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데뷔 20주년’ 양파, 꿈을 좇아서 행복한 ‘끌림’

입력 2017-12-09 09:00   수정 2017-12-21 15:20


[김영재 기자] “꿈을 가질 수 있어서 행복해요”

인터뷰는 대상을 탐구하는 일이다. 주인공은 누구일까. 단언컨대 탐구의 대상이자 답을 이어가는 화자일 테다. 그리고 대개 인터뷰이(Interviewee)의 등장은 행사 시작 후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다. 취재진은 그를 기다리고, 주인공은 상기된 표정 속에 등장한다.

상식은 아니지만 이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화자는 보통을 거부했다. 양파는 약속된 시각보다 먼저 도착해 취재진을 마주했다. “생각보다 많이 오셔서 기뻐요. 어제 잠이 안 왔어요. 제가 떠는 사람이 아닌데, 떨리고 기쁘더라고요. 잠을 별로 못 자고 나왔지만, 기분이 정말 좋아요. 일단 노래가 준비됐으니까 노래를 들은 후에 같이 말씀을 나눌까 해요.”

양파가 돌아왔다. 그간 ‘애송이의 사랑’ ‘아디오(A’D DIO)’ 등 양파 1기(期)의 히트곡과 ‘사랑..그게 뭔데’ ‘아파 아이야’ 등 양파 2기의 인기곡을 발표한 그는 작곡가 김도훈과 손잡고 8일 신곡 ‘끌림’을 공개했다. 신곡의 재생이 끝난 후 양파는 취재진에게 기존 양파 발라드와 색이 다른지 물은 뒤, “모두 함께 끄덕이시니까 장관이다”라며 웃었다.


브리티시 발라드 장르의 ‘끌림’은 8비트의 베이스 라인과 기타 리프, 스트링의 아름다운 선율이 어우러진 곡. 옛 연인에게 보고 싶다고 전화하는 현실적 가사가 인상적이다. “처음에는 슬픈 이별 후 노래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노래에 이별 가사를 붙여보니까 매력이 없더라고요. 요즘 현대인은 울고불고 처절한 사랑 안 하잖아요. 이 노래도 현실적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현실적 터치로 접근을 했죠.”

현장에서 양파는 취재진에게 노래가 어떤지 여러 차례 물으며 신곡 ‘끌림’의 반응을 살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달라진 창법이었다. 그는 “장단이 있을 것이란 생각은 했다”라며 운을 뗐다. “양파다운 목소리와 곡으로 익숙하게 찾아뵐지, 아니면 누군지 잘 모르지만 좋은 느낌의 새로운 양파로 다가갈지 고민했어요. 창법을 변화시켜서 노래하는 거에 굉장히 노력했죠. 드라마틱한 느낌으로 새롭게 다가가고 싶었어요.”

창법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시행착오가 많았을 법하다. 이에 양파는 대중이 그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먼저 설명했다. “많은 분들께서 가수 양파는 가장 팝스러운 노래를 뽕끼 어린 한국인 정서로 불러서 여성의 사랑을 터뜨렸다고 생각하세요. 저도 동의하고요. 양파의 창법은 어찌 보면 굉장히 한국적인 목소리와 조금은 이국적인 창법이 결합된 어떤 결과물이죠.” 이어 그는 보컬리스트로서 안 어울리는 곡도 해보고 싶은 갈증이 있었다고 밝힌 후, 김도훈 작곡가의 도움으로 곡에 맞는 음색과 창법을 찾게 됐다고 덧붙였다.


‘끌림’은 정규 6집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첫 곡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 달이든 두 달이든 텀을 둬서 한 곡씩 전곡을 발표하고, 마지막에 정규 CD를 선물하자는 개념으로 작업을 시작했어요. 피드백을 많이 듣고 앞으로 작업하는 데 도움을 받으려고 해요.”

또한, 그는 가수 나얼과 윤종신을 언급했다. “같이 ‘컬래버’하는 뮤지션들이 있어요. 유나얼 씨 같은 경우 프로듀서로서도 참여를 하실 거예요. 윤종신 씨도요. 명곡으로의 탐험이랄까. 뮤지션과의 ‘컬래버’를 위한 프로젝트예요. 6집의 일환이 될 수도 있겠네요.”

프로듀서 나얼이나 기타 가수와의 듀엣 가능성을 묻자 양파는 “아직 듀엣을 계획하고 있는 곡은 없다”라며, “개인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한다”라고 모호한 답을 내놓았다. “양파라는 가수의 목소리나 감성이 물이라고 한다면 담기는 그릇에 따라서 모양이 바뀌는 거 같아요. 계속 실험해보고 싶고 경험해보고 싶죠. 창법이나 감성이 어떻게 변할진 저도 몰라요. 모르니까 겪고 싶어요. ‘컬래버’는 정말 많이 하고 싶어요.”


