러운 것과 되게 거리가 멀다. 예전에는 예쁘고 착하게 말해야 될 것 같은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이제는 털털하고 편하게 말할 수 있고 그런 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감사하다. 남편을 만나서 패션 스타일이 변한 게 아니라고, 늘 이렇게 입어왔다고 이번 기회를 빌어 말하고 싶다. (웃음)

Q. 음악적 고민은 어떻게 해결하는지?

곡의 흐름에 몰입을 하고 집중을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 힘들었다. 나가서 일을 하고 녹음을 할 때는 아티스트 별인데 집에 들어오면 영락없는 엄마의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 내일 드림이 학교 갈 준비물 챙기고 아이들 이유식 만들고 청소를 하다 보면 집중이 흐트러지기 마련이더라. 앨범 작업을 하던 흐름이 뚝뚝 끊겨 감정적인 혼란을 겪었다.

아이들에게 100% 내 시간을 쓰던 걸 나눠서 쓰려니 엄마로서 미안한 마음 때문에 몰입이 더 안 되기도 했다. 아마 모든 엄마들은 다 공감할 거다. 아이들을 키우며 엄마로서 살아가야 하는 게 가장 큰 몫이라 생각하면서도 ‘가수 별’, ‘인간 김고은’으로서의 시간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 그래서 나를 위한 시간을 쓰는 게 타당한 것 같으면서도 어쩔 수 없는 엄마라 마음 한구석이 미안하다.

지금 이 시간이 아이들은 물론 나에게도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고, 내가 좋은 결실을 맺었을 때 비로소 아이들에게 더 좋은 엄마가 돼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들에게도 이 시간 엄마의 역할이 참 중요한데’라는 생각에 힘들다. 아이들이 엄마의 빈자리나 공허함을 느끼지 않게 하면서도 내 개인의 몫을 해낼 수 있는 적정선을 찾기 위한 저울질을 계속하는 것 같다.

Q. 엄마로서의 삶, 가수로서의 삶은 계속될 테니 그 고민이 꽤 오래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친정 엄마가 이와 관련된 조언을 해주셨다. 아이들에게 젊은 날을 다 쏟고 나이가 들었을 때 엄마 또래 분들이 공허함을 많이 느낀다더라. 그런 걸 알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네 인생을 즐기며 행복해야 아이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며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내가 너 때문에 이렇게 살았다’라고 말하는 불행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지 말라고 하셨다.

아이들이 컸을 때도 엄마의 일이 있고, 그 일로 인해 행복을 누리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 주면 아이들도 엄마를 더 멋있게 느낄 거라는 조언에 큰 힘을 얻었다. 앞으로도 계속될 고민일 것 같다. 이제 아이가 부모와 함께 했던 시간에 대한 기쁨과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에 대한 서운함을 표현하기 시작하는 나이가 돼서 더 어렵게 느껴진다.


Q.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뮤지션

너무 많다. 힙합을 너무 좋아한다. 우스갯소리로 다시 태어나면 래퍼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하곤 한다. (웃음) 내가 못 하고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이 있지 않나. ‘언프리티 랩스타’나 ‘쇼미더머니’를 다 챙겨봤는데 그들이 무대에 섰을 때 바뀌는 눈빛과 에너지를 보며 정말 멋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평소 힙합씬을 곁눈질로 많이 주시한다. (웃음) 이번에 주노플로와의 작업도 내가 하고 싶어 추진하게 된 거다. 앞으로 의외의 조합이라고 볼 수 있는 아티스트분들과 다양한 음악을 해보고 싶다.

선배님 중에서는 이문세 선배님, 성시경 오빠와 작업해보고 싶다. 성시경 오빠 목소리를 평소에 참 좋아하는데 한 번쯤 잔잔한 자장가 같은 노래를 함께 불러보고 싶다. 또 개인적으로 지코와도 해보고 싶다. (웃음) 그들은 생각도 안 할 텐데… (폭소)

Q. 육아 예능프로그램 출연 의향

실제 제의를 많이 받긴 했는데 출연 의향이 없는 상태다. 종종 드림이가 ‘왜 엄마, 아빠만 TV에 나와’라고 말할 때가 있긴 한데, 아직은 아이의 판단력이 흐리지 않나. 아이의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꼭 TV에 출연하고 싶고, 출연 후 따르는 책임감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나이가 된 후에야 판단할 문제다.

