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기자 / 사진 조희선 기자] “마루는 그냥 직진이에요”
‘사색이 깃든 고품격 프리미엄 패키지’ 마지막 밤 산마루(정용화)와 윤소소(이연희)는 다시 한 번 몽생미셸을 찾는다. 그리고 윤소소는 하늘이 점지한 운명의 상대를 만난 그곳에서 산마루에게 이별을 고한다. 아픈 운명이 걱정된 탓이다. 미카엘 대천사상을 뒤로 하고 수도원에서 내려오는 두 사람. 이 가운데 산마루는 윤소소에게 다음을 이야기한다. “나그네 려(旅). 갈 행(行). 나그네가 되어 떠난다. 여행 가요. 깃발 놓고 자유롭게.”
아마 산마루의 종용은 미래에 다시 만날 사랑하는 이를 위한 배려였을 테다. 그러나 천성일 작가의 대사는 윤소소뿐 아니라 안방극장에게도 인생의 단 한 번은 쳇바퀴를 벗어나 자유로운 나그네에 도전하라고 격려를 전했다.
19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더 패키지(극본 천성일, 연출 전창근)’는 마치 시청자 모두에게 여행을 떠나도록 타이르는 작품이었다. 더불어 예술과 낭만의 도시 프랑스가 지닌 풍광과, 천성일 작가가 빚어낸 인물 및 대사의 어우러짐은 매회 거듭될 때마다 와인의 숙성처럼 풍미가 짙어져 극중 8박 10일 일정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케 했다.
여행이란 소재의 덫에 빠져 각종 관광 명소만 그득한 속 빈 강정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패키지 여행객 저마다의 이야기는 어떤 때는 에펠탑보다 멋졌고, 또 다른 때는 몽생미셸의 대천사상보다 더 성스러웠다. 산마루의 이야기는 전자였다. 앞으로 다가올 각종 불이익에도 불구 회사의 내부 고발자로 나선 산마루. 그러나 그에게 다가온 것은 이상적 정의 대신 현실적 힐난이었다.
양심의 소리를 따라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자처하고, 동시에 심장의 울림을 따라 8박10일 동안 사랑을 쟁취한 산마루. 그를 연기한 배우 정용화를 15일 서울시 중구 명동길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인터뷰의 마침표에서 그는 사랑니 발치에도 불구 “재밌다. 이야기하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라며 산마루처럼 긍정을 제시했다.
‘더 패키지’는 사전 제작 작품이다. 지난해 12월 촬영이 끝났고, 2017년 상반기 편성이 예상됐다. 하지만 작품은 약 10개월이 지난 후에야 대중과의 접점을 찾을 수 있었다. 정용화는 “정말 오래 기다렸다. 드라마를 보면서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라며, “언제 방송될지 걱정이 많았다. 쌀쌀한 때인 지금 나오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기다린 만큼 더 애정이 간다”라고 1년 만에 작품과 재회한 소감을 밝혔다.
정용화가 ‘더 패키지’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그런 점이 처음에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됐죠.” 더불어 그는 “사회에서는 싸워야 할 때도 많은데,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따뜻함을 느꼈다”라고 이유의 예시도 덧붙였다. 극중 공감 가는 사연을 묻는 질문에 정용화는 목소리를 높여 다시 한 번 작품의 강점을 설명했다. 다른 드라마처럼 주연의 이야기가 주가 아니고, 각 회마다 다른 사연이 나와 앞서가는 느낌이 들었단다. 매 회마다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앞서 소개했듯 산마루는 사랑하는 이성에게 진심을 고백하는 로맨티시스트다. 또한, 산마루는 참 엉뚱한 인물이다. 그가 문화재인 정조대를 차는 신은 ‘더 패키지’에서 시청자의 웃음을 가장 많이 모은 장면 중 하나.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기에 인물의 톤을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둬야 할지 고민이 컸을 법하다.
“지금까지 대본을 이렇게 읽었던 적이 없어요. 이번에는 정말 행동 하나부터 눈빛 하나까지 (산)마루가 어떻게 할지 생각을 많이 했죠. 어떻게 보면 마루는 너무 엉뚱하고 같이 다니면 정말 짜증났을 민폐 캐릭터예요. 얘를 어떻게 하면 사랑스럽게 보이도록 만들지 처음부터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더불어 그는 산마루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운을 뗐다. “이 시대에 이런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마루에게는 돈키호테 같은 느낌이 있어요. 연구를 했죠. 결론은 ‘엉뚱할 때는 마음대로 엉뚱해도 되고, 소신을 발휘할 때는 강단 있게 행동하자’였어요. 엉뚱함이 귀여움으로 변하면 안 되니까 (윤)소소랑 있는 신에서는 남자다움을 보여주려고 했죠. 사람이 한 가지 성격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여러 가지를 연구해서 촬영에 임했어요.”
정용화는 산마루와 얼마나 닮았는지 묻는 질문에 이성(理性)이 강한 그로서는 산마루의 용기를 닮고 싶다고 답했다. “저는 이성적인 면이 있어요. 그러면서도 항상 꿈꾸는 게 마루의 성격이죠. 호기심 생기는 걸 눈치 안 보고 해볼 수 있는 건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해요. 그래서 마루 같은 성격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예전부터 그런 성격을 꿈꿔서 그런지 욕망이 역할에 이입되더라고요. 덕분에 인물을 잘 표현했어요.”
산마루는 윤소소의 세느 강 가자는 제안에 홀로 “낯선 곳, 낯선 여자, 낯선 제안. 여행이 주는 일탈”이라고 독백한다. 또한, “소소 씨는 멋진 여자니까”라는 말로 윤소소가 그에게 키스하게 만들기도. 여자 친구가 있지만 윤소소와 썸을 타는 산마루의 모습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청춘의 현재를 그대로 안방극장에 옮겼다. 이에 윤소소는 “선수 티 하나도 안 나는 선수 같”다는 말로 산마루를 묘사하기도 한다.
“(산)마루는 재는 것이 없고, 그냥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얘기해요. 그리고 마루란 사람 자체가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맞춰가려는 성격을 가졌고요. 그래서 더 선수처럼 보이는 거죠. 얘는 ‘밀당’이 없어요. 그냥 직진이에요. 상대방은 ‘정말 선수인가? 무슨 자신감이지?’라는 생각이 들 거 같아요. 그래서 제가 생각한 건 ‘의미를 두지 말고 얘기하자. 얘는 성격 자체가 돌직구니까 대사를 꾸미지 말자’였어요. 멋있게 꾀는 것처럼 하지 말고 그냥 얘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감정에 솔직한 산마루와, 윤소소의 키스 신 역시 ‘더 패키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젯거리였다. 조회수가 약 40만 회에 육박하는 해당 장면에 대해 혹자는 ‘어른 키스’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드라마 특성이 리얼리티예요. 산마루라는 사람은 직진인 성격이고 이미 엉뚱한 면을 많이 보였기 때문에 그 신은 무조건 남자답게 갈 수밖에 없었죠. 남자답게 해야지 매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남자답게 했는데 이슈가 됐네요.”
화제를 모은 키스 신이 만족스럽게 표현됐는지 묻는 취재진의 짓궂은 질문에 정용화는 “잘 표현된 것 같다”라며 크게 웃었다.(사진출처: bnt뉴스 DB, JTBC ‘더 패키지’ 홈페이지)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인터뷰①] ‘더 패키지’ 정용화, 용기의 산마루를 만나다
[인터뷰②] ‘더 패키지’ 정용화, 여유 가운데 행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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