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법규위반 신고자가 욕먹을 이유는 없다

입력 2017-12-06 07:00  


 -경찰력 대신하는 도로 위의 든든한 파수꾼

 차로변경 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으면 재차신호불이행에 해당돼 범칙금 3만원이 부과된다. 실선구간에서 차로를 바꾸면 끼어들기금지위반으로 범칙금 3만원이 발생한다. 정지선을 넘어 횡단보도 위에 차를 멈추면 횡단보도통행보행자보호(일시정지)위반으로 인해 범칙금 6만원, 벌점 10점이 주어진다. 운전하면서 한 번쯤은 해봤을 교통법규 위반이지만 범칙금의 액수까지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은 '교통법규 신고제도'를 통해서다.  

 최근 수년간 스마트폰, 블랙박스 등의 영상 매체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를 활용한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경찰청의 스마트국민제보는 신고자가 스마트폰 앱이나 홈페이지(http://onetouch.police.go.kr/)를 통해 법규 위반 행위가 담긴 사진, 영상을 시간, 장소, 번호판 정보 등과 함께 올리면 경찰이 이를 접수, 조치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 앱을 통해 2015년4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37만39건의 신고 접수가 이뤄졌으며 이 중 교통위반, 난폭운전의 비율은 99.7%(136만5,926건)로 압도적이다. 또한, 이 가운데 85.5%(116만9,035)가 과태료 처분 등에 활용되면서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신고접수건수는 75만2,11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나 증가했다.

 스마트국민제보는 부족한 경찰력을 대신해 교통을 비롯한 사회질서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신고가 시민이 할 수 있는 권리이자 바른 사회를 위한 참여 활동이기 때문이다. 앱을 적극 활용하는 다수의 블랙박스 동호회엔 다양한 영상과 위반 사례가 매일같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공유를 통해 타산지석으로 삼고 사고를 예방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일부 범법자들이 신고자에게 '신고충'이란 비속어를 남발하거나 "운이 없어 벌금을 물게 됐다", "할 짓이 없어 신고를 하냐"는 등의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하지만 시민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인 법규보다 자기 편의를 앞세우는 합리화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공론화되진 못하고 있다.

 반대로 일각에선 신고자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고가 범죄 예방을 위한 조치인 만큼 과거의 신고포상금제도 같은 금전적인 보상이 아니더라도 시민의식을 높일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01년 교통법규위반 신고포상금제도를 통해 신고자에게 건당 3.000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당시 1년 반 동안 428만 건 정도의 신고가 이뤄져 총 112억 원의 보상이 이뤄졌다. 덕분에 2000년까지 29만여 건으로 증가세를 보이던 연간 교통사고는 2001년 26만 건, 2002년 23만 건 수준으로 낮아졌다. 사고 원인은 법규 위반이 대부분이었다. 같은 기간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만236명에서 8,097명, 7,222명으로 감소했다. 신고포상을 통해 범칙율을 낮췄고 실제 사고율 하락세로 이어진 셈이다.

 신고자들이 주장하는 신고의 목적은 이 같이 법규 위반에 기인한 사고의 감소와 교통법규에 대한 시민의식 고취다. 별다른 대가없이 공익을 위해 도로 위의 보이지 않는 눈을 자청하고 암행순찰차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위반 행위를 외면하거나 신고를 고자질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물론 떳떳하게 운전하려면 법규를 잘 지키면 된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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