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의 작가’로 잘 알려진 김씨가 오는 28일까지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북한산의 겨울’을 테마로 개인전을 연다. 직접 답사하며 북한산의 겨울 풍경을 세세하게 잡아낸 20여 점을 걸었다. 가천대 미대와 홍익대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초기에 추상화와 야생화 그림에 몰두했지만 최근에는 ‘산의 화가’로 이어가는 뚝심을 자랑해왔다.
12일 전시장에서 만난 김씨는 “북한산은 어머니의 모태와 같은 내 그림의 고향이라며 내 유년의 꿈이 서려 있고 내 장년의 결과물이 완성되는 종착점”이라고 말했다.
작가가 등산가 못지않은 열정으로 북한산을 화업의 화두로 삼기 시작한 것은 2000년. 그해 겨울 은하수로 둘러싸인 북한산의 비경을 보고 감흥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북한산 밤 하늘을 직접 보니 전율 같은 것이 느껴지더군요. 그때 ‘내 화두(頭)는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봉우리마다 색다른 영기(靈氣)가 있었어요.”
작가는 그날 한민족의 고유 색깔인 흰색과 자연의 영혼처럼 빛나는 푸른 색감을 활용해 매일 8시간 이상 작업에 매달렸다.
김씨를 북한산으로 눈 돌리게 한 것은 뭘까. 그는 “북한산의 역사성에 주목한다”고 했다. 무학대사가 북한산에 올라 지세를 보고 조선의 수도로 점지한 데다 금강산, 묘향산, 지리산, 백두산과 함께 한국 5대 명산으로 나라에서 큰 제사를 지내는 산이란 점이 끌렸다.
하지만 김씨의 북한산 작업은 누구나 쉽게 입문할 수 없는 가시밭길과 같았다. 눈만 뜨면 백운대를 비롯해 인수봉, 원효봉, 노적봉 등을 오르며 산의 정감을 스케치했다. 또 인조반정 당시 반정군이 칼을 씻었다는 세검정, 흥선대원군이 묵은 석파정 등 산자락에 남은 유적까지 샅샅이 뒤졌다. “그동안 1000번 이상 북한산을 찾았을 겁니다. 겨울 북한산의 얼굴은 아버지처럼 넉넉하고 듬직해요. 영하 20도의 눈보라에도 꿋꿋하게 버티는 모습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하얀색과 맑은 청색을 기조로 한 산의 풍경은 활기찬 이미지보다는 세속의 때를 말끔히 걷어낸 청정한 자연으로 차분하게 그려졌다. 뛰어가서 안기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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