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젬마 기자] “더 일찍 알려지지 않았다고, 더 많은 인지도를 가지지 못했다고 아쉬워한 적은 없어요. 모든 건 때가 있는 법이고 저는 제 자리에서 묵묵히 제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죠. 제 나이 마흔에 이런 행운을 누렸으니 마흔 하나에는, 또 그 이후에는 어떤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 줄 누가 알겠어요”
영화 ‘범죄도시’의 숨은 주역 배우 홍기준이 생애 첫 화보를 bnt와 함께 진행했다. 청바지와 맨투맨 차림의 다소 편안한 느낌으로 진행된 첫 번째 촬영에서 그는 첫 화보가 어색한듯 수줍은 모습을 보이더니 댄디가이로 변신한 두 번째 콘셉트에서부터는 다양한 포즈를 구사하며 촬영 분위기를 밝게 이끌어갔다. 블랙 슬랙스와 셔츠, 차콜 컬러의 코트로 스타일링한 세 번째 콘셉트에서는 시크한 표정 속 눈빛 연기로 천상 배우로서의 면모를 뽐냈다.
십 수년 차 연기생활과 20여편이 훌쩍 넘는 작품 경력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신인’이라 칭하는 그에게 오랜 무명생활이 아쉽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돌아온 그의 답변은 기자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를 캐스팅한 강윤성 감독 역시 홍기준을 향해 “그의 연기는 평소의 모습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가식이 없다”고 표현했다. 역할의 비중에 연연해하기보다 자기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녹이려 애썼고 그렇게 자신만의 속도로 착실히 내공을 쌓아온 결과 그는 영화 ‘범죄도시’에서 박병식이라는 역을 만나 날개를 단 것.
개봉한지 한달이 지나도록 여전히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범죄도시’. 이런 흥행을 예상했냐는 질문에 “전혀 못했다”는 말로 말문을 연 홍기준은 주연 배우뿐 아니라 자신을 비롯한 조연 배우들의 캐릭터를 잘 살려준 강윤성 감독에게 감사하다는 말로 인사를 전했다.
영화의 흥행과 함께 배우들의 찰진 대사가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홍기준의 “팔 들어가면 문 열어” 대사는 사실 대본에 없던 즉흥 애드리브였다고. “사실 대본에는 실랑이를 벌어야 한다는 것만 써 있었고 멘트는 따로 없었다. 그런데 연기를 하던 도중 갑자기 떠올라 내뱉은 대사를 감독님께서 마음에 들어하셔서 그대로 쓰게 됐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마동석에 대해 그는 “대선배와 함꼐 연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전하며 “인간적으로도 동료로도 정말 너무 좋은 분이다. 굉장히 친절하고 한마디로 젠틀맨 같은 분”이라는 말로 추켜세웠다. 이어 윤계상에 대해서는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고 싶어하는 게 강하게 느껴졌다”면서 “현장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짐승 같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정말 그 역에 몰두해 있더라. ‘이번에 이 갈았구나’, ‘칼을 갈고 왔구나’ 싶은 느낌을 받았다”면서 인상 깊었던 모습을 전했다.
한편 마동석의 오른팔인 강력반 형사 박병식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던 그는 “한번은 실제 형사분들께서 날 보고 진짜 형사인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면서 “같이 출동해도 되겠다고 하시는데 왠지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면서 웃어 보였다. 실제로 그는 영화 속에서 연기인지 실제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의 이질감 없는 연기를 펼치며 진한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 ‘범죄도시’의 숨은 신스틸러라는 호평을 받았다.
영화의 흥행을 체감하냐는 질문에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알아보는데 신기했다”면서 “그런데 왠지 어색해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영화 ‘범죄도시’의 속편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도는 가운데 재출연 의사를 묻자 “써 주시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좋다”고 답했다.
작품을 쉴 때 부업으로 연기 지도 수업을 하기도 했던 그는 과거 배우 윤승아와 최수인을 가르치기도 했다고. 하지만 “배우가 아닌 삶은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고 단호히 말하며 연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한편 세 살, 네 살 연년생 형제의 아빠이기도 한 홍기준은 “아이가 커서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밀어줄 의향이 있다”고 말하며 “아이들이 원하는 건 뭐든지 지지해주고 싶다”는 말로 부성애를 드러냈다. 또한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을 묻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결혼”이라 답한 그는 “진심으로 내가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 결혼이라 생각한다”고 말하며 “지금까지 묵묵히 곁을 지켜준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혀 애처가의 모습을 드러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톰 행크스 같은 정통 블랙코미디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힌 그는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지금처럼 정진해나가겠다”고 말하며 “긴 호흡으로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에디터: 허젬마
포토: 윤호준
롱다운웨어: 피스비사라
헤어: 콜라보엑스 혜민 디자이너
메이크업: 콜라보엑스 공주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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