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기자 / 사진 bnt포토그래퍼 윤호준] “항상 고마운 거 같아요”
격변의 시대였다. 텔레비전은 라디오를 밀어냈고, 밴드 버글스의 ‘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Video Killed The Radio Star)’는 흐름의 증거로 남았다. 격변의 시대는 다시 한 번 도래했다. 대중 매체의 위용은 여전히 거대하나, 스마트폰의 보급은 탈(脫) 매스 미디어 및 뉴 미디어의 발전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동 통신의 발달, 소셜 미디어의 보편. 모두 텔레비전을 과거의 유산으로 몰아가는 주범이자 주역이다. 더 이상 모든 시청자는 브라운관에 몰두하지 않는다. 시청층은 파편화되고, 방송국은 적자 속에 일부 방송을 제작한다.
영상 기반의 웹 콘텐츠는 파편화된 시청층에 주목한 격변의 적자(嫡子)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이 기존 미디어의 전략이었다면, 웹 콘텐츠는 시청자 일부를 만족시키는 데 의의를 둔다. 만인의 만족을 낮추고, 개인의 충족을 높인 것. 특히 웹 콘텐츠의 주요 타겟은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의 젊은 세대, 주요 장르는 드라마, 인기 소재는 사랑이다.
청춘의 사랑은 ‘좋아요’를 모았고, 여러 갈래로 변주된 사랑 중 특히 짝사랑이 큰 인기를 얻었다. 웹 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이하 전짝시)’은 격변 속 슈퍼 스타다. 그간 총 재생횟수 약 1억 2천만 회를 기록한 ‘전짝시’는 웹 콘텐츠의 가능성을 여실히 증명했다.
‘전짝시’에서 동명의 인물을 연기한 배우 양혜지를 bnt뉴스가 만났다. 주연 양혜지는 시즌2 공개 이후 페이스북 1천 개 이상의 친구 알림을 받은 작품의 흥행 주역이다.
‘전짝시’의 특징은 시청자가 전지적 시점으로 인물의 속마음을 관찰한다는 것. ‘술의 신’ 편에서 “일주일에 다섯 번은 취하는 것 같”은 양혜지는 조기성(조기성)을 향해 좋아한다며 갖은 앙탈을 부린다. 술에 취한 양혜지가 속마음을 시청자뿐 아니라 조기성에게도 전달한 회는 5월 기준 조회수가 610만 회를 넘어 웹 드라마 중 최다 조회수를 기록했다는 후문. 1981년 버글스가 있었다면, 2017년에는 양혜지가 있다. 그는 격변의 선봉장이다.
앙혜지는 “이제 차근차근 시작하는 사람으로 대중이 알아줬으면 한다”라며, “아직 배우라는 타이틀은 과분하게 느껴진다. 열심히 배우는 학생 그리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노력하는 사람인 그에게 ‘전짝시’ 참여 배경을 물었다.
“뜻밖의 시작이었어요. 친구가 ‘전짝시’ 시즌1 한 에피소드를 저에게 공유해줬고, ‘전짝시’ 페이스북에 사연 제보를 했죠. ‘전짝시’ 측에서 연기예술학과에 재학 중인 제게 오디션 제안을 해주셨어요. 운 좋게도 오디션에 합격했고, 지금까지 시리즈를 찍게 됐네요.”
‘전짝시’ 시즌2에서 양혜지는 조기성을 짝사랑하는 동명의 여대생 양혜지를 연기했다. 박선우(박선우)와 함께 제목 ‘전지적 짝사랑 시점’에 적극 부합되는 인물인 그를 배우는 어떻게 연기했을까.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사랑한다는 거에 중점을 뒀어요. 짝사랑을 할 때는 다른 사람 시선이 안 보일 정도로 사랑하게 되잖아요.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췄죠.”
앞서 언급한 ‘전짝시’ 시즌2 ‘술의 신’ 편에서 양혜지는 “편의점 야간 존잘 알바생” 조기성과 첫 만남을 가진다. 이나은 PD는 ‘전짝시’를 본인의 대표작으로 꼽으며, ‘전짝시’는 조기성과 양혜지가 처음 만나는 에피소드로 가장 유명해진 콘텐츠란 설명을 붙이기도. “이나은 PD께서 ‘엄청나게 발랄하면서 취한 모습이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귀여워야 된다’라고 계속 부탁하셨어요. 그래서 코멘트를 최대한 수용하려고 많이 노력했죠.”
더불어 양혜지는 “모든 에피소드가 다 재밌고 즐거웠지만, 편의점 신이 기억에 남는다”라며 ‘술의 신’ 편을 가장 마음이 가는 에피소드로 꼽았다. “제가 첫 등장하는 화(話)였고, 가장 많은 이슈를 받은 화였고, 더불어 ‘전짝시’ 내에서 (양)혜지라는 캐릭터를 가장 잘 보여준 화였어요. 발랄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들이댈 때는 들이대기도 하고, 깨방정 떨기도 하고. 그 많은 모습을 보여준 화라서 가장 기억에 남고, 또 좋아하는 화예요.”