나와 남편이 일찍 데뷔를 한 편이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직업이지만 동시에 뒤따라오는 여러 가지 것들을 감당해야 하지 않나. 우리는 그걸 알면서도 더 큰 목표와 꿈이 있었기에 선택을 했지만 아이들은 그게 아니니까.

태어났더니 엄마, 아빠가 연예인이어서 영문도 모르고 TV에 나오게 됐는데 나중에 자랐을 때 그 기억으로 인해 아이가 힘들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내가 아이돌도, A급 톱스타도 아닌데도 일상에서 불편한 상황을 겪게 될 때가 있다. 아이들이 그런 불편함을 겪어야 되는 게 싫어 꺼려지는 게 사실. 내 눈에 아이가 너무 예뻐 SNS에 올려 자랑하고 싶다가도 아직까지는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실제 육아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분들이 출연에 대한 부정적인 나의 견해를 들었을 때 불편해할까 솔직히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조심스럽다. 육아 예능으로 인한 장점도 많을 거다. 단지 우리 부부는 그 장점과 단점을 겪을 자신이 없어서 출연을 고사하는 것.

Q. 친하게 지내는 연예인 육아 동료는 누구?

연예인보다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분들과 친하다. 이상하게 연예인분들의 아내분들과 친하게 지내는 편. 아파트에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 오빠 와이프가 나와 동갑인 데다 아이도 둘이다. 애 엄만데 연예인보다 더 날씬하고 예쁜 친구다. 지금은 이사를 갔지만 정형돈 오빠 와이프도 같은 아파트에 살 때 친하게 지냈다. 서로 비슷한 시기에 출산하고 육아를 겪어 더 친해질 수 있었다.

연예인 중에서는 같은 시기에 아이를 낳은 소유진 언니와 가희 언니 등이 있는데 아무래도 서로 바쁘고 사는 곳이 멀어 자주 만나는 게 어렵더라. 지난 몇 년 동안 연예인이 아닌 철저한 엄마의 삶을 살았다. 그래서 동네 아이 엄마들과 더 친하다. 내 입으로 말하긴 뭐 하지만 정말 열심히 키웠다.

Q. 결혼 이후 ‘무한도전’ 멤버 아내분들과 인연을 쌓았다. 요즘도 자주 만나는지?

주기적으로 만나는 편이다. 요즘에는 다들 바빠서 못 만나고 있다.

Q. 그중 가장 공감 코드가 많은 분을 꼽자면

명수 오빠 와이프인 수민 언니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것 같다. 언니가 마음이 되게 여리고 착한 분이다. ‘무도’에서 오빠들이 장난삼아 언니를 ‘센 여자’로 만들어놨는데 실제론 되게 귀엽고 소심한 언니다. 방송 나간 이후에 둘이서 한 시간씩 통화를 하며 악플을 걱정하는 언니를 달래주기도.

언니 딸인 민서와 재석 오빠 아들인 지호가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는데, 뭐든 나보다 먼저 경험한 분들이라 드림이 육아와 교육에 관련해 많은 조언을 받고 있다. 다방면에서 가이드가 돼줘 감사하다. 신곡이 나왔을 때나 방송에 출연했을 때 모니터를 해주며 의견을 주는 고마운 언니다.

Q. 결혼 덕에 그런 모임이 생겨 좋을 것 같다.

우리끼리 ‘무한도전’ 오빠들 모두 참 장가를 잘 갔단 얘길 한다. (웃음) 언니들이 정말 예쁘고 착한 데다 가정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한도전’ 오빠들이 밖에 나가서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 어른들의 ‘가화만사성’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아이를 잘 기르고 남편을 내조하는 언니들의 모습을 보고 많이 배운다.