신곡 ‘끌림’은 미니 앨범 ‘투게더(Together)’ 이후 6년 만의 본격적 활동이다. “늘 회사 문제가 얽혀서 시간이 흘러갔어요. 회사라는 집단 안에 들어가면 문제가 생긴다는 생각에 혼자 하겠다고 마음도 먹었죠. 그 즈음에 MBC ‘나는 가수다3’에서 손을 내밀어주셨어요. 여러 가지 일을 혼자 해나가다 보니 몸이 너무 괴롭더라고요. 회사는 필요악이란 생각을 했고, 김도훈 작곡가를 만났어요. 신생 회사에 들어오겠냐고 하셔서 둥지를 틀게 됐죠.”

이어 그는 “그동안 놀지 않고, 간간히 방송도 했다. 뮤지컬에 입문해서 뮤지컬 신생아로서 열심히 한 작품을 끝내기도 했다. 딱히 나태하게 보낸 시절은 없다”라며, “다만 내 시계가 좀 느리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였다”라고 그간 게으른 양파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데뷔 년도를 묻자 양파는 “96년 12월27일에 첫 앨범이 나왔다고 기억한다. 그리고 방송 데뷔를 97년 3월에 했다”라며 사적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친구들이 포스터를 담벼락에 붙여주고 그랬어요. 하지만 스케줄이 하나도 없었죠. 그런데 우연히 MBC ‘인기가요 베스트 50’ PD님 눈에 띄어서 H.O.T. ‘전사의 후예’ 바로 앞에서 노래를 하게 됐어요. 어린 친구들이 다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더라고요. 당시는 에어플레이 영향력이 있었나 봐요.”

1997년 가요계에 데뷔한 양파는 시작부터 스타였다. ‘인기가요 베스트 50’을 비롯 공중파 음악 방송 1위는 모두 그의 차지였다. 그리고 2017년. 양파는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20년간 조금 더 많은 활동과 결과물을 냈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많아요. ‘백세 시대’라는 말로 스스로 위로하고 있어요.” 더불어 그는 20년을 멋있게 견뎠다고 말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계속 음악을 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어렸을 때는 이 필드에 갇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돌아보니까 정말 누구보다 저야말로 이곳에서만 살고 있었더라고요.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시기에도요. 그래서 이 일이 저에게 굉장히 중요하고 제 인생의 전부를 담는 그릇이라는 생각해요. 옛날에는 음악을 싫어했어요. 고통을 주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지금은 고맙고, 좋아요. 이렇게 노래를 할 수 있고 뭔가 새로운 것을 위해 고민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이 삶이 감사해요.”

한 인터뷰에서 그는 “본의 아니게 공백기가 많아서 남기지 못한 목소리가 크다”라며 과거를 아쉬워했다. 또한, 현장에서도 양파는 골방에서 울기만 했다는 생각 때문에 ‘30대를 20대로 생각하자’란 다짐을 했다고 밝혀 안쓰러움을 불러 모았다.

후회의 과거를 넘어, 20주년인 현재를 지나, 향후 10년의 미래를 양파는 어떻게 구상 중일까. 그는 “정말 두근거리고 설레는 포인트다”라며 두 눈을 반짝였다.

“결과물을 자주 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제 목소리가 남아있는 거랑 없는 거는 너무 큰 차이더라고요. 공연을 꾸준히 하면서 음반도 자주 내고, 히트곡도 내고 싶은 바람이 있죠. 입지를 공고히 하는 앞으로의 2, 3년이 됐으면 좋겠네요.” 이어 양파는 소속사 RBW 산하에 그만의 레이블을 차리겠다고 계획했지만 쉽지 않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인터뷰 중간 20년 언급이 계속 나온다고 말을 꺼내자 양파는 “20년 이야기를 정말 안 하고 싶은데 큰 타이틀이 돼버렸다”라며 부담을 드러냈다. 하지만 20년은 큰 숫자다. 과거를 돌이켜볼 때 그가 생각하는 ‘나의 노래’가 무엇인지 안 들어볼 수 없었다. 양파는 취재진 모두가 주목하는 몇 초간의 침묵이 끝난 후 답을 시작했다.

“사실은 만들고 싶어요. 어릴 때 ‘마이 송(My Song)’이란 제목의 노래를 만들었어요. 2001년 출시된 4집 앨범 노래예요. 1년에 한 번씩 앨범을 냈을 때 앨범마다 한 곡만이라도 제 얘기를 쓰자는 마음을 먹고 그 노래를 썼죠. 그런 식으로 매해 에피소드를 하나씩 잡아서 썼으면 했는데, 결국은 그렇게 못했어요. 언젠가 신해철 씨가 인생의 노래로 ‘민물장어의 꿈’을 말씀하셨는데, 저도 그런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나의 노래’가 됐으면 해요.”

그는 “결국 꿈이다. 그런 꿈을 가질 수 있어서 행복하다”라는 말로 답을 마무리했다. 20주년을 맞은 가수가 꿈을 가질 수 있어서, 노래를 탐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하는 모습을 보니 인터뷰 내내 웃음을 곁들인 양파처럼 기자 역시 긍정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20년. 고리타분한 무엇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세월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꿈을 좇는 양파. 그를 향한 대중의 ‘끌림’은 이제야 시작이다.(사진제공: RB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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