‘전짝시’의 특징은 원 테이크다. 이에 배우는 처음 등장한 이후 끊임없이 무언가를 행동한다. 하나의 신이 곧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는 현장. 연기 신인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왔을 법하다. “시즌2 마지막 에피소드가 기억나요. 엠티 신이었는데, 등장인물 여섯 명이 원 테이크로 연기했어요. 심지어 속마음까지 해야 했죠. 갑자기 여섯 명이 대사를 함께 하니까 NG가 많이 났어요. 그때 고생이 많았고, 사실 원 테이크가 힘들진 않았어요.”
시즌2에서 ‘짝사랑러’ 양혜지와 박선우는 모두 사랑에 실패한다. 그러나 현실은 실패의 대척점 성공을 가져왔다. 극중 양혜지는 짝사랑의 최대 피해자였지만, 현실 양혜지는 작품의 최대 수혜자였다. “첫 화가 올라간지 모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페이스북으로 친구 추천 알람이 엄청 많이 뜨더라고요. 갑자기 천 몇 개가 뜨니까 너무 놀랐어요. 길거리에서도 한두 분씩 저를 알아봐주시니까 처음에는 당황했던 것 같아요. 놀라기도 했고요.”
양혜지는 ‘내가 뭔데 이분들이 날 좋아해주지? 이런 사랑을 받아도 되나?’라는 생각 속에 감사하기에 감사하다는 말도 안 나올 정도로 감사한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받은 사랑과 관심에 보답하고 싶었어요.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래서 연습도 하고, 외모도 가꾸면서 혼자 할 수 있는 노력을 최대한 했어요.”
지속적 관심은 어느 순간 권태와 짜증으로 변질되곤 한다. 그러나 양혜지는 대중의 관심을 부담스럽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그저 정말 감사할 뿐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저에게 와서 사진 찍어달라고 말씀하시는 분의 시간이 감사하잖아요. 초반에는 그분의 핸드폰으로도 찍고, 제 핸드폰으로도 찍었어요. 정말 감사하니까요.”
양혜지는 ‘전짝시’ 댓글을 모두 보려고 노력한다며, “몇 만 개가 있어도 몇 시간이면 다 본다”라고 했다. 무엇 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 그의 성격을 대변하는 말이었다. “‘양혜지를 보면 힐링된다’라는 댓글을 봤어요. 그런 댓글을 보면 마음이 행복해지죠. 누군가의 기분을 좋게 만들고, 감정을 어루만진다는 생각에 저 역시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팬은 배우를 통해 힐링을 얻고, 배우는 그런 팬을 통해 행복해지는 긍정의 순환. 이 가운데 양혜지는 시즌3.5이자 특별판 시사회에서 드디어 팬을 만났다. “그간 팬 사인회 부탁을 많이 드렸어요.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정말 궁금했거든요. 특별판 시사회와 함께 팬 사인회를 한다는 말에 기분이 정말 좋았죠. 아쉬운 게 있다면 사인을 하면서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었는데 시간이 짧았어요. 부산에서 오신 분도 계셨어요. 진짜라며 KTX 표도 보여주셨어요. 거짓말이라고 생각할까봐 그러셨나 봐요. 진짜 보여주시더라고요.”
‘전짝시’ 시즌4는 언제 시작될까. “지금 ‘전짝시’ 연출 언니께서 ‘전지적 짝사랑 시점’이란 책을 쓰고 계세요. 아마 그 책이 완료된 다음에야 시즌4를 준비하실 거 같아요.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진 저도 궁금해요.” 이어 그는 앞으로 양혜지가 행복한 연애를 했으면 좋겠다며, 여회현(여회현)과 행복한 연애를 꾸준히 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연출 언니께서 매번 협박하세요. (웃음) 극중 양혜지가 언제까지 행복할 거 같냐고.”
양혜지에게 ‘전짝시’는 어떤 작품인지 질문했다. “같이 잘 커가는 느낌이면 참 좋을 거 같단 생각을 했어요. ‘전짝시’도, 저도. 어쨌든 ‘전짝시’란 작품 덕분에 처음 경험하는 감정, 처음 경험하는 일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항상 고마운 거 같아요. 출연 배우들도 그렇고, ‘전짝시’도 그렇고 모두 다 잘 됐으면 좋겠어요.” 양혜지는 신인이다. 하지만 함께한 만인의 행복을 소원하는 너른 품은 분명 신인 이상의 것이었다.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bnt's pick①] ‘전짝시’ 양혜지, 1981년 버글스를 잇는 시대의 선봉장 (기사링크)
[bnt's pick②] ‘직립 보행의 역사’ 양혜지, 인복이 많은 행복한 사람 (기사링크)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