Q. 작사/작곡도 하고 계신데,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받는지 궁금하다.

예전에는 주로 가사를 쓴다거나 노래를 할 때 나의 이야기가 주였다. 지금은 밑천이 떨어져 본의 아니게 10년도 더 된 케케묵은 감정을 꺼내며 노력 중이다. 음악을 위해 밖에 나가서 연애를 할 수 있는 노릇도 아니지 않나. 드라마나 영화, 인터넷을 통해 읽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나 사연에 귀를 기울이거나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나 상담 속에서 공감을 찾는다.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직접적이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많은 체험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의 경우 아줌마들이 아가씨들보다 감정이입을 잘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됐다. 처녀 때 감성과는 다르다. ‘이제는 내가 할 수 없는 사랑’이라는 생각에 나조차도 두 손 모으며 보게 되더라. (웃음)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며 감정을 잘 살리기 위해 예전에 불렀던 내 곡을 다 들어봤다. 정말 불쌍하게 노래했더라. (웃음) 뭐가 그렇게 슬펐는지… 지금은 이렇게 행복한데, 그땐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Q. 남편 하하 씨의 장점, 칭찬하고 싶은 점

하하 씨는 굉장히 가정적이다. 삶의 중심에 가족이 있고 책임감이 강하다. 굉장히 바쁜 남편과 살고 있음에도 불안하지 않은 이유다. 너무 바빠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할 때면 내가 서운함을 표현하기도 전에 자신이 먼저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소홀해질까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모습에 안심이 된다.

물론 서운한 일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아주 가끔 술을 흥건하게 먹고 아침에 들어올 때면 화가 많이 나곤 한다. 그런데 화가 치밀다가도 ‘이마저도 없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남편이 너무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은 나의 단점만 부각이 될 수 있으니 이런 거라도 있어야지’라는 마음에 이해하며 넘어가 준다.

이렇게 좋은,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더 일찍 알았더라면 우리가 좀 더 일찍 만났을 수 있었을 거란 생각에 아쉬울 때도 있다. 우리가 동료로서 알고 지낸 시간에 비해 나는 남편을 너무 늦게 알아봤고, 남편은 고맙게도 나보다 일찍 알아봐 줬다. ‘결국 이렇게 결혼할 줄 알았다면 더 일찍 만나 아이도 빨리 낳을걸… 그랬다면 지금 더 즐기며 재미있게 살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때 만났으면 분명히 헤어졌을 거야. 나중에 철들고 만나서 다행이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웃음) 결혼은 타이밍인 것 같다.

Q. 금슬이 참 좋은 것 같다.

늘 꿀만 떨어지고 행복하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다른 부부처럼 화가 날 때도, 서운할 때도 있지만 그건 누구와 산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거다. 내가 느끼는 힘든 감정을 상대방도 느끼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 더욱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것 같다.

Q. 자기 자신을 칭찬한다면?

나는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다. 그렇기에 모든 것들에 감사할 수 있는 것 같다.

Q. 궁극적으로 어떤 가수로 남고 싶은가

쉬운 질문 같으면서도 어렵다. 사람이 꾸준한 모습을 보이는 게 쉬운 것 같아도 어렵지 않나. 큰 ‘임팩트’가 없더라도 문득 날씨가 추워졌을 때 ‘별 노래가 듣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가수로 오래 남는 것. 좋은 에너지로 부지런히 좋은 음악을 꾸준히 만드는 게 목표다.

에디터: 마채림
포토: 차케이
영상 촬영, 편집: 조형근, 석지혜
의상: 르이엘, 720, FRJ Jeans, 퓨자 by A.701
슈즈: 섀도우무브(SHADOWMOVE)
주얼리: 젬케이, 퓨자 by A.701
선글라스&아이웨어: 에르하트 by 모다루네쯔, 프론트(Front)
시계: 망고스틴
백: 비콰비채
헤어: 순수 청담 설레임점 탁선아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순수 청담 설레임점 오희